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진과 기사-17화 (17/50)

〈 17화 〉 선택

* * *

아카이브의 안에 요란한 동전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톤이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레티시아와 에라실이 거대한 동전 주머니를 보란 듯이 쏟아놓았고, 문자 그대로 5만개의 동전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미친, 진짜로 가져왔어?”

“약속한 5억 일리아스. 이제 우리 수호자를 풀어주실까?”

“그냥 가져가면 될 거야. 어차피 너희가 못 낼 줄 알고 폭탄도 제거해 두고 다 수리해 놨는데 손해 봤네.”

돈주머니로 향하는 안톤의 얼굴에는 기쁨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어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어차피 못 낼 줄 알았다는 말에 순간 분노가 치솟기는 했지만, 두 명 모두 자신의 수호자의 상태를 확인하느라 분노를 표현할 여유도 없었다.

아무리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라르 가문에서 받은 의사라는 칭호는 거저 받은 것이 아니었는지 발레리안과 스펜서 모두 이전의 손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수리 되어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에이다와 로크의 부품을 사용한 것이었는지 그 두 수호자의 특유의 순백색의 부품과 검은색 부품이 구석구석 섞여 있어 이전과 완전히 같은 모습이라 하기는 어려웠다.

에이다의 부품을 보고 잠시 감상에 젖은 것인지 발레리안을 앞에 두고 잠시 고개를 숙인 레티시아와는 달리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스펜서에 탑승한 에라실은 바로 티페레트에 걸린 갈고리를 뽑아냈다.

기동하지 않는 수호자처럼 갈고리에서 뽑아낸 티페레트가 주저앉으니 에라실은 티페레트의 해치를 두드렸다.

티페레트가 반응이 없으니 세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 것인지 감상에서 벗어난 레티시아가 소리를 질렀다.

“지금 당장 흉부 장갑을 뜯어내! 거의 일주일 넘게 방치되었는데, 이전처럼 동화되었을지도 몰라!”

이에 스펜서는 바로 발톱과 같이 예리한 손가락을 티페레트의 흉부 장갑에 박아넣었고, 그와 함께 갑자기 푸른빛이 감도는 티페레트는 비명을 지르며 스펜서를 밀쳐냈다.

《아프잖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스펜서의 손가락이 파고든 곳을 문지른 티페레트는 마치 방금 일어난 사람처럼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고, 레티시아를 노려보았다.

《아니, 너는 자는 사람한테 가슴을 뜯어내라고 하는 거야? 잠깐 쉬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올지는 몰랐네.》

“샤하나즈는 안전한 거야?”

티페레트의 투덜거림은 중요하지 않은지 레티시아는 투덜거리는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작게 혀를 찬 그녀는 자신의 해치를 열어보였다.

세프에서 봤을 때와 같이 티페레트의 부품처럼 동화되어 있거나 신체에 파이프나 전선이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의식은 없는 것인지 샤하나즈는 눈을 감은 상태로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 상황에서 스펜서는 티페레트에게 달려들어 샤하나즈를 강제로 뜯어내려했고, 곧바로 해치를 닫은 티페레트는 한쪽 손으로 가슴을 막으며 스펜서에게 90mm 철갑탄을 겨누었다.

《지금 내 엔진은 휴면 상태에 있어. 나한테도 그렇고, 내 엔진한테도 그렇고. 왜 이렇게 과격하게 잠을 깨우려고 하는 거야?》

“지금 당장 깨워. 안 그러면 저번처럼 강제로 분리시킬 생각이니까.”

최후통첩에도 티페레트가 여전히 가슴을 가리고 있으니 레티시아는 곧바로 발레리안에 탑승하려 했고, 티페레트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해치를 열고 샤하나즈와 연결된 기계 팔을 분리했다.

레티시아가 천천히 푸른색의 분진으로 사라지는 동안 샤하나즈는 천천히 의식을 되찾았고, 스펜서가 떨어지는 샤하나즈를 받아내니 그는 가볍게 헛구역질을 하며 정신을 차렸다.

“으으.... 진짜 죽을 맛이네.”

“샤하나즈, 지금 몸 상태는 좀 어때?”

땅에 내려와 레티시아의 도움으로 간신히 몸을 일으킨 샤하나즈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 보다 스펜서하고 발레리안은.....? 다 무사한 것 맞지?”

