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31화 (31/357)

31화

[SKM 방송국 스튜디오실.]

다음 라운드 랭킹오디션을 앞둔 도경과 성준의 앞으로 예상치 못한 한 가지 제의가 들어왔다.

“그룹을 해산하라 구요?”

“아아. 세 심사위원분이 너희들 각자 개인의 기량을 보고 싶다 하셔서 말이야. 이게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닌 게 심사위원분들이 너희들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는 거니까 말이야. 화면에 노출도 너희둘이 떨어진 만큼 더 많이 받게 해주도록 할 거고 말이야.”

총괄Pd의 말에 성준은 어쩔지 몰라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 어쩌지?”

“잠깐만요.”

‘약 팔고 앉아있네.’

인상 좋은 얼굴을 보이지만 도경은 그의 눈동자에서 떠오른 초조함을 발견하고는 그를 콧 방귀를 뀌었다.

“시청자들이 납득할까요? 다음 라운드에 갑자기 그룹을 해체하고 개인으로 오디션 심사 받는 것도 불공정한 처사에다 제가 알기로 랭킹오디션 다음에 팀 미션인데 저희가 다른 팀을 짜는 것도 보기에 이상할 텐데요?”

“그게...!”

‘수수한 인상이라 얕봤는데 이 녀석이 더 만만치 않잖아?’

어린 애들이라 쉽게 설득할 거라 생각했던 총괄Pd는 도경이 일일이 정곡을 콕 찔러오는 말에 동공 지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세상사 제의라는 것은 Give&Take가 기본이다.

사람이란 족속은 아무런 이유 없이 제의를 하는 종족이 아닌 것을 도경은 잘 알고 있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왜 저런 이야기를 꺼내 들고 있는지 도경은 내심 파악이 가능했다.

“저희 바보 아닙니다. 저랑 성준이를 경쟁 구도로 돌리고 싶은 거 아닙니까? 솔직히 까놓고 말해 주시죠.”

“하하하. 도경씨가 우리의 뜻을 너무 선입견을 끼고 바라보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정말 두 사람의 기량을 보고 시청자 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

탁!

“Pd님!”

평범한 인상의 도경이 험악한 분위기로 자신을 싹 바꾸자 그의 모습에 총괄Pd는 심한 압박감을 받기 시작했다.

‘윽! 뭔 놈의 눈빛이 저리 매서워?’

조용하던 사람이 화를 내면 무서운 것처럼 도경의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도경은 그를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럼 저희 듀오 해체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해체 안 해도 되는 겁니까?”

“저.. 그게 말이지......”

‘아, 이게 아닌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총괄Pd는 생각했다. 자신이 원했던 상황은 총괄Pd인 자신의 제안을 듣고 얌전히 말을 듣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반항에 오히려 점점 일이 꼬이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그룹을 해체하지 않는다고 저희를 프로그램에서 추출한다거나 불합격을 줄 거라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도경씨 그게 무슨 소리야? 에이 나 서운 하려 하네. 그래도 우리 프로그램이 진솔함을 내세우는 프로그램인데 그럴 리가 없잖아.”

‘아. 제대로 말렸다.’

혹시 자신의 제의에 거절하려면 도경이 말한 것처럼 압박과 회유를 쓸 생각이었는데 사전에 저리 강경하게 막아버려선 도저히 파고들 틈이 없었다.

“성준은 몰라도 저는 우리 둘의 가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실력이면 실력. 사연이면 사연. 이렇게 최상급 재료도 없지요. 솔직히 방송 재미없어 질 까봐 저희 쪼개려는 거 아닙니까? 안 그래요?”

“하하하하... 하아..아.”

귀신같이 정곡을 찔러오는 도경의 말에 총괄Pd는 표정관리도 못 하고 웃다 자신의 얼굴이 경련이 나는 것을 느끼고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도겨을 향해 백기를 들었다.

“도경씨 말이 맞아. 그러니 우리 방송을 위해서 조금 양보해주시면 안되겠어?”

“드디어 진솔하게 말하실 준비가 되었군요. 자. 그럼 다시 이야기 해보도록 할까요? 저도 그리 융통성 없는 놈 아닙니다. 저희 둘 그룹 해체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도경의 시원한 발언. 옆에 있던 성준과 앞에 있던 총괄Pd가 놀라서 도경을 바라보며 묻는다.

“정말이야 도경씨?”

“형!”

성준은 실망하는 표정으로 도경을 보았다.

처음에는 심사위원들이 자신들에게 기대하여 개인의 역량을 보고 싶다고 들었을 때는 사실 기뻤다. 실력을 인정받은 것 같은 것에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경과 총괄Pd의 심상치 않는 대화를 통해 전후 사정이 있음을 깨닫고 적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팀을 순순히 해체하겠다고?’

