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32화 (32/357)

32화

딩가딩가.

“도경아. 드디어 첫 방이다!”

일요일 주말.

은하수 별 카페에 익숙한 얼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K스타 방송하는 날. 그것도 첫 방송에 등장하는 도경과 성준이 출연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벌써 첫 방송이라니 시간 되게 빨리 가네요.”

카페에 걸려있는 벽걸이 Tv에 익숙한 로고를 보며 도경은 각종 음료와 먹거리로 세팅되어 있는 테이블에 자리 앉아 맥주를 집어 올리며 마셨다.

퍼억!

“오빠! 어떻게 가족한테 말도 안 하고 그럴 수 있어?”

“캑!”

등을 강하게 후려치는 충격에 하마터면 맥주를 내뱉을 뻔한 도경은 인상을 찌푸리며 뒤돌아봤다.

역시 자신의 등에다 정권 지르기로 가차 없이 찌를 수 있는 딱 한 명뿐이었다.

도경의 여동생 박소희였다.

“아.. 뭐, 대단한 거라고 얘기하냐. 그리고 성준이 녀석 띄우러 간 거라니까?”

“헐! 우리 오빠지만 정말 재수 없다.”

“뭐라고?”

키득키득.

두 남매의 모습을 보며 모두가 웃음을 짓는다. 그 중 레몬 소다를 마시고 있던 이지원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희를 도와 도경을 타박한다.

“소희 말대로 오빠 은근 재수 없어요. 설마 카메라 도는 앞에서도 그런 태도 보이고 온 건 아니겠죠?”

“건방진 것만큼 어그로 끌 수 있는 것도 없지! 내가 성준을 위해서 희생했다.”

농으로 물었는데 진담으로 대답하는 도경을 보며 이지원은 짜게 식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진짜 그렇게 행동했어요?”

“야. 너 그 눈빛이 뭐냐?”

한 마디로 카메라는 신경 쓰지 않았다는 도경의 말에 이지원은 도경을 향해 대책 없는 사람을 보는 것이었다.

성격 더러운 사람이라도 카메라가 도는 곳에는 얌전한 법인데 거기서 까지 괴짜 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골이 아파져 왔다.

퍼억!

“어휴! 이화상아!”

“아 왜 때려?”

이지원의 마음을 이해하듯 옆에 있던 소희가 다시 한번 도경의 등에 스매시를 날렸다.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정한수도 도경에 대한 소희의 응징을 응원한다.

“잘 한다 소희. 도경이 너는 좀 더 맞아야 해. 소희야! 더 때려! 아니다 같이 때라자.”

“옛썰!”

퍽퍽퍽!

응원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도 소희와 합세하여 도경에게 린치를 가하는 정한수는 도경을 향해 구박했다.

“성준을 위해 희생? 개소리도 수준급으로 하는구나. 아이고! 우리 막둥이 어떡하나? 도경이 때문에 덩달아 이미지 나빠지게 생겼네.”

도경과 지내면서 음악 앞에서만큼은 이런 괴짜도 없을 것이리라 생각하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안하무인인 도경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정한수는 도경을 구박했다.

“아 진짜 억울하다. 심사위원들이 우리한테 뻑 하고 갔다니까요?”

소희의 팔을 붙잡아 때리는 것을 막은 도경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정한수와 이지원을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였다.

“그런 표정 지어도 용서가 안 돼.”

딱!

“악!”

정한수의 두꺼운 중지가 도경의 이마에 낙인을 찍었다.

다년간 주방일과 그의 천성적인 완력 덕분에 마치 주먹에 맞은 것 같은 충격에 도경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고통에 몸을 떨었다.

“우리 성준이 할아버지하고 할머니가 손주가 Tv나와서 기뻐하며 볼 건데 화면에 안 좋게 나오면 다 네 탓이다.”

“막내 챙기는 거 봐. 이래서 둘째만 서러운 포지션이라니까.”

“흥! 너 같은 둘째 둔 적 없다.”

성준이 은하수별에 일을 한 지 오래 지났고 그의 배경을 알게 된 정한수는 어느 순간부터 성준을 제 친동생처럼 제일 아끼기 시작했다.

정한수도 사실은 힘들게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준이 남 같지 않았다.

그 마음을 성준도 느꼈을까? 현재 둘은 서로를 큰형, 막둥이라 부르는 사이까지 발전해 있었다.

딸랑!

문에 달린 풍종 소리에 모두들 4번째 손님을 향해 바라본다.

“어 미경이 왔어? 생각보다 빨리 왔네.”

“서, 선생님 오셨어요.”

“네. 덕분에 오랜만에 회사에 일찍 나와 보네요. 그래 소희 너도 와 있었구나.”

“네, 넵.”

“후후. 긴장하지 말렴. 여긴 소속사 안이 아니잖니. 친오빠가 방송에 나오는데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어. A 클래스에 가뜩이나 텃세 때문에 힘들 텐데 말이야. 조금은 숨 돌릴 틈도 필요하겠지.”

