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와아아.
“리퀘스트 하고 싶은 듀엣곡이 뭐야?”
주변의 환호성을 들으며 도경은 과장하며 보인 기색을 풀고는 원래의 모습으로 서서히 돌아오며 그녀의 신청곡을 물었다.
“음... 여러 개 가져왔지만 부르고 싶은 건 [I Dream]이네요.”
“I dream?”
“네 그런데 모르시면 다른 노래들도 있어요.”
“잠시만 노래를 들을 시간을 주겠어?”
도경의 말에 이지원은 그가 곡을 모른 채로 [I Dream]란 곡을 부르려는 것을 알았다.
“무리 안 하셔도 돼요. 이거 말고도 다른 노래 있는데...!”
“괜찮아. 어차피 다른 노래들도 모를 거야.”
“네?”
이지원은 모르겠지만 도경은 한국의 가요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 세계서 살아온 세월이 지구에서 살았던 기간보다 3배나 훨씬 긴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노래야?”
띡!
[상상했었던 무대에~.]
“맞아요.”
검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경은 그녀를 향해 하나의 노래를 틀었고 스마트폰 속에 흘러나오는 익숙한 반주에 그녀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한테 너무 맞춰주실 필요 없어요. 서로가 아는 노래 부르는 게..!”
“쉿. 조용히.”
“......”
그녀의 말을 끊은 도경은 스마트폰을 자신의 귓가에 대고 노래를 듣기 시작한다.
웅성웅성.
속닥속닥.
“지금 뭐하는 거지?”
“노래 듣고 있는 것 같은데?”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4분간 가량을 가만히 서서 노래를 듣고 있던 도경을 보며 청중들이 웅성거리면서 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특이한 사람이네.’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눈을 감으며 노래에 집중하는 도경을 보며 자신의 친구의 말을 떠올렸다.
[그 사람. 음악에 있어서는 무언가 있는 것은 확실 해.]
[무언가?]
[응. 그 사람 앞에서 노래하면 내가 발가벗겨 지는 기분이랄까?]
[그래..?]
[뭐 착각일수도 있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그 감각이 뭐였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도경에게 불합격 받은 친구의 경험담을 들었던 이지원은 처음에는 도경에게 단순히 흥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친구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는 생각이 바뀌어 버렸다.
“노래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었지.”
단순히 노래에 기교에만 신경 썼던 자신의 친구가 음악에 몰입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곡을 해석하고 자신만의 감정을 담으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노래를 부를 때 집중력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한 그녀의 모습에 놀랐었다.
“단 하루 만에 말이야.”
친구인 만큼 그녀의 상태를 잘 아는 이지원은 친구의 변화의 원인은 자신 눈앞에 있는 도경 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이곳 밖에 없어.’
노래를 하는 것은 사람들은 당사자가 어떤 경험을 겪느냐에 따라 노래가 크게 변화 한다고 한다.
자신의 친구가 최근 겪었던 경험은 이곳 카페에서 본 오디션 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으면 좋겠네!’
반짝!
자신의 추측이 맞길 소원하며 이지원은 도경을 바라보며 속으로 빌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좋았다.
요즘 정체했던 자신의 상태를 깨주길. 더 나아가 현재의 자신과 이별하고 변화하고 싶었다.
‘헛수고였다면...! 대가를 치루 게 해주겠어.’
그래서 일부러 듀엣 곡을 골랐다.
그가 어설픈 실력으로 설치는 관심종자라면 자신과 듀엣 곡을 부르는 도중에 충분한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다.
[난~. 노래할게.]
“재밌는 노래를 가지고 왔네.”
이런 소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경은 마지막 노래소절을 들으며 의미심장한 감상평을 내뱉었다.
‘이 노래를 고른 의도는 너무나 명확하네.’
[I dream]란 노래 재미있었다.
‘나를 겨냥해서 골라온 노래가 분명해.’
도경이 들은 곡은 세밀한 균형이 필요한 노래였다.
서정적인 멜로디 안에서 서로가 각자 다른 색으로 노래를 부르며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구성의 곡이었기 때문이다.
둘 중 한명이 조금이라도 기량의 차이가 난다면 상대방의 감정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멸하는 노래였다.
‘보니까 전력으로 덤벼들 생각이구나.’
잘못하면 파트너와 비교당하며 4분35초 동안의 긴 수치플레이가 될 수 있었다.
씨익.
합이 맞으면 하모니.
합이 맞지 않으면 한 사람의 공개처형이 되는 것이다. 이지원의 속셈에 도경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시작할까?”
“잘 부탁 드려요.”
