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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8화 (8/357)

8화

띠리리릭!

“후아암!”

여지없이 시작되는 아침에 도경은 언제나 취하는 고양이 자세를 유지하며 하품을 내뱉는다.

벌컥!

“일어나!”

“이 완벽하게 깨어난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냐 동생아?”

“웬일로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어? 아!”

간만에 아침에 스스로 일어난 도경을 보며 소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다 자신의 손바닥 위로 주먹을 ‘탁’ 치며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오늘부터 카페 오디션이구나!”

“그래. 오늘부터 시작이지.”

“쿡쿡쿡! 그럼 나도 준비를 해야겠네.”

휙!

“뭐어? 너 설마!?”

소희의 말에 도경은 몰려오던 졸음을 단박에 쫓아내며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았다.

“어. 나도 거기 면접 보려고!”

“아, 왜!? 그냥 얌전히 연습실에서 연습이나 하라고!”

“합격자들끼리 일정 조정도 된다며. 연습생한테 이 이상 이런 좋은 일자리가 있을 거 같아?”

“아, 좋지 않은 조짐인데? 부정 탈 것 같아.”

퍽.

“.......”

전단지를 붙인 지 일주일이 지나고 도경은 일이 조금 커져 버렸다 생각했다.

소희와 수미를 통해서 말을 들어보니 지금 은하수 별 카페에서 구하는 알바 공고가 연습생들 사이에서 생각보다 관심이 뜨겁다 한다.

“오늘 사람들 많이 오려나?”

“그럴걸? 2시간 만에 3만 원짜리 일이 어디 흔한 줄 알아?”

연습생 자체가 태반이 용돈이 필요한 학생이지만 소속사의 연습 일정 덕분에 어디서 일하기도 힘든 현실 속에. 카페 은하수별에서 대우하는 조건은 연습생인 그들에게 있어 일하기 딱 맞는 조건이었다.

“아 그럼 피곤해지는데...”

“근데 오빠가 진짜 오디션 심사를 봐?”

“응. 그러니 지금 이 시각에 일어난 거 아니겠니? 동생아.”

“헐. 그 카페 점장 대박이다. 생 초짜한테 심사위원을 맡기냐.”

“뭐 그럼 한수 형은 그럼 전문가냐?”

도경이 피곤한 표정을 짓는 이유.

그것은 오늘부터 은하수 오디션을 보러 오는 연습생들을 그가 직접면접을 보며 심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2주간이나 말이다.

[도경이 저 때. 들어보니 네가 어느 정도 노래에 대해서 아는 듯 하니까. 심사는 너에게 맡기마.]

[네? 아, 싫어요.]

[시급 따블로 쳐서 16,000원!]

[저만 믿으세요. 맡겨주십시오!]

[한 번은 튕겨라. 너 때문에 인간에게 회의감이 들게 되잖냐.]

‘하필 거기서 두 배로 시급을 부를 줄이야.’

평상시 시급의 2배인 1만6천 원이란 재물의 유혹에 져버린 자신을 탓하는 도경은 신경질 나듯 머리를 긁었다.

“히히! 오빠가 심사위원이라면 이 몸의 낙승이지.”

“허...”

자신을 보며 낙승의 확신하는 미소를 짓는 소희를 바라보며 도경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감히 [붉은 보석]이라 최고라 칭송받던 음유시인 자신을 저런 얄팍한 눈빛으로 보다니 아무리 동생이라도 도경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오라버니 쉬운 사람이 아니다. 너 눈물, 콧물,오줌 질질 짜면서 집에 가는 수 있다? 그러니 오디션 보기 전에 기저귀 챙겨 입고 오렴.”

퍽.

도경의 말에 소희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근처에 있는 베개를 들어 올려 도경에게 휘둘렀다.

구석에 한동안 쓰지 않았던 베개라 그런지 날리는 먼지가 상당하다.

“쿨럭쿨럭. 박소희 너 오빠한테 지금 뭐 하는 거야?”

“뭐래! 오빠야말로 동생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오줌? 기저귀? 오빠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

퍽퍽퍽!

