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50화 (50/51)

〈 50화 〉 49. 합류

* * *

[기다린다니… 도대체 언제 올 줄 알고…]

[그럼 올때까지 기다리지 뭐]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제니.

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그녀의 입장에서는, 아니 어쩌면 아주 객관적인 입장으로 보더라도 매우 의미 없고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 사나이 김댕댕, 이렇게라도 억누르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래를 만나러 밖으로 나가려고 난리를 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저 좀비 여자에게 붙잡혀 온몸이 박살나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훨씬 효율적이다.

그렇게 나는 굳게 닫혀 있는 철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 만약 문이 열린다면 가장 먼저 나의 모습이 보일 장소에 다시 자리를 잡고는 그대로 정좌로 앉았다.

마치 과거 시장의 정문을 지키고 있었던 때와 완전히 같은 자세.

꼬미도 그런 나의 옆으로 다가와 자리를 잡았다.

[너는 저기 수건 위로 가지 그래? 여기 바닥은 차가워서 추울텐데?]

[베르님 곁이 제일 따뜻한데요?]

[…연애질까지 하는거 보니 아주 그냥 살만한가 보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는 결국 백기를 든 제니.

크게 한숨을 쉬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를 째려보는 그녀를 보며 나는 언제나와 같이 골든리트리버 특유의 해맑은 웃음으로 답해주었다.

[…내가 이래서 널 싫어하는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동시에 무엇이 그리 웃긴지 올라가 있는 입 꼬리,

말로는 싫다고 하지만 몸은 솔직하다고,

아무래도 녀석은 처음부터 내가 이런식으로 행동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로 온거냐?]

[그야 당연히 쉬려고 왔지, 나는 환자라고?]

[그럼 그냥 저기에 있는 수건위에 올라가서 쉬지 그래?]

[네 짝이 그랬잖아? 네 옆이 제일 따뜻하다고, 환자는 환자 대우를 해줘야지]

그러면서도 꼬미의 반대편으로 다가와 나에게 몸을 눕히고는 여우 짓, 아니 고양이 짓을 하며 꼬미를 자극하는 녀석.

그런 제니의 모습에 충격 받은 것인지 꼬미는 마치 무언가에 배신당한 아기 강아지 같은 얼굴로 나와 제니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너 그거 꾀병 맞지?]

[글쎄? 아~아~ 아까 바닥을 구를 때 다리를 좀 다친 것 같은데.~ 이걸 어쩌나~]

[머…무.. 무슨 짓이에요!!! 베르님의 옆자리는 제꺼라구요!!!]

[호오~?그래?]

나의 옆에서 발끈해 하는 꼬미의 반응이 재미있었던 탓인지 한층 더 나의 품안으로 파고들고는 꼬미의 눈에 보이지 않을 미묘한 각도에서 입꼬리는 올리는 그녀.

‘이거 또 안 좋은 버릇 시작됐구만….’

아무래도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었던 것인지 그녀는 즐거운 얼굴로 꼬미를 놀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얼굴이나 몸을 비비며 파고들 때마다 발끈하며 삐약거리는 꼬미의 모습은 확실히 귀여웠다.

‘그런데… 여기서 제일 피해를 보는건 난데 말이지…’

예로부터 여자들의 싸움에는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혹시나 진짜 다쳤을지 모르는 제니를 이대로 뿌리칠 수도 없고, 지금 저 둘이 말하는 사이에 끼어들 자신도 없었던 찐따견인 나는 그저 두 여자들의 사이에 끼어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

“도착했군”

“드디어!”

그렇게 몇시간 동안 걷고 또 걸은 미래일행.

그들은 본래 출발했던 집에서 꽤나 떨어진 대형마트의 입구에 도착했다.

“여긴…”

“체육센터로 옮기기 이전 사람들이 임시 대피소로 삼았던 곳이지, 뭐… 지금은 날 포함해도 4명밖에 없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카트나 여러 잡동사니들로 이루어진 바리게이트의 밑을 기어 들어가는 그.

