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006 까마귀 둥지, 뱀의 동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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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인간의 몸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범주의 상식보다도 연약하다.
몸통을 칼로 한 번 찔리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죽으며, 척추나 목뼈가 부러진다면 말할 필요도 없다.
이외에 피를 두 컵 쏟아내면 죽는다거나 관자놀이를 찔리면 즉사하는 등, 고작 나무토막 하나보다도 간단히 부숴지는 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인데—
사람을 죽이는 방법만 안다면, 여자아이라고 할지라도 고작 방심한 불량배 하나를 죽이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
‘기회는 한 번. 일격필살.’
힘 싸움으로 밀고 간다면 당연히 내가 불리하니, 잡혀서는 안 된다.
나는 순간 다리에 마나를 집중시켜 의자를 박차 도약하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이, 이놈이—!”
작은 몸이라는 것은 나약하고 허약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재빠르고 신속한 면도 있다.
다리를 위로 뻗어 놈의 머리 위로 뻗었고, 나는 놈의 당황한 표정이 채 일그러지기도 전에 놈의 목 뒤로 매달려 턱과 정수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우드득.
“……!!”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목이 꺾여 바닥에 쓰러졌다.
그 흔한 사후 경직도 없다.
목을 부러트렸으니, 놈이 리치가 아닌 다음에야 일어날 방법이 없다.
뭐? 등쳐먹어?
병신새끼.
등쳐먹는다는 말은 나약한 놈들이나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도둑질을 할 거면 정면으로 대가리를 깨고 싹다 털어야지, 무슨 좀스럽게 주머니를 뒤지냐?
이놈이 뒤진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그릇이 작아서 그렇다.
“다음은.”
—저벅, 저벅.
바깥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길면 이십 초.
짧으면 십 초.
설마 대장이 고작 계집년한테 일대일로 뒤져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을 테니, 여유로운 것은 당연한 수순일 테다.
“멍청한 놈이 지부장이라 진심으로 다행이군.”
나는 가장 먼저 의자를 문에 가져다 대어 막고, 빠르게 대장 녀석의 몸을 수색했다.
외투 안쪽에는 작은 단검이 하나 달려 있었고, 바지 주머니에는 동전이나 반지 따위의 잡동사니가 몇 개 있었다.
…그리고, 허. 이게 뭐야.
“변방 지부장 주제에 돈은 꽤 있잖아. 좋아. 이건 과외비용이다.”
오만의 결과를 가르쳐준 대가로 죽음이면 좀 싼 편이지 싶다.
역시 이 정도 돈은 있어야지!
'나쁘지 않아.'
나는 검은색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금화 더미에 절로 웃음을 지었다.
대충 보기에 금화 열 개, 아니… 열 두개 정도인가?
살아서 튈 수만 있다면, 당분간의 여행길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한 돈이다.
‘나쁘진 않지만…….’
…하지만, 내가 찾는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
여행길? 웃기는 소리.
‘내가 여길 왜 왔는데.’
좀 상황이 수틀리긴 했지만, 그래도 온 이상 목적은 달성해야만 한다.
지상으로 탈출하는 것보다 그 목적을 달성하는 쪽이 더 이상적인 탈출법일 테고 말이다.
나는 방금 찾은 단검을 빼들어 놈의 옷가지를 찢어발겼다.
코트, 조끼, 바지, 상의까지.
그리고 이윽고, 옷의 가장 안쪽에서 복대를 찾아냈다.
냄새 나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불결하여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찾았다.”
복대의 가장 안쪽에는 작은 금패가 들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큼지막한 동전같이 보이기도 했다. 칼을 타고 오르는 뱀의 문양이 새겨진 동전.
하지만 이건 신분증이다. 뭐, 통행증이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뱀의 동굴의 지부장이나 간부들이 지니는, ‘뱀 굴’의 발동 촉매가 바로 이것이니까.
이게 있어야만 뱀 굴을 발동시킬 수 있고, 반대로 이게 없다면 무슨 수를 써도 뱀 굴을 사용할 수 없다.
