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애액!
지구로 귀환하면서 이렇게 분노한 적은 처음이다.
어떻게 만난 가족인가?
낯선 곳에 떨어져 죽을 때까지 가족을 볼 수 없는 현실에 항상 울면서 그리워했던 가족이다.
지구로 귀환하여 가족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어?, 저 새끼는 뭐야?”
콰직!
“크허억!”
도경의 주먹이 멍하니 서 있던 사내의 콧대를 으스러트린다.
“뭐, 뭐야?‘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도경을 향해 모두가 깜짝 놀랄 때. 도경은 쾌속한 움직임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휙휙휙!
퍽,퍽,퍼억!
우당탕탕!
눈,목 울대,명치,낭심 사람의 급소를 한 번에 거침없이 가격하는 도경의 손속에 네 명의 사내들이 나가떨어진다.
“오, 오빠!?”
“소희 너는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일단 멀리 떨어져 있어.”
“이 새끼 너 뭐야!?”
부웅.
눈을 맞았던 사내가 고통에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도경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오빠다. 새끼야!”
팡!
“크아악.”
쿠당탕!
이미 기척을 파악하고 있던 도경은 그의 공격을 보지도 않고 가볍게 피한 뒤에 그의 관자놀이를 가격하며 그를 쓰러트린다.
“너 이 새끼들 따라와!”
훽!!
“아악!”
“이거 놔!?”
상황은 얼추 정리되어가려 했지만, 도경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다. 그만큼 도경은 속으로 많이 놀랬던 것이다.
사내들을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후진 골목으로 그들을 이끌고 사라지는 모습에 그가 작정하고 손 볼 요령이라는 것을 알았다.
쿠당!
퍽,퍽,퍽!
“쿠 에엑!”
“자, 잘못했습니다.”
“늦었어! 새끼들아. 감히 누굴 건드려.”
우지끈
“아아악!”
“닥쳐 이빨 다 털리기 싫으면.”
“으허헝!”
어둠 속에서 살벌한 소음과 비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도경의 싸늘한 목소가 골목에서 새어 나왔다.
그것을 들으며 도경의 동생인 박소희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이 감탄한다.
“헐. 우리 오빠한테 저런 면이....!”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이후로 묘하게 멍하니 나사가 풀려있던 모습만 보여줬던 자신의 오빠.
그런데 저런 앞뒤 안 가리는 면이 있을 줄이야 솔직히 놀란 소희였다.
후다닥!
“언니 괜찮으세요?”
풀썩!
“그런데 너는 누구니?”
자신을 향해 귀여운 미소녀가 달려들자 얼결에 그녀를 받아들인 소희는 그녀가 낯이 익다 생각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 언니랑 같은 소속사 연습생이에요. 히잉. 어떻게 예쁜 얼굴에 흉 지겠어요.”
딸칵!
“괘, 괜찮아. 얼마 지나면 낫겠지.”
“뭐가 괜찮아요. 이리 와보세요.”
자신의 파우치를 꺼내 소독약과 밴드를 꺼낸 전수미는 울상을 지으며 소희의 얼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얘는 분명 A클래스의 연습생 아이인데...’
자신을 치료하는 소녀를 보며 소희는 그녀가 누군지 뒤늦게 알고선 더욱더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히익. 잘못했습니다.”
“으으으.”
“......”
어둠 속에서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비는 양아치 사내들을 바라보며 도경은 침묵을 유지했다.
‘마음 같아선 죽이거나 병신으로 만들고 싶은데..’
사람을 쉽게 죽였던 전의 세상을 떠올리며 이런 부분은 조금은 불펴하다 생각한 도경은 밑에 무릎을 꿇던 사내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에 잠겼다.
“뒤탈 없게 죽여 버리고 싶지만 정말 너희 운이 좋은 줄 알아라.”
“히이익.”
주르륵.
“사, 살려주세요.”
도경이 목소리에 살의의 파동을 실어 그들에 향해 말하자.
자신의 앞에 있는 도경이 정말로 자신들을 죽일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 사내들 모두 바지에 실금을 하고 말았다.
그만큼 도경의 전하는 기세나 감정이 전달되는 목소리는 살벌했다.
“조용!”
뚝.
“......”
입을 꾹 다물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들을 향해 도경은 느리지만, 또렷이 그들의 귀에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파동 각인〉
「머릿속의 메아리」
“나쁜 짓을 하고 싶을 때면 지금 내가 한 말 기억해.”
[죽고 싶으면 어디 한 번 해봐.]
히이익!
뽀글뽀글.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에 사내들 모두 눈을 까집고 거품을 물며 기절한다.
지끈.
지구에서 처음으로 쓰는 이능.
조악한 기술이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지금의 도경에게는 조금은 무리였는지 그의 머리로 두통이 엄습했다.
“치잇! 이런 녀석들한테 힘을 소모한 것은 아깝지만 확실한 게 좋지.”
