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우글우글.
〈본선〉
“확실히 저번 보다 다르네요.”
스튜디오에 모여 있는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성준은 조금 긴장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체육관에 있던 사람들은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면 이제부터 제대로 된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신경 쓰지 마. 그래 봤자. 우승은?”
“레전더리죠.”
씨익.
도경의 확신하는 말투에 이제는 반 가까이 세뇌된 성준은 기분 좋게 웃는다.
전과 다른 분위기에 살짝 눌려서 느껴졌던 압박감은 도경의 목소리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있었다.
“가자. 뭐 큰일이라고 가족들까지 대동단결하고 왔대?”
“가족들 우애가 보기 좋은데 왜요?”
“자신의 기량을 시험하는 곳에 가족을 데려오는 나약한 정신 상태가 마음에 안든단 말이야”
어린애들이야 보호자가 필요하다 치고 다 큰 성인이 학예회도 아니고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는 진검승부를 받는 장소에 가족을 데려오는 모습은 그리 좋게 보이지 않는 도경이었다.
노래 한곡 부르는데 대기시간이 보통 3-4시간 정도 되는데 덕분에 부모도 덩달아 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었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쟤들이 부럽네요.”
하지만 성준은 다르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가족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는 참가자를 보며 부러운 눈빛을 띈다.
“.......”
태어나자마자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겨 진. 아니, 실상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거나 다름없는 성준으로서 저런 모습은 솔직히 부러 웠고, 씁쓸한 감정이 느껴졌다.
툭.
“야! 넌 내가 보호자잖아.”
성준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도경은 그의 등을 툭 건드렸다.
“네?”
“여기서 네 보호자는 바로 나라고. 그것도 네가 노래를 부를 때 바로 옆에 서있는 사상 최강의 보호자가 이 몸이란 말씀이야. 부러워 할 걸 부러워해라.”
딱!!
“악.”
이마를 직격하는 도경의 딱 밤에 성준은 고통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부르르.
킁.
고개를 숙인 성준에게서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자 도경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보며 물었다.
“야, 너 설마 우냐?”
벌떡
“아, 형!!! 너무 아프잖아요?”
하지만 이내 고개를 들고 바락바락 대드는 그를 향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줬다. 딱밤이 상당히 아팠는지 눈이 붉게 물들어 눈물이 찔끔 머물고 있었다.
“비리비리하게 생긴 값을 하는 구나 사내새끼가 맷집이 그리 약해서야. 형으로서 창피하니까 아는 척 하지마라.”
“이익!”
딱!
“아악! 이게 무슨 짓이야?”
비웃는 도경을 향해 성준은 자신이 당한대로 도경의 이마에 딱밤을 튕겼다. 그것도 이마에 절묘하게 각진 부분을 노려서 말이다.
“헤헤헤. 비리비리하게 생긴 저한테 딱밤 맞고 오버 하는 거 아니에요? 어휴 창피해라. 아는 척하지 마요! 멍청이. 베에!”
타다다닥!
받은 대로 돌려준 성준은 그를 향해 비웃으며 서둘러 거리를 벌리며 도망갔다.
“이게!?”
자신의 이마에 딱밤을 먹이고 도망가는 성준을 잡기위해 도경은 나이 값도 못하고 전 속력으로 그를 쫓는다.
“하하하하.”
자신의 뒤를 쫓는 도경의 기척을 느끼며 성준은 환히 웃었다.
‘사람 괜히 울컥하게 만들고 있어.’
(야! 넌 내가 보호자잖아.)
딱밤이 아파서 그런 게 아니었다.
도경의 그 말 한마디가 성준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어 놓았기에 자신도 모르게 나온 것이었다.
하마터면 평생 놀림거리가 될 뻔한 것을 느끼며 성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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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그랬던가? 오디션은 기다림과의 싸움이라고 말이다.
단순히 기다리면 되는 게 아니다. 불안과 긴장감 같은 감정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있어야 했다.
마치 방사능에 피폭 되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자각을 하지 못하지만 어느새 묘한 피로감과 함께 몸이 경직되고 컨디션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모두들 자신들의 순서가 될 때가지. 불안과 초조함을 연습으로 이겨내거나 자신들 만의 마인드 컨트롤로 마이페이스와 컨디션을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하기 부지기수. 막상 때가 되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못 보여주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쿠울...!”
그런 환경속에 유독 한 참가자가 눈에 뛴다.
“저 새끼 뭐야? 되게 거슬리네. 그림 안 나오게 말이야.”
카메라 Vj중 한 명이 대기실의 상황을 풀 샷으로 화면을 따야 했는데 풀샷의 그림을 깨는 한 참가자를 향해서 욕설을 내뱉었다.
“음냐음냐.”
긁적긁적.
바로 차가운 바닥에서 세상 행복하게 자고 있는 도경 때문 이었다.
