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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6화 (26/357)

26화

“안녕하세요. g-132번 [레전더리] 팀입니다.”

부스 안으로 들어온 도경과 성준.

성준은 예의바르게 심사위원들에게 인사를 올렸지만 가운데 앉아 있는 산적같이 생긴 피디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지 않고 딱 한마디의 말을 건넸다.

“제한시간 60초입니다. 바로지금 노래 불러주세요.”

“......”

차가울정도로 보이는 행동과 맥 빠지는 태도.

띠리링.

“!?”

그런 성준의 귓가에 도경의 기타소리가 들려왔다.

뻐금뻐금.

‘귀찮으니까 빨리 끝내자.’

“풋.”

자신의 옆에 있는 형.

도경을 처다 보는 성준은 그가 입을 뻐금거리며 자신에게 전달하는 말이 무엇인지 읽어내고는 웃어 버렸다.

심사위원보다 더욱 귀찮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도경이었기 때문이다.

“노래 시작하겠습니다.”

[뮬란 OST - Reflection]

[날 봐요~.]

(Look at me.)

부드러운 멜로디 위로 성준은 가볍게 툭 던지듯 말 한마디를 던졌다.

자신을 봐달라는 가사 한마디.

그의 뜻대로 심사위원 3명모두 성준을 향해 시선이 꽂혔다.

[당신은 날 정확히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대는 절대로 절 이해할 수 없을걸요.]

중성적이지만 힘 있는 목소리.

듣기 좋은 목소리에 심사위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성준의 노래 속으로 빠져 들었다.

[날 바라보는 저 소녀는 누굴까?

날 계속 바라보는 저 소녀.]

Ost기반의 노래라 그럴까.

노래 곡이 지니고 있는 감정이 빠르게 고조되어 절정을 맞이한다.

“아아아~!”

성준의 고음이 터져 나왔다.

[내 진심을 언제쯤 펼칠 수 있지?

내 맘속에 있는 진실이.]

16세 소년 지성준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에 심사위원 모두 몽롱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성준의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띠리링~탁.

13번 부스 안에서의 기타연주로 시작한 노래가 끝이나고, 오디션 종료를 알리는 알람소리가 좁은 부스 안을 울리고 있었다.

삐비빅. 삐비빅!

“......”

“......”

“......”

60초의 제한시간을 알리는 알람소리.

하지만 이곳에 들어선 도경과 성준은 60초를 넘겨 노래의 1절을 다 부르는 기염을 터트렸다.

노래 도중에 울리는 알람을 진즉에 꺼야 했지만 심사위원들 중 그 누구도 알람을 끌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 끝났는데요? 가면 되나요?”

‘좀 흥분했어.’

알람소리를 들으며 성준은 그들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피었다.

방금 전 불렀던 노래가 조금은 흥분한 감이 있지 않나 싶어서였다.

노래를 듣는 사람은 고작 3명인데 대형 콘서트 무대에서 서있는 것처럼 열창을 한 게 성준의 마음에 걸렸다.

‘무, 무...물!’

성준의 걱정과 다르게 나Pd는 그의 노래에 큰 충격을 받아 놀라고 있었다.

‘물건이다!’

[레전더리]라며 터무니없는 내용만 적혀있던 서류를 읽었던 나pd는 처음에는 겉멋만 들고 실력도 없는 허접이란 생각과 달리 둘의 평범하고 수수한 느낌에 놀랐고. 두 번째로는 그들의 실력에 놀랐다. 꽝 일거라 생각했던 곳에서 터무니없는 물건이 튀어 나온 것이다.

‘저 녀석 성준이라 했나? 저 놈은 분명 뜬다!’

노래를 불렀던 성준을 바라보며 나pd는 눈가에 이채를 뛰며 성준의 서류에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적어 놓았다.

‘저기 놈은 모르겠지만.. 대조효과로는 괜찮을 것 같네.’