미래와 두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따라 바리게이트 밑을 기어 들어갔다.

그러자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기억과는 많이 달라진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로 된 물건들은 대부분이 깨져버린 채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으며 지난 몇 추간 제대로된 관리는 커녕 청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인지 바닥 이곳저곳에는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상황에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보던 깨끗한고 단정한 마트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 갭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2층에…”

“지우야!!! 돌아왔구나!!!”

그런 대형마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둘을 서둘러 들여보내기 위해 그 둘을 부르는 순간, 멈추어버린 에스컬레이터 너머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곳을 보자 한 여자가 미래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와 앞에 있는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익숙한 듯이 공중에서 그대로 잡는 그.

그러고는 그대로 손에 힘을 주고는 뛰어든 그녀의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자…자자자자…잠깐!!! 타임!!! 타아아아임!!!”

“내가 분명 1층에는 내려오지 말고 있으라고 했을텐데?”

“알았으니까!!! 이것 좀 놓고 말해주면 안될까!!!”

마치 병아리를 연상시키는 듯한 밝은 노란색의 머리카락은 가진 그녀.

그녀는 방금까지 미래들을 안내했던 그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고통에 몸부림 치며 귀가 아플 정도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름이 지우였구나’

물론 모든 광경을 보고 있었던 둘은 그저 이제서야 그의 이름을 알았다는 것에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말이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조용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떠들썩해진 내부.

그는 마스크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로 당황해하며 자신들을 보고 있는 미래와 두리를 보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2층으로 가자고”

“아… 네…”

“끼아아아악!!!”

얼떨떨한 감정을 느끼며 그를 따라 위로 올라가자 2층에는 방금 전 소리를 던지며 그들을 덮쳤던 그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는 두 여성이 앉아있었다.

“오셨나요?”

“죄송합니다, 제가 선화씨를 말리지 못해서…”

“아니… 어차피 또 이 녀석이 멋대로 뛰쳐나간 거겠지”

“저기… 처음 보시는 분들도 계신데 내 취급이 너무한거 아니야!?”

그런 둘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지우.

그런 그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노란 머리의 그녀는 토라진 듯 다른 셋에게 가볍게 항의 했지만 다른 셋은 익숙한 듯이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검은 머리에 안경을 쓴 채로 츄리닝을 입고 있는 여성의 이름은 김보미, 천리안 능력자로서 미래 일행이 이곳에 들어온 것을 안것도 그녀의 능력 때문이라고 한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자리에 앉아있는 하얀머리의 소녀의 이름은 박소희로 염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들을 덮쳤던 그녀의 이름은 전지민, 신체를 가속시키는 능력으로 방금전 1층까지 순식간에 내려올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인 것 같았다.

“진짜로 전부 다 세컨드셨군요…”

“뭐… 어쩌다보니…”

전세계서 만명 중에 한명꼴로 태어난다는 능력자, 물론 전국적으로 본다면 사실상 5000명 내외의 인원이 있으니 그리 드문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각성자가 4명이나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대단해 보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더욱 주눅들어버렸다.

수십, 아니 수백명은 될 법한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4명 뿐.

지우의 말을 듣고 찾아오긴 했지만 과연 자신들이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할 것인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 그들은 일단 미래와 두리를 가구코너로 안내했다.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자, 다행히 침대는 아직 넉넉하게 있으니까.”

“…네”

아포칼립스가 시작되기 전에도 제대로 누워 본 적이 없는 커다란 고급 침대들.

이미 미래와 두리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침대를 정하고는 그대로 잠에 들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을 앞에 두고 저렇게 무방비 하게 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

결국 복잡한 머릿속과는 달리 이곳까지 오는 것만으로 지칠대로 지친 둘은 푹신한 침대의 느낌을 느끼며 그대로 잠에 들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