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48화 (48/51)

〈 48화 〉 47. 좀비 누나(3)

* * *

그렇게 지친 개를 안고 달려가고 있던 그녀.

“끼잉…으으…”

그러나 어째서인지 자신의 품 안에 있는 개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어째서인지 점점 차가워 지기 시작하는 개의 몸.

그녀는 혹시나 무언가 잘 못된 것인지 몰라 일단 자신의 품 안에 안겨 있던 개를 살짝 내려놓았다.

쌔액… 쌔액…

아무리 보아도 어딘가 아픈 것인지 겨우겨우 숨을 내쉬고 있는 녀석.

온몸에 난 타박상과 부러진 다리들로 인해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 갔지만 아쉽게도 그런 그의 상태를 그녀는 알아차릴 수 없었다.

다리가 부러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도 좀비인 그녀에게 있어 그 정도의 부상은 그저 몇 초 동안 움직임이 걸리적거리는 것 뿐.

애초에 부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그녀에게 있어 지금 그의 상태는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자신의 눈앞에서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거대한 개의 모습.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째서인지 점점 마음이 초조해졌기 때문이다.

“우으으으으…”

그녀가 지금까지의 문제를 해결해 온 방식은 단 두가지 뿐이었다.

부수고. 먹는다.

단 두가지 뿐인 심플한 답.

그녀는 그 두가지의 방법 중 골라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첫번째 방법을 골랐다가는 지금 눈앞에 있는 이 개가 완전히 고기덩어리가 되어버리는 상황.

아무리 그녀가 좀비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로 멍청한 답을 고르진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두번째 방법 뿐.

그녀는 서둘러 이 개에게 줄 고기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평소라면 우글우글하게 몰려 들어와 자신을 덮쳤어야 할 좀비들이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이유는 방금 전 그녀가 이 개를 쫓았을 때 그녀가 주변의 좀비들을 모두 날려버렸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그으으으….”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미 누더기가 되어 절리적거리기만 한 옷을 완전히 찢어버리고는 그녀는 자신의 한쪽 가슴을 잡아 뜯었다.

찌이익…. 뚝!!!

자신의 몸에서 가장 부드러운 살.

거기다 그 크기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 였기 때문에 아마 이정도라면 지쳐있는 그에게도 제대로 먹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개의 입에 슬며시 그 살을 가져다 대는 그녀.

다행히 반쯤 기절해 있던 그도 많이 배가 고팠던 것인지 자신의 입에 들어온 고기의 맛을 알아차리고는 아주 조금씩 턱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꿀꺽…

살고 싶은 동물의 본능이었을까.

비록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흘려버리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기절해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가 건네 준 고기를 모두 삼켜냈다.

그러자 확실히 아까 전에 비해 조금은 나아진 것 같은 그의 표정.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사실에 기뻐함과 동시에 아직도 많이 힘들어 하는 그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가슴살을 뜯어 그에게 먹여주었다.

어차피 그녀에게 있어 이정도의 상처는 몇 초면 아물어 버리는 경상이나 마찬가지.

그녀는 그가 편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그의 입에 고기를 넣어주었다.

꼬르륵…

그렇게 다시 건강해진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뱃속에서 또다시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

그녀는 평소보다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열심히 주변에 있는 좀비들을 사냥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흐히… 으히히…”

그 개가 들어온 이후로 그녀는 기분은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

이미 죽어버려 차갑게 식어있던 그녀의 몸.

그런 그녀에게 있어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커다란 그의 몸은 그녀에게 꽤나 큰 안정감을 주었다.

그렇게 오늘도 자신의 집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고기를 채집하러 나온 그녀.

최근 들어 주변에 있는 좀비들을 너무 잡아버렸던 것일까?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는 주변의 좀비들을 쫓아 평소보다 멀리 있는 장소까지 나온 그녀는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크아아아악!!!”

그런데 그 순간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커다란 울음소리.

그녀는 그 울음소리를 들은 순간 주위를 둘러보던 것을 멈추고는 멍하니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마치 주변에 있는 모든 생물을 향해 명령이라도 내리는 것 같은 오만하면서도 강렬한 포효.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상대해 왔던 다른 약해 빠진 좀비와는 다른 존재.

마치 자신이 ‘포식자’의 위치에 있다는 듯이 도발하는 그의 존재를.