기타를 매고 있는 수수한 청년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나pd는 곱상하게 생긴 성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괜찮은 조합이라 생각이 들어서였다.

수수한 인상을 지닌 도경 존재는 시청자들의 친숙함을 불러 일으킬 것이고 반대로 성준의 얼굴이 더욱 빛나게 보이게 하는 장치가 될 거라 생각했다.

분명 화면에 노출 많이 될 것이다.

“내가 독점해야해...!”

수십 개의 카메라 팀들은 될 성 있는 떡잎들을 눈여겨보고 자신들의 재량 안에서 지원자들을 화면에 담는다.

나중에 프로그램에 기여도가 높은 지원자를 찍은 팀에게는 포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첫인상이 중요하지.’

나Pd는 계산을 마치며 태평한 표정을 유지하며 둘을 향해 상냥한 웃음을 보인다.

“하하하! 성준이라 했나? 너 정말 노래들 잘하는구나. 원래 말하면 안 되지만 너희들은 합격이다 수고했고 나중에 보자꾸나.”

꾸벅.

“감사합니다.”

“.......”

나pd는 성준을 칭찬하며 그를 향한 호감을 진하게 드러내었다. 성준을 전담하기 위해선 우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으며 그를 꼬셔야 했다. 그래야 자신이 자연스럽게 그를 전담마크 할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뒤에 있는 녀석은 건방지네.’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성준과 달리 목만 까닥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도경을 보는 나Pd는 속으로 표정을 찌푸렸다.

찌릿.

도경과 나Pd 서로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눈빛을 교환한다.

‘어디서 빨대를 꽂으려고?’

‘다 큰 놈이 동생 덕이나 보려고 하고 한심한 놈.’

도경은 산적 같이 생긴 나PD가 성준을 보며 욕심내는 것을 진즉에 알아 차렸다. 저리 어설프게 수작질을 벌이니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이용만 들려는 눈빛이다.’

이심전심일까? 나Pd 또한 도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보다 어린 동생 뒤에서 기타연주와 간단한 코러스로 날로 먹는 주제에 고개가 뻣뻣하다.

그 싸가지 까지 없는 태도에 도경이 괘씸했다.

‘실력도 없는 놈이..!’

솔직히 K스타에 악기만 연주하는 사람은 필요 없었다. 프로 밴드가 있는데 왜 악기를 연주하는 놈이 팀으로 들먹이며 앉아있는지 나pd로서는 짜증이 났다.

“도경씨라 했나? 코러스 보니까 보컬이 조금 모자른 것 같던데 나중에 연습 안하면 본선에서 많이 곤란할거에요. 연습 많이 하고 오세요.”

찌리리!

도경의 코러스를 제대로 듣지 않은 주제에 나Pd는 주관이 섞인 평가를 하며 도경을 향해 무언의 구박을 주었다.

"흥. 알아서 제가 잘 하겠습니다. 가자 성준아.“

"으, 응.“

도경은 나Pd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지그시 노려 봐준 후. 성준을 밖으로 이끌고 나갔다.

명백히 예의 없는 태도였지만, 도경 본인 성격상 자신에게 적의를 품는 사람에게는 뻗대는 기질이 있어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저, 저 건방진 놈이...! 분명 그 서류작성도 저 놈이 한 걸 거야.“

방송국 짬밥이 얼마인데 도경이 보내는 눈빛을 모르겠는가. 그건 분명 자신을 귀찮은 사람을 대하는 눈빛이다.

제깟 놈이 톱스타도 아니고 무명에다 능력도 쥐뿔도 없는 놈 주제에 저런 건방진 태도라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저 수수하게 생긴 형이라는 사람 은근 캐릭터가 있네요.“

"캐릭터? 야! 캐릭터가 다 얼어 죽었냐? 저 놈은 그저 동생 등이나 처먹는 싸가지 없는 새끼야.“

옆에 있는 작가의 중얼거림에 나Pd가 발끈하였다.

