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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소녀검성-25화 (25/47)

〈 25화 〉 #024 후작님, 제 교복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2)

* * *

24.

일주일은 생각보다도 빠르게 지나갔다.

고작 7일.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했기에, 그것에 매진할 뿐인 시간이 반복해서 지나갔다.

뭔가에 매진하면 매진할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는 하나— 나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하늘도 안 보이는 실내에서,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몸을 혹사시키고 있었으니까.

“열 여섯… 커으어어허억…. 열 일곱… 흐으어어어억…….”

팔을 한 번 굽힐 때마다 숨을 멈추고, 다시 펼 때마다 온 힘을 다해 부들대며 숨을 들이쉰다.

팔굽혀펴기가 이렇게 어려운 운동이었다는 건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겨우겨우 스무 개를 마치고, 나는 숨을 헐떡이며 아무도 없는 빈 수련장을 달렸다.

쉴 시간은 없다.

“후으, 후우, 후우…….”

일분 일초라도 아껴서 이 몸을 조금이라도 더 찢어발겨야만 했다.

아주 그냥 가루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몸을 극한으로 몰아붙인다.

그리고— 정말로, 더 이상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을 때 즈음에야 거친 숨을 내쉬며 드러누웠다.

“힘들어 뒤지겠네…….”

일주일. 168시간.

아니, 정확히는 대략 165시간 정도.

내가 계속해서 자지 않은 채로 이 지랄을 떤 시간이었다.

‘그래도 첫날보단 나아진 편인가.’

첫날에는 고작 두 개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마나 없이는 팔굽혀펴기 두 개를 하고 탈진하여 쓰러지는 병신 같은 몸뚱이.

아직 기껏해야 스무 개지만, 고작 일주일만의 성과라는 것을 생각하면 퍽 훌륭한 편이었다.

아니, 훌륭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돈지랄의 결과물이었다.

“후우…….”

나는 온 힘을 가해 구석으로 기어가 궤짝에 담긴 병 하나를 꺼냈다.

그곳에 들어있는 것은 투명하다 못해 스스로 발광까지 하는 것 같은 신성한 액체.

퍽 수상하게 생긴 물건이었지만, 나는 주저없이 그것 하나를 통째로 입에 들이부었다.

그리고 직후, 전신에 활력이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 찢어발겨졌던 근육들이 순식간에 치유되고, 온 몸에 쌓였던 피로감도 한 순간에 사라지는 감각.

아주 상쾌하고, 시원한— 다시 말해 돈지랄의 감각이다.

나는 곧 빈 병을 궤짝의 옆에 대충 쌓아 놓았다.

처음에는 대충 구르다가, 이제는 좀 예쁘게 쌓인 병의 숫자가 대략 80개 남짓을 넘어가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숫자다.

‘햐, 이게 돈지랄이지. 다른 게 돈지랄이야?’

이 성수 하나를 사려면, 이제 갓 기사가 된 평기사가 봉급을 몇 달 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살까 말까 할 것이다.

애초에 물량도 한정되어 있는지라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말이다.

그야말로 전쟁터에서 뒤지기 전에 딱 한 번 보험으로 쓸까 말까 한 그런 물건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물 마시듯 마셔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쉬지 않고 이리 혹사시키는 만큼 근력이 나름 성장하고 있는 것도 느껴졌다.

대략 일주일 전.

솔디어와 내가 나눈 대화는 이러했다.

“솔디어. 성수 준비할 수 있냐? 되도록 많이.”

“준비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거 싫어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부작용이 좀 빡센 게…….”

“이젠 별로 상관없는 몸이잖냐.”

“……아!”

성수.

아주 좋은 물건이다.

카를로스 그 씹새끼가 교황이 된 이후론 좀 비싸졌긴 했는데, 그래도 그 효능 하나만큼은 아주 끝내주는 물건이 아닐 수가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피로도, 고통도 없애주고, 몸을 단번에 치유시켜주는 만능의 물이라니.

절단된 상처는 고칠 수 없다곤 하지만, 순수한 육체의 단련에 있어서 이것보다도 훌륭한 약물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었다.

운동, 성수 마시기, 운동, 성수 마시기, 운동, 성수 마시기…….

기적의 무분할 단련의 연속!

역시 성수라 그런지 신의 기적이 따로 없다.

그러나, 그것 아는가?

모두가 그 효용을 알지만, 이 방법을 이용해서 강해지려 하는 기사는 많지 않다.

내가 그 사실을 솔디어에게 말해 주었을 때, 녀석은 내게 이유를 물었다.

‘비싸서 그런 건가요?’

나는 대답했다.

아니, 기사의 대부분은 귀족이 차지한다.

기사 봉급 기준으로 비싼 것이지, 귀족 놈들이 돈지랄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비싸지도 않다.

‘그럼 힘들어서 그런 건가요?’

그것도 아니다.

힘든 것에 낙오되는 성격이었으면 애초에 기사가 되지도 못한다.

인간은 몰아치면 어떻게든 되기에, 다들 그 정도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무엇 때문인가요 스승님?’

솔디어는 마지막으로 내게 물었고, 나는 그 때 그 질문을 회피했다.

그리고 한… 오 년쯤 지났을 때, 녀석이 여자를 알게 되었을 즈음에야 대답해 주었다.

‘부작용이 있다. 많이 먹을수록 생길 확률이 높아지지.’

‘대체 어떤 부작용이길래……?’

나는 대답을 주저했다.

알려주면 위험한 내용이라서가 아니라, 차마 한 명의 사내로서 그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절대로 내가 슬슬 위험한 나이대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결국, 그 비밀을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발기부전.’

‘아…….’