“아, 그러니까 오디션 오지 말라고!”

“싫은데~. 내 마음인데?”

“너 진짜 그러다 후회한다. 나 음악에 대해서는 얄 짤 없는 사람이거든!?”

소희의 연속으로 휘두르는 베개 강타에 도경은 거북이처럼 몸을 웅크리며 짜증 난다는 듯 외쳤다.

푹신한 베개인데도 꽤나 충격량이 있었다.

“베에~! 오빠야말로 내 노래 듣고 질질 짜지나 마시지? 음알못(음악에 알지 못하는) 주제에 어디서 동생을 협박해? 정의구현!”

퍽.

“윽!”

“베에-. 멍청한 오빠! 쌤통이다 히히히!”

탁! 타다닥!

“......”

쿠당!

“쿨럭...!”

자신에게 들은 말 그대로 써먹으며 얼굴 위로 베개를 푹 찍고 도망가는 소희에게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도경은 침대에 미끄러져 쿵 하고 떨어졌다.

아프지는 않지만 정신적인 굴욕감에 도경은 이를 갈았다.

빠득.

“진짜 질질 짜게 만들어 버릴 까보다......”

--

[은하수 별(Star)]

딸랑!

“좋지 못한 아침입니다.”

“싹수없는 인사지만 역시 시간관념은 투철하구나 도경아.”

“안녕하세요. 도경 오빠.”

‘나 지금 기분 나빠요’라는 티를 팍팍 내는 도경을 향해 정한수와 김찬미가 인사를 건넸다.

“저는 정말 면접하고 심사만 할 거예요. 카페 일 부려 먹으면 아시죠?”

도경이 도끼눈을 뜨고 말하는 내용에 정한수가 지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알았다니까. 너야말로 약속대로 제대로 된 녀석들을 뽑아 주는 거다 시급16,000원이 얼마나 큰지 알지? 문제가 생기 시 뭐다?”

“훗. 문제 따위 일어날 리 없으니 제가 알 필요 있을까요?“

“와... 대체 어디서 저런 근자감이 나오려나 몰라. 노래도 안 불러줬으면서!”

“들으면 점장님 넋 놓을 걸요? 듣자마자 오디션 취소하고 제 바짓가랑이 붙잡고 저보고 라이브 무대에서 노래하라 했을 걸요?”

“허세가 우주 끝으로 가네. 수준 낮아 말도 섞기 싫다.”

“큭큭큭.”

이죽거리며 도경이 보이는 자신만만한 태도에 정한수는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음악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어보면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콧대를 치켜세우고 콧바람을 뿜어내기만 하고, 자신에게 실상은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었기 때문이다.

소곤소곤.

“점장님 정말 도경 오빠 괜찮은 거 맞아요?”

옆에 있는 찬미도 도경의 저런 면을 처음 보았기에 걱정 어린 표정으로 정한수를 향해 속삭였다.

“나도 불안은 한데 저 녀석이 거짓말을 할 녀석은 아니니 믿어봐야지.”

“그래도 상태가 너무 이상하잖아요.”

평상시에는 툴툴거릴 뿐 평범한 인상에 어울리게 담백한 사람이 저렇게 노래에 대해서는 건방지다 싶을 정도로 거만하게 굴며 자신감을 보이니 영 적응이 안 되는 찬미였다.

“허접한 실력 가지고 오면 눈물 콧물 다 빼주마! 흐흐흐. 오너라! 박소희 이 오라비는 너를 기다리겠다.”

따다다닥!

찬미의 말대로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도경이 어디론가 톡을 보내는 도경은 비열하게 웃음 짓는다.

그 모습에 정한수는 머리가 지끈 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 일을 크게 벌였나. 갑자기 끊었던 담배가 당기네.”

“거참. 믿어보시라니까요. 저 박도경 받은 만큼 일합니다.”

둘의 걱정 어린 시선에 도경은 갑갑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가슴을 두 번 툭툭 치며 라이브 바에 있는 의자에 자리 잡아 앉는다.

“다들 박살 내주겠어.”