갑자기 그룹을 해체하는 조건을 받는 도경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도경은 이런 더러운 거래를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었다.

“형 정말로...!”

“대신 받아야 할 건 받아가야겠습니다.”

“!?”

“!?”

그에 따지려던 찰나.

도경의 이어지는 말을 들은 성준은 하려던 말을 멈추고 다시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도경의 표정을 바라보니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게 있는 듯하였다.

“무엇을 원해?”

“딴다라가 원하는 게 뭐 몇 개나 되겠어요? 나중에 top10 올라갈 때의 독 무대보장하고 나중에 저희 자작곡에 대한 저작권을 원합니다. 동의서를 보니까 걸리는 항목들이 몇 개 있더라고요.”

“뭐, 뭣?”

생각지도 못한 조건이 도경의 입에 나오자 총괄Pd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새끼가...!”

쾅!

“예의 갖춰 주니까 어린 녀석이 한없이 기어오르네. 사회 물정 모르는 애송이가 지금 돈 욕심을 내? 너 정말 큰일 나고 싶어?”

비굴해지는 것도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한 것.

그것을 건드린 이상 비굴하고 약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어진 총괄Pd는 참아왔던 분노를 토해내려 했지만, 도경은 눈 하나 꼼짝하지 않는다.

“그럼 관둘까요?”

“뭐!?”

“어차피 세 명 심사위원분들 눈빛 보니까. 저희 스카웃하고 싶어 꿀 떨어지시던데? 그리고 누가 보면 제가 배은망덕한 조건 말한 지 알겠네요? 아티스트가 자신의 창작물의 저작권을 주장 하는 게 뭐 잘못한 겁니까?”

오히려 총괄Pd를 더욱 매섭게 모는 도경. 그는 Pd가 테이블을 내려친 손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그리고 책상은 왜 쳐요? 힘자랑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쾅!

콰지직.

도경이 피디가 했던 것처럼 책상을 내리쳤다. 그러자 총괄Pd는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경악성을 내뱉고 말았다.

“힉!”

테이블에 도경의 손이 움푹 파고들어 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경이 이능을 실어 내려친 손힘에 책상이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힘자랑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죠.”

“너, 너!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거야? 감히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완력 시위에 총괄pd는 화들짝 놀라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앞에 있는 도경이 위압감이 살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어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표정을 수습하며 도경을 향해 호통을 치지만 이미 기세는 그에게로 기울어 있었다.

“네. 그러면 안 되나요?”

“뭐, 뭐라고?”

“사회물정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렇게 이해가 안 돼요? 진짜 욕심만 많은 돼지 새끼네.”

“너, 감히 어버버...”

“감히는 개뿔. 내가 틀린 소리 했어요?”

생각지도 못한 욕설과도 같은 도경의 폭언을 들은 총괄Pd의 얼굴은 분노와 수치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솔직히 여기서 제작하는 음원 수입 중 저작권자 수입해봐야 10프로도 안 되는 거 빤히 아는데 그거마저도 욕심이나 내고 말이야. 황금거위배 가르는 실책은 저지르지 맙시다. 어차피 저작권 보장 안 해주면 자작곡 부를 생각도 없으니 말입니다.”

정곡의 정곡에 총괄Pd는 할 말을 잊지 못했다.

유통사 40프로를 제외해도 제작진 쪽에서 40프로의 수입은 가져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력이 뛰어난 아티스트일수록, 어린 나이일수록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법인데 도경이란 앞에 있는 녀석은 달랐다.

‘영악한 새끼.’

언제부터 자신의 권리와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수입분배를 요구하는 것이 영악한 일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총괄Pd 입장에서는 도경은 정말 짜증 나는 인간 유형인 것이었다.

“에이 책상이 뭐가 이리 약해?”

우지직!

우르르르!

“......”

반쯤 박혀있던 자신의 손에 힘을 집어넣고 누르며 기어코 책상을 반 토막 낸 도경은 총괄Pd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웃었다.

“왜요? 기분 나빠요. 피디님?”

턱!

움찔.

도경의 손길이 자신의 몸에 닿자 그의 안색이 더욱더 창백해지기 시작한다. 이상하게 그의 손이 닿자 자신의 분노와 수치가 빠르게 수그러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쪽이 좋아하는 비즈니스 하자는 거 아닙니까? 대신 제가 내건 조건 저희 둘 중 하나가 top3에 드는 걸 전제하로 계약하죠. 그리고 저희 둘 가지고 지지고 볶던 신경 쓰지 않을게요.”

꾸우욱.

“어떻게 하실래요?”