도경과 이지원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노래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삑!
띠리리~링! 뚜두.
두, 둥!
기계에서 [I Drdam]의 도입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스윽!
“이지원양이 먼저 시작해요.”
끄덕.
도경이 먼저 시작하라 손짓을 본 이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심호흡을 하며 마이크를 자신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꿈꿨었지. 무대위로 올라서는 그 순간을..]
“아..!”
“와아 목소리 좋다.”
마이크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가 카페 내부를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모두 감탄하기 시작했다.
단 첫 소절이었지만 앞에 있는 이지원이라는 소녀의 실력이 앞에서 봤던 이들에 비교했을 때 대단하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이야! 전 애들하고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진짜 노래 잘 부른다.”
“지금 감탄할 때에요? 도경오빠가 걱정도 안 돼요? 점장님은?”
“아 맞다. 저거 큰일 났네! 지금 처음 노래 부르는 거잖아. 그런데 하필 상대가 왜.. 저런 애냐?”
정한수는 이지원의 목소리를 듣고 감탄 하다 이내 자신의 행동에 자책하며 걱정을 담아 도경을 향해 눈을 돌렸다.
“도경이가 저 정도 부를 수 있을까? 막귀인 내가 들어도 저 이지원이란 소녀 노래 너무 좋은데 말이야.”
“모르죠. 그런데 진짜 큰일 난 것 같기는 해요. 저 아이 프로와 비견될 정도로 능숙하게 잘 부르네요?”
“역시 그렇지? 아이고 어떡해...!”
둘이 걱정도 이해가 되는 게 이지원이라는 소녀의 가창력은 그만큼 특별 하였다.
그녀는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게 아니라 목소리에 촉촉할 정도로 감성을 듬뿍 담을 줄 알았다.
특히 숨소리를 이용하는 특유의 가성처리는 그녀의 섬세한 목소리와 감정을 또렷하게 표현하고 있었는데, 한 치의 음정의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다.
‘수준이 제법이야.’
그녀의 음색에 주변에 있던 청중들이 빠져 들고 있을 때 도경은 그녀를 살피며 살짝 감탄했다.
이지원이라는 소녀가 노래를 대하는 태도가 그 또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형 같은 외모로 곱게 자라나 보였지만 저 정도의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얼마나 구슬땀을 흘렸을지 도경은 그녀의 노래로 예상할 수 있었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에 마이크를 붙잡은 내 모습을-.]
‘그쪽 차례에요.’
스윽.
그녀가 맡은 첫 소절이 끝나려 하고 이지원이 도경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씨익.
도경은 여유로운 미소를 선보이며 마이크를 자신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드디어.....!’
도경이 마이크를 들자 구경하고 있던 모두들 이지원에 대한 감탄을 잠시 접어두고, 그를 향해 무언의 시선들을 보내기 시작한다.
항상 도경의 실력에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 도경의 실력을 확인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기이한 열망이 도경을 짓눌렀다.
“후읍”
기이한 압력이 자신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지만, 도경은 신경 쓰지 않고 깊게 숨을 들여 마시고는 내뱉음과 동시에 먼지를 털어내듯. 그들의 압력을 떨쳐 내었다.
[들려주고 싶은 노래들이
나는 너무나 많아]
“!?”
웅성!
“우와아.”
도경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모두들 한 차례 놀라 웅성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예상했던 상황과 전혀 다른 이변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 진짜 잘하네?”
카운터에서 걱정을 하며 도경을 바라보던 정한수도 도경의 목소리를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얼마나 놀랐는지 눈을 비비며 이게 현실인지 다시 한 번 확인 할 정도였다.
“저거 진짜 저 놈이 부르는 거 맞지?”
“맞아요. 도경 오빠 목소리에요...!”
“이야. 진짜 저 놈 자식. 진짜 사람 놀래키는 데 재주가 있어요.”
털썩.
정한수는 자신의 의자에 털썩 자리에 앉으며 도경을 향해 원망어린 말을 내뱉었다.
“괘씸한 녀석.”
자신은 노래를 잘 부른다고 도경은 주장했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원래라면 확인을 해야 했지만 어쩌다 보니 도경과의 의리상. 믿고 기다리기로 결정한 정한수는 덕분에 속을 부단히도 태워야만 했다.
“정말로 괘씸해.”
도경의 노래를 듣고 난 말로 표현 못할 허망함에 정한수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도 노래를 부르는 도경에게 눈을 떼지 않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의 마음이 닿기를, 너를 지켜볼 수 있기를~.]
