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진과 기사-18화 (18/50)

〈 18화 〉 호드 ­ 1

* * *

샤하나즈가 아카이브의 지하에 있었지만, 티페레트는 이러한 것에 상관없다는 듯 하늘에서 샤하나즈가 있는 위치에 강하했다.

갑작스럽게 티페레트에 탑승한 샤하나즈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파악하기도 전에 테페레트는 커티스와 아서를 따라 멋대로 아카이브의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들이 아카이브의 밖으로 나와 마주한 것은 모든 것을 삼키는 밤의 어둠마저 태워버릴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른 호드였다.

아카이브로 떨어져 내린 것은 안톤이 탑승했던 수호자의 반신이었는지, 발레리안의 옆구리에는 여전히 수호자의 절반이 끼워져 있었다.

샤하나즈가 전대원들이 무사한지 파악하는 동안 스펜서와 아서가 자신에게 총을 겨눈 것을 훑어본 호드는 작게 웃으며 티레페트에게 인사했다.

《기다리고 있었어, 티페레트. 혹시나 네가 없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고.》

《호드. 너는 잠들어 있던 거 아니었어? 넌 어떻게 깨어난 거야?》

《케테르가 우리를 깨웠어. 수호자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말이야.》

“해야 할 일이라니. 너희한테 그런 것도 있었어?”

샤하나즈가 티페레트에게 물으니 호드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왜 아직도 엔진을 살려두는 거야? 너도 케테르가 깨웠던 게 아니었어? 단순히 다른 수호자와 친해진 건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인간에게 이용당하는 중인가 보네?》

호드가 살짝 손가락에 힘을 주며 티페레트에게 달려들자 그 앞을 방패를 든 발레리안이 막아섰다.

만약 발레리안이 막지 않았다면 그대로 흉갑을 파고들었을 호드의 손가락은 발레리안의 방패를 파고들었다.

발레리안은 이것으로 호드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생각했지만, 수호자에게 가장 두꺼운 장갑인 흉부 장갑보다 더 튼튼하고 두껍게 만든 방패에 박힌 호드의 손가락이 점차 조여들자 이러한 합금을 아무렇지도 않게 뜯어냈다.

《지금 당장 저 엔진을 뜯어내야 하니까 비켜. 엔진이 꽤나 좋아 보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필요 없어,》

《내가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던가? 샤하나즈를 넘기는 일은 없어.》

《그러면 힘으로 가져가야겠네.》

커티스의 대답에 한층 더 달아오른 호드가 주먹을 쥐자 그가 뜯어낸 방패의 일부가 녹아내려 손가락의 틈새로 솟구친 쇳물이 주변으로 흩뿌려졌다.

허나 호드가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그를 향해 달려든 것은 똑같이 몸을 달군 스펜서였다.

다른 수호자보다 월등히 긴 팔을 뒤로 뻗자 팔뚝의 장갑이 조금씩 전개되며 내부의 피스톤과 연결된 흡기구가 열렸고, 한껏 공기를 빨아들인 뒤 장갑이 닫히자 스펜서는 양팔을 힘껏 뻗어 호드를 밀쳐냈다.

그와 함께 스펜서의 관절에 위치한 피스톤도 흡입했던 모든 공기를 방출하여 길이를 늘이며 동시에 손바닥에 장착된 천공기 또한 관통자를 발사했다

스펜서 자체의 속도와 폭발하듯 늘어나는 관절부 피스톤의 가속, 거기에 천공기의 관통자의 속도까지 합쳐지자 호드에게 전해지는 충격량은 단순한 충돌로 치부할 수 없었다.

어떻게 반응해서 급소로 향하는 공격을 피하기는 했어도 어깨와 복부 장갑에 선명하게 남은 일그러진 흔적은 그 충격의 강렬함을 대변했다.

《그래서 진짜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상큼한 내장을 핥아라!》

호드를 밀쳐낸 스펜서는 금방이라도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네발로 땅에 웅크렸다.

“스펜서가 호드를 잡아두는 동안 다들 출발해! 위치는 내가 각자의 수호자에게 말 해뒀으니까!”