Vj가 화면에 따야하는 건 대기실의 긴장감과 치열하게 연습하거나 초조하게 기다리는 참가자의 모습이었는데 도경 때문에 자신이 따야하는 큰 그림의 분위기가 와장창 깨지고 있었다.
“에이 시간도 없는데 대충 화면 밖으로 찍자.”
깨워볼까 생각도 해 봤지만 참가자의 자유로운 모습을 따올 것을 원칙으로 삼는 총괄Pd의 경고를 떠올린 그는 고개를 저으며 화면에서 최대한 도경을 구석으로 몰아 대기실을 찍었다.
“에이. 더 티나잖아!”
하지만 더욱 그림이 깨지는 화면에 그는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도 화면에 걸리는 도경의 모습에 Vj는 골치아픈 표정을 지었다.
〈인터뷰실〉
“안녕하세요. 지성준이라고 합니다.”
“성준군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어요? 내가 누군지 기억은 나고?”
험악하게 생긴 인상의 중년의 사내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어린 소년에게 치근덕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네 저 번 예선전 심사위원 보셨던..”
“하하하! 그래요. 역시 사람 인연이라는 게 있나 봐. 내가 성준군한테 기대가 많이 커. 응원 할게요.”
“감사합니다.”
저 복실복실한 턱수염을 어찌 까먹을 수 있을까.
성준은 그의 친한 척에 난감한 웃음을 지었지만 그에게 예의를 갖추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어느 정도 짬이 있는 포스를 풍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까닭이다.
“하아암.”
빠직.
“하하하. 곧 바로 심사위원 앞에서 노래 불러야 하는데 도경씨는 되게 긴장감이 없네요. 듣자하니 대기실 바닥에 드러누워서 잠만 내리 잤다고?”
찌릿.
‘역시 개념 없는 새끼였어.’
잠에서 막 깨어난 도경의 얼굴은 누가 봐도 졸린 표정을 짓고 있는데 제작진 앞에서 눈치를 봐야할 상황에 오히려 대범하게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한다.
정말 태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뭐 덕분에 최상의 컨디션입니다.”
‘눈곱이나 때고 이야기 하시지. 보면 볼수록 짜증이 나는 녀석이야.’
빠득.
도경의 태만한 자신감의 근원을 성준이라 알고 있는 나Pd는 속으로 이를 갈며 괘씸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긴장감이 많이 없네. 아니면 뭐 믿는 거라도 있나봐?”
“뭐 노래한곡 부르고 집에가는건데 솔직히 그렇게 까지 긴장할 필요가 있겠어요?”
“하?”
나Pd의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도경의 말을 그냥 넘기기에는 그가 너무 얄미웠다.
“이거 카메라 돌고 있는데 그 발언 조금 위험하지 않나요?”
“별로 신경 안 씁니다. 콘셉트입니다. 컨셉! 요즘 이런 솔직한 컨셉들을 좋아하더라고요. 하하하.”
“하하하. 도경군 재밌는 성격이네요.”
‘솔직한게 컨셉이면.. 컨셉이 아니잖아! 개뿔!’
성준과 도경에게 달콤 살벌한 인터뷰의 질의응답이 오가고 어느새 인터뷰의 마무리가 되기 시작한다.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우승한다고 가정하고 상금 3억원을 타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글쎄요...”
등 따시고 배부른 현 상황에 만족하는 도경은 나pd의 마지막 질문에 딱히 떠오르는게 없어 말을 흐리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성준이 도경을 보며 큰소리로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저는 형한테 빚진 돈 2억을 갚을 거에요!”
“야! 그거 말하면 어떡해? 가족도 모르는 건데!”
“헤헤헤.”
처음으로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 도경은 옆에 있는 성준을 향해 큰일 날 소리 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가족들도 자신이 2억을 쓴지 모르고 있는데 그걸 방송에다 대고 말하다니 위험했다.
오싹.
‘알려지면 분명 나 죽는다...!’
좋지 않은 미래가 떠오르자 도경의 등에서 식은땀을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깜짝!
“네? 그게 무슨 소리죠? 도경군이 성준씨에게 2억을 꿔주었다는 건가요?”
“네.”
갑작스러운 2억이란 돈 애기에 나pd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충 인터뷰 마무리 지으려 했는데 2억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나왔으니 방송인으로서 그냥은 넘어갈 수 없었다.
좀 더 2억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야 했다.
“성준씨 그 말이 사실인가요?”
“그게...”
“잠깐!”
답변하려는 성준의 말을 도경이 갑자기 끊었다.
“그 문제는 그냥 덮어두죠. 제가 2억을 쓴 거 집안에서 아무도 모르거든요. 이 부분은 편집 가능하죠?”
‘호오? 이거 봐라 뭔가 재밌는 게 있나본데?’