제국 황실이 뱀 놈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일단은 방관하는 것이 그런 이유다. 잡으려 해도, 잡을 수가 없다.
어차피 물갈이를 해봤자 다른 녀석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실용적인 면의 다른 이유도 얼마든지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녀석의 코트 밑단과 소매를 잘라 대충 걸치고 쓸만한 물건들을 대충 주머니에 쓸어담았다.
안주머니에는 퍽 사치스러운, 고급 시가의 케이스가 들어 있었으나…….
‘……다음 기회에.’
향은 꽤 내 취향이었지만, 이 몸은 아마 담배 연기를 직접 받지 못할 것이다.
필요 없는 것들을 전부 버릴 때 즈음, 바깥의 잡졸들이 잠겨 있는 문을 두들겨오기 시작했다.
—덜컥! 덜컥!
손잡이와 맞물린 의자가 당장이라도 부숴질 듯 흔들렸고, 너머에서는 당황한 잡것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문이 막혔는데?”
“뭐? 지부장님! 지부장님! 안에 계십니까?!”
자, 이제…
어떻게든 해 봐야지.
나는 심장에서 마나를 끌어올려 온 몸에 흘려보냈다.
우선은 신체의 강화— 그리고 조금의 여분을 더 끌어올려, 손 위에 작은 마법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리 거창한 마법은 아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들은 불씨를 만들거나, 약한 미풍을 부르는 정도의… 마법이라 부르기에도 부끄러운 것들 뿐이니까.
애초에 니미, 칼쟁이가 칼질만 잘하면 됐지— 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뭘.
하지만 지금은 그 작은 마법의 힘이라도 빌려야만 했다.
나는 마법진을 형성한 손으로 방 구석의 모래먼지를 한 움큼 퍼올려 쥐었다.
그리고는, 당장이라도 부숴질 것 같은 문과 의자를 돌아보았다.
—쿵! 쿵!
“비켜 봐, 이 새끼야!”
—콰아앙!!
남은 시간은 앞으로 십초, 아니, 구초… 팔초.
바깥에서 울려오는 소란의 크기로 짐작했을 때, 밖에 있는 인원은…….
‘……대략 열 명.’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다 죽일 수는 없다.
도중에 붙잡힐 위험도 있거니와, 이 나약해 빠진 몸을 강화하는 동시에 검기를 뽑아내는 건 마나의 소모가 너무 크다.
검기를 뽑지 않는다면 열 명을 채 다 죽이기도 전에 날이 무뎌질 것이고.
‘하지만 도망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도망을 치려면.
문이 부숴지는 걸 기다리는 것보다는 먼저 부수고 나가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가령, 이렇게.
—콰아아아앙!!
“크아아악!!”
나는 온 몸으로 부딪혀 문을 밀어내는 동시에, 마법을 펼친 손으로 모래먼지를 흩뿌렸다.
다만 문이 박살나지는 않았다. 경첩이 거칠게 잡아뜯기며, 문이 그대로 밀려나 뒤의 사내를 깔아뭉갤 뿐이었다.
‘망할, 전력으로 친 건데.’
불평해서 뭐하나. 당연한 거라면 당연한 거다.
나는 문 위로 내려앉아 도약했고, 그 아래 짜부러진 놈을 짓밟았다.
동시에, 한 손으로 펼친 바람 마법은 모래먼지를 흩뿌려 시야를 가렸다.
“저, 저 씹새끼 잡아!!”
“잠깐, 지부장님은?!”
모래먼지는 고작 5초도 지나지 않아 가라앉을 것이다.
마법이라 해 봤자 공기의 폭발 같은 것이라, 살상력이라 할 만한 것도 없고.
하지만 그럼에도 5초다.
놈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지부장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를 발견하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내가 이 군중을 돌파하여, 저 뒤쪽으로 달릴 공간을 확보하기까지의 시간.
5초.
너무나 충분한 시간이다.
‘망할, 대체 무슨 상황이지?’
사내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 그의 보직은 문지기였다. 경비도, 정찰도 아니고 문지기!
하루 종일 지붕 아래 쳐 앉아서 감시만 하면 되는 꿀보직 중의 꿀보직이란 말이다.