자신이 발견한 원석 옆에 있는 똥파리 도경이 얼쩡거리는 것도 가뜩이나 맘에 들지 않는데 자신의 팀원이 그를 칭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이 또 나Pd님 뭐가 또 그 애가 마음에 안 들었을까? 그래도 저 형이라는 애 1인분은 했잖아요. 기타연주와 코러스 목소리도 튀지 않게 좋고 말이에요.”

“시끄러! 남성듀오가 코러스로만 되는 자리야? 그리고 너희들은 아직도 감이 오질 않냐? 저기 성준이가 부르는 노래 앞에 녀석은 거추장스러운 걸림돌일 뿐이야.”

“뭐, 그건 그렇네요.”

나Pd의 말에 두 명의 심사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 할 수 밖에 없었다.

16세 소년의 그 압도적인 존재감.

미친 듯한 에너지 앞에서 솔직히 뒤에서 코러스 하는 존재자체가 필요가 없었다.

“여튼, 저 녀석들은 우리 팀이 단독으로 붙잡는다. 다들 입 단속해.”

지원자가 수천 명이 되는 이상 모두를 공평하게 카메라에 담을 수는 없는 힘든 현실 속에서 도경과 성준은 비꺽거리긴 했지만 제작진의 눈도장을 찍는 데는 성공한다.

‘흥 건방지게 내 노래를 평가해? 그 자식은 나한테 찍혔어.’

별거 아닌 말이었지만 점점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 도경은 나Pd를 기억에 담아 두었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 다 서로를 찍은 셈이었다.

1주일 뒤

띠리링. 띠리링.

“여보세요?”

“네.네.”

4일간을 걸친 예선전은 끝이 나고 그로부터 1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성준은 처음 보는 번호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19일에요?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8시까지 오면 된다고요? 네. 네 알겠습니다.”

뚝.

“합격...!”

저번에는 달랑 문자 메시지 하나였는데 2차 예선 합격 통보는 직접통화를 통해 전해준다. 전과 확실히 다른 대우에 성준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토톡!

[합격통보 받았지?]

“도경이 형?”

용건이 없으면 원체 잘 연락이나 톡을 안 하는 도경에게 톡을 받은 성준은 의아해 하면서도 그에게 톡으로 수십 개의 이모티콘을 찍어 보내며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였다.

[네! 형. 지금 학교옥상인데 기뻐서 날 뛰는 중입니다.]

[뭘 당연하거 가지고 그러냐. 그 털보 피디가 그때 합격이라고 했었잖아.]

[사람말을 어떻게 믿어요. 공식적인 합격통보가 좋은 거죠. - -;]

“진짜 이 형 어쩔 때 보면 되게 무신경하다니까.”

도경의 톡을 보면서 혀를 내두루는 성준은 옥상 벤치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흐흐흐! 내가 Tv에 나온다.”

“Tv?”

“!?”

하늘을 보며 실실거리고 있을 때. 그의 곁에 한 여성이 의아해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깜짝이야.”

벌떡.

벤치에 벌떡 일어난 성준은 익숙한 인물에 한숨을 내쉬며 놀란 가슴 달랬다.

“뭐야? 강미진 너였구나. 놀래라.”

“쿡쿡. 놀래기. 그런데 갑자기 웬 Tv?”

안경을 쓰고 구부정한 자세에도 큰 키가 드러나는 그녀는 성준에게 다가와 있었다.

미진이라 불리는 여성은 큰 뿔테 안경과 포니테일로 긴 머리를 묶고 있어 전체적으로 어둠침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였다.

“벌써 점심시간 인가?”

“으, 응.”

“방금 전에 일어나서 몰랐어.”

수업 땡땡이 치고 옥상에서 잠을 자다가 합격통보 전화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거였으니 점심시간을 확인할 틈이 없었던 성준이었다..