이에 레티시아는 샤하나즈가 직접 스펜서와 발레리안을 확인할 수 있도록 살짝 옆으로 물러났다.

스펜서와 발레리안의 신체에 이식된 로크의 검은 부품과 에이다의 흰 부품을 본 샤하나즈는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는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는 와중 레티시아는 샤하나즈의 가슴을 살피며 티페레트의 톱니바퀴가 얼마나 가슴과 동화 되었는지 살피다 한쪽에서 동전을 세고 있는 안톤을 불렀다.

“갑자기 또 왜.”

“잠깐 이거 좀 봐 줄 수 없을까? 의사의 전문적인 의견이 필요하거든”

의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동전을 세는 것을 잠시 멈춘 안톤은 성의나 직업 의식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걸음으로 다가왔고, 레티시아는 샤하나즈의 옷을 잡아당겨 티페레트의 톱니바퀴를 노출 시켰다.

“누, 누나? 지금 뭐하는 거야?”

당황한 샤하나즈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한 레티시아는 그의 몸과 거의 하나가 된 톱니바퀴를 가리키며 안톤을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이걸 제거할 수 있을 것 같아?”

처음에는 귀찮음이 얼굴에 가득했지만, 이질적인 광경에 조금 흥미가 생긴 것인지 안톤은 쪼그려 앉아 샤하나즈의 톱니를 유심히 관찰했다.

“글쎄, 한 번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제거한다니 무슨 소리야? 누나도 내가 티페레트가 없으면 싸울 수 없는 것 알고 있잖아? 나도 제거는 하고 싶지만 이렇게 무작정 결정해 버리면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를 제거하겠다니! 나도 이 엔진이 필요해! 이런 엔진은 다시는 못 찾을 거라고!》

티페레트의 목소리는 샤하나즈의 머릿속에만 울린다고 하더라도 샤하나즈의 목소리 역시 무시당했다.

안톤 또한 그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가슴에 동화된 톱니바퀴를 살피며 청진기를 대거나 살짝 긁어보는 등 이런저런 실험을 하곤 고개를 저었다.

“내 경험상 외과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해. 아마 심장에 있는 혈관하고 같이 붙어있어서 제거하는 순간 살아있을 수 있는 건 한..... 10.....9....?”

“일?”

조금의 희망이라도 품어보려는 레티시아의 예측에 안톤은 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초. 그것도 길게 잡은 거야. 생명에 지장이 없다면 그냥 평생 가지고 사는 게 맞을걸?”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는 거야?”

“있다고 해도 나는 안 할 거야. 더럽게 위험하고 이제 여기 남아있을 이유도 없거든.”

그대로 자리를 떠난 안톤은 세던 돈을 다시 자루에 집어넣고 자신의 몇 가지 짐을 챙긴 배낭을 짊어졌다.

레티시아가 자신의 팔을 붙잡자 안톤은 그대로 털어내려 했지만, 발레리안을 위협한 것에 대해 복수도 겸한 것인지 이제 거칠 것이 없는 레티시아가 그의 팔을 완전히 비틀자 안톤은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아니, 나보고 뭘 어쩌라고! 나는 손 쓸 수 없다고 분명 말했잖아!”

“모르면 알아내기라도 해야지.”

“불가능하다고! 로샨에 간다고 해도 저건 제거할 수 없어! 그리고 지금 저걸 제거하면 저 수호자까지 죽어버릴 거라고!”

그 말에 샤하나즈가 다가와 레티시아의 손목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만하고 무슨 일인지 말 해줘. 왜 나한테서 티페레트를 제거해야 하는 거야?”

“검은 수호자들이 티페레트를 노리고 있어. 그리고 우리의 힘으로는 그 녀석들을 막을 수 없거든.”

아직도 이 상황을 해결한 계획을 생각하는 것인지 이마에 손을 올리고 관자놀이를 누르는 리암은 반쯤 뜬 눈으로 샤하나즈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뒤따라오는 사일러스는 아이샤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모두가 모인 곳에 도착했을 때는 눈치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서로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을 떠넘기다 사일러스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이샤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방법이 있다고는 했어. 대신 위험하고 확신도 없다고 했고.”

《뭐가 되었던지 나는 반대야. 나는 절대 위험 따위는 감수하지 않을 거야.》

“단순히 티페레트만 샤하나즈하고 분리하는 게 아니라, 티페레트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야. 상당히 어렵긴 하지만 가능성은 있어. 그 대신 필요한 게 있어.”