무언가 목적이 변한 것 같았지만 아침에 여동생에게 자존심에 상처받은 도경은 이번 기회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제대로 심사할 생각이었다.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자. 아자!”

다들 도경이 처음 보이는 모습에 당황하고 의아해하지만 사실은 저 모습이야 말로 도경의 진실 된 모습에 가까웠다.

[대륙의 붉은 보석],[최고의 음유시인],[신의 목소리]

이 화려하고 최고의 수식어들 모두가 도경(카일)을 지칭하는 호칭들이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를 인정했고 스스로도 자신을 최고라 자부했다.

음악 앞에 있어선 한없이 오만하고 독선적인 사람의 존재가 바로 도경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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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안녕하세요. 오디션을 보러 왔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이쁘장한 소녀가 카페 안으로 들어서더니 정한수를 보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렸다.

“아 처음 면접 보러 온 학생이네 반가워요. 심사 면접은 저쪽 수수하게 생긴 남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보면 돼요.”

굳이 붙여도 안 되는 수수라는 수식어를 붙여 도경을 가리키는 정한수. 그를 보며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는 도경으로 향했다.

“네 감사합니다.”

꾸벅.

“역시 연습생이라 그런지 요즘 애들과 달리 예의가 바르네.“

“소속사에서 그렇게 교육받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도경 오빠 심사 잘 볼 수 있을까요?”

“지금 어떻게 하는지 한번 보자고.”

처음 면접자를 보며 정한수와 김찬미는 우려와 호기심을 담아 둘이 있는 장소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꾸벅.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그 둘의 걱정과 달리 도경은 아까 전 상태와는 달리 매우 정상적인 상태로 앞에 있는 소녀를 맞이한다.

“저기 여기 이력서를 써왔는데.”

“아 그건 됐어요.”

“네?”

도경은 그녀가 내미는 이력서를 향해 거부 의사를 보이며 자신의 옆에 있는 노래방 예약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면접보다 우선 노래부터 먼저 듣도록 하죠.”

“네, 네?”

“아 싸구려 노래방기계는 아니니까 반주는 들을 만 할 거예요. 원하는 노래 아무거나 불러주세요.”

“네? 앗 잠시만요.”

통성명도 하지 않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테스트를 진행하는 상황에 책장을 받아들인 소녀는 황당함으로 물든 표정으로 도경을 흘깃 보았다.

‘뭐야 이 사람 되게 예의 없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짜증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낀 소녀는 책장을 거칠게 펼쳐가며 애창곡을 찾기 시작했다.

“저기요.”

그런데 그녀의 귓가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화들짝!

“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지금 짜증 난 상태로 노래 부르면 노래 듣지도 않고 떨어트릴 겁니다.”

뜨금.

‘헐! 어떻게 알았지?’

“대답 안 해요?”

한량 같던 도경의 인상이 어느 순간 급변하며 무거운 정색을 한 채로 오디션을 보러 온 소녀를 응시하였다.

“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아요.”

쿠웅!

자신도 모르게 압 된 소녀는 당황함과 동시에 도경에게서 무형의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숨 막혀...!’

마치 프로듀서들 앞에 서 있는 듯한 압박감이 소녀를 천천히 짓누르기 시작한다. 그에 소녀는 기겁해 했지만 도경은 그녀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노래할 것을 종용하였다.

“지금 이 압박감을 이겨 낼 만한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노래를 지금부터 골라주면 됩니다.”

“넵!”

도경이 말할 때마다 기합이 들어간 대답을 하는 소녀.

도경의 카리스마에 소녀는 뭐에 홀린 것처럼 이곳이 카페 안이고 자신이 현재 아르바이트를 면접을 보는 상황이라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녀는 정말로 오디션을 보는 것처럼 진지하게 자세로 임하기 시작한다.

“허. 저놈 봐라?”

“저거 진짜 도경 오빠 맞아요?”

카운터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정한수는 놀란 눈을 뜨며 도경을 보았고 옆에 있던 김찬미는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입을 벌리며 그에게 물었다.

평상시 그 둘이 알던 도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장담하는데 가족들이라도 지금의 도경의 모습을 보면 낯설어할 게 분명했다.

