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Нit Тhe Road Jаск!”
흥겨운 리듬소리와 함께 청랑한 여성의 목소리가 카페에 울려 퍼진다.
그러자 다른 쪽에서 무심한 듯 툭 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대답한다.
[What you say?]
(뭐라고 했니?)
[Hit the road Jack and don't you come back no more, no more, no more, no more.]
(당장 떠나 잭. 다시는 돌아 오지마,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Hit the road Jack and don't you come back no more.]
(당장 떠나 잭. 다시는 돌아 오지마.)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지 모르고 있는 남성을 향해 더 이상은 보기 싫다고 노래하는 청아한 여성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자 곧바로 다시 무심한 남자가 목소리를 높여 자신을 항변한다.
[Woah Woman, oh woman, don't treat me so mean,]
(오~! 여인이여, 여인이여 나에게 너무 야박하게 굴지마.)
[You're the meanest old woman that I've ever seen.]
(당신은 내가 본 여자중에 가장 잔인한 여자야)]
[I guess if you said so]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I'd have to pack my things and go. (That's right)]
(나는 아마 짐을 싸고 떠나야겠지. (그 말이 맞아!))
카페 내부에 울리는 기타소리 하나에 의지하며 두 남녀가 노랫소리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뚱-땅! 탁! 띠리리 띵!
기타가 연주하고 있는 곡의 이름은 레이찰스의 「Нit Тhe Road Jаск」
여성이 무책임하고 바람둥이 남자 잭(Jack)을 질색하며 쫓아내는 내용이 담긴 곡으로 무책임한 남자의 뻔뻔함과 그런 남자를 대하는 여성의 단호함이 태도가 드러나는 노래였다.
신나지만 똑같게 반복되는 리듬과 가사 덕에 자칫 맛이 죽을 수 있는 노래였지만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남녀가 서로들의 개성에 맞게 재해석하며 소울을 불어넣어 노래의 재미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한걸 알지만 능글맞고 뻔뻔한 남자는 정말로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지 모르는 무심하고 시크한 남자로 해석되었고. 괄괄하고 에너지 넘치는 여자는 가냘프지만 할 말을 하는 당돌한 여자로 재해석 되어 곡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이 애는 뭐지?’
‘이 누나 잘한다.’
서로 노래를 주고받고 있는 남녀는 서로에 대해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이쯤 되면 알겠지만 시크한 남자의 목소리를 맡고 있는 사람은 도경이 같이 음악을 하자고 데려온 16세 소년 지성준.
청아하지만 진한 소울풀을 지니고 있는 여성은 도경과 듀엣곡[I dream]을 불렀던 연습생 출신 이지원 이었다.
‘딱. 서로에 대해 좋은 자극을 주는 대상들을 만났어.’
뒤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던 도경은 둘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기본기와 기술의 토대로 자신의 음악성의 완성도가 높은 이지원과 그녀와 달리 가공이 되지 않은 거친 원석이지만 에너지와 빛을 지니고 있는 지성준.
상반되는 처지여서 오히려 서로에게 배울게 많은 둘이었다.
띠리링!
[Now baby, listen baby, don't ya treat me this a way 'Cause I'll be back on my feet some day]
(잠깐 자기야! 내 말 좀 들어봐, 나한테 이렇게 하지마. 언젠간 내 발로 다시 돌아 올거니까.)
[Don't care if you do 'cause it's understood You ain't got no money you just ain't no good Well,]
(상관없어. 돌아오던지 말던지. 돈 다 떨어지거나 모든 게 다 떨어지면 돌아오겠지.)
도경의 예상대로 성준과 지원은 서로를 의식하며 상대방을 향해 빠르게 영향을 받으며 자신에게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성준은 호흡과 음을 다루는 디테일에 신경 쓰기 시작했고, 지원은 자신의 음색을 믿고 좀 더 힘을 과감하게 실었다.