“크르르르…”

이미 한껏 흥분하기 시작한 것인지 온몸에서 우드득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는 그녀의 근육들.

가만히 서있는 것 만으로 뼈와 뼈가 뒤틀리는 것만 같은 소리를 내는 그녀는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모습보다도 훨씬 분노해 보였다.

마치 자신의 영역에 침범한 또 다른 포식자를 향해 적대감을 느끼는 맹수처럼.

그녀는 지금 그의 존재 자체 만으로 커다란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안에서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흥미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다시 한번 들리는 그의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를 신호로 삼아 그대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쾅!!!쾅!!!

단단하게 포장되어 있는 아스팔트 바닥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거세게 달려가는 그녀.

그 속도는 이미 평범한 인간의 속도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삽시간으로 달라지며 그녀를 스쳐 지나가는 주변의 풍경들.

3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만에 도착한 그녀의 눈에는 마치 자신의 팔에 풍선이라도 넣은 것처럼 기괴하게 부풀려진 오른팔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좀비가 눈에 보였다.

그의 앞에 도착한 그녀를 미쳐 보지 못한 것일까? 자신의 눈앞에 쓰러져 있는 고양이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그의 시선.

그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쾅!!!

그렇게 자신의 구역에 제 멋대로 들어온 침입자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그녀.

그렇게 반대편에 있던 벽에 그대로 처박혀 버린 그를 바라보며 다시한번 몸을 푸는 그녀.

그의 불쾌함과 흥미를 덜어내기에는, 지금의 한방은 아직 너무나도 부족했다.

***

쾅!!!

펑!!!

‘저게… 뭐야…’

‘조용히 해라. 들키면 끝장이니.’

‘ㄴ…네!’

갑작스럽게 나타난 한 흑발의 여성 좀비의 펀치로 시작된 두 괴물의 싸움.

미래와 두리는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그 남자와 함께 그의 능력을 이용해 기척을 숨기고는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니…’

‘갑자기 안보인다 했더니 저런 곳에 있을 줄이야…’

두 괴물들의 뒤에 쓰러져 있는 제니를 발견한 둘이었지만 지금의 둘로서는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하나와 두리를 살짝 살피고는 다시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그.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싸움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폭력에 가까워 보였다.

한쪽의 팔이 기괴하게 변형되어 평범한 사람의 두배는 넘을 것 같은 크기를 가지고 있는 거대한 좀비의 모습.

그 거대한 몸에서 나오는 파워는 말 그대로 단단한 아스팔트 바닥을 깨부술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그에 비해 그런 녀석을 상대하는 여성 좀비의 모습.

눈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안광과 마치 사람이라기 보다는 맹수에 가깝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근육들을 제외한다면 마치 좀비가 아닌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끔한 그녀의 외형.

물론 평범한 좀비들도 그 특유의 재생 능력으로 상처가 사라진 덕분에 자신의 몸에 걸치고 있는 낡은 옷들을 제외한다면 평범한 사람과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가 상대이기 때문일까.

그 거대한 몸의 1/3은 되는 것인지 의심되는 그녀의 몸에서 도대체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오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저 커다란 좀비를 상대로 밀리기는 커녕 역으로 밀어붙이다니…’

그녀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커다란 좀비.

물론 그 반동으로 그녀의 팔 역시 기괴한 각도로 부러지거나 꺽이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인지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좀비를 향해 주먹을 날릴 뿐이었다.

말 그대로 상대를 가지고 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

쾅!!!

이것으로 몇 번째인 것일까.

이미 저 거대한 좀비는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 온몸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서 상처가 재생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분노한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겁에 질린 것인가.

계속해서 맞는 것을 반복하던 그 좀비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울부짖었다.

주변의 모든 움직임을 한순간 멈춰 버리던 그의 커다란 울음소리.

그러나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던 그녀는 마치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

이미 그를 때리느라 부러져 버렸던 오른팔은 치유가 되버린지 오래.

그녀는 이제 모든 스트레스가 풀린 것인지 처음에 비해 확실히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는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그녀가 그에게 품었던 모든 흥미가 떨어졌다는 뜻과도 같았다.

쾅!!!

그렇게 그대로 상대의 머리를 부숴버린 그녀.

격렬할 것만 같았던 둘의 싸움은 이렇게, 너무나도 간단하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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