도경이 얼굴에서 처음으로 난색하는 표정을 발견한 나pd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하고 웃음 지었다.
“뭐 말하고 싶지 않는 부분이라 하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럼 인터뷰는 이걸로 마치죠. 두 분 다 수고했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pd의 말에 둘은 인터뷰실을 나와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무대 대기실로 걸음을 옮긴다.
그 둘의 뒷모습을 보며 나pd가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흐. 방송가에선 예기치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종종 생기지. 편집이 되려나 모르겠네. 도경씨.”
씨익.
방송 짬이 몇 년인데 편집해달라고 순순히 해줄까? 나Pd는 붉은 글씨로 무언가를 종이에 별도로 표기하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말하기 싫어도 알아서 자기 입으로 말해야 할 거야.”
나pd의 얼굴은 누가 봐도 좋지 못한 걸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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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악!”
“임마 갑자기 거기서 2억 애기를 꺼내면 어떡해?”
스태프의 안내를 받으며 걷는 도경은 성준을 등을 향해 등 싸대기를 날렸다.
찰진 소리가 성준의 등에서 울려 퍼졌다.
“아 뭐 어때서요. 어차피 우승하면 할 애기였는데 미리 애기 하는 게 낫죠. 그리고 그 Pd님이 형 계속 이상한 이미지로 몰아가는 거 같은데 거기서 딱! 대인배 인상을 찍어주면 이미지도 좋아 지잖아요.”
“대인배는 개뿔 졸부 이미지만 찍히게 생겼다. 그리고 그 이야기 방송 나가면 나는 부모님한테 바로 등 싸대기야.”
자신의 사고 합의금2억은 그의 돈이라며 아무 말 없이 도경에게 모든 돈을 건네었다지만 2억이란 거금을 가족들과 상의 없이 한 번에 써버렸다는 사실을 알면 분명 노발대발 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헤헤헤. 형님 사랑합니 데이.”
“징그러워. 떨어져.”
“아까 전은 조금 저도 경솔했던 거 같아요. 죄송해요.”
과장되게 행동했지만 이내 솔직하게 사과하는 성준.
그 모습에 도경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성준이 계속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팡!
도경은 그의 등을 힘들 담아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퉁명스러운 어조를 담아 입을 열었다.
“알면 됐어. 너무 신경 쓰지 마라. 그냥 귀찮아 질까봐 그랬던 거야.”
“역시 쿨 가이! 대범한 도경님.”
“또, 까분다? 컨디션 조절이나 해 이것아. 얼마 안 있음 노래해야 하니까 말이야.”
“옛썰!”
“캐릭터가 변해도 너무 변한거 아니냐 너?”
“헤헤헤.”
능글맞은 성준을 보며 도경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방송출연 대기실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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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그대여~!”
화려한 조명과 무대 위에서 열심히 열창하는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3명의 심사위원.
분명 노래는 감동을 주는 클라이맥스 부분을 부르는데도 불구하고 공기는 무겁게 사내를 짓누른다.
“아아아~~!”
‘씨팔 망했다.’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애드리브까지 동원하며 노랫소리에 변화를 줘 보지만 오히려 더욱 싸늘해지는 공기에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남자의 멘탈이 바스락 하고 으스러졌다.
뚝.
“.......”
“네. 저부터 심사하겠습니다. 심승우군. 본인도 알다시피 중간 중간마다 자신의 노래의 반응을 살피더군요. 그러다 보니 제대로 집중도 못하고 도중에 의욕을 잃어버리기까지 하고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왜. 자신이 노래를 하는 것인지 그에 대한 이유를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보컬에 관해선 손에 꼽히는 전문가이며 노래에 대해서 제일 냉정하기도 했지만 참가자가 발전하길 원하는 그는 근본적인 원인들을 족집게 처럼 콕 찝어주는 [JY]엔터 사장 박진용.
그는 정말로 안타까운 표정으로 참가자를 바라보았다.
“저도 박진용 심사위원 말에 동의합니다. 보컬트레이너로서 노래를 잘하고 뽐내고 싶은 마음은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나 저희가 보고 싶은 것은 아티스트인 가수지. 트레이너의 실력을 보고 싶은 게 아닙니다.”
푸근한 인상이지만 덤덤한 얼굴로 확실하게 할 말을 다하는 [TG] 기획사 태현섭.
그는 자신의 심사를 마치고 자신 앞에 있는 서류 다음 장을 넘기고 있었는데 푸근한 인상과 달리 공과 사가 철저한 실리주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도 심사하겠습니다. 32살이면 적은 나이도 아닌데 가수로서 진로 변경보다 트레이너로 자리 잡는 게 효율적일 겁니다. 갑작스러운 변덕으로 가수가 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이네요.”
부르르.
“가,감사 합니다.”
꾸벅.
싸늘하다 싶을 정도로 한기를 머무금 여성의 목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진다.
