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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화 (2/357)

2화

띠디디딕!

“으음..!”

“멍청한 오빠 일어나!”

쿠당!

방문을 여는 소리에 자고 있던 남자의 미간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으음 시끄러워..”

“이게!”

사랑스러운 여동생인 자신을 보고 시끄럽다 하는 자신의 오빠를 보며 볼을 부풀린 소녀는 침대 위를 올라가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퍽!

“윽!”

이불임에도 상당한 충격량을 가진 발에 맞은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엉덩이를 부여잡고 침대에 일어나 자신의 동생에게 소리 질렀다.

“김소희! 너 그러라고 태권도를 배운 건 아닐 텐데?”

“고졸 주제에 건방져! 빨리 나와서 아침밥이나 먹어. 이 백수야!”

후다닥!

마치 폭풍이 휘몰아친 것처럼 정신없는 아침을 맞이하며 남자는 침대에 내려와 몸을 풀었다.

우드득!

“아이고 몸뚱이야...!”

찌뿌둥한 몸 상태를 느낀 남자는 인상을 쓰며 몸을 천천히 풀고 나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일어났어? 아들. 어여. 밥 먹어요.”

“크흠. 도경아 일찍 일찍 일어 나거라.”

식탁에 자신을 맞이해주는 부모님을 보며 남자는 고개를 꾸벅 거리며 인사를 했다.

“네 아버지. 두 분 모두 잘 주무셨어요?”

털썩!

도경이라 불리는 사내가 자리에 앉자 그의 흰 쌀밥 위로 호박전을 하나 올린 엄마는 그를 보며 웃었다.

“후후. 도경이가 좋아하는 호박전 했단다. 들어보렴.”

달그락!

“네. 잘 먹을게요.”

“그리고 이것도!”

“씨이, 엄마 그 떡갈비 내건 데..!”

자신의 엄마가 자기가 집으려는 떡갈비를 가로채 오빠인 도경에게 주는 것을 본 소희는 도끼눈을 뜨며 도경을 노려보았다.

“무슨 3살 먹은 애기도 아니고 오빤 손이 없어? 왜 다 하나하나 엄마가 챙겨줘?”

딱!

“악!”

“이게 오라버니한테 말본새하고는!”

뒤통수를 맞은 소희는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며 원망의 눈초리를 자신의 오빠에게 보냈다.

찔금.

‘왜 나한테 그래?’

콰직!

“윽!”

여동생 소희의 눈치를 살핀 도경은 슬며시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리자 발밑에 큰 아픔에 눈을 질끈 감았다.

부르르.

“하하. 어머니 그 소희 말이 맞아요. 저도 나이가 이젠 22살인데 생각해보니 저를 너무 과잉보호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

사실 자신을 이렇게 챙겨주는 따스한 손길이 좋은 도경이었으나 이 이상 하다가는 동생이 질투에 눈이 멀어 무언가를 저지를 지경인지라 이제는 조금 자제하기로 했다.

“네. 재활도 다 끝나고 이제는 건강하니 걱정 놓으세요.”

“그래 우리 아들이 그렇다면 서운하지만, 엄마가 노력해 볼게.”

“헐! 내가 그렇게 얘기 했을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대박.“

소희가 자신의 엄마를 원망하는 눈으로 쳐다보며 투덜거리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흑! 우리 아들 다 컸구나.”

“에이 엄마 또 시작이네!”

“큼큼.”

밥을 먹다 갑작스레 우는 자신 엄마의 모습에 소희는 국을 후루룩 거리며 투덜거렸다. 보통이라면 깜짝 놀라야 하지만 지금 이 가족에게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익숙한 일과였다.

처음에는 서로들 울컥해 같이 훌쩍였지만 반년 동안 계속이러니 솔직히 지치기 시작했다.

“하하하. 어머니도 참. 뚝!”

“훌쩍! 그래 우리 아들 맛있는 밥 먹어.”

찌릿!

엄마를 울리는 원인 제공자인 자신의 오빠를 보는 소희의 눈빛은 곱지 않았다.

“쩝..”

도경은 그런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천천히 수저를 들어 올려 밥을 먹기 시작했다.

--

“다녀오마.”

“도경아 다녀올게. 용돈 올려놨으니 먹고 싶은 거 시켜먹어.”

“엄마 나도.”

“안 돼.”

“흥! 이건 차별이야.”

집 현관 앞에서 모두가 어수선하게 밖으로 떠날 채비를 하며 도경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젠 저도 아르바이트하니 괜찮아요. 이건 너가 써라.”

“응?”

도경은 자신의 가족을 보며 쓴웃음을 지으며 입이 다발로 나온 자신의 동생에게 받은 3만 원을 쥐여 주었다.