누가 먼저 상대방의 장점을 빨리 빼앗아 오는지 겨루는 것처럼. 짧은 노래속에서도 빠르게 변화해 나가는 둘이었다.
띠리링. 뚱-땅! 팅~!.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갑작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둘을 가이드하고 있는 도경의 기타 연주였다.
아쿠스틱 풍으로 편곡을 하는 「Нit Тhe Road Jаск」.
연주자의 소울에 따라 천지 차이로 변화하는 이 노래에 도경은 성준과 지원 두 사람이 변하는 노랫소리를 따라 기타 음을 훌륭히 만들어 내었다.
즉흥에 맞는 도경의 훌륭한 연주실력. 그리고 그 또한 노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축이었다.
어쩔 때는 둘에게 맞게 리듬을 만들어 주다가 간혹 둘의 리듬을 깨고 자신의 리듬을 집어넣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다행히 둘은 당황하지 않고 도경의 기타 음을 잘 따라서 노래를 했지만 이는 웬만한 실력이 되질 않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지금 이 「Нit Тhe Road Jаск」을 통해서 3명 모두 일반적으로 가질 수 없는 센스를 소유하고 있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좀 더 장난 쳐볼까?’
충분히 서로에 대해서 칭찬해줄만한 상황이지만 도경은 만족하지 못하고 장난기 서린 웃음을 지으며 둘을 보았다.
흥겨운 리듬 속에 도경은 두 사람 모두 감각이 날카롭게 고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실전만한 것만큼의 연습이 없지.’
이것이 mr과 다른 라이브연주의 다른 묘미다.
즉흥적인 연주소리에 음을 싣기 위해서는 평상시 이상의 감각을 곤두세워야 할 필요가 있었고 감각이 열려있는 이때야 말로 서로가 무언가를 주고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둘이서 서로 주고받았으니. 이번에는 도경이 줄 차례였다.
[I didn't understand you!]-도경
[I didn't understand you.]-성준
(당신을 이해 못했었어.)
‘뭐야?’
“도경오빠는 갑자기 왜 껴 들어와?”
갑자기 둘의 듀엣에 난입해서 들어오는 도경의 목소리에 둘은 잠깐 움찔했지만 티를 내지 않고 서로의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코러스를 넣어 줄 거면 저 누나쪽에서 가서 하지 왜 내 쪽 파트로 들어와?’
‘균형이 무너지잖아.’
이 노래에 남녀 역할은 남자가 지르면 여자 쪽은 코러스로 받아주는 형식의 남자가6 여자가 4의 비율의 가진 느낌의 노래다.
하지만 원곡의 느낌을 재해석한 성준과 지원은 5대5로 원곡의 힘을 빼고 서로의 노랫소리를 주고받으며 노래의 강약을 조절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도경의 난입으로 균형추가 남자 파트 부분으로 쏠린 상황이었다.
[Don't you come back no more]
(이제는 돌아오지 마)
다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자연스레 힘을 싣는 지원의 목소리가 화답을 한다.
띠링~뚝!
[You can't mean that]
(당신 그렇게 말하고 감당할 자신 있어?)
기타의 침묵과 동시에 도경의 목소리와 성준의 목소리가 한 목소리로 섞여 도특한 맛을 지닌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Don't you come back no more]
(인젠 돌아오지 마!)
나쁜 두 남자를 상대하는 감각에 지원의 노래 목소리는 더욱 표독 스러워 진다.
띠링!
[Oh, now baby, please!]-도경
(오,자기야 제발)
미묘한 차이지만 기타 선율이 강해지는 곳에서는 도경이 남자 파트를 혼자 부르고 약한 부분에서는 성준이 노래를 부른다.
뚝!
[What you tryin' to do to me?]
(나 한테 왜그래?)
서로 미리 논의하지 않았는데도 두 남자는 쌍둥이 형제처럼 완벽하게 호흡이 들어맞고 있었다.
‘조련당하는 기분이네.’
