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30화 (30/357)

30화

“와아아아아아!”

마치 콘서트에서나 볼법한 환호성이다.

게다가 심사위원 뒤에 있는 100인 판정단 모두 일반인이 아닌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종사자들이다.

이들 모두 음악을 즐기기에는 지극히 입맛이 까다로운 전문가라는 족속이라는 것이다.

[취미일 때는 즐길 수 있지만, 그것이 일이 된다면 즐길 수 없게 된다.]

순수하게 감상해야 할 것을 자신과 기량과 비교하고 분석하고 일반인과는 다르게 봐버리게 되어버린 이들.

그렇기에 이들에게 같은 분야로 감동을 주기란 매우 힘들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이들을 지금 도경과 성준은 자신들의 노래로 함락시켜 버렸다.

삐이이익!

짝짝짝!

100인 판정단들이 진심으로 도경과 성준이 부른 노래에 열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00인의 전문가들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진정이 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 결국 Pd가 난입해 상황을 정리하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그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모두들 진정해 주세요. 심사위원분들 평가하셔야 합니다.]

짝짝짝...!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 진압되고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있어야 할 시간. 헌데 3명 모두 마이크에 손을 뻗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

긴 정적 이어지는 가운데 Pd는 카메라 감독을 향해 물었다.

“지금 카메라 감독들 각자 화면에 심사위원들 얼굴 클로즈업해.”

끄덕.

“맡겨두십시오.”

‘첫 방 시청률은 보장됐다.’

4시즌 동안 심사위원들의 얼굴을 화면에 담아왔지만 단언컨대 저런 표정을 짓는 얼굴은 처음이었다.

스윽.

“아.,. 지금 이거 보입니까?”

부르르르.

긴 정적시간.

박진용 심사위원은 마이크를 들어 올리면서 남은 손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떨리는 손을 보여주었다.

“소름이 끼치다 못해 전율에 몸이 떨리네요. 정말 두 사람.. 아니! 두 분은 정체가 뭐지요? 형 이건 진짜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어. 정말 말이 안 나온다.”

박진용은 공석인 것을 잊어버리고 사석에서 하는 것처럼 태현섭 심사위원을 향해 형이라 부르며 흥분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지금 저 둘이 보여준 노래는 경악을 넘어서 두렵기까지 합니다. 평가할 실력이 아니네요.”

그는 둘을 향해 가리키며 자신의 떨리는 목소리 여실하게 마이크를 통해 전달했다.

“평가가 아닌 설명을 하겠습니다. 우선 저기 기타연주를 하셨던 도경 참가자는 저 나이에 믿을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석의 끝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호흡, 발성, 음정 완벽합니다. 하지만 제가 설명 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게 아닙니다. 곡에 생명을 불어넣고 구현하는 실력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뮤지션이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도경이란 뮤지션의 몸을 빌려 세상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에요. 이건 정말 대단한 수준의 실력인 겁니다.”

‘호오!?’

자신의 수준에 관해서 설명하는 박진용 심사위원을 보며 도경은 내심 놀랐다. 자신이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곡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보여준 것을 파악한 그의 관찰력에 감탄한 것이다.

‘제법이야. 싫지 않은 사람이야.’

“감사합니다.”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음악에 대해서 깊이 있게 파본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차이를 알고 있는 박진용 심사위원에게 도경은 예의를 담아 고개를 숙여 말했다.

“그리고 성준군은..”

“잠시 만요. 성준군에 대해서는 제가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태현섭 심사위원은 박진용 심사위원의 말을 끊으며 성준을 보며 탐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박진용 심사위원은 도경 군이 마음에 무척 들었나 봅니다. 먼저 설명한 사람이 도경 군이니까 말이에요. 물론 저도 박진용 심사위원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도경 군은 잘했다는 말이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엄청난 것을 보여줬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도경 군보다 오히려 성준 군에게 눈이 가네요. 그래서 이번엔 성준 군에 대해서 호감을 느끼고 있는 제가 심사평을 하려고 합니다.”

도경과 성준 두 사람 다 잘했는데 저런 말을 꺼내는 태현섭의 의도는 명확하다. 도경보다 성준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다.

