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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3화 (13/357)

13화

숨 가쁜 절정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던 전율은 어느새 여운이 담긴 잔잔한 목소리로 변해 사람들의 놀란 가슴을 다독여 주었다.

[난 노래할게~.] & [난 노래할게-.]

“.........”

노래가 끝이 나고 적막이 흐른다.

두 사람 주변에 있던 청중들은 침묵하더니 이내 그 둘을 향해서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짝짝짝.

느리게 터져 나온 박수들은 어느새 우레와 같은 박수로 바뀐다.

짝짝짝짝!

와아아아아!

“대박이야.”

“두 사람 너무 노래 좋아요!”

“최고다!!!”

프로도 아니고 일반인 2명이 부른 거라 믿을 수 없는 호응이다.

힐끗.

‘이 사람이 여길 이렇게 만든 거야.’

도경이 자신을 이끌고 간 마지막 15초. 그 짧은 노랫소리에 모두가 열광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지원은 자신을 이끌어주었던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마이크를 쥔 자신의 손을 바라 보았다.

부르르.

마이크를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정신을 차릴 세도 없이 본능이 이끄는 대로 도경의 리드를 따른 대가였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는 감각이다.

온몸에 감도는 미열과 기분 좋은 탈력감에 묘한 상쾌함을 느꼈다.

청중들을 향해 넉살좋은 웃음을 보이며 환호성에 답하는 도경이 눈에 들어온다.

‘뭐하는 사람이지?’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감탄도 하고, 좋아도 하며 닮고 싶은 가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자신에게 이만한 감동을 준 가수는 도경 한 사람 뿐이었다.

“도대체 마지막은 뭐였지..?”

처음에도 노래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듣기 좋은 중저음의 톤 베이스 위에 담백하게 사람들에게 노래의 감성을 전달하는 그의 가창력은 평하자면 매우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신기한 감각이었어.”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린 감각. 도저히 생각해도 이해 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불쾌하거나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든든하고 포근하다. 자신이 무엇을 할지 어디서 어떻게 음을 구부릴지 속속들이 먼저 보여 주는 것이다.

“마치 가르침을 받는 것처럼.”

그의 노래를 듣고 최선을 다해 부르니 못 부를 거라 생각했던 노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겪은 것을 설명해줘도 상상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저 사람은 괴물이야.”

소리라는 이불에 감싸진 것 같은 느낌의 감각을 어떻게 떠올린단 말인가?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환호하는 것이다.

“지원 씨.”

“네, 넵!?”

괴물이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평범한 인상인데 장난기가 서린 방긋 웃음을 짓자 그가 그렇게 천진난만해 보인다.

“합격 입니다.”

“아? 네...”

그러고 보니 지원은 잊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노래를 부른 곳은 라이브 바에서 알바생을 뽑는 면접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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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다닥!

어두운 방안.

사각팬티와 런닝구차림을 하고 있는 뚱보 최정훈은 퀭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꺼림칙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흐흐흐! 편집 다 됐다. 이건 내 필모그래피에 들어갈지도 몰라.”

타다닥.

오늘 도경과 이지원이 함께 부른 듀엣 곡을 촬영했던 영상을 집에 오자마자 편집을 작업을 하기 시작한 최정훈은 결국 2개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1개도 아니고 2개라니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은하수의 스타 전설의 시작! [I dream]〉 new!

〈은하수의 별(1) M/V〉 new!

첫 번째는 도경과 지원의 노 편집본 영상.

두 번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영상 프로그램들을 이용하여 영상에 효과를 집어고 편집하며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한 영상 이었다.

“분명 이건 뜰 거야.”

동영상 사이트 유브의 헤비 유저이자, 영상 오타쿠인 최정훈의 확신했다.

이 영상은 분명 뜰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영상은 꿈을 포기했던 자신에게 왠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은 막연한 예감이 들었다.

“인생이 바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콩닥콩닥.

심장이 떨린다.

“후우...!”

탁.

「Enter!」

키보드에 있는 엔터키를 눌렀을 뿐인데 마치 하늘에 별을 쏘아 올린 것처럼 가슴이 울렸다.

엔터를 누름과 동시에 최정훈은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온몸이 쑤시고 피곤한 감각을 느껴졌다.

오랜만에 잊었던 열정을 불태우면서 작업했다 생각하며 최정훈은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가라.”

모두들 바쁜 사회란 환경 속.

인생에서 낙오중인 33살의 정훈은 자신의 머릿속에 맴도는 도경의 목소리와 노래가사를 떠올리며 피곤한 눈을 감는다.

‘Oh I dream.. 내 목소리를 타고...!’

취직을 하거나 돈이 되는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오랜만에 살아있는 살아 숨 쉬는 기분을 맛보았다.

아무걱정 없이 잠들 수 있는 잠자리에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

[JY 엔터테인먼트]

“휴우! 힘들다.”