으르렁거리는 스펜서와 호드가 신경전을 하는 동안 모두의 머릿속에 아이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8번 전대의 모두가 에라실과 스펜서의 실력을 알고는 있었지만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출발한 건 리암과 커티스였다.

그 뒤를 사일러스와 아서가 따랐고, 가장 마지막까지 자리를 뜨지 못한 레티시아와 발레리안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티페레트와 샤하나즈를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이들을 호드가 바로 뒤쫓으려하니 스펜서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월등히 긴 팔 길이를 이용해 호드의 손목을 붙잡았다.

에라실의 출력으로도 멀쩡한 관절을 뜯어내는 것은 무리였지만, 손톱으로 손목을 단단히 잡은 상태에서 천공기가 작동하니 그대로 손목의 한 가운데 구멍이 뚫리며 호드의 손목이 날아갔다.

한참 달궈진 손목을 붙잡은 탓이었는지 반쯤 녹아내린 장갑이 구동부에 끼어들어가 스펜서의 손 또한 움직임이 점차 굳어갔다.

그러나 스펜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웅크리며 호드에게 또 다시 달려들었다.

방금같이 기습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달려오는 것이니 호드 또한 바로 되받아칠 준비를 했지만 몸이 붉게 달아오른 스펜서는 한 순간에 자세를 낮췄다.

그렇지 않아도 신체가 변형되며 중심이 낮아진 스펜서가 한층 더 자세를 낮추니 그는 거의 지면과 같은 높이에서 달려들었고, 호드는 스펜서가 바로 앞까지 접근하자 바로 이를 찍어 누르려 했다.

그러나 스펜서는 곧바로 오른손을 자신의 왼쪽 지면에 박아 넣었고, 팔과 손목의 힘만으로 자신의 방향을 강제로 틀었다.

긴 팔로 인해 스펜서는 한순간에 호드의 사각으로 파고들었고, 옆구리에서 가슴까지 파고들려는 그의 손을 간신히 피한 호드의 장갑이 또 다시 뜯겨 나갔다.

그의 장갑을 뜯어내며 호드의 반대쪽으로 이동한 스펜서는 그에게 자신이 언제 어디서 공격할지 맞춰 보라는 듯, 그의 주변을 빙빙 돌며 스칠 듯 말 듯 한 거리를 유지했다.

허나 그 움직임에도 익숙해진 것인지 몇 번 스펜서가 스쳐 지나간 뒤, 후방에서 그가 달려들자 호드는 몸을 돌리며 팔로 자신의 옆을 지나는 스펜서를 후려쳤고, 스펜서는 몇 미터나 뒤로 튕겨 나갔다.

상식을 벗어난 것은 단순한 물리적 충격만이 아니었는지 호드의 팔이 부딪힌 부분의 장갑이 녹아 쇳물이 뚝뚝 흘러 내렸다.

이제는 희미한 보랏빛을 띨 정도로 팔이 달아오른 호드는 다시 일어나려는 스펜서에게 곧바로 돌진했다.

호드가 그럴 것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스펜서는 몸을 비틀며 보이지도 않는 호드의 공격을 피해가며 기괴하다는 표현 말고는 묘사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몸을 비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굽은 등과 다리에 추가로 만들어진 관절을 이용해 몸을 용수철처럼 수축한 뒤로 튕겨낸 스펜서는 호드가 공중까지 자신을 쫓아오니 녹아내려 움직이지 않는 팔뚝의 장갑을 직접 잡아 당겼다.

강제로 작동시킨 탓에 깨진 장갑의 파편이 흩날리긴 했지만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팔뚝 내부에서 손바닥과 연결된 천공기가 사슬포로 바뀌었다.

지면을 향해 사슬포를 발사해 지면에 사슬을 고정시킨 스펜서는 사슬을 되감아 지면으로 몸을 잡아당기는 동시에 호드 보다 월등히 긴 팔을 이용해 가슴에 손가락을 박아 넣었다.