“아! 형이 그러면 내가 뭐가 돼? 성준 군 그렇다고 오해하지 마세요! 성준 참가자 노래 실력에 저는 말조차 잇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이게... 뭐라고 해야 할지 두 사람 다 노래를 부르는 게 전혀 달라서 견해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어요.”

횡설수설하는 박진용 심사위원의 말을 태현섭 심사위원이 정리하기 위해 나선다.

“박진용 심사위원의 말이 무슨 말인지 간략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도경 군은 [곡을 보여주는 사람], 성준 군은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 이처럼 두 사람의 음악성의 차이는 명백합니다.”

“이야. 현섭이 형이 딱 한 마디로 둘을 정리하네요.”

도경은 자신이 아닌 곡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였고 성준은 그 반대인 곡을 빌려 자신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저는 그런 의미로 성준 군에게 눈이 들어옵니다. 기술적으로는 도경 씨가 위인 것은 사실이지만 개성과 스타성은 성준 군이 우위를 보여준다 생각합니다. 어떤 곡이든 저 소년은 자신만의 개성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힘과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도경 씨는 아티스트로서 어울리는 가수가 될 것이고 성준 군은 스타가 될 재질이라 생각이 드네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성준 군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정말 지금이라도 저희 기획사에 데려가고 싶은 인재입니다.”

꾸벅.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쩜 저 둘이 모여 있을까?

태현섭이 둘을 정의하는 말에 박진용은 감탄하면서도 둘의 표정을 살피었다. 자신들의 평가에 그 둘이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성격도 전혀 다르네.”

즐거움과 생기 돋는 성준의 얼굴과 심드렁하고 표정을 하고 있는 도경.

두 사람을 보며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역시 현섭이 형의 타입은 저기 있는 성준이겠지.’

커서는 여러 여자를 울릴 것 같은 훌륭한 외모에다 개성과 실력까지 겸비한 성준은 태현섭의 말대로 스타성을 겸비한 인재임은 분명했다.

그 점에 동의하는데 이견은 없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박진용은 태현섭과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저기 청년이 끌린단 말이야.’

성준에 비해서는 수수한 외모와 색이 옅은 인상을 받은 도경이지만 그를 박진용은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분명 개성이 옅어 보일 수 있어. 하지만 그건 겉보기만 그런 거다. 그런 점이 그의 장점인 것도 모르고 말이야. 그에게는 상황에 맞게 변화하는 힘이 있어.’

도경을 보면서 느낀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새하얀 도화지였다.

박진용은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인상이 확확 바뀌는 도경의 넓은 스펙트럼과 그의 구현화 능력이 매우 탐이 났다.

‘작곡가라면 저 청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음악을 완벽하게 구현해주는 뮤지션만큼 작곡가에게 있어서 탐나는 인재는 없다.

“둘이 무리라면 어떻게든 재만큼은 가져간다.”

방송이고 뭐고 당장 도경을 자신의 기획사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인데 나머지 기획사 심사위원들은 오죽할까?

박진용은 내심 저 둘의 치열한 스카웃 경쟁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우선 여기 심사위원들 모두 합격에 만장일치는 당연한 거 같군요.”

박진용과 태현섭의 평가가 끝이 나고 두 심사위원에 비해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수민 심사위원은 상황을 정리하며 둘에게 질문을 건넸다.

“저까지 포함해서 심사위원들은 모두 솔직히 지금 두 사람 탐이 납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떠나서 두 사람에게 알고 싶은 게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 오디션이 끝나고도 같이 음악 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까?”

‘날카로운 질문이야.’

‘역시 만만치 않아. 이수민 사장.’

그녀의 질문에 두 남성 심사위원은 눈매를 좁히며 이수민 심사위원 아니, 이수민 사장을 보며 경계심을 세웠다. 그녀의 물음은 두 사람에 대한 스카웃에 결정이 서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실을 안 까닭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떠나 그 이후의 일을 물어보고 있는 것이었다.

“저, 그게..!”

생각은 해본 적 있지만 답을 아직 못 내린 문제였던 질문을 받은 성준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도경과 심사위원을 바라보았다.

‘같이하고 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 있어! 하지만..!’

도경과 같이 음악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 한편에는 자신의 힘으로 세상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도 존재했다.

스윽.

“같이 활동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

머뭇거리는 성준을 대신해 도경이 대답한다.