그에 참가자는 비참함과 수치심에 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의 도전의 막을 내렸다.
소곤소곤.
“현섭이형. 이거 괜찮아? 이수민 사장 너무 싸늘하지 않아?”
“그러게 소문으로 들어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 상상이상이야.”
“아 재열이 보고 싶다.”
“나도...”
“갑자기 무슨 변덕으로 출연 한 거지?”
그녀의 싸늘한 심사에 2명의 남자 심사위원은 조용하게 여성 심사위원에 대해서 둘이서만 속닥거렸다.
[LSM]기획사 이수민 사장.
여성임에도 3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중 하나를 세운 이 바닥에 위인적인 인물이다.
K스타 시즌1,2 때도 기획사의 임원이나 대표 아티스트를 대신 내보내며 얼굴을 비추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그녀가 놀랍게도 이번 K스타가 마지막 시즌에 출현한 것이다.
“너무 방송 컨셉하고 맞지 않는데? Pd하고 상의 좀 해봐야 할 거 같아.”
“음. 조금만 더 지켜보자. 진용아.”
“이럴 때 형이 좀 잡아줘야지.”
“나섰다가 일 꼬일 수 있으니까 그러지. 그리고 일단 손발을 좀 더 맞춰보고 나서 어떨지 보자고.”
주변 분위기를 묵직하게 누르며 존재감.
남성우월주의였던 시대에 여성의 몸으로 대형 기획사 사장이 된 것이 괜히 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이수민 사장은 싸늘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그녀 덕분에 성장과 드라마가 키워드인 K스타가 냉혹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변질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다음 참가자 들어오세요.”
총Pd와 두 심사위원의 표정이 굳은 것을 보았을 텐데도 그녀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이 굳건하다.
4년 동안 사랑 받았던 K스타 예상치 못한 거물의 출현에 무언가 파란이 일고 있었다.
---
쿵!
덜컥!
잠잠헀던 복도에 문 하나가 튕기듯 거칠게 덜컥 열리며 소음을 냈다.
“으아아! 씨팔!”
쾅!쾅!
방금 전 온갖 혹평을 받은 남자는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벽을 걷어차며 욕설을 내뱉었다.
32년 동안 자신을 구성하고 있던 자신감이 몇 분도 안 되는 사이에 산산조각 났으니 자연스러운 반응 이었다.
‘또 지랄 났네.’
Vj는 익숙한 상황에 카메라의 전원을 off시키며 혀를 찼다.
전 시즌 통틀어 불합격된 참가자들의 반응이 제일로 좋지 않다. 보통 울거나 찡얼거리는 게 전부였지 저렇게 화를 내는 탈락자는 처음이다.
이번에 온 이수민 심사위원의 평을 받은 모두들은 하나같이 저렇게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탈락하더라도 성공에 대한 의지나 미래의 희망을 비추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찍는것은 K스타의 훈훈한 요소 중 하나인데 현재 제대로 따낸 화면은 합격자 말고는 한 개도 따내지 못했다.
“제길! 오늘 총괄Pd한테 깨지겠네. 적당히 좀 심사하면 안 되나?”
Vj는 투덜거리는 한 편.
다음 탈락자는 조금은 차분한 태도를 보이길 기대하며 자리에 앉아 카메라를 내려놓기 대기하기 시작한다.
“원래 떨어지면 다들 저렇게 화를 내나? 방송하고 다르네...”
출연 대기실 까지 울리는 남성 참가자의 욕설과 소음에 성준은 소음이 난 곳으로 고래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패배자들의 발악은 어디서든 추한 법이지. 매너 없게 저게 뭐하는 짓들이야.”
“형은 어쩔 때는 정말 가차 없네요.”
“자세가 안 돼 있잖아. 자세가...!”
불합격자들이 내는 소음에 도경의 표정은 단단히 뿔이 났다.
실력을 내뿜는 장소에서 진검승부에서 졌으면 조용히 내려갈 것이지. 대기실에 있는 참가자들에게 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민폐를 끼치니 짜증이 나는 것이다.
“진짜 자존심이 상했다면 저렇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이 악물고 되새김질하며 다음을 기약해야 되는 거야. 내가 100프로 확신하는데 저런 놈들은 술 먹고 다음 날 해장하느라 정신없을 걸?”
“하하하... 지금 머릿속에 형이 말한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정말로 그럴듯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라 성준은 웃음 지었다.
[박도경씨 지성준씨 무대 위에 대기해주셔야 합니다.]
“네!”
“드디어!”
기나긴 기다림 속에 드디어 도경과 성준은 카메라가 기다리고 있는 무대 위로 향했다.
“후딱 해치우고 고기나 먹자. 배고프다.”
“하하하.”
도경의 넉살에 성준은 긴장할 틈도 없이 본선 라운드를 향해 나선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