샤하나즈의 머릿속에 울린 티페레트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인지, 아이샤는 자신이 로샨에서 가져왔던 종이를 꺼내며 대답했다.

그녀가 종이를 펼치기 전, 리암은 샤하나즈의 눈과 귀를 막았다.

“계속 설명해 봐. 일단은 지금은 이런 것부터 해봐야 하니까.”

“리암? 지금 뭐하는 거야? 너 지금까지 이런 장난을 친 적도 없잖아!”

“필요한 거니까 좀 참아. 안 그러면 입까지 막아버릴 거야.”

귀를 막은 손을 살짝 뗀 리암이 속삭이자 샤하나즈는 몸부림치는 것을 멈췄고, 모든 것을 지켜보던 아이샤는 잠시 황당한 얼굴을 지었지만, 이내 종이를 펼치고 말을 이어갔다.

“필요한 건 훼손되지 않은 아카이브로 가는 것. 다행히도 내가 입수한 탁본에 아카이브 중 하나의 위치가 나와 있어. 그러면 안톤하고 내가 수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질 거야.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수호자 중 하나에 탑승한 안톤은 닫는 중인 해치를 다시 열어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샤를 내려다보았다.

“잠깐, 그 계획에 내가 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거야?”

“그야, 네가 있어야지 샤하나즈의 몸에서 톱니바퀴를 뽑을 수 있으니까. 너 어차피 갈 곳도 없잖아?”

“그건 예전 이야기고. 나는 이제 빚을 갚을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았으니까 다시 로샨으로 돌아갈 거야. 여기서 찔끔찔끔 들여오는 물건으로 생활하는 건 질렸거든. 아카이브고 뭐고 너희 알아서 잘해봐.”

자신이 할 말을 마친 안톤이 다시 해치를 닫으려하자 샤하나즈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그를 올려다보았고, 안톤은 욕을 하며 다시 닫던 해치를 열었다.

“이번에는 뭐가 문제인데 이 씨발 것들아? 내가 너희한테 빚진 것도 없는데, 뭐?”

모두가 눈치를 보는 사이 사일러스가 먼저 물었다.

“너, 혹시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거야?”

“그냥 적당한 동굴 아니야? 그냥 돌아다니다 보니 운 좋게 찾은 곳이야.”

그 대답에 이번에는 레티시아가 물었다.

“그러면 우리가 왜 로샨에서 쫓겨났는지는 알고 있어?”

“내가 알게뭐야? 그런데 왜 니미럴 것들 마냥 나를 귀찮게 하는데?”

이에 모두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자 아이샤가 열린 해치의 앞으로 불길과 함께 이동하여 영문도 모르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정리해보자. 너희가 로샨에서 쫓겨난 이유가 아카이브라는 것을 조사한 전대장 때문이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지냈던 곳이 아카이브였다고?”

“그래, 만약 이대로 돌아간다면 빚쟁이들 이전에 0번 전대가 널 죽이려 들 거야.”

그런 설명을 레티시아가 덧붙인 덕분인지, 안톤은 돈 자루를 집어 던지며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아아아! 그럼 내가 지금까지 했던 건 뭔 개짓거리가 되는데! 이 웃기지도 않는 동굴에서 어떻게든 돈을 벌려고 지랄 한 게 전부 헛짓거리가 되는 거잖아!”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네가 처음부터 그런 말도 안 되는 돈을 요구하지만 않았어도......”

위폐라는 말이 사일러스의 입에서 튀어나올 것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에라실은 황급히 사일러스의 입을 틀어막았다.

갑자기 말이 끊긴 탓에 안톤이 잠시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긴 했지만 이내 다시 얼굴을 가리며 의자에 몸을 던지듯 앉았다.

“그래서 이제 여기에 평생 남거나 너희를 돕거나 선택해라 이거냐?”

“우리가 선택하라고 하는 건 아니야. 문자 그대로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지.”

“씨발......”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내쉬듯 욕설을 내뱉은 안톤은 다시 고개를 들어 샤하나즈를 훑어보다 아이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여기가 아카이브라면 왜 여기는 안 되고 다른 아카이브를 찾아야 한다는 거야? 그냥 여기서 일을 보면 안 되는 거야?”

“여기는 이미 내용물이 다 털렸어. 아카이브에 보관된 물건이 없어진 건 물론이고 아카이브 자체도 많이 손상되었거든.”