너무나 똑 부러지는 도경의 대답에 내심 서운한 감정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 성준은 표정에서 상처받은 얼굴이 드러났다.

“왜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도경은 서운해하는 성준과 눈을 마주치며 진한 미소를 보였다.

“성준이는 스스로 자신을 최고라 증명해야 하니까요.”

의미를 알 수 없는 도경의 대답에 모두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도경은 웃으며 자신의 옆에 있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저와 성준의 약속(계약)입니다.”

“...!”

도경의 마지막 말에 성준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였고 두 사람은 심사위원들에게 인사를 올리고 무대 아래로 내려간다.

[최강의 듀오 그리고 최악의 날.]

참가자들은 이날을 그렇게 불렀다.

도경과 성준의 노래한 이후 참가자들이 연속으로 탈락하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노래 덕분에 심사위원들의 심사수준이 너무 높아져 버린 탓이었다.

그렇게 K스타는 역대 최저의 합격률을 기록하며 참가자들 사이에 비운의 날로 화자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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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종료]

3일 동안 길었던 본선 1라운드가 끝이 나고 3명의 심사위원와 K스타 제작진들이 회의실 방안에 모여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마지막 시즌인 만큼 이번 참가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도 연습생과 일반인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밸런스의 문제가 시급합니다.”

“그건 연습생은 연습생들은 그들끼리 경쟁을 붙이는 거로 말이 끝났을 텐데요. 이미 높아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죠.”

연습생과 아티스트들의 출신들을 받아들인 파격적인 행보는 그만큼 일반 참가자들의 양민학살에 대한 부작용을 초래하며 일반인들의 기회를 주는 K스타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위협을 가하고 있었지만 [LSM]이수민 사장은 동요하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문제는 이미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예요. 두 분도 그리 생각하시니까 별말 없는 거 아니에요?”

“맞습니다.”

“사실 진짜 큰 문제는 그 둘이지.”

이수민 사장의 말에 남은 두 기획사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그 두 아이는 수준이 달라. 연습생이고 뭐고 현존하는 가수들도 그 애들하고는 비교하면 손색이 보일걸? 게다가 캐릭터 성도 있고 말이야. 이변이 없는 이상 우승은 이 애들이 될게. 거의 확정이야.”

“문제는 결과를 아는 만큼 재미없는 방송은 없다는 거지.”

“형 말이 맞아.”

뒤적뒤적.

박진용은 황금색의 파일에 들어있는 서류 뭉치 중에 두 개의 서류를 꺼내서 책상 위로 툭 하고 올려놓았다.

황금색 파일은 심사위원들이 뜰 것 같은 참가자들을 표시한 극비서류였다. 프로그램의 재미와 드라마적 요소를 추가하기 위해 제작진들은 극비서류의 참가자 위주로 사전에 작전을 펼친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시청자들에게 노출되면 될수록 우승에 가까워지는 특성상 이러한 성격을 이용해 제작진은 최대한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방송의 밸런스와 재미를 조정해 왔다.

그런데 지금 그 밸런스를 깨는 존재에 모두가 고심하고 있었다.

[박도경(22)],[지성준(16)]

“후우. 역시 이 둘입니까?”

총괄Pd는 서류를 집어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둘에 대해서 사전인터뷰나 배경 씬을 찍을 때는 최대한 담백하게 찍어 놓기로 하죠. 노출을 조금은 줄이도록 하는 게 좋겠어요.”

끄덕.

“이것도 모자라지만 이 정도 핸디캡은 있어야겠지.”

“평상시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대했겠지만 나도 찬성할게.”

이수민 심사위원의 말에 남은 심사위원 두 사람 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언뜻 봐도 차별성 짙은 발언이었지만 둘의 실력을 떠올린다면 이거마저도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게 그들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음...”

그런데 심사위원들의 말에 총괄Pd의 안색이 난색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이수민 심사위원이 그에 관해 물었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그게 말입니다.”

“그게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 애들 캐릭터 설정마저 확실합니다.”

“네?”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총괄Pd는 서류를 가리키며 불평 섞인 어조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 수수하게 생긴 도경군이 의외의 복병입니다. 수능시험 본 당일 날 교통사고로 코마 상태로 3년간 있다 깨어났고 합니다. 그 2억 기억하시죠? 그 돈 그때 받았던 보상금이랍니다. 절대 돈이 많거나 부유한 집안이 아니라네요.”

