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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6화 (16/357)

16화

도경과 그를 찾아온 질이 나빠 보이는 학생 3명이 라이브석에 올라섰다.

“괜찮을까요?”

“뭐 싸우는 것도 아니고 들어보니까 서로 노래하며 기량을 겨루는 건데 괜찮지 않아?”

“그렇긴 한데...”

‘저런 애들하고 엮이면 별로 안 좋은데.’

딱 보아도 문제가 있는 애들이었다.

비싼 물건들을 몸에 걸치고 자기들 잘난 맛에 사는 애들인 게 한 눈에 읽혔다.

저런 유형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무엇이든 저지르는 아이들이었다.

“걱정마라. 설마 내가 있는데 문제를 일으키겠니?”

우드득.

‘점장님이 제일 문제 아닐까요?’

자신의 우람한 팔뚝을 보여주며 무슨 일이 생기길. 기다리는 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도경이 있는 쪽을 바라보는 정한수를 보며 김찬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팔뚝으로 애들을 때리면 십중팔구 유혈 사태가 일어날게 뻔했다.

“그럼 시작할까? 내가 해? 아님 너희들이 먼저 할래?”

“당연히 선빵 필수인 저희죠.”

노래방 반주기에 자신들이 준비해온 노래가 담겨온 usb를 꽂은 아이는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쿵쿵!

둠칫. 빰-. 쿵!

강렬한 비트가 반주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오. 힙합?”

“크크크. 아재. 비트 좀 탈 줄 알아요?”

요즘에 대세라 불리는 힙합장르.

지금 도경 앞에서 힙합을 부르려는 사람은 지금 이 애들이 처음이다.

카일로 살았던 이세계에서도 이런 장르의 음악은 없었기에 도경에겐 생소한 장르였다.

“직접 앞에서 들어 보는 건 처음이네.”

“yo-!”

비트에 몸을 흔들며 정신 사납게 움직이는 학생은 마이크에 대고 힘차게 외쳤다.

[어금니 꽉 물어

없으면 말어 그냥 그렇게 살아.]

“fcuk you!”

가운데 중지를 도경에게 들어 올리며 내배튼 욕.

강렬한 비트에 맞춰서 도경을 향해 그는 디스 곡을 내뱉었다.

[네가 원하는 건 대중들의 관심. 하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건 너에 대한 심판.

피땀 흘린 아이들 등 쳐먹는 네 심보.

토 나오는 네 얼굴처럼. 모두가 눈살을 찌푸려.]

“오 제법 괜찮은데?”

행실이나 겉모습은 불량한 학생 같은데 정의감이 있었던 것인가? 도경의 행태를 겨냥해 신랄하게 내뱉는 가사가 그리 썩 나쁘지 않았다.

상대를 디스 하는 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이 그 사람의 약점이나 모순을 공감할 만한 부분을 포착하는 것인데 이 학생은 남들이 공감할 만한 도경의 비판 받을 점을 잘 짚고 있었다.

[관심종자 한 마리에 피 보는 아이들

꿈을 접고 너를 향해 칼날을 갈지.

배 닦고 기다려! 칼 맞을 준비.]

‘머리 나빠 보이는 녀석이었는데 꽤나 굴리는 구나.’

은하수 별 카페에서 벌인 일에 대해서 도경의 비판할 점에 불을 붙이고 끊임없이 물어지며 자신들을 정의로 만들고 도경을 악이라 만들며 프레임을 씌우는 남학생의 랩에 도경은 혀를 찼다.

‘그가 무엇이기에 연습생들을 평가하는 가?’

현재 그의 실력이 증명되면서 무작정 욕하는 댓글은 분명 줄었지만 그를 향한 비난은 그래도 꾸준히 달리고 있었는데 그 중 주된 내용들은 그가 어린 연습생들을 상대로 그들의 재능을 평가하고 무시하는 도경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비판 이었다.