“사람들 표정 봐라 가관이 아니네.”
“다들 도경오빠가 노래 못할거라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지금 우리도 믿기지 않는데 저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김찬미의 말대로 모두들 도경의 우스꽝스럽고 까부는 모습에 그가 노래를 못할 것이다 확신에 가깝게 추측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 생각이 전면 뒤집어 진 것이다.
‘역시!’
도경의 목소리를 맨 앞에서 듣고 있던 이지원은 속으로 자신이 여기에 온 것은 헛수고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해보죠.’
도경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도 잠시 곧바로 호승심이 서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반응에 도경은 그녀가 귀엽다 생각이 들었다.
‘귀엽네.’
서로가 무언의 시선을 주고받으며 본격적으로 노래를 임할 것을 알렸다.
[현실이 아닌 꿈만 같아.
네 앞에 선 이 지금이
너를 웃고 울게 할 이 노래가~]-이지원
[I dream 내 목소리를 타고
너에게 닿을 이 노래를 듣고 있니]-도경
도경, 이지원 두 사람은 마이크를 들어 올리며 공방을 오가는 것처럼 서로의 노래 소절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잔잔한 도입부를 시작으로 감정을 점차적 쌓아가며 클라이맥스까지 가야하는 [I dream]의 노래의 특성상.
클라이맥스 전까지는 조금은 심심할 수 있는 노래일 수도 있기에 지금 도경과 이지원은 둘 다 자신들의 가창력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덕분에 심심하게 들릴 수 있는 노래가 오히려 묘한 서정적인감성과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노래를 듣고 있는 모두의 귀를 사로잡는다.
“이건 대박이야!”
모두가 둘의 노랫소리에 취해 있을 때.
빵빵한 볼 살을 푸르르 떨며 희열 가득한 웃음을 짓는 최정훈은 자신이 들고 있는 캠코더의 손잡이를 꾹 붙잡았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그 둘을 화면 안에 담기 시작한다.
“제길. 더 좋은 카메라를 가져올걸! 그랬다면 더! 좋은 장면을 찍을 수 있었는데!”
캠코더를 고정시키며 움직이다 간혹 의도적으로 흔들 기도 하며 자신이 아는 촬영기법들을 활용하는 최정훈의 모습은 평상시의 소심하고 자존감 없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하다.
위이잉.
‘더! 갈수 있어. 너희들이라면 더 나갈 수 있잖아. 포텐을 터트리란 말이야!’
광기라 할 정도로 기이한 열망에 사로잡힌 최정훈은 기대감을 담아 도경과 이지원을 속으로 재촉했다.
그런 그의 기대속에 도경과 이지원의 노래부분은 점차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까워 져가고 있었다.
[I dream 내 목소리를 타고
너를 걷게 만드는 이 노래
지금 너는 듣고 있는지 궁금해-!]
이지원의 감성이 담긴 고음이 카페 내부를 가득 채웠다.
찌릿찌릿.
섬세한 목소리를 뒤받치는 풍부한 성량은 그녀의 작은 몸에서 나온 것이라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노래에 모두들 몸에 있는 잔털들을 일으켜 세우며 소름이 돋는 감각을 겪고 있었다.
[새카만 어둠 속 혼자 있지 않게
영원히 너를 위해 노래를 부를게.
워우어~.]
“와아..!”
하지만 이어져 나오는 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준 감동의 흔적을 간단하게 자신의 색으로 덮어버린다.
‘치잇! 이 정도로 안 되나?’
곡을 망가트리지 않는 아슬 한 선에서 감정을 실어 내질렀는데 감쪽같이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소화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자신에게 다시 노랫말을 건네는 도경의 모습에 이지원은 이를 갈았다.
‘저 사람은 아직 최선을 다한 게 아니야.’
이지원은 도경이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1을 주면 도경은 그걸 0으로 만든 후 다시 1을 준다.
마치 산 정상에 외치는 메아리처럼 딱 자신이 보인 것만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점이 그녀를 분하게 만들었다.
[I dream 내 목소리를 타고
너에게 닿을 이 노래] -도경.
마치 거울을 보고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감각.
이지원은 이 기분 나쁜 감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래의 절정 부분에 자신의 전력을 쏟아붓기로 하였다.
서로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애드리브가 필요를 하는 동시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서로 겹쳐 하모니를 이뤄야 하는 절정이다.
이 부분에서까지는 도경이 여유를 부릴 수 없다고 이지원은 확신하며 심상치 않은 눈빛을 반짝였다.
‘못 따라서 오면 노래가 망가질 위험이 있지만, 마지막이니 괜찮겠지. 진심을 내보이게 하겠어!’