그의 대답에 세 명의 심사위원들이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인다.

“세상에나! 걔 진짜 물건이잖아? 그때 과장되게 행동했던 것도 동생한테 부담 주기 싫어서 그랬던 거야. 점점 마음에 드네.”

“지금 그런 소리 할 때냐? 지그 이 프로그램 마지막 시즌인데 노잼 되게 생겼는데?”

수수한 도경에게 그럼 영화같은 사연과 스토리가 있는지 예상 못한 심사위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성준 군은요? 그도 특이사항이 있나요?”

이수민 심사위원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두 사람 중 남은 참가자 성준에 대해 물었다.

“성준군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에 총괄Pd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며 체념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태어나자마자 친엄마에게 버려져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라왔는데 판자촌 출신으로 도경군이 2억을 주기 전까지 정말 열악하게 살아왔던 것 같더군요.”

“으음...”

“어렵게 됐어.”

“실력에다 사연까지 완벽하네. 어떻게 이런 애들끼리 모인 거지?”

도경의 드러난 선행과 성준의 배경에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던 박진용마저 모두와 같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참가자의 사연과 실력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우승에 있어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 그 둘의 실력에다 지금 말한 사연까지 방송을 통해서 전파된다면 우승결과는 안 봐도 뻔해진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우승자가 탄생하겠지만 방송은 김빠진 콜라처럼 될 것이었다.

“더구나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 몰라도 성준 군이 부른 노래 소절. 엄마를 향한 메시지로 비춰질 텐데 노래하는 것을 자를 수도 없고 정말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Pd의 말에 제작진과 심사위원 모두 침묵에 빠진다.

“......”

둘의 사연을 편집해서 자르기엔 너무 형평성의 취지에 어긋나고 알려지다간 감당도 못 할 몰매를 맞을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떡하죠? 이대로 가면 낭떠러지일게 보이는데.”

작가가 울상을 지으며 모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

[LSM]기획사 사장 이수민 말고 말이다.

그녀는 검지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한다.

“재미없어서 욕을 먹거나 형평성에 어긋나서 욕먹기 어차피 매한가지입니다.”

“그럼? 둘의 정보를 편집할까요?”

총괄Pd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그 말에 반대했다.

“그건 너무 무식한 수술법입니다. 리스크는 최대한 줄여야죠.”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탁!

“그 둘을 찢어 놓기로 합니다.”

“!?”

책상에 손가락으로 튕기는 것을 멈춘 그녀는 눈빛을 빛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룰을 추가하던지, 회유하던지 가진 방법을 써서 그 둘을 떼어놓아야 합니다.”

“그런..!”

“가만있어.”

“형. 아무리 방송에 재미가 중요해도 이건 아니잖아. 이러려고 우리가 이 방송에 참여한 게 아니잖아!”

[JY]기획사 사장 박진용은 그녀의 말에 인상을 쓰며 반대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TG]기획사 사장 태현섭이 그를 제했다.

“다소 욕을 먹겠지만 시청자나 우리가 만족하는 방법은 저것밖에 없다. 그리고 보고 싶지 않아?”

“뭘?”

“그 둘이 붙는 경쟁하고 겨루는 모습 말이야.”

“!?”

그의 물음에 박진용은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보고 싶긴 하다.’

두근.

완전 다른 음악성을 보여주는 둘이 경쟁할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생각하자 그의 심장은 나잇값도 못하고 설레길 시작한다.

“그, 그래요. 진용 씨. 그림도 더 잘 나올 거고 결과적으로 그 애들에게 있어서 더 좋은 영향을 미칠 거니까 그렇게 합시다. 네?”

“......”

침묵하는 박진용을 보며 이수민은 최종 통보를 내린다.

“모두가 동의한 것으로 알고 그 방안으로 가기로 하겠습니다. 총대는 첫 출연으로 캐릭터 이미지가 잡히지 않은 제가 매도록 하겠습니다. 해산하도록 하죠.”

탁.

도경과 성준에 대한 논의는 이로써 끝이 났다.

서류를 접는 이수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떠나고 남겨진 사람들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며 각자 자신들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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