성준은 뒤늦게 스마트폰에 떠 있는 시간을 확인하며 자리에 일어났다.

“오늘은 뭐 먹지?”

가난했던 환경과 원활하지 못한 교우관계 덕에 학교급식을 신청하지 않았던 성준의 점심메뉴는 매점음식들이었다.

그는 입술을 삐죽이며 머릿속에 메뉴를 떠올리며 라면과 김밥을 먹을지 햄버거와 콜라를 먹을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저..”

“응?”

스윽.

“도시락 같이 먹을래?”

강미진은 귓불을 붉게 달아오른 상태로 성준에게 고급 스러워 보이는 갈색의 3단 도시락 통을 슬쩍 들어 올렸다.

“나야 고맙지. 잘 먹을게.”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보던 성준은 웃으며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들었다.

“응!”

그의 말에 화색이 돋는 그녀는 성준의 옆에 앉아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역시 언제 봐도 화려한 도시락이구나.”

“헤헤. 유모가 힘 좀 써줬어.”

“나야 그렇다 치고 솔직히 왜 네가 친구가 없는지 나는 모르겠다.”

“음침한 나랑 어울려 주는 거는 너 정도인걸...”

성준과 미진 두 사람 다 학급 반에서 겉도는 유형의 존재.

우연치 않은 계기로 친해지면서 서로 친한 친구가 되었는데 만약 둘이 친구가 되지 않았다면 두 사람 모두 친구 하나 없이 중학교 마지막 시절을 보냈어야 했을 것이다.

“또! 주눅 드는 버릇 나온다. 밝아지라고는 안하는데 넌 좀 너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져야 할 필요 있어.”

이 앞에 있는 소녀는 집도 유복하고 성격도 착해 심지어 학업까지 우수하다.

창백하게 혈색과 두터운 뿔테 덕에 조금 음침해 보이는 게 흠이긴 해도 말도 섞어 본 바 친구가 안 생길 정도로 매력이 없는 친구는 절대 아니었다.

“으.응..!”

“참내. 집안도 좋고 공부도 잘해 모나지도 않았는데 왜 항상 그렇게 네가 자신감이 없나 모르겠다니까. 알고 보면 진국인데 말이야.”

“지, 진국?”

“그래. 그러니까 좀 더 자신에게 당당해져. 나도 이리 숨 쉬며 사는데 말이야. 킥킥!”

“아냐! 성준이 네가 어때서!”

화들짝

“쿨럭!쿨럭!”

조용한 자신의 친구가 갑자기 소리를 높인 덕에 성준은 한입에 삼켰던 초밥이 목에 걸리는 것을 느끼며 밥풀을 튕기며 기침을 하였다.

“서, 성준아 괜찮아? 여기 물부터 마셔.”

“켁! 깜짝이야 먹을 때 갑자기 소리 질러서 놀랬잖아.”

“미안...”

“아니. 또 그런다. 내가 나쁜 짓 한 것 같잖아.”

‘애랑 이야기 하면 기 빨린단 말이야.’

미진이란 소녀를 보며 성준은 미진의 저런 점 대문에 친구가 없는 거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의 말 한마디에 저리 일희일비 한다면 상대방도 그 만큼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첫 친구니까.’

저런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선입견 없이 먼저 다가 온 친구다. 머쓱해지는 분위기에 그녀가 불편하지 않도록 성준은 무언가 화제전환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저기 혹시 [K-star]봐?”

“K스타? 그 오디션 프로그램 말하는 거야?”

“어. 근데 의외다 네가 그런 것도 알긴 하는구나.”

“조금...”

집에서 과외강사들과 하루 종일 공부만 해야 하는 그녀의 스케줄을 아는 성준은 그녀가 k-star를 아는 듯 하여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녀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왜? 별로 안 좋아해?”

“그.. 사실은 언니가 이번 시즌에 참가하거든......”