드디어 바쁜 레슨과 하루의 일과를 끝낸 김미경은 사내 휴게실에서 자판기 커피를 꺼내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후르릅.

“한수오빠한테 미안하지만 역시 커피는 자판기 커피가 맛있어.”

정한수가 들었으면 배신감에 물들었을 얼굴을 떠올리며 그녀는 조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한수 오빠에게 연락을 전혀 하지 못했네.”

도경의 예상대로 김미경은 정한수를 좋아한다.

다만 오랫동안 친구로서 지내왔기에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을 뿐이다.

“설마 이 나이에 썸을 탈 줄이야...”

35살 임에도 아직도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미모를 지닌 미경은 당연히 연애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연예계에 종사한 만큼 초반에는 여러 남자들도 많이 만난 경험도 있다.

다만 바쁜 일정들과 일에 몰두하는 성향을 지닌 그녀 때문에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분명 그 쪽도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칫! 바보 곰탱이.”

여태껏 자신 쪽에서 먼저 고백만 받는 편한 연애만 해왔던 김미경은 우물쩍우물쩍 거리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갑갑했다.

톡톡!

“응? 한수오빠잖아? 이 오빠도 양반은 못 된다 말이야 그런데 웬일로 먼저 톡을 했담?”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든 김미경은 피식 웃으며 오랜만에 그에게서 온 선톡에 기쁨에 물든 표정을 지었다.

“동영상?”

인사말도 없이 링크주소만 딱 보내온 정한수의 톡에 눈살을 찌푸리는 김미경은 투덜거렸다.

“뭐야 이게 끝이야? 정말 이 인간이..!”

스마트폰을 만지면 목에 가시가 생기는 병에 걸렸는지 그의 용건만 보내는 톡은 욕이 절로 치밀어 올랐다.

따다닥.

[오빠! 링크주소만 달랑 보내는 게 어디 예의에요?]

[전에도 이러지 말 라고 했죠!]

[읽고 있는데 왜 답장 안 보내요? 얼른 답장 안 보낼 거에요?]

“이러니 여자한테 인기가 없지.”

커피 말고는 모든 것이 서툰 미련 곰탱이 정한수에게 볼멘소리를 내는 김미경은 톡으로 그에게 한 소리 하려다 참았다.

분명 지금 자신의 톡을 받고 안절부절 하고 있을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토톡!

“풋!”

김미경은 정한수가 보내온 톡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 미경아 미안. 그 링크주소 복사를 먼저 해서 무심코 글보다 먼저 그걸 올렸네. 동영상 주소인데 그거 설명하는 글을 쓰고 있는데 너한테가 톡이 와서 쓰던 글을 지우고 지금 이글을 다시 쓰고 있어서 답장이 늦었어. 다시 한 번 사과할게 미경아. 화난 거 아니지?]

숨 막히는 정한수 장문의 톡을 읽으며 김미경은 자신도 모르게 배시시 웃었다.

자신이 아는 남자들 중 가장 순수한 사람을 뽑으라면 단연코 정한수가 1위일 것이다.

따다닥.

[흥! 밥 한끼 대접하면 봐줄게요.]

토톡!

[응응. 뭐 먹고 싶은 거 있음 말해 맛있게 다 만들어 줄게.]

[연어 먹고 싶어요.]

[알았어. 언제 시간되면 말해줘. 준비해 둘게.]

“아 나이가 42이나 먹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귀엽지?”

밖에서 한 끼 사는 걸로 괜찮은데 이 남자는 자신이 요리해 준다고 당연하게 말한다. 순수한데다 요리하는 남자라니 심쿵 포인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거 링크주소 뭐에요? 오빠 이런 거 잘 할 줄 모르잖아요.]

[아 맞다 그거 봐봐. 우리 카페 오늘 있었던 동영상인데 미경아 놀라지 마라 진짜 대박이야! 보고 감상 꼭 말해줘.]

“응?”

[뭔데 그래요? 일단 영상 보고 올게요.]

평상시라면 있을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 정한수의 톡에 조금은 신기한 그녀는 동영상 링크주소를 클릭하였다.

띠리링~.

영상을 실행 시키자 익숙한 노래간주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이건 [I dream]?”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자신의 회사의 여성 아티스트 둘이 부른 노래인데 말이다.

들으면 마냥 좋은 곡이었지만 직접 부를 때는 곡의 맛을 살리기 어려운 노래였다.

노래를 부르는 당사자의 실력이 많이 필요로 하는 곡이라는 것을 김미경은 알고 있었다.

[상상했었어 무대에 오르는 그 순간을-]

인형같이 생긴 조그마한 소녀가 부르는 노래를 들은 김미경은 감탄하였다.

“이 여자애 물건이네. 어디 소속사 연습생이지?”

단박에 영상이 요즘 주변의 연습생들을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은하수의 별 카페 오디션인 것을 파악한 김미경은 유심히 영상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이 노래는 혼자 부르면 맛이 살지 않는데 왜 이걸 골랐지?”