호드가 팔을 붙잡아 팔이 녹아내리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스펜서는 그대로 호드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 충격으로 인해 호드에게 붙잡혔던 팔이 뭉개지긴 했지만, 바닥에 그를 내리꽂자 곧바로 대구경 탄환이 바닥에 고정된 호드의 오른팔을 날려버렸다.

《네 회로에 내 고통을 새겨주마!》

호드에게 잡혀 녹아내린 팔을 분리해낸 스펜서는 아직 멀쩡한 호드의 왼팔을 노려, 분리한 자신의 팔을 호드의 왼쪽 어깨 관절에 찔러 넣어 팔을 억지로 뜯어냈다.

양쪽 팔이 뜯어졌으면서도 전투 의지를 상실한 것은 아니었는지 호드는 그런 스펜서를 발로 차내 거리를 다시 벌렸다.

《스펜서가 말주변이 별로니까 내가 대신 전할게. 아직도 싸울 생각이면 다음 탄환은 네 가슴에 박힐 거야.》

늘어지는 하품과 함께 커티스가 최후통첩을 전하자 자리에서 일어난 호드의 몸은 천천히 식어 내렸다.

그러나 스펜서는 오히려 공포가 섞인 비명과 함께 호드와 거리를 벌렸고, 그의 등에서 증기와 함께 장갑이 전개되기 시작하니 다급한 티페레트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모두 도망가! 도망가라고! 지금 당장!》

등의 장갑이 전개된 호드가 무릎을 꿇고 있으니 에라실은 눈을 가늘게 뜨고 호드의 모습을 살폈다.

다른 수호자라면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을 입었고, 지금 당장이라도 커티스가 지원 사격을 한다면 완전히 작동을 정지시킬 수도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음에도 스펜서는 자체적으로 거리를 벌렸다.

“대체 뭘 느낀 거야?”

《찢긴 장갑이 끈적거려! 뼈대가 으깨져! 잠들어!》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헛소리였지만,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인지 에라실은 눈을 가늘게 뜨고 호드를 살펴보았다.

“하긴 나도 비슷한 걸 느끼기는 했어. 눈으로 보이는 거하고 아예 다르니까 조금 의심이 가긴 했지만. 지금 당장 지원 요청을 부탁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에라실이 분리했던 자신의 팔을 어깨에 다시 끼워 넣고 손을 다시 움직이는 동안 장갑이 전개된 호드의 등에서 다시 한 번 증기가 솟구쳤다.

《기체에 심각한 손상 감지. 비상 프로토콜에 따라 엔진의 승인 없이 기체 기능 잠금을 해제합니다.》

조금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함께 호드의 등에서 수호자 안에 저장되어 있을 수 없는 크기의 거대한 원기둥이 솟아나왔다.

《세피로트의 나무를 전개, 현재 위험 등급에 따른 무장을 출력합니다.》

그 문장에 에라실의 본능이 스펜서와 같은 결론을 내리자마자 스펜서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아직 움직임이 없는 호드에게 달려들었다.

기체에 무리가 가더라도 지금의 일격으로 승부를 보지 못한다면 아예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라도 한 것인지, 스펜서는 흡기구의 장갑이 전개되는 것도 모자라서 한계 이상으로 흡입한 기체로 인해 피스톤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 호드의 등에 솟아났던 원기둥의 표면이 열리며 거의 스펜서와 비슷한 크기의 팔이 뻗어져 나왔다.

허나 이미 뒤에 있을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던 스펜서는 그런 모습에도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호드의 안으로 파고들었고, 그대로 흉부 장갑을 노려 있는 힘껏 팔을 내질렀다.

《무장 출력 완료. 교전을 개시합니다.》

레일을 타고 내려온 거대한 팔이 호드의 어깨에 부착되자 그는 곧바로 가슴을 향해 날아온 스펜서의 손을 붙잡았다.

최대한으로 출력을 냈음에도 스펜서의 천공기는 호드의 손바닥마저도 뚫지 못했고, 붙잡혔던 손은 호드가 주먹을 쥐자 종이 세공품마냥 간단히 구겨져버렸다.