그 말에 안톤은 고개를 돌리며 아카이브의 내부를 쭉 훑어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저 문짝을 빼면 멀쩡한데?”

안톤의 목소리에는 조금 짜증이 섞여있긴 했지만, 그 의견만큼은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동의했다.

그의 말대로 문의 거대한 크기에 비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작은 파손 부분을 제외하면 아카이브의 내부는 파손의 흔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내부를 지지하는 원형 돔은 석재 벽돌을 쌓아 만들어 놓은 것 같았지만, 벽면을 이루는 석재와 석재 사이에는 칼날이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도 없었고 바닥은 이보다 더해 아예 이음새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이샤는 보라는 듯 그런 벽을 두드렸다.

“아카이브는 단순히 물건만 저장하는 곳이 아니야. 그런데 그런 아카이브에 어떠한 기록도 남아있지않아. 분명 누군가가 내부를 임의로 훼손한 것 같아.”

“그러니까 그게 무슨 상관인 거야?”

“이 아카이브는 수호자를 움직이는 것이 전부잖아. 그렇지만 로샨에 있는 아카이브는 로샨을 기동시킬 수 있다고. 아카이브에서 나오는 힘 자체가 차이가 많이 나. 그 영향을 받는 건 우리 올드 원도 마찬가지니, 만약 멀쩡한 아카이브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내가 뭔가 해볼 수 있을 거야.”

“그와 함께 우리는 새로운 태양이 있는 아카이브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거고,”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듯, 사일러스가 끄덕거리고 있으니 스펜서에 탑승하려던 에라실이 잠시 발길을 멈췄다.

“다 좋은데 우리 뭔가 잊어버리지 않았어?”

“뭘?”

“샤하나즈와 티페레트를 분리하기 위해서 아이샤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잖아. 하나가 새로운 아카이브로 가는 거라면 나머지 하나는 뭐야?”

“그건......”

자신 있게 말을 꺼내려던 아이샤는 레티시아의 눈치를 보더니 말을 삼켰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본 안톤은 아이샤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는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수호자에 탑승했다.

“그러면 너희는 다음 아카이브로 출발해. 나는 수술에 필요한 걸 챙겨올 테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도 않았잖아?”

“아니, 이야기는 끝났어. 그런 물품을 구하는 건 내 특기니까. 이번만큼은 공짜로 해줄게.”

안톤이 수호자의 해치를 닫자 수호자는 어색한 움직임으로 걷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이 걸을 때 자신의 발이 움직이는 것과 몸의 중심을 옮기는 것에 모든 신경을 쏟아부어 팔의 움직임이나 보폭 같은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해 제멋대로인 걸음을 걷는 것 같았다

그런 안톤의 애처로운 걸음걸이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는지 레티시아는 발레리안에 탑승해 안톤을 옆구리에 들쳐 맸다.

《먼저 올라가서 기다리고 이쓸게여. 다들 천처니 따라 오세여.》

“그러면 레티시아 누나가 뭔지 모를 것을 구해오는 안톤 호위에 붙은 것 같으니까, 나하고 리암, 에라실 이렇게 3명은 샤하나즈하고 같이 움직이면 되는 거지?”

레티시아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한 나머지 인원이 수호자에 탑승하고 있으니 사일러스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모든 것을 정리했다.

그러나 아이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는 나눠지는 게 아니라 같이 움직여야 해. 특히 안톤하고 샤하나즈는 함께 있어야 하니까.”

“그건 어째서?”

아서에 탑승하려다 머릿속에 가득 찬 의문으로 멈춰선 사일러스에게 대답한 것은 아이샤가 아니었다.

《질척거리는 사이렌소리!》

여전히 어떤 상황에도 어울리지 않는 헛소리를 하는 스펜서는 원숭이가 뛰쳐나가듯, 출구를 향해 황급히 향했다.

리암과 사일러스 그리고 아이샤까지 스펜서라면 그럴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단 한 명만큼은 그 의미 없는 헛소리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

《뭐, 뭐야...? 어째서? 어째서 저 녀석이 여기에 있는 건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빨리 내려와. 나도 수호자가 필요해.”

《온다! 온다고!》

“뭐가 오는데?”

그리고 티페레트의 대답은 절단된 수호자의 하반신이 수직통로를 통해 아카이브로 떨어지며 낸 굉음이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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