당연히 하모니임 만큼 합이 중요한 부분이다.
애드리브라도 어느 정도는 선을 지켜야 파트너가 호응하고 따라갈 수 있는 법.
그런데 이지원은 선을 정하지 않기로 결정 내린 것 같았다.
“후읍!”
[I dream 메마른 네 맘에
비처럼 스며들 이 노래
마음을 적실 이 빗물처럼!!!]
찌리릿!
작정하고 내지르는 그녀의 고음과 애드리브의 노랫소리가 터져 나오며 카페 내부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야아!”
하모니 파트 진입 전에 강력한 그녀의 한방에 모두들 등골이 짜릿하는 전율에 휩싸였다.
현재 진행되던 노래 키와 감정선을 단숨에 여러 단계로 끌어 올린 이지원은 자신의 앞의 있는 도경을 향해 눈에 광채를 띄었다.
‘어때?’
이걸 도경이 넘지 못한다면 하모니가 있는 절정부문에 도달할 수 없었다.
사실 이러한 이지원의 행동은 과한 점이 있었다.
[I dream]이란 노래 자체가 여자 듀오가 부른 노래로 옥타브의 변화도 심한데 거기서 여성 음정을 유지한 상태로 몇 단계를 껑충 뛰어올려 버린 것은 파트너에 대한 도발과 동시에 노래를 망칠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상대방의 예의가 아니었다.
‘혼 좀 내줘 볼까?’
이를 증명하듯 도경의 눈에서 서늘한 안광을 터트림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기세가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전신이 찌릿찌릿해지는 압박감에 이지원은 숨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놀란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쿠웅!
“뭐, 뭐야?”
꿀꺽!
[너의 맘속의 사랑이~!!]
“......!?”
압박감과 동시에 도경이 쥔 마이크로부터 전과는 비교하기 힘든 높은 노랫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가 서 있는 자리를 중심으로 주변 공간을 순식간에 장악하고 집어삼켜 버렸다.
‘말도 안 돼!‘
1을 받으면 0으로 만들고 1을 줬던 도경.
하지만 이번에는 똑같이 되돌려 주는 게 아닌 이자까지 더하여 그녀에게 고스란히 되돌려 주었다.
인과응보라 했던가? 자신이 몇 단계 올렸던 노래가 배로 커진 역풍과 함께 쓰나미처럼 자신에게 덮쳐오는 것을 느끼며 이지원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 하였다.
‘이건..!?’
결국 이지원은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는데 그런 이지원을 바라보며 도경은 속으로 비릿한 조소를 지어 보였다.
‘적당히 하지 그랬니.’
자신의 자존심과 경쟁심 때문에 마지막에 노래를 저버린 그녀의 괘씸한 선택에 주어진 벌.
‘글렀어. 이건 내가 소화하지 못해...’
자신의 파트를 소화 못 할 것을 직감한 이지원은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래도 노래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알더라도 노래를 중도에 멈추는 것은 그녀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번뜩.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눈에 힘을 주고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나를 지켜본 네 앞에서 널!]-이지원
‘역시.. 무리였어.’
최선을 다했지만, 첫 소절을 부르자마자 실패한 것을 깨달은 이지원의 눈에 짙은 패색이 스쳐 지나가고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부터 나를 지켜본 네 앞에서 널!]-도경
‘어..!?’
하모니를 넣는 파트가 아닌데 도경이 그녀의 목소리에 받쳐주었다. 그러자 망칠뻔한 노래가 다시 생기를 뛰기 시작했다.
도경의 행동은 명백히 그녀를 도와주는 것. 그의 행동에 이지원은 의아한 눈빛으로 도경을 바라보며 눈을 마주쳤다.
끄덕.
‘일단 따라오렴.’
즐거운 기색으로 웃고 있는 도경은 그녀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보낸다.
‘아...!’
이지원 도경의 눈빛을 이해하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화음을 집어넣기 시작한다.
[후우우우~!],
[후우우우~!].
두 사람의 격정적인 하모니에 카페 내부에 있던 모두들 숨을 죽이며 두 사람의 목소리에 강한 카타르시스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거야!!!”
이 모든 것을 찍고 있던 최정훈은 들고 있던 캠코더를 부르르 떠는 실수를 하였지만, 오히려 이 순간에는 촬영기법을 떠나 지금의 이 손 떨림이 이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거면 다 단번에 끝낼 수 있어!”
자신이 담고 있는 저 둘의 보는 순간 악플러들 태반이 사라질 것을 최정훈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