손님이 많으면 또 모르겠는데, 제정신으로 이 뱀의 동굴을 찾는 인간이 많을 리 없지 않은가.
그렇다보니, 문지기는 그들 사이에서 몇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황홀한 휴식기로 통했다.
심지어 오늘은 재밌는 일도 있었다!
분명히 뱀과 까마귀의 협약은 자신이 이 조직에 몸담기도 전에 폐지되었다고 들었는데, 대뜸 까마귀의 징표를 구멍 너머로 굴려 넣는 사람이 온 것이다.
심지어, 어라!
어린 계집년이 아닌가!
이건 잘하면 붙잡아서 노예로 팔아버리고, 포상금 보너스까지 한탕 두둑히 땡길 수 있는 기회였다.
그야말로 호재에 호재가 겹친 격이다.
탱자탱자 놀고 있었더니, 웬 당돌한 년이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꼴이라니!
사내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린 소녀를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 심한 방에 집어넣고, 지부장에게는 곧장 그 사실을 전했다.
지부장은 웃으며 그 년을 만나러 갔고, 신호하면 다른 놈들과 함께 오라는 말까지 남겼다.
이 일련의 과정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던가?
사내가 생각하기에는 없었다.
굳이 따져가며 찾자면, 하나 정도 있긴 하다.
사흘 전, 남쪽의 빌스턴 마을에서 폭발이 일어나 그 건의 조사로 인해 대부분의 인원이 나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지부장이 아무리 다른 놈들과 오라고 해도 움직일 수 있는 놈은 열 명 정도였다.
경비들까지 데려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그게 뭐가 문제라고!’
고작 어린아이 하나다.
있기야 뭔가 있는 년이겠지만, 끽해야 열댓 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어린 계집년 하나 잡는 데에 열 명이면 충분하지 않던가.
아니, 오히려 과하다!
지부장이 이렇게 놈들을 이끌고 오라 했던 이유는, 그저 그 소녀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싶었기 때문일 테니까.
그 지부장의 일그러진 취향을 생각하면, 그 이외의 이유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지부장! 지부장!!”
“젠장, 죽었다. 숨을 쉬지 않아.”
“목이 꺾인 건가?! 어떻게?”
“망할! 상관없어!! 일단 저년을 잡아!!”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성인 남성 열 명이다.
이 막다른 방, 그것도 지하에서 어떻게 계집 하나를 놓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며, 씨발 일부러 일으키기도 힘든 일이다!
막말로, 당장 사내가 칼을 뽑아 들고 뒤에서 미친 척 동료들에게 난도질한다 하더라도, 한 명이나 두 명을 죽이는 선에서 끝나고 제압당할 것이다.
남을 일곱 명이 소녀를 붙잡을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분명 그러했을진데—
“——잡아!!”
문을 부수고 나온 소녀는 나비처럼 날아올라, 그 문을 짓밟고 사내들의 사이를 도약하여 가로질렀다.
그리고 동시에, 마치 나비가 그 분진을 뿌리듯이 뭔가가 폭발하여 시야를 가렸다.
“어, 어딜……!”
사내가 어떻게든 코와 입을 막으며 손을 뻗었지만, 그것은 의미 없이 옷깃만을 스칠 뿐.
시야가 가려지고 혼란이 가중되는 동안, 소녀는 유유히 땅을 박차고 복도 반대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도저히… 어린아이의 속도가 아냐!’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조금 더 빠른 정도일 뿐이다.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잡을 만 하다.
소녀가 구태여 싸우지 않고 도망간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정신차려, 멍청이들아! 쫓아! 경비 놈들이 있으니 막을 수 있을 거다!!”
그들은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본부장을 내팽개치고 소녀를 뒤쫓았다.
소리친 사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망할,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몸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도저히 이 상황에 두뇌의 처리가 따라오지 못했다.
꿈을 꾸고 있나?
아니면, 뭔가 고도로 계획된 습격인가?
어쩌면, 까마귀가 이 지부를 습격하기 위해 일부러 잠입시킨 자객일지도 모른다.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그 ‘까마귀’들이 아닌가.