도경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어깨를 아프게 조이는 그의 손아귀의 압력에 총괄Pd의 시선은 아래에 부서진 책상에 시선이 옮겨졌다.

그와 함께 식은땀이 솟구쳐 올랐다.

‘이 자식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정말 개 쌍 마이웨이잖아!?’

총괄피디 머릿속은 주판을 튕길 여유조차 없이 도경에게 함락당하고 있었다.

자신의 어깨에 가해지는 압력과 도경의 살벌한 눈빛에 오금마저 저려오는데 계산하고 자시고 딴 생각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래. 어차피 무리한 요구도 아니고 서로 윈윈 하자는 건데 괜찮을지도...!’

‘다 됐군.’

약하지만 일반인이 자신의 기세를 담은 파동을 견뎌낼 리 없었다. 도경은 피디의 몸속에 자신을 향해 저항하는 파동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미소 지으며 당근을 제시한다.

“피디님 대신 제가 진짜 그림 제대로 만들어 드릴게요. 우리 서로 파이팅 하자니까요?”

꿀걱!

“조, 좋아! 대신 정말 아무런 이의제기하지 않고 따라 와야 한다.”

도경의 적절한 타이밍의 회유에 총괄Pd는 결국 완벽하게 그의 손아귀로 넘어오고 말았다.

씨익.

“그럼요. 자 이미 결정된 거 미룰 필요 없이 지금 여기서 재계약서 쓸까요? 저희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그, 그래 조금만 기다려라.”

후다닥.

도경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피디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상담실 밖으로 후다닥 달려나갔다.

총괄피디가 나가고 방안에는 도경과 성준 둘이 남았다.

“.......”

풀썩!

“봤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푹신한 소파에 앉은 도경은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성준을 향해 물었다.

“세상에 순수한 호의로 이루어진 제의는 없는 법이고 거래는 기세 싸움과 설득이다. 너도 나중에 꼭 배워 둬야 해. 이쪽 바닥은 약하게 보이면 호구처럼 이용만 당하다 버려지기에 십상이니까 말이야.”

“네.”

‘멋있다.’

도경의 의외의 면모에 성준은 그가 낯설었지만, 가슴 한편엔 상황을 주도하는 강하고 당당한 모습에 멋있다 생각했다.

“형 그런데 손은 괜찮아요?”

“괜찮아. 험난한 세상 자신의 몸을 지킬 완력 정도는 있어야지. 너도 나중에 호신하는 기술 하나 익히든가 보디가드 끌고 댕겨라. 지금이야 내가 직접 완력을 써서 나섰지만 거래할 때 뒤에 덩치 큰 사람 있으면 그만큼 든든하게 없어.”

“네...”

‘마피아 될 것도 아니고 그건 너무 깡패 마인드 같은데...’

“아!, 그리고 또..”

성준의 생각도 모르고 도경은 그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실전 팁을 알려주는데 여념이 없었다.

엄마와도 같은 잔소리를 하는 도경의 말에 어느새 성준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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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Pd가 가져온 계약서.

계약서의 내용을 읽은 후. 계약은 쾌속하게 진행되었다.

스스슥!

꾸욱.

찌익!

흰 서류 위로 사인과 자신들의 지장을 찍는 둘. 물론 서류를 가져온 사람의 사인과 지장 또한 찍혀 있었다.

최종 사인과 지장을 찍은 도경은 미소 지으며 총괄Pd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계약 완료네요. 그럼 저희는 밀착오디션으로 가서 파이팅 받으러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탁.

“.......”

계약서를 가지고 유유히 벗어나는 성준과 도경이 나간 방안에 남겨진 총괄Pd는 침묵을 유지하더니 어느새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혼자 있자 뒤늦게 분노가 밀려오는 것이었다.

분명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거래의 끝은 걸레짝이 된 자신의 자존심인 것을 느끼며 그는 이를 갈았다.

뿌드득.

“이대로 끝날 거로 생각하지 마라.”

저작권부터 시작해 무대 지원에 대한 계약을 맺은 그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저 둘의 골수를 끝까지 빨아 먹기로 했다.

결정이라 했지만 자신에게 수치를 준 도경을 향해 이 분함을 풀기 위한 조치나 다름없었다.

“박도경..! 방송의 무서움이 뭔지 보여주마.”

저 둘이 둘로 쪼개진 이상 둘을 다 가져갈 필요는 없다. 한명은 철저히 재료로써 사용할 것을 결정내린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였다.

“아 난다. 나Pd.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데 잠시 시간되나? 그때 나Pd가 저번에 싹수없다고 말한 놈하고 관련 된 거야.”

뚝.