자신 시전한 금제에 꿈틀거리는 그들을 보며 도경 짜증 나는 표정을 짓다 동생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부르르.
바닥에 쓰러진 4명의 사내는 앞으로 나쁜 일을 저지르려고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악몽처럼 도경의 목소리를 마주할 것이다.
저벅저벅.
“오빠!”
“박소희 너. 저런 놈들 만나면 도망가야지. 위험하게 그게 뭐 하는 짓이야!?”
“그, 그게..”
자신을 반기는 동생을 향해 도경이 처음으로 소리를 높여 그녀에게 진심으로 화를 냈다.
“그냥 기분 나빠서...”
“정말 겁도 없다.”
자신이 왔으니 망정이지 아까 전에 소희가 사내들을 향해 공격을 한 건 위험한 선택이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 있으면 싸우지 말고 도망가. 수영을 못하는 사람보다 할 줄 아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는 거야. 태권도 배웠다고 깝죽거리지 말란 말이야 알아들었어?”
“으응.”
도경의 말에 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며 기죽은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탁!
“오빠! 왜 우리 언니 기죽이고 그래요!?”
도경을 밀치며 소희를 끌어안은 전수미는 도경을 향해 도끼눈을 뜨며 나무랐다.
그 때문에 마치 자신이 악역이 된 것 같은 상황에 도경은 그녀를 향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보면 너희가 자매인 줄 알겠다.”
“아? 정말요? 헤헤헤, 가! 아니라 우리 언니 기죽이지 마요!!”
“네. 네 정말 말을 말자.”
“언니 울지 마요. 이제는 연습 끝나고 저랑 같이 있어요. 네, 네!?”
“어, 어... 그래.”
기회를 틈타 자신의 동생을 꾀는 전수미를 보며 도경은 자신의 동생에 대한 집착이 참 대단한 아이라 생각했다.
“수미!!”
어디선가 어눌한 발음과 큰 목소리를 외치며 한 사내가 도경에게 다가와 적의를 드러내었다.
큰 신장과 탄탄한 몸을 하고 있는 백인 남성이 욕설을 내뱉는다.
“What the hell are you? 너 누구? 우리 수미한테 무슨 짓 했어?”
“맷!”
180cm 거한의 백인 남성을 향해 다람쥐처럼 쪼르르 달려간 전수미는 그를 향해 점프하며 몸을 던졌다.
풀썩!
자연스럽게 그녀를 받아 올린 백인 남성은 그녀를 재빨리 바닥에 내려놓은 뒤. 자신의 몸 뒤로 수미를 감추었다.
“오! 수미 걱정 하지마! 이 아빠가 지켜줄게!”
“멋있어 아빠!”
“헤이 그쪽 남자 죽고 싶어? 아무리 수미가 예뻐도 그렇지 이런 어린애를 건드릴 생각을 해? 용서 못 해!”
딱 봐도 하이한 텐션을 가진 둘을 보며 저 둘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인 것을 확신을 한 도경은 진심으로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아-. 진짜 피곤해.”
“What?”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도경을 보며 맷이라 불린 백인 남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부우웅.
“하하하하. 진작 얘기하지. 나 오해했구나. 그쪽 boy 미안하다.”
“네...”
전후 사정을 들은 수미의 아버지는 사죄의 표시로 도경과 소희를 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 주고 있었다.
“그런데 boy 용감하다. 남자4명을 상대하다니 삐쩍 말랐는데 좀 싸움하나 봐?”
“그냥 운이 좋았죠.”
“노우! 운이라도 4명 쓰러트리는 건 어려운 일. 마린(Marine) 출신인 나는 안다.”
“네에.”
“하하하 샤이보이. 마음에 든다. 내 이름은 맷 하우머. 맷이라 불러라.”
“네 맷.”
역시 맷이라 불리는 남자는 전수미의 아버지라는 걸 증명하듯 시끌시끌한 성격에 외형적인 사람이었다.
“소희 언니 우리 자주 톡해요.”
“그래.”
“수미 귀찮아하면 안 돼요.”
“으응..”
“헤헤헤.”
“이 세상에 가장 귀여운 수미를 귀찮아 할 리 없잖아! 아빠인 이 몸이 보증해.”
“부끄러워 아빠. 히히히!”
앞에는 도경 뒤에는 소희.
두 남매 모두 옆에서 정신없이 떠드는 부녀에게 시달리며 기 빨리고 있는 상황에 머릿속으로 둘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언제 도착하냐?’
‘얼른 집에 가서 쉬고싶어.’
부우우웅.
자동차를 탔기에 분명 빨리 가는 것이 맞는데, 집이 멀게 만 느껴지는 남매였다.
덥석!
“언니 잘 가요. 집에 가서 상처 소독하고 자는 거 까먹지 말구요.”
“응 고마워 수미야. 오늘 나 때문에 고생했어 고마워.”
“헤헤헤. 언니를 위해서라면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일 봐요. 모른 척 하기 없기!”
“그래 내일 봐.”