“아. 진짜?”

“응...”

원래 성준은 자신이 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다 말해주려 했지만 그녀의 말에 성준은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

“그런데 K스타는 갑자기 왜 물어봤어?”

“음.. 아무것도 아니야.”

‘역시 관두자.’

강미진과 그녀의 언니의 사이는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 것을 아는 성준은 괜한 말을 꺼내 그녀의 기분을 망치기 싫었다.

“맛있네.”

“응. 많이 먹어.”

“나중에 내가 잘 되면 한 턱 쏠게.”

“헤헤헤. 무리 안 해도 돼.”

“잘되면 말이야 하하하.”

“그래.”

성준은 자신의 이성친구가 고마운 존재라 생각했다. 자신의 사정을 듣고도 어설픈 동정을 하지 않았고 개인적인 선을 지켜줄 줄 알았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주는 그녀의 어른스러운 행동과 배려심에 항상 감탄하기 일수였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이 녀석도 나름 불쌍해...’

밥을 먹고 있는 미진을 보며 성준은 안타까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가난 속에 허덕이며 절망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인 가족이 있어서 버텼는데 정반대로 그녀는 부유한 환경 속에 있는 가족들 때문에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힘내!”

“응? 뭐야 갑자기?”

“우리 둘 모두 힘내자고. 세상에 보란 듯이 떳떳하게 살자고!”

“쿡. 요즘 성준이 너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아.”

“파이팅!”

“꺄하하하하.”

성준의 오버에 미진은 드물게 크게 웃는다.

푸른 하늘 옥상위에서 두 소년 소녀가 화기애애하게 청춘을 보낸다.

---

끼익.

“......”

“아가씨 마중 나오러 왔습니다.”

“네.”

점심시간 간만에 활짝 웃었던 미진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고 어두운 표정을 한 채로 그녀는 고급외제차에 올라탔다.

털썩.

“응? 언니는요?”

차안에 보기 싫은 얼굴이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자 의아한 음성으로 미진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소영님은 오늘은 연습실로 친구들과 바로 간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요. 그거 다행이네요.”

“.......”

자신보다 2살 많은 이복언니를 떠올리는 미진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별 탈 없이 집에 갈 수 있겠어.’

[강소영]

8년 전 아버지와 재혼한 상대의 어머니 딸로 어릴 적부터 자신을 무난히 괴롭혀 왔던 소악마 같은 소녀다.

왕따는 물론 폭력까지 스스럼없이 사용하며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잔인하고 영악하게 자신을 괴롭히는데 집착하는 그녀의 존재는 미진에게 있어 공포 그 자체였다.

“뭐. 말해봐야 믿지 않겠지.”

미진은 체념한 표정을 지으며 창밖의 풍경을 보며 고개를 기대었다. 것도 그럴게 그녀를 지켜줄 울타리는 아무것도 없는 까닭이다.

애교 없는 자신보다 싹싹하고 밝은 언니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자신을 미워하는 양어머니.

집이라는 장소는 무엇 하나 그녀가 기댈 만한 구석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성준이가 K스타를 이야기 꺼냈었지. 무슨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 같았는데 뭘까?”

미진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져 갔다.

한참 집안에서 화젯거리인 K스타.

사람들의 앞에서고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자신의 언니 강소영은 재능이 있었는지 본선 1라운드에 진출하였고 덕분에 집안은 축제 분위기다.

“왜 언니만 사랑 받는 거야...”

그들만의 축제 속에 강소영의 무용담을 듣는 강미진은 그녀를 보며 원망스러운 한편 부럽기도 하였다.

자신과 달리 귀엽고 예쁜 얼굴로 모두의 관심과 호감을 사는 강소영의 눈부신 삶은 자신이 원하는 삶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글썽.

창에 비치는 한심한 자신을 보며 미진은 서러움에 눈물을 글썽였다.

“죽고 싶어...!”

부우웅.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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