겉은 완벽하지만 성준의 속에서는 묘한 열의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기타선율, 호흡, 눈빛 등 다양하게 자신에게 신호를 주며 노래를 이끄는 도경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하는 본능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도경의 지배력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자신의 역량에 분한 마음이 일고 있는 까닭이다.
‘정말 못 말려.’
지원도 성준과 같은 경험이 있었기에 그가 어떤 마음일지 예상하며 혀를 차며 눈을 감았다.
노래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Oh, don't treat me like that!]-도경,성준
[Don't you come back no more!]-지원
뚝!
거친 야생마의 독주에 3명이 한데 섞여 날뛰다 마지막에 모두가 튕긴 듯한 마무리로 노래가 끝이 난다.
“.....”
“.....”
모두가 침묵을 하고 있을 때.
띠리링 탁!
도경은 기타를 튕기며 능글맞게 웃음 지으며 마이크에 대고 말한다.
“자. 박수!”
“와아아아!”
짝짝짝짝!
도경의 말과 동시에 카페 안에 있던 청중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을 하기 시작한다.
“완전 좋았죠. 여러분! 박수도 좋지만 여러분들의 지갑을 열어 할 때가 바로 지금 입니다. 여기 두 동생들 한창 자라날 성장기에요. 어서 지갑을 열어 맛난 까까 사먹을 돈을 주시길 바랍니다.”
“하하하”
‘쪽팔려.’
“아 분위기 깨.‘
기타 케이스를 향해 걸어가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는 도경을 보며 창피해 하는 두 사람. 하지만 도경의 진가는 여기서 부터였다.
모두가 도경의 호응을 유도하는 행위에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어 자신들이 낼 수 있는 돈을 꺼내들어 케이스 안에 넣고 있을 때
“자! 서비스로 우리 성준이 애교 한방 갑니다. ‘까가~. 사주 세요. 성준이 까까 먹고 시포요!’ 해봐.”
“와아아!”
도경의 시범에 모두가 즐거워하며 성준을 향해 시선을 보낸다. 당황한 성준은 도경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왜!”
“하면 내 몫까지 다 줄게.”
“!?”
불만을 토해내다 도경의 말에 눈빛을 빛낸 성준을 향해 도경이 급작스럽게 시작이라 외치며 기타를 쾅하고 쳤다.
“시작!”
따~따랑!
“성준이 까까 먹고 시포요. 까가-! 사주세요~.”
꺄아악.
곱상한 성준의 애교에 여성 손님들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이를 보며 도경은 능글 웃음 지으며 성준을 향해 못 볼걸 봤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 거짓말인데 하란다고 하네?”
“야!”
하하하!
성준과의 케미를 터트리고 있을 때.
혼자 떨어져 있는 이지원을 가리키며 도경이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우리 지원이..!”
“하지마...! 하면 죽는다.”
청중을 이용해 저렇게 몰아가는 도경의 수법에 얼마나 당했는가?
이제는 그의 눈짓 만 보아도 어느 타이밍에 끊고 차단해야 할지 배운 지원은 갸르릉 거리며 도경의 술수를 사전에 미리 차단했다.
“윽! 이게 눈치만 빨라지고 말이야.”
“하하하하.”
“자, 이젠 쉬어야겠습니다. 다들 은하수 카페에 즐겁게 놀다 가세요.”
“아아..!”
“아쉬운 소리 내어도 소용없습니다. 여기는 카페지 콘서트 장이 아니니까요.”
웅성웅성.
도경의 단호한 말에 모두들 아쉬운 표정으로 자신들의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3명의 공연에 집중하고 있었던 이들 모두들 목이 마른지 카운터에 줄서서 음료를 시키기 시작한다.
“여긴 카페인데 말이야. 완전 주객이 전도 됐잖아.”