이 모습에 커티스가 곧바로 지원 사격을 가했지만, 호드의 몸에서 솟아났던 원기둥은 철갑탄마저도 튕겨 나갔다.

팔이 잘려나갈 것 같은 고통은 에라실에게도 전해졌지만, 그는 비명대신 스펜서에게 소리를 질렀다,

“팔을 분리해! 이건 지원의 문제가 아니야! 다들 도망치라고 해! 우리가 시간을 끈다!”

《철사가 똬리를 틀어 나사를 뭉갠다!》

붙잡힌 팔을 잡아당기던 스펜서는 팔을 분리하며, 자신이 팔을 잡아당기던 힘까지 사용해 기체를 뒤로 가속시켰다.

거대한 팔이 붙은 만큼 기동성은 낮아질 테니 그나마 유리한 속도를 이용해 호드를 교란시킬 계획이었지만, 거대한 팔에 부착된 터빈이 가동하자 팔 자체가 스펜서와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신히 붙잡히는 것을 피한 스펜서는 곧바로 호드의 팔을 잡고 그 위에 올라탔지만, 호드가 살짝 팔을 비틀자 철컥이는 소리와 함께 팔뚝이 열렸다.

갈라진 틈에서는 일반적인 수호자의 팔과 같은 크기의 보조 팔들이 모습을 드러내 스펜서의 발을 묶었고, 원기둥이 다시 몸 안으로 들어간 호드는 그대로 팔을 휘둘러 지면에 스펜서를 내리찍었다.

《무력을 원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주지. 인간들이 만든 가짜 수호자와는 차원이 다른 무력을 말이야.》

새로운 팔을 시험하는 듯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인 호드는 충격으로 인해 바닥에서 작동을 정지한 스펜서를 노리고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멀리서 들리는 굉음과 함께 호드의 팔은 스펜서가 아닌 지면을 내리쳤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의 팔 아래서 스펜서를 빼낸 아서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거대한 팔이 장착되어 있어도 팔 자체가 움직이니 호드는 즉각적으로 방향을 돌려 이들을 쫓았지만. 아서와 호드 사이에 끼어든 발레리안이 전신으로 그의 팔을 막아냈다.

팔이 붙잡히자 팔뚝이 열리며 보조 팔들이 뻗어 나왔지만 커티스의 저격과 함께 하나 둘 뜯겨 나갔고, 이 틈을 노려 팔을 밀쳐낸 발레리안은 그대로 전신을 이용해 호드에게 들이박아 그를 뒤로 밀어냈다.

《그러타면 우리 8번 전대 저너니 마글게요. 당시니 누구던지 우리 중 아무한테도 손대지 모탈거에요.》

그러자 호드의 등에선 또 다시 원기둥이 솟아났다.

《위험 등급 재조정. 조정된 등급에 맞춰 추가적인 무장을 출력합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또 다시 울려 퍼지니 이를 갈며 고통을 참아내던 에라실은 콕핏트 내부에 보관된 전투자극제를 들이키며 소리를 질렀다.

“젠장! 스펜서! 지금 말고는 막을 기회가 없어! 어찌되던지 움직여!”

《흐르는 고통을 뿜어낸다!》

전투자극제로 어느 정도 무뎌졌지만, 여전히 신경을 모조리 태워버릴 것만 같은 고통을 참아내는 에라실은 스펠너슬 움직여 하나만 남은 팔로 호드에게 달려들었다.

그에 맞춰 발레리안도 다른 방향에서 호드에게 접근했고, 호드가 거대한 팔을 들어 스펜서를 막아내려 하니 방어가 없는 부분을 파고들었다.

발레리안이 가볍게 주먹을 쥐자 쐐기형태의 날카로운 장갑이 손가락 관절을 덮었고, 흉기와 다름없는 주먹은 그대로 호드의 흉곽에 꽂혔다.

장갑을 뚫을 수 없어 치명타는 아니었지만 발레리안의 공격에 호드는 팔의 제어를 잃고 잠시 비틀거렸다.