저번 본선일로 도경과 나Pd가 사이가 좋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는 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향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이왕 맡길 거 악감정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그림이 더 잘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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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오디션을 앞두고 본선 1라운드를 합격한 84명의 참가자들을 더욱 상세히 평가하고 교정해주는 K스타의 중요한 시간 「밀착 오디션」.

참가자들 모두 점검받는 시간을 앞두고 모두들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었다.

모니터로 다른 참가자들의 실력과 장단점을 보는 시간이었기에 Tv에 방송으로 나오지 않는 분량의 구간이라도 모두들 긴장감을 가지고 밀착 오디션 현장에 임하는 것이다.

타다다닥.

이미 반 정도 평가를 마친 3명의 심사위원들은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박진용심사위원은 쉬지 않고 발을 덜덜덜 떨며 초조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 그 둘 안 오나? 아 현기증 날 거 같아.”

“야 정신 사납게 계속 그럴래?”

“형은 기대되지 않아? 이번에 걔들이 무슨 노래를 부를지 말이야.”

“뭐 그렇긴 하지만 개들 단발성일 수도 있잖아. 혹시 실망할까 봐 마음 많이 비워온 상태다.”

박진용과 태현섭이 시시덕거리고 있을 때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이수민은 천천히 뜨며 찬물을 끼얹듯 말했다.

“그 둘 이번 그룹 해체에 응하는 대신 top3에 드는 조건으로 자작곡 저작권과 독무대를 요구했더군요. 보는 시야가 일반참가자와 달라요.”

“그렇죠. 개들 되게 당돌하지 않아? 아무리 봐도 물건이라니까!”

“아니면 간덩이가 부은 싸가지 일수도 있지. 한 번 보고는 도저히 성격이 예상이 안가네.”

“아 이형 자꾸 초치네.”

“이번 밀착 오디션에 잘 살펴봐야죠. 다들 페어 하시길 빌어요. 미리 스카우트했다가는 아시죠?”

찌리릿.

“......”

모두들 도경과 성준에 대한 기대와 걱정 그리고 서로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밀착오디션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덜컥.

“오! 드디어 왔구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말처럼 방금 전까지 둘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방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공교롭게도 도경과 성준이었다.

“아.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갑자기 제작진한테 개인으로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면서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

미리 사전에 말을 맞추기로 했지만 갑작스러운 훅 들어오는 이수민 심사위원의 말에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굳었다.

“그게....”

성준의 표정이 굳은 것을 남자 심사위원들이 발견하며 안타까운 기색을 지으며 성준을 보다 이수민을 향해 눈빛을 쏘았다.

‘다짜고짜 먼저 그것부터 묻는 거야? 총대를 멘다고 해도 진짜 너무하다.’

‘나도 냉정한 놈이라 생각했는데 이수민 사장하고 비교하는 천사였군.’

자신들이야 산전수전 겪어 짜고 치는 고스톱은 익숙하지만, 저 둘은 사회 초년생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게다가 성준은 16살 어린 나이다.

능숙하게 거짓말을 시키기도 그들이 거짓말을 하기에도 그들의 경험이 아직 미천했다.

‘이런 실수 해버렸네.’

자신이 너무 서두른 것을 느끼며 이수민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연스럽게 한다는 게 오히려 어색함을 낳아 버렸다.

‘녹화를 다시 한번 떠야하나? 응?’

씨익.

지금 장면을 편집하고 다시 처음부터 질문할까 생각하다 그녀는 도경이 웃는 것을 보았다.

“네! 여기 성준이 이 녀석이 본선 라운드 때 저희 둘에 대한 평가를 듣더니 자신의 힘만으로 경쟁해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형으로서 그런 기특한 생각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도경이 능숙히 대답한 덕분에 어색해지려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방향으로 풀려가기 시작한다.

이에 만족하는 이수민 심사위원은 표정관리를 하며 도경과 성준을 칭찬했다.

“그래요? 어린 나이인데도 기특한 생각을 했네요. 힘든 선택이었을 텐데 서로 기대지 않고 스스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후후.”

‘웃었어!?’

‘웃어다!’

싸늘했던 그녀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화사한 미소가 피어나고 예전에 여가수 출신 때의 단아했던 모습이 카메라 화면에 잡힌다.

“어차피 서로들 우승할걸. 굳게 믿고 있어서 서로에게 그리 힘든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역시 젊음이 좋네요. 호호호.”

“헤헤헤.”

이수민 심사위원과 도경 두 사람 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으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런 제안을 한 녀석이 이 참가자였군. 생긴 거랑 달리 교활하고 영민해.’

‘가수출신이라고 하더니 연기도 배웠나? 전혀 감정의 파동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데 웃고 있네.’

두 사람 다 웃고 있지만, 서로에 대해서 재평가를 내리며 날카로운 눈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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