몰리는 손님을 보며 웃고는 있지만 정한수는 무언가 조금은 잘못되어가고 있다 생각하며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생각한 라이브 카페는 커피를 맛있게 해주는 음악을 들려주는 곳이지 앞서 도경이 말한 것처럼 음악을 들으러 온 콘서트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하에 있는 카페인데 이러다가 콘서트장과 다를 바 없어지질 않을까 걱정하는 정한수 였다.
“걱정마세요. 도경씨가 저렇게 적당하게 끊어 가잖아요.”
“아. 정훈씨. 오늘도 잘 찍으셨어요?”
“네. 보다시피 오늘도 밤새서 편집 해야겠네요.”
“저런...”
정한수의 넋두리를 듣고 있던 최정훈은 웃으며 그를 다독인다.
“너무 무리 하는 거 아니에요? 계속 살이 빠지네요.”
“뭐 이것도 체질 이라서요. 걱정안하셔도 되요.”
‘체질이라도 그렇지 2주 만에 20kg빠지면 누구라도 걱정합니다만.’
그의 뚱뚱한 몸은 어느새 일반인 사이즈로 돌아왔는데 이목구비가 들어나면서 꽤나 준수한 얼굴을 되찾은 최정훈.
그것을 보며 놀랍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저렇게 고무줄처럼 급격히 살이 빠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컸다.
“면접도 끝났겠다. 운영하는 채널이 잘 된다고 해도 조금은 쉬면서 하세요.”
“하하. 그게 요즘 제 보람 이라서요.”
이제는 유브 채널 구독자 수가 40만을 넘어서 50만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성장세를 이룬 만큼 최정훈은 공장처럼 끊임없이 영상을 제조하고 있었다.
아직은 신생채널이라 마찬가지라 조금이라도 새로운 컨텐츠의 생성이 늦어진다면 구독수에 영향을 미칠 것을 아는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죠.”
정한수의 말처럼 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최정훈의 입장이었다.
‘광고도 달았고 이제는 집에서도 어깨를 피고 사는데 여기서 쉴 수 없지.’
항상 자신을 냉랑한 시선으로 보았던 자신의 가족들이 자기가 운영하는 채널의 다음달 정산금액을 목격하고는 곧바로 대우가 달라졌다.
33년 처음으로 받아보는 가족들의 따스한 시선에 괜시리 울컥하기 까지 하지 않았던가.
“정훈이형 잘 찍혔어요?”
“오오! 도경아 응. 되게 잘 찍혔어. 역시 네가 라이브에 나서면 분위기가 확 산다.”
“당연하죠. 저는 은하수 대 스타니까요.”
“그거 컨셉이니? 아니면 진짜 성격이니?”
항상 얌전해 보이더라도 진심으로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는 도경을 보며 최정훈은 쓴 웃음을 짓는다.
“진짜인데요? 이 형이 아직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네.”
“믿음이 부족하다니? 내가 이래 뵈도 네 첫 팬 아니냐.”
“진짜에요?”
“진짜로. 요즘 주변에 외주 받는 일도 관두고 여기 일만 계속하는 거 보면 모르냐? 나는 너한테 올인 했다.”
“훗. 그 결정 후회하지 않도록 해주죠.”
두근!
저거였다.
저 확신에 가득한 자신만만한 웃음.
저거에 자신은 홀린 것이다.
무엇이든 도경과 함께라면 무언가 일을 낼 것 같은 느낌에 항상 등골이 오싹 거린다.
‘분명 저 녀석은 물건 중에 물건이다.’
분명 평범한 인상을 지닌 도경인데 그가 무언가를 행동하면 모두의 눈은 그를 쫓게 된다.
풍문으로 연예인은 일반이과 달리 오라 같은 게 나온다고 하던데 도경이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최정훈은 자신도 모르게 뒤돌아서는 도경의 뒷모습을 사진 찍었다.
찰칵.
흰 면티에 청바지를 입은 한 사내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
이 사진이 먼 훗날 온 세상에 뿌려질 지 최정훈은 이 당시에는 상상도 못하였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