“그러게 지금 보고도 안 믿기네. 저 녀석 내가 알던 박도경 맞냐? 어떻게 사람 분위기가 저리 바뀌냐?”

“여기까지 긴장감이 전해져 오네요. 저기 봐 봐요. 손님들도 지금 저 둘을 보고 있잖아요.”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도경의 분위기나 기질이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운 눈빛. 그가 발하고 있는 묵직한 존재감은 어느새 주위 공기마저 다르게 만들었다.

‘너무 떨려...’

덜덜.

직접 도경의 눈빛을 마주하는 소녀는 주변 사람들보다 더욱 심한 압박을 받았는데 눈앞에 수수했던 도경이 강렬한 눈빛을 내뿜고 있는 야수와 같은 착각에 온몸이 떨려왔다.

“고르셨나요?”

흠칫

“넵! 이선회의 [K에게]를 부르겠습니다.”

“그래요 잠시만요.”

그녀가 리퀘스트한 노래를 찾는 도경은 시작 버튼에 손을 올린 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신호를 주면 시작하도록 할게요.”

‘어떻게 떨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콩닥콩닥!

최고라 칭송받던 음유시인의 카일의 면모가 현대에서 처음으로 들어낸 지금.

대가들만 지닌 특유한 오라와 묵직한 존재감은 소녀가 견뎌내기엔 조금 힘들어 보였지만 마이크를 들어 올리자 그녀의 기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번뜩.

‘할 수 있어!’

“오?”

놀랍게도 소녀는 도경이 전하는 압박감을 이겨내며 눈빛을 빛내기 시작한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법 깡다구가 있네.’

띡!

도경이 손가락을 올려놓았던 시작 버튼을 누르자 노래 반주가 카페 안에 울리기 시작한다.

“케이~. 스치는 바람에-.”

반주 소리에 힘입어 자신의 앞에 있는 도경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소녀는 정상적으로 노래를 불렀다는 것에 기뻐했다.

‘됐어. 목소리가 나왔어!’

성공적으로 첫 소절을 내뱉으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소녀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모든 감각을 목소리에 집중하며 노래가사를 읊조렸다.

압박감을 이겨낸 덕분일까?

소녀는 자신의 상태가 평상시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컨디션이 좋아.’

날카로워진 집중력과 감각을 깨달은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조율하며 자신의 외모에 어울리는 귀엽고 청아한 목소리로 카페 안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케이 난 너를 사랑해.”

귀여운 소녀가 쓸쓸하고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자 모두가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기면서 하나둘 노래에 집중한다.

“와 목소리 좋다.”

“요즘 연습생들 다 저 정도인거야? 되게 잘하네?”

“그럴 리 없잖아요. 저기 여자애 잘하는 거예요.”

“그래? 첫 면접자 스타트가 좋네.”

정한수가 그녀의 청아한 노랫소리에 웃음을 보이듯, 카페에 있던 사람들 모두 손가락을 까닥이는 둥 다양한 모습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즐기었다.

“쓸쓸히 걷고 있네...”

어느새 귀를 즐겁게 해주었던 노랫소리는 끝을 고하고 모두가 침묵을 유지한 채 소녀와 도경을 바라보았다.

소녀의 노래에 즐거웠던 자신들과는 달리 그녀의 바로 앞에 있는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카페 안은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저기?

“불합격입니다.”

“네?”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가차 없이 불합격을 통지하는 도경을 향해 소녀가 놀라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

“제, 제가 뭐 실수한 게 있나요?”

자신도 모르게 도경에게 언성을 높인 소녀는 도경을 향해 시선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도 그럴게 소녀는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긴장했지만 잘 이겨냈고, 노래도 유례 없을 정도로 집중하며 최선을 다해서 불렀어.’

단순한 알바 면접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렇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노래 불렀다 소녀는 생각했다.

자신의 목소리 톤에 어울리는 최적의 선곡을 하였고, 숨 막히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자신에게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최고의 집중력을 선보이며 노래를 불렀다.