그 사이 호드의 팔이 없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 스펜서는 초근접으로 달라붙어 머리를 붙잡았다.

지금껏 천공기로 장갑을 꿰뚫지 못했으니, 치명타는 아니라도 확실한 피해를 노린 스펜서는 살짝 손을 돌려 두부 장갑이 아닌 광학 센서를 노렸다.

사람으로 치면 눈에 해당하는 광학 센서가 천공기에 관통 당하자 호드는 마구잡이로 팔을 휘두르며 두 수호자와 거리를 벌렸다.

《끄윽.....!》

그러나 두 수호자와 거리를 벌린다고 하더라도 커티스의 지원사격으로 인해 호드는 다시 장갑을 파고드는 철갑탄을 막기 위해 팔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팔을 멈추니 또 다시 발레리안이 달려들었고, 거대한 팔로는 영향을 주기 힘든 몸 안쪽에 바짝 붙어 흉부 장갑을 쉴 새 없이 타격했다.

철갑탄으로도 완전히 뚫리지 않았던 호드의 장갑은 발레리안의 주먹질에 일그러지고 부서지며 착실하게 깎여나갔다.

《곧 도착할거야! 준비하고 있어!》

아서의 목소리가 울리는 것과 함께 총열을 접은 커티스가 합류해 철갑탄을 난사하며 호드의 팔꿈치 관절을 점점 약화시켰다.

그 사이, 발레리안이 호드의 시선을 끌고 있으니 스펜서는 분리했던 자신의 팔을 주워 커티스에게 던졌다.

《피와 살을 무기로!》

《타이밍 잘 맞춰! 내 계산상으로 오차가 허용되는 건 2초 이내야!》

스펜서의 팔을 마치 장총처럼 든 커티스는 강제로 그의 팔을 조작해 사슬포를 장착시켰다

이에 맞춰 스펜서 또한 팔뚝 안의 무기를 사슬포로 교체했다.

《5....4.....3.....2.....!》

아서가 초읽기를 시작하자 발레리안은 마무리를 하듯 복부에서부터 가슴까지 충격이 전해지도록 주먹을 올려쳤고, 손가락 관절을 덮은 쐐기와 같은 장갑에 걸린 호드의 장갑들이 부서지며 허공에 흩뿌려졌다.

그와 함께 사슬포를 조준하던 스펜서와 커티스는 뒤로 주춤거리는 호드의 팔을 사슬을 이용해 묶었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1!》

수호자 두 대의 출력으로도 팔을 완전히 붙잡을 수는 없었는지 커티스와 스펜서 모두 점차 끌려갔지만, 그 순간 최대 속력으로 가속한 아서가 도착해 두 수호자가 잡아당겨 강제로 뻗게 만든 팔에 충돌했다.

만약 그런 팔에 그냥 충돌했다면 산산조각 나는 것은 아서 쪽이겠지만, 커티스의 사격으로 인해 이미 손상을 입은 팔꿈치 관절이 꺾이며 호드의 팔은 완전히 두 동강났다.

호드의 팔이 박살난 것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린 것인지 출력을 낮춘 아서는 전신에서 증기를 뿜어내며 달궈진 부품을 식혔고. 발레리안은 스펜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에게 다가갔다.

허나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은 커티스는 확실히 마무리를 짓기 위해 발레리안으로 인해 깎여나간 호드의 흉부 장갑을 완전히 꿰뚫기 위해 다가갔다.

그러나 그 순간 호드의 등에 솟아난 원기둥이 열리며 연막을 뿜었다.

최후의 발악이라 생각한 커티스는 호드가 있던 방향을 겨누고 바로 방아쇠를 당겼지만, 철갑탄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모두의 귀에 또 다시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장 출력 완료. 교전을 재개합니다.》

그리고 만신창이가 된 모두의 앞에 연막을 흩어내며 나타난 것은 한 쌍의 팔로 전신을 가리는 방패를 들고, 다른 두 쌍의 팔을 움직이며 몸을 푸는 호드였다.

《그러면 너희가 티페레트를 내놓을 때까지 다시 시작해 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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