솔디어는 눈물을 훔쳤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부작용을 기사 모두가 알진데 어떻게 차마 성수를 마시면서 단련할 수 있겠는가.

할 수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면 분명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나도, 솔디어도 차마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기사들이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 돌아와서는, 뭐.

“씨발, 좆도 없는데 벌컥벌컥 들이키면 뭐 어때.”

여기서 좆도 없다는 건 관용어구가 아니라 직설적 표현이다!

그 부분이 참으로 좆 같은 부분이고 말이다.

“니미…….”

나는 눈에서 흐르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을 닦아낸 뒤에 나는 다시 달릴 준비를 했다.

그런데 문득 노크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베니아 영애, 주인님께서 찾으십니다. 교복이 도착한 듯 합니다.”

시종장 로메인의 목소리였다.

솔디어가 나를 부른 곳은 집무실이 아니라 일종의 드레스룸처럼 보이는 방이었다.

다만 기묘하게도, 그곳에 있는 것은 어린 여자아이 크기에 맞는 물건들 뿐이었다.

구두부터 가방, 모자……. 그리고 벽에 걸린 각종 화려한 드레스까지.

솔디어는 그 가운데에서 잘 포장된 궤짝 하나를 앞에 두고 서 있었다.

“왔군. 로메인 자네는 나가보게.”

로메인은 별 대꾸 없이 문을 닫고 나갔고, 솔디어는 맑은 웃음을 지으며 나를 맞았다.

웃음 하나는 여전히 상쾌할 정도의 깨끗함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나는 이 방 자체가 영 탐탁찮게 다가왔다.

그야…….

너 이 새끼… 딸 없잖아.

“이 방은 뭐냐? 저 드레스들은 또 뭐고? 나더러 입으라고 산 건 아니지?”

“하하,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택에서 파티를 열 때 사용하는 예비품들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기묘할 정도로 새것들 같아 보이는데…….

나는 살짝 고개를 내저으며 숨을 내쉬었다.

그래,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신뢰로 묶인 것.

녀석이 내게 거짓말을 하지 않듯이, 나도 녀석을 믿어줘야 할 것이다.

게다가 뭐면 어떤가?

내가 안 입으면 그만인데.

나는 궤짝으로 다가가며 솔디어에게 물었다.

“옷은 어떻더냐? 볼만 하던가?”

“저도 아직입니다. 남의 선물을 따로 뜯어보는 것만큼 악질적인 취미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나는 별로 상관없다만.”

부하 놈들에게 자주 당하던 짓이라 이젠 그러려니 한다.

내게로 오는 소포는 편지가 아닌 이상에야 거의 공공재 수준이었으니까.

고급 술, 외제 담배…….

머리카락으로 만든 인형이나 뭔가를 태운 재…….

‘좋은 선물보다 이상한 물건이 많아서 내가 신경을 쓰지 않기도 했고.’

어쨌든.

자, 그럼 이번엔 어떨까.

그 빌어먹을 미스터 미친놈씨… 떠들어대던 아가리만큼 실력도 있는 녀석이었을까?

나는 거침없이 궤짝을 열었고, 그 안에서 곱게 정돈된 옷들을 꺼내 펼쳤다.

궤짝 안에는 꽤 많은 것이 들어 있었다.

“흐음.”

우선 뭘로 만들었는지 몹시 질긴 와이셔츠와—가슴 부분이 묘하게 부푼 게 참으로 악의가 느껴졌다— 그 위에 덧대 입는 일종의 조끼, 그리고 기장이 길고 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코트 형식의 외투.

마지막으로… 의외로 정상적인 바지 한 벌.

그것을 본 솔디어는 짧은 감상을 내뱉었다.

“생각보다 평범하군요.”

“……생각보다? 무슨 의미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뭐랄까, 유명한 만큼 딱 와 닿는 엄청난 디자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거든요.”

나는 바지를 이리저리 뒤집으며 확인해 보았지만, 별달리 이상한 점은 없었다.

그저 평범한 긴 바지일 뿐이었다.

무슨 소재를 사용한 것인지 신기할 정도로 차갑고, 입으면 다리 굴곡이 드러날 것 같은 것이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뭐.

굴곡이 드러나는 것은 승마복도 매한가지니, 그리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이 정도면 요구 사항은 지킨 셈이니 별다른 불만도 없었다.

“언제나 말하지만, 무난한 게 좋은 거다. 솔디어.”

“새겨듣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한 번 입어 보셔야지요? 그래서 굳이 이곳으로 모셨는데요.”

“역시 그래야 하나…….”

귀찮긴 하지만,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역시 그리 하는 것이 옳을 터였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그것의 조치도 취해야 할 테니까.

“그럼.”

나는 드레스룸 한 켠에 난 작은 문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했다.

안쪽에는 작은 거울이 있었는데, 나는 지난주 까지만 해도 온몸에 자리하던 흉터들이 전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기야, 성수가 땀으로 나올 수준으로 마셔댔으니까…….’

이상할 것은 없었다.

나는 한 꺼풀 씩 옷을 벗고, 그 미친 인간이 만든 작품을 걸치기 시작했다.

와이셔츠. 문제없다.

짜증날 정도로 핏이 딱 맞는 게, 집착마저 느껴지는 게 불쾌하기는 한데… 옷은 좋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도록 하자.

조끼. 이쪽도 문제없다.

적절하게 복부에 공간이 남는 것이, 움직여도 뜯어지거나 틀어질 염려는 없을 듯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망의 바지.

‘겉으로 보기엔 별 문제 없었으니까… 뭐.’

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흰 색의 바지에 다리를 넣었다.

그런데…….

어라?

이거 왜 이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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