“옛날이었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흐르는 피를 붙잡아. 틱톡!

붙잡지 못하고 금방 흘러가는 네 시간.

결국. 5분남은 네 마지막.]

자신을 비판하는 이 부분에 대해서 도경은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하는 입장이라. 현재 남학생이 보이는 랩에 섣불리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묵묵히 랩을 듣고 있었다.

[니 인생 되돌아 모두에게 사과해.

너를 나준 엄마에 전화해.

그리고 추하게 울어대.]

꿈틀.

하지만 점점수위가 쌔지는 가사들을 들으며 도경의 미간에 힘이 들어간다.

사람 가리지 않고 참을 수 없는 욕 중 하나가 가족을 건드리는 욕이다.

랩을 내뱉는 학생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될 것을 건드려 나가기 시작했다.

[니 울음 속 마지막.

네 엄마는 눈감아.

수치스러운 니 인생.

가족조차 침묵해]

[네 죽음에 모두가 환호해!

인터넷에 벌어지지 글로벌한 축제.

네 죽음에 모두가 하나 돼. 찾아오는 평화]

자신의 가족을 건드리는 구절을 들은 도경은 그 후의 랩 구절은 듣지도 않았다.

“지껄여 봐라...”

어차피 자신에 대한 비판과 그들의 행동에 대한 합리화로만 이루어진 랩을 굳이 들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비판은 들어볼만 하지만 모욕은 귀를 기울여 들을 이유가 하등 없었기 때문이다.

“Fuck yeah!”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바라보는 남학생을 향해 도경은 귀를 파며 그에게 물었다.

“다 끝났냐?”

“흥. 여유 있는 척 쩌네요. 이젠 아재 차례에요. 뭐 쫄리시면 뒈지시던가.”

그의 도발에 도경은 코웃음 치며 마이크들 들어올렸다.

“야. 비트 틀어.”

“응!?”

“좀 전에 튼 비트 틀라고.”

“뭐라 구요? 설마 지금 내 비트에다 랩 하려는 거 아니죠?”

“왜? 뭐 문제있어?”

“풉!”

도경의 말에 그 남학생 웃었고 뒤에 있던 친구 2명은 도경을 향해 조롱 하였다.

“하하하. 이형 꽤나 빡 쳤나 보네.”

“무리수 오지구요!”

방금 전 틀었던 비트는 앞에 있는 남학생이 직접 만든 자신만의 비트.

지금 도경은 방금 전 처음 들어본 비트 위에 랩을 얹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자폭하려 하는 건가?’

사실 도경이 한 선택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욕을 한 상대를 이기기 위해선 그를 무시하거 아니면 자신도 그와 같은 수준의 맞대응을 보여야 한다.

1분 30초 동안 욕을 먹었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모양새가 살지 않는다.

[잘 찍었어?]

[ㅇㅇ. 찍었지 잘 나왔음. 다들 사이다 고딩이라며 칭찬일색임. ㅋㅋㅋ]

[저것도 찍어. 100퍼 말릴 텐데 오늘 조회수 갱신하자.]

[우리야 저 사람이 객기 부려서 고맙긴 한데 진짜 개 불쌍하다. 킥킥.]

사실 이 고등학생들은 개인방송을 하는 힙합 3인방으로 나름 인지도를 갖고 있는 크루였는데 그들이 도경을 찾아온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요즘 핫한 도경의 인기에 빨대를 꽂기 위해서였다.

원래 개인 방송하는 사람들한테는 이런 곁다리는 흔한 현상으로, 현재 그들은 도경은 몰래 아까 전의 디스랩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그들의 채널에서 생중계 방송하며 채팅장에서 도경을 향해 비웃고 즐거워하는 중이었다.

쿵쿵!

“오 시작한다!”

“아 벌써부터 손발 오그라들려고 하네.”

도경이 마이크를 들어 올렸지만 모두들 그를 향해 비웃었다.