두 사람이 부르기 위해 비슷한 가사들로 이루어져 있는 이 곡을 혼자서 부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다.

이런 수준급의 실력을 지닌 아이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건가?”

[야 드디어다!]

[과연 노래 잘 부를까?]

[쉿. 조용해봐.]

“뭐지? 다른 사람이 더 있었나?”

구경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은 김미경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예상대로 카메라 화면이 서서히 돌아가며 한 청년을 비춘다.

“어. 도경씨?”

자신 소속사에 있는 연습생의 오빠이자 왠지 신경이 쓰여 자신의 명함까지 건넸던 사람이다 모를 수가 없었다.

“바빠서 깜빡하고 있었네.”

회사내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때문에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잘 됐네.”

자신의 그 때의 감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 할 수 있는 기회에 김미경은 볼륨을 키우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에게-.]

“역시!”

도경의 목소리에 김미경의 눈가에 이채를 띄우며 여유롭게 동영상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감상하였다.

그러나 이내 점점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는 두 사람의 노랫소리에 표정이 굳어지더니 그녀의 입가에 띄었던 미소는 어느새 사라진다.

뚝!

“.......”

동영상은 끝이 났지만 김미경은 동영사에 흘러나온 노래에 대한 충격에 한참을 휴게실 안에서 홀로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

〈한 커뮤니티 사이트〉

[지금 우리가 본 게 사실임?]

┕[이거 동영상 제작자가 혼을 갈아 넣었네. 편집하면서 사운드만 따로 따서 녹음한 거임. 요즘 이런 디지털 싱어들 많음.]

┕[ㄴㄴ. 이거 라이브임 노 편집 영상 원본도 있음.]

┕[말이 되냐? 저게 라이브라고? 콘서트 시설에 부르는 것도 아닌데 개구라도 작작해라.]

┕[링크함. 사람 말 좀 믿으셈. 의심병 걸린 새꺄.→영상원본주소

[이거 영상 한 사람이 제작한 거라고? 미쳤네! 뮤비 하나 만들었네 ㄷㄷㄷ.]

┕[노래가 더 미쳤음. 지금 사람들이 환호성 듣는 거 봤음?]

┕[ㅇㅈ. 인지도도 없는 사람이 저렇게 환호성 듣는거 쉬운게 아님.]

[저기 카페 어디냐?]

[저거 어그로 끌었던 심사위원 아님?]

┕[ㅇㅇ. 욕 되게 많이 먹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들 입 다물 듯.]

┕[나도 욕 많이 했는데 X잡고 반성한다.]

┕[11111]

┕[222222]

위에 댓글들 모두 최정훈이 올린 동영상에 달린 댓글들 이었다.

새벽에 올린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들은 매우 뜨거웠다.

한 사람이 찍고 만들었다 믿기 힘든 높은 수준의 동영상에다가 영상 안에서 두 남녀가 부르는 듀엣곡에 모두가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건 바로 공유각이지.”

몇몇은 자신의 SNS에 동영상을 복사해와 공유하기 시작한다.

모두들 잠든 시각 기이한 열기가 온라인 세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우웨웨엑!”

여러 사람들을 놀래키고 이변을 만들어낸 당사자는 현재 변기를 부여잡고 토하고 있었다.

“아 죽겠다. 너무 술 많이 마셨어.”

카페마감을 일찍 하고, 자신을 억지로 술집에 끌고 들어와 자신에게 술을 들이켜 퍼 먹인 정한수를 떠올리며 도경은 이를 갈았다.

“아니 뭐가 괘씸하다고..! 욱! 우웨엑!”

괘씸죄라며 자신에게 이것저것 술을 먹이는 정한수는 천하의 도경도 정말로 무서웠다.

마시지 않으면 친한 형을 하나 잃을 거라 진지하게 겁박하는데 도저히 안 마실 방도가 없었다.

여동생 소희의 핑계를 대지 않았다면 분명 밤새 술을 먹였을 것이다.

쾅쾅쾅!

“아 오빠 나오라고! 나 샤워하는데 거기다 토하면 어떻게!”

“아 몰라!! 시끄러워. 욱! 우웨웩!”

“아 그만 토하라고!!”

쾅쾅쾅쾅!

이곳은 현세의 지옥일까?

뒤에서는 헬 하운드가 짖고 있었고 자신의 손은 미지근한 웅덩이에 담겨 있었다.

“어.. 이상하다? 분명 변기를 붙잡아야할 손이 왜 거기에 있지?”

철퍽!

변기 속에 들어가 있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린 도경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어느새 의식은 점멸 되는 것을 느낀다.

“음냐냐. 설마 나 취한거야? 술은 정신력...아..음.쩝!”

털썩.

오늘 사건으로 도경은 큰 교훈을 얻었다.

카일이 아닌 도경으로서 자신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주량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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