“그럼 가볼게요 맷! 엄마 기다리겠다. 집에 빨리 가자.”
“OK. 샤이보이 또 보자.”
“바이 바이!”
차에 내려 두 남매를 배웅한 부녀는 작별인사와 떠날 때도 정신없고 시끌벅적하다.
탁!
부우웅!
차를 타는 부녀를 향해 손을 흔드는 두 남매는 시야에 차가 멀어지자 천천히 손을 내렸다.
“......”
“......”
두 사람 다 무언가 지친 표정으로 멍하니 자리에서 서서 정적에 잠겨 있었다.
“그럼 올라갈까?”
끄덕.
뒤늦게 정신 차린 도경은 옆에 있는 동생을 이끌고 집으로 올라갔다.
[xx 3단지 아파트]
띵동.
스르륵
엘리베이터 안에 13층을 누른 도경은 옆에 있는 소희의 얼굴을 흘깃 살폈다.
‘많이 부었네.’
넘어져서 생긴 생채기들과 어느새 많이 부은 동생의 얼굴을 보자 속이 많이 상하는 도경은 손을 들어 올렸다.
“많이 아파?”
스윽.
“엑! 부끄럽게 뭐하는 거야?”
“가만있어.”
자신의 얼굴 위로 손을 대는 도경의 행동에 부끄러운 소희는 바동거렸지만, 도경은 그녀의 뺨에 손을 놔주지 않았다.
[파동응용]
「치유의 손길」
부우웅.
많이 티 나지 않게 파동으로 부기를 어느 정도 가라앉히는 도경은 그녀의 뺨에 손을 떼며 조용히 사과하였다.
“내가 많이 미안해. 다음부터는 연습실 안에 있어 내가 일찍 가서 기다릴게.”
“에이 그러지마. 애들도 많이 불편해해.”
“안 돼! 불편해하라지. 오빠가 동생 걱정하겠다는데 뭔 상관이람.”
“......”
도경의 단호한 말에 소희는 고개를 푹 숙이며 침묵을 유지하였는데 귓가가 붉게 달아오른 것을 보아 분명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띵동.
스르륵!
“들어가자.”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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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그런 놈들은 감방에 다 처박아 놔야 하는데.”
“정말 딸내미 가진 집은 언제쯤 안심하고 살려나 몰라요. 우리 도경이가 있어 정말 다행이네”
“안 되겠다. 도경아 내가 소희 데려가는 게 좋겠구나.”
사각.
“아니에요.”
소희가 씻고 있을 때 식탁에서 과일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던 중.
소희의 상처에 대해서 왕따나 괴롭힘 같은 것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을 향해 도경은 결국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결국 말하고 말았다.
“다음부터는 제가 연습실에 직접 가서 데려올 거니 이런 일은 없을 거예요. 아침 일찍 나가야 하는데 아버지 피곤하시잖아요. 소희도 제가 가는 게 편할 거고요.”
“크흠! 그래. 그럼 부탁한다.”
“역시 우리 장남밖에 없네.”
훈훈한 분위기 속에 목욕을 다 마친 소희는 볼에 바람을 집어넣으며 투덜거렸다.
“또 또! 그놈의 장남 타령. 엄마 요즘 어떤 시대인데 장남 타령이야?”
“시끄러워. 이년아 이거나 처먹어라.”
“웁!”
“연예인 한다는 년이 칠칠치 못하게 넘어져서 밥줄인 얼굴을 갈아 와놓고 주둥이는 멀쩡하네.”
도경에게 이미 전후 사정을 들었지만,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거짓말을 한 소희의 변명을 믿어주기로 하였다.
서여사는 툴툴거리며 자신의 딸에 입에 사과를 물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우물우물.
찔리는 게 있는지 소희는 조용히 입에 물려있는 사과를 우물우물 씹어 먹는다.
“잘 먹었습니다. 저는 이만 자러 일어날게요. 다들 늦었는데 얼른 주무세요.”
“그래 아들도 푹 자렴.”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에 나온 도경은 자신의 방안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다.
툭!
“응?”
외투 주머니에서 떨어지는 조그마한 물건에 도경은 몸을 숙여 집어 올렸다.
[JY엔터테인먼트]
트레이너 김미경 팀장.
010-xxx-xxxx.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명함을 보며 책상위로 튕긴 도경은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가수라...”
이 세계의 카일이란 이름을 지닌 음유시인으로 한평생을 노래를 부르며 살아왔다.
카일이 겪었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면 일주일 내내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로 우여곡절이 있는 인생 이었다.
그런 그가 죽기 전 마지막 모든 것을 불태우듯 노래를 불렀다.
“괜찮을까?”
평범한 노래가 아니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모든 것들을 쏟아부은 혼신의 노래였다.
“단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겠지...”
자신의 텅텅 비어있는 서랍장을 느낀 도경은 가슴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노래.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부르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천천히 눈을 감은 도경은 고운 숨소리를 내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