처음 듣는 비트위에 가사도 준비 되지 않은 상태로 즉흥으로 랩 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들도 위험천만한 말도 안 되는 무모한 짓거리다.

도경이 객기를 부려도 한참 부리고 있다 그들은 여겼다.

[패기로운 급식. 오늘도 남을 체하게 만들어.

그런데 매점 빵보다 영양가 없어.

니들이 토해내는 토사물 네들이나 처먹어.]

“어?”

처음 듣는 비트의 도입부를 정확히 들어와 치는 도경을 놀란 눈으로 보는 3인방. 하지만 도경은 그들을 무시하며 자리에 앉은 채로 시니컬하게 툭 내뱉듯 랩을 하기 시작한다.

[지들만 정의로운 줄 아는 중2병. 거기다 옵션은 힙찔이.

의사들도 못 고치지지.

병신년에 태어난 너희들의 병신력. 우주의 기운으로도 안돼.]

[니들이 하는 심판. 정의 없는 폭력.

갑자기 나타나 찍. 싸고 사라지는 강간.

남아 있는건 바닥에 떨어진 너희들의 더러운 흔적의 분비액.]

[너희들에게 필요한건 의사 아닌, 배설물을 치워줄 청소부.

배설물을 치우는 청소부들은 허리가 휘지.

그리고 후회해.

자식이라 싸질러 놓은 자신을.]

[동정가지 않는 배설물.

똥통들의 모임.

멋이라 외치는 병신 짓 하는 힙찔이들 모임.]

[학교 종이 칠 때. 맞춰서 니들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줘.]

니들이 원하는 심판과 정의?

추위 속 광화문에 촛불 든 네 친구들이 대신해.]

[그게 너희들이 외치는 진짜 힙합. real hihop?

너희 들이 하는 건 아래로 손 내려. 위 아래로 흔드는 허공속의 피스톤질.

덕분에 우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아무도 보고싶지 않은 것은 제발 방에서만 혼자 해.]

“......”

짧은 시간 상황은 역전 되었다. 앞의 3인방 모두 떫은 감 먹은 듯 변해 있었다.

누가 봐도 도경이 보여준 래핑이 압도적인 우세였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들을 향한 디스보다 그가 보여준 랩 실력에 모두들 충격 받은 상태였다.

“미, 미친.”

“저게 말이 돼?”

처음 듣는 비트위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래핑하는 도경의 랩에 모두들 경악과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발성,딕션, 자연스러운 플로우는 전에 불렀던 원작자인 남학생보다 비트를 잘 소화하며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너. 대체 어떻게..?”

원곡의 주인인 남학생은 도경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 상황을 이해 할 수가 없었고 인정하기 싫었다.

자신이 열심히 선보이는 랩보다 대충 툭툭 내뱉는 그의 랩이 자기 것보다 훨씬 듣기 좋으니 그로서는 악몽 같은 일이었다.

“뭐지? 그 예상치 못한 표정은? 설마. 쓰레기 같은 니 실력을 내가 못 이길 거라 생각 한 거야? 풉!”

“닥쳐! x새끼야!!!”

쿠당탕!

휘익!

도경의 도발에 멘탈이 깨져버린 남학생은 도경을 향해 몸을 날리며 자신의 주먹을 휘둘렀다.

“꺅. 도경오빠.”

“오빠!”

“도경아!”

남학생의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모두가 놀랄 때.

씨익.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아주 제대로 쪽팔리게 만들어 줄게.’

남학생을 도발한 도경만큼은 그를 향해 진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휘이익.

‘3,2,1. 지금!’

자신의 코앞까지 온 주먹에 타이밍을 재고 있던 도경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

획!

“얻?”

크게 헛방질 하는 자신의 주먹을 보며 멍청한 소리를 내고 있던 남학생을 보며 도경이 비웃음을 날린다.

“주먹은 네가 먼저 휘둘렀다.”