그러자 소희의 두 눈은 동그랗게 떠지며 신나는 표정을 지었다.

“앗싸! 오빠 사랑해! 다녀오겠습니다!”

쾅!

자신의 오빠에게 받은 돈을 엄마에게 행여나 빼앗길까 봐 소희는 서둘러 학교를 향해 문밖으로 나갔다.

“애 버릇 나빠진다.”

“괜찮아요. 한 창 놀 시기에 용돈 필요한 건 소희잖아요.”

소희가 들으면 정말 서운해할 그녀의 말에 도경이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럼 두 분 모두 다녀오세요.”

“그래 너도 푹 쉬다. 일하러 가렴.”

“네.”

문 밖으로 두 분이 나가는 걸 배웅한 도경은 거실에 있는 소파를 향해 몸을 날린다.

풀썩!

“푸하! 좋다.”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만끽하는 도경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사치란 말이냐.”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시커먼 구름과 먼지에 가려져 어두침침한 옛 풍경을 떠올리며 도경은 지금의 여유를 사치스럽게 즐겼다.

“타이론 그 녀석은 잘 해냈겠지?”

도경은 자신의 친구와 마지막 약속을 떠올리며 베란다 밖의 눈 부신 햇살을 눈에 담았다.

「22세 알바생 박도경.」

19살 수능 당일 날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그는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3년간 병원에 누워 있었던 도경은 깨어난 지. 아직 반년 조금 넘은 상황.

그런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이 존재하고 있었다.

[음유시인] 카일.

「가르드」란 이 세계.

그곳에서 빈민가 출신의 소년에게 빙의하여 32년간을 카일이란 이름으로 치열하게 살아왔던 경험을 도경이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론 나는 살아있다. 하지만 네가 약속을 지키는 모습은 볼 수가 없네...”

도경이 이렇게 행복에 겨울 때면 막연하고 미안한 감정에 자신의 왕이자 친구인 타이론을 자주 떠올랐고 그는 항상 이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하아암.”

오늘따라 유독 감성적이게 되는 것을 느끼며, 도경은 하품을 내뱉으며 소파 위에 눈을 감으며 중얼 거렸다.

“행복해.”

도경이 지구로 귀환하고 나서 가장 많이 즐기는 것 중 하나는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 사치스러운 낮잠이었다.

---

띠디디딕! 띠디디딕!

철컥!

“흐아암.”

미리 맞춰놓은 알람에 자리에서 일어난 도경은 소파 위에 일어나 몸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뿌드득!

“아! 아직 몸 상태가 별로네.”

현재 도경의 몸 상태는 좋지 못하였다.

교통사고로 도경의 왼쪽 무릎은 큰 수술을 받은 상태이고 목과 허리에는 디스크로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3년간 식물인간으로 있던 덕분에 근력까지 퇴화한 상황인지라 사실 반년 만에 도경이 지금 이렇게 멀쩡히 돌아다니는 것도 기적에 준하는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다.

“시작해볼까?”

물론 그 기적은 자연스러운 기적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털썩!

“후으읍-.”

도경은 바닥에 앉아 정좌하며 눈을 감고 자신의 입을 다물고 소리를 진동시킨다.

“후읍-!”

두근. 두근.

몸 내부에서 진동하는 소리와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낀 도경은 안에서 솟구쳐 오르는 미지의 힘을 감지하며 부드럽게 자신의 의지를 부여해 힘을 다루기 시작한다.

뿌드득!

우득!

진동과 함께 끓어오르던 미지의 힘은 도경의 몸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천천히 아주 느리지만 착실하게 망가진 회로를 잇는 것처럼 도경의 몸을 회복시켜 갔다.

째깍 째깍.

“하아아.”

시간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 3시간이 흘렀고 도경은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젖에 있었다.

띠디디딕! 띠디디딕!

찰칵!

“후...”

알람소리에 도경은 명상을 멈추고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눈을 뜬다. 찌뿌드드했던 몸이 많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끼며 도경은 웃음 지었다.

씨익!

“슬슬 일하러 가자.”

땀에 젖은 옷을 벗어 던지며 도경은 욕실로 들어가며 나갈 채비를 한다.

쏴아아악!

따스한 물을 받아 놓은 욕조에 몸을 담구는 도경은 희열에 몸을 떨었다.

“정말 좋아.”

그의 두 번째 좋아하는 취미는 따스한 물에 몸을 담구는 반신욕 이었다.

띠리리리!

[이번 역은 압구정 로데오역입니다.]

흔들리는 전철에 몸을 맡기고 있던 도경은 일어나며 문을 내리기 전 전철 안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힐끔.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것은 도경에게 언제나 신기하다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를 절로 미소 짓게 했다.