그 이상의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당장 저 년을 붙잡아 정보를 캐야 해. 지부장이 죽었으니, 본부에서 감찰을 오면 그 때는…….’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사내는 그리 생각하며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지하 수로에 여럿의 발소리가 교차하여 울려갔다.
복도를 지나고, 교차로를 지나, 몇 개의 골목을 꺾어 소녀를 쫓았다.
평소라면 사람으로 가득찼을 길들이었지만, 지금은 전부 외부로 나간 탓에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
사내는 웃음을 지었다.
저 꼬마년이 달리고 있는 길은 계속 지하로 내려가는 길.
즉, 당연히 막다른 길이었다.
‘그래 몰아넣기만 하면 우리가 잡을 수…….’
……있을 텐데.
잠깐.
'설마?'
‘잠깐, 이 길은……!’
피식 웃던 사내의 얼굴이 순간 새파랗게 얼어붙었다.
막다른 길이다.
막다른 길이지만, 그냥 막다른 길은 아니다.
‘뱀 굴’로 이어지는 길.
뱀의 동굴의 가장 심층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서, 설마 내부의 길까지 알고 있는 건가?'
아니면, 그저 멍청하게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을 뿐인 건가?
무엇이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다만, 정말로 까마귀의 관계자라면 필경 전자의 가능성이 높으리라.
그 '까마귀'다.
국왕의 치부와 제국의 비밀, 나아가 산골에 숨어든 난민의 신상명세까지도 지니고 있다는 까마귀!
그렇다면 분명, 이 기지 내의 모든 것을 꿰뚫는 것은 당연히 일도 아닐 것이다.
'좆됐다.'
그런 생각을 사내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걱정 따윈 무용하다.
당장 저 년을 잡아서, 어떻게 무릎 꿇릴지 고민하는 게 그나마 건설적일 것이다.
빌어먹게도, 저 소녀와의 거리는 전혀 좁혀질 줄을 몰랐지만 말이다.
'앞질러 가서 포위하자!'
'멍청아, 어떻게?! 저 년, 마치 제 집 앞마당처럼 휘젓고 있다고!'
내부의 경비가 적은 것이 화근이었다.
하필 지금의 시기를 노리다니.
이쯤 되면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년은 자객이다. 까마귀 놈들이 계획적으로 보낸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까마귀라면 모든 정보에 능통하니, 이 지부의 내부 구조까지 파악할 수 있겠지만—
다른 누가 감히 이곳에서 저리 과감하게 뛰어다닐 수 있단 말인가!
저 년은 까마귀가 분명하다.
사내는 이미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탓할 대상이 없으니 지금은 그저 그녀를 쫓을 뿐이었다. 달리 어찌 할 수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마지막, 뱀 굴 앞의 계단에 이르러서는.
“커억!”
“이, 이런 미친… 끄아악!”
그들이 도달하기도 전에, 분명 그곳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을 동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창과 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쩔그렁 소리와 함께.
고작 몇 초.
그 소녀가 자신들을 앞서 달리는 순간은 고작 몇 초뿐이었을 텐데도.
이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 년, 그 가증스러운 계집은 분명 저 뱀굴에 대해 알고 있었다.
본래는 지부장의 통행증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지만, 지부장은 아까 죽지 않았는가.
심지어 옷가지가 파해쳐지고 조각난 것을 보면, 분명 그녀는 그것을 찾아냈다.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사력을 다해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지부장이 지부 안에서 살해당하고, 그 범인은 ‘뱀 굴’을 통해 멀쩡히 도망쳤다?
‘진짜로,좆됐다.’
결말은 뻔하다.
당장 모가지다.
그냥 모가지도 아니다!
‘물리적으로 모가지야. 물리적으로!’
그러나 안타깝다 해야 할까.
그들이 뱀 굴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에는—
“……!!”
“잘 있어라, 병신들아.”
소녀는, 이미산뜻한 미소와 함께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사라진 이후였다.
그 자리에는 미약한 산들바람만이 남아, 비참한 공허를 드리우고 있었다.
"조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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