휘익!

퍽!

남학생의 복부에 깊숙이 꽂아 넣는 바디 블로우. 묵직한 감촉에 도경은 곧바로 주먹을 비튼 다음 그의 장기를 깊게 파고 들어 파동을 이용해 내부를 진탕 시켰다.

부웅.

우당탕.

“커어억! 욱, 우웩!!!”

도경의 한 방에 남학생은 볼품없이 바닥을 구른 후에 헛구역질을 하더니 이내 바닥에 토사물을 내뱉었다.

“으웩. 더러워. 대체 약골주제에 왜 주먹을 휘둘러?”

“으......”

털썩.

자신의 친구가 쓰러진 것을 지켜보던 두 학생을 향해 고개를 돌린 도경은 손을 들어 올리며 손목을 까닥이며 그들을 향해 무언가 경고했다.

“상황종료 됐으니까. 영상 그만 찍고 폰 내려나라. 좋은 말로 할 때 말이야.”

쿠오오.

도경의 위압감에 모든 상황을 담고 있던 스마트폰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히끅!”

툭!

휙!-빠직!

“아앗!”

자신의 떨어진 스마트폰 액정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한 남학생은 비명을 질렀다.

---

상황은 금방 일단락이 되었다.

도경에게 뭘 따지기엔 먼저 주먹을 휘두른 건 자신의 친구였고 무엇보다 도경의 뒤에서 도끼눈을 뜨고 있던 험악한 정한수가 무서웠던 그들은 순순히 자리에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딸랑.

자리를 떠나는 3인방을 바라보며 정한수는 한숨을 내 쉬었다.

“도경아 라이브 인원. 대충 뽑고 오디션 내리자. 이제는 저런 놈들 까지 꼬여오고 기분 별로다.”

“그래도 뽑는 거 제대로 된 애들 뽑아야죠.”

정한수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무슨 연예인 만드냐?”

“형. 라이브 바 만든 거 제대로 성공해야죠. 우리 조금만 참도록 해요.”

“고집하고는. 나중에 다시 애기하자. 동생 기다리는 것 같은데 가봐. 너와 달리 동생은 이쁘네.”

“윽. 쓸데없는 말을! 이건 잘 먹을게요.”

정한수가 건네는 음료와 브레드를 받아들인 도경은 구석에 앉아있는 자신의 동생을 향해 다가갔다.

“웬일이야? 연습벌레 박소희가 일찍 나오다니 말이야. 오라버니가 많이 보고 싶었나?”

“뭐래.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야.”

‘애는 또 왜이래?’

김찬미도 그렇고 소희도 그렇고 오늘따라 자신의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유독 날을 세운다.

“왜 그래? 뭔 일 있었어?”

“언제부터야?”

“뭐가?”

“동영상 봤어. 언제부터 그런 능력 있었냐고?”

“......”

“내가 아는 오빠는 음악에 음자도 모르는 사람이었잖아.”

많이 동요하고 있다는 파장을 내뿜는 자신의 동생을 보며 도경은 입을 다물었다.

“오빠... 정말 내가 아는 그 박도경이 맞아?”

자신의 오빠인 박도경의 눈을 바라본 소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도경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니 소희야?”

“처음에는 그저 그려러니 넘어갔었어. 하지만 이상하잖아. 내가 아는 오빠랑 너무 다른걸.”

“그럼 내가 네 오빠가 아니라는 소리야?”

“그것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그건 아닌 거 같아. 다만..!”

“다만?”

소희는 도경이 보였던 위화감들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낯설어.”

“......”

“오빠 정말 나한테 설명해야할 거 없어?”

소희의 마지막 말에 도경은 눈을 질끈 감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네.’

“사실은... 소희야 나는 가족에게 숨기는 게 있어.”

오랫동안 고민한 문제였다.

이에 직면한 도경은 소희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힘들게 입을 열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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