자신을 가르치던 보걸 트레이너 선생님이 지금 자신이 부른 노래를 들었다면 칭찬했을 것이 분명했다.

“실수라기보다 첫 소절 이후에 아무것도 뭐라 할 만한 게 없네요.”

“네, 그게 무슨?”

평가할 고려의 가치도 없다는 도경의 태도에 소녀는 더욱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경험이 많이 없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압박감을 이겨내고 부른 건 칭찬할게요. 하지만 기본적인 걸 잊으면 안 되죠.”

"기본?"

도경은 그녀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가슴을 두드렸다.

“첫 소절 이후 노래만 신경 쓰느라 여길 잊었단 말입니다. 최소한 감정을 흥얼거릴 줄은 알아야죠. 솔직히 첫 소절 이후에 계속 노래만 신경 써서 불렀죠?”

“아...”

도경의 손짓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내뱉었다.

평상시 지적을 받거나 고민한 문제는 아니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오는 심사위원들이 지겹도록 하는 소리가 있다.

[감정이 없다.]

한 참가자에게 감정을 지적하는 평가에 자신도 공감하기도 했지만 다른 참가자 부분에선 저게 왜? 감정이 없는 노래라고 의문을 들면서 납득이 안가는 부문도 있었다.

그럴 때는 그저 참가자가 매력이 없어져서 그렇게 말하는 거로 생각했다.

“소리는 이쁘게 만들었지만, 감정은 만들지 못했으니 불합격입니다.”

화아악.

“아..”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낀 소녀는 도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말에 평소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감정이란 것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가세요. 재도전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꾸벅.

“감사합니다.”

소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도경에게 인사를 하고 카페 계단 밖으로 올라갔다.

꾸욱!

‘공부해서 다시 오디션 볼 거야.’

도경의 눈빛을 떠올리며 이름 모를 소녀는 부끄러움과 도전정신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입술을 꾹 깨물고 계단 위를 오르며 가게 밖으로 떠났다.

“그래도 깡이 있으니 다음에 다시 오겠지.”

처음 면접자치고는 나쁘지 않은 인재라 생각한 도경은 웃음 지었다.

“자라나는 새싹들은 언제 봐도 파릇해.”

도경은 소녀가 성장해서 다시 자신을 마주 보길 기원했다.

“지금 우리가 뭘 본 거에요?”

“.....”

누가 봐도 도경과 소녀가 보여주는 풍경은 평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둘은 숨죽이고 도경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조금 충격적인 결말이다.

저 수수했던 도경의 숨겨진 카리스마 하며. 노래를 잘 불렀음에도 순순히 자신의 불합격을 받아들인 소녀의 모습은 무언가 일반들과 다른 세계를 본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형. 나 달달한 요거트스무디 하나 만들어 주세요. 어우 오랜만에 무게 잡았더니 당이 땡기네.”

“어... 평상시의 도경 오빠다.”

“......”

“왜 그렇게 봐요. 아, 제가 조금 멋있었구나?”

자신을 보며 한쪽 눈으로 윙크를 보내며 이죽거리는 도경을 향해 정한수는 퍼뜩 정신 차리며 도경을 보며 확신했다.

“저, 저! 사기꾼 새끼. 와 지금 진짜 소름 돋았다. 야 박도경 너 사이코패스 아니냐? 얼굴에 철판 깔고 대가처럼 심사를 보네.”

“사기꾼이라니 말이 심하시네. 아까 여자애가 고맙다고 인사한 거 못 봤어요?”

“분위기랑 그럴듯한 말로 속인 거잖아. 이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사기꾼아! 그리고 그 아이 노래 잘 부르던데 당연히 킵(keep)! 해야지 왜 불합격시켰어! 역시 너 내 카페 라이브 카페 망치려고 하는 거지?”

뒤늦게 난리 치는 정한수를 향해 도경이 혀를 찼다.

“쯧. 수준 낮아서 말을 못 섞겠네. 부정 타니까 말 걸지 마세요.”

“저게 입만 살아서...!”

부르르.

“아우 목마르다. 요거트스무디 멀었나?”

“풋!”

도경과 정한수의 모습에 김찬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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