‘’정말 평화로운 세상이야.“

평범하지만 기적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도경은 작게중얼 거리며 전철에서 내려 지하철역을 벗어나 환승된 카드를 이용하여 버스에 올라탔다.

삑!

[환승 입니다.]

부우웅.

“그리고 정말 편한 세상이기도 하고.”

도경이 전에 있었던 중세시대의 문명인 「가르드」 세상에서는 이렇게 먼 거리를 나서려면 말을 타고도 짧게 잡아도 5시간은 족히 걸린다.

게다가 길 가다가 마주치는 위험한 산짐승이나 마물을 만나는 것까지 감안하면 그 배로 걸리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목적지를 향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정말 훌륭한 일이라 생각했다.

“1050원에 이리 멀리 나올 수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 같아.”

단돈 1050원으로 이렇게 안락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니 언제나 감탄하는 도경이다.

보통 버스가 흔들린다고 피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32년간 말이나 마차를 주로 탔던 도경은 코웃음 칠 말이었다.

[이번 정류장은 프리마 호텔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삐익!

“10분 남았네. 좀 서둘러야겠어.”

버스에 내린 도경은 자신이 아르바이트할 카페를 향해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걷다 이내 목적지를 향해 달려나간다.

타다다닥!

도경에게 일자리에 늦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현대에 귀환했지만, 그가 살아왔던 과거의 치열했던 경험과 그만의 철칙은 도경에게 온전히 남아 있었다.

타다다닥!

따릉!

“저 왔어요. 한수형.”

“어! 어서 와라. 안 그래도 너 기다렸다.”

「은하수 별(Star)」

특이하게 지하에 있는 카페로 깔끔하지만 고풍스러운 가구로 낡은 느낌을 재현하고 있었으며, 어둠 속을 밝히는 은은한 조명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 많이 바빠 보이네요?”

“단체로 시킨 주문을 받아서 말이야.”

테이블 위로 놓여있는 수많은 테이크아웃 커피들을 보며 도경은 짐을 풀고 서둘러 점장인 정한수 곁으로 다가가 그를 돕기 시작했다.

“예? 아메리카노 4잔, 카페라떼 7잔, 마끼아또 8잔? 이걸 받았다고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카페주인인 정한수는 커피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바리스타이다.

보통 배달주문은 근처에 있는 단골들 한정으로 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주문은 받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커피의 맛이 죽기 때문이다.

도경의 의아한 눈빛을 받은 정한수는 어쩔수 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도경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아. 되게 친한 동생이 부탁해서 말이야.”

“간단한 음료는 제가 도울게요. 그리고 찬미는 일 그만하고 얼른 가봐.”

“네?”

그릇들을 서둘러 설거지하고 있던 소녀는 뒤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두 눈을 크게 뜨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너 이젠 연습시간 늦으면 안 되잖아.”

“그래. 미안하다. 찬미야 벌써 시간이 이리됐네. 도경이 말대로 얼른 연습실에 가거라.”

새하얀 피부, 오밀조밀한 인형 같은 이목구비.

일하느라 대충 묶은 포니테일 머리를 했음에도 그녀의 미모는 빛을 발한다.

김찬미(20)

도경보다 한 살 어린 김찬미는 빼어난 미모를 지닌 것답게 엔터테인먼트 소속사에 속해있는 연기자 지망생이었다.

꾸벅.

“그럼 부탁드릴게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나온 김찬미는 예의 바르게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며 빠른 걸음을 옮기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티를 내지 않았지 급했던 모양인가 보네요.”

“그러게 미안하네. 이번 달 월급 좀 더 챙겨줘야겠구나.”

“천사가 제 옆에 살아 숨 쉬고 있었네요.”

“크크크! 헛소리는 얼른 손이나 움직여.”

“네.”

도경의 도움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 음료는 다 만들어지 시작했고 정한수는 꼼꼼히 포장하며 도경을 향해 건네었다.

“휴 다 됐다. 여기 택시비랑 주소지 적어났으니 음료 식기 전에 얼른 갔다 와라.”

바스락!

“네 맡겨만 주세요. 다녀올게요.”

안정적이지만 빠른 걸음으로 가게 밖을 나선 도경은 도로 인근에 나와 손을 들어 올려 지나가던 택시를 멈춰 세웠다.

덜컹!

“어디로 모셔 드릴까요?”

“잠시만요. 어, 여긴?”

정한수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택시기사를 향해 목적지를 말했다.

“JY엔터테인먼트로 가주세요.”

자신과 아예 연이 없지 않은 곳.

낯설지 않은 목적지에 도경은 웃음 지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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