오늘 연습을 쉬고 카페에 온 소희로서는 김미경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도 그녀가 이해해 주자 어깨에 힘을 풀고 편히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꾸벅.

“호호호. 도경 씨. 오랜만에 보내요. 많은 기획사 캐스팅 제의를 거절하는데 무슨 생각일까? 했었는데 K 스타에 참가한다고 처음 들었을 때 많이 놀랐어요. 혹시 미리 계획한 건가요?”

“하하. 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뭐, 믿기지 않지만 믿어 드리죠. 대신 다음번엔 저희 캐스팅 제의 거절 안 할 거라 믿어요.”

“음......”

긁적긁적.

[JY] 김미경 팀장의 말에 도경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딴청을 부리며 Tv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은근 영악한 구석이 있어.’

도경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라 오해하는 김미경 팀장은 속으로 웃으면서 속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었다.

‘그래 봤자 결국 친동생이 있는 우리 소속사 쪽으로 마음이 끌리겠지. 여튼 둘 다 기대되는 인재야.’

도경의 동생 소희도 방학 전후로 급격히 상승된 보컬과 독기어린 연습으로 큰 발전을 이루며 현재 A클래스로 올라섰고 거기에서도 촉망 받는인재로 잠시 정체되어있었던 A클래스의 연습생들을 촉진시키는 자극제가 되고 있었다.

‘남매 혼성그룹도 괜찮을 것 같고 말이야...’

“미경아.”

“아..”

이리저리 여러 생각을 떠올리고 있던 그녀의 손을 두터운 손으로 꼬옥 잡아주는 정한수의 손길에 그녀는 퍼뜩 정신 차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또 일 생각 했지? 일만 생각하다 너 뼈 삭는다. 얼른 이리와 앉아.”

“미안해요. 오빠.”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힌 정한수는 한탄하듯 푸념했다.

“일 중독 여친님 시야에 이 남자친구가 안 보이는 것 같아. 서운해요.”

“이래도요?”

쪽!

헤벌쭉.

“헤헤헤헤. 우리 미경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오빠가 다 해줄게.”

“으음-. 미경이 파스타가 먹고 싶네요.”

빠지직.

지원,소희,도경 세 명 모두 둘의 연애 행각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속에서 올라오는 구토감을 참기 위해서였다.

‘닭살..!’

‘윽 김미경 선생님의 저런 모습은 적응이 안 돼..’

‘그렇게 저주했건만..!’

긴 썸을 탄 둘은 결국 정한수의 고백으로 썸을 종료하고 연인으로 발전하였다. 한참 커플들이 깨소금이 쏟아지는 시기여서 주변인들이 매우 힘들 때였다.

“아! 지원 씨. 그러고 보니까 데뷔확정 됐다고 들었어요. 축하해요. 좋은 성적 거두길 기원할게요.”

“감사합니다.”

‘페이블 엔터테인먼트 비밀병기가 얘구나. 소문은 들었지만 직접 이렇게 제대로 마주해 보긴 처음이네.’

소문으로 듣자 하니 솔로로 데뷔한다고 들었는데 이는 요즘 걸 그룹이 판치는 음악시장과는 맞지 않는 전략과 선택이어서 더욱 관심이 갔다.

‘가냘프고 인형처럼 청순한 외모라 남자들이 좋아할 거 같지만 너무 앳돼 보이는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페이블 기획사가 바보도 아닐 테고 이 앞에 있는 소녀를 미는 이유가 있겠지만 김미경은 솔직히 회의적인 입장이긴 했다.

베이글이다 뭐다 얼굴만 예쁜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는 몸매까지 따지는 가혹한 시대에 이 연약한 소녀가 살아남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여성 홀로 살아남기에는 가요시장은 살벌한 전쟁터와 같이 너무나 암담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딸랑!

“언니!!! 수미 왔어요.”

“수미 아빠인 맷도 왔다요!”

들어오자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비글미를 어김없이 내뿜는 두 부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가슴속에 박스로 한 묶음 묶여있는 캔맥주를 품에 안고 계단 위를 내려온다.

“오늘 이날을 위해 제가 맥주를 얼려서..! 히이이익!”

“수미야 안녕?”

우당탕탕.

우르르.

소스라치게 놀라는 전수미는 자신이 애지중지 품에 안고 들어온 맥주를 바닥에 내동 그랑 쳤다.

“서, 선생님이.. 여길 왜? 아, 아니 안녕하세요.”

데구르르...탁!

“그래 우리 수미가 인사성도 좋고 예의가 발라. 그런데... 이건뭘까?”

자신의 발 앞에 떨어진 캔맥주를 들어 올리며 서늘한 미소를 짓는 김미경 팀장은 그녀를 향해 살기 어린 눈빛을 쏘아 보냈다.

“미성년자 신분으로 맥주를 먹는 아이인 줄 몰랐네!”

“Oh no! 이거 술 아니야! 음료다. 알콜 진짜 조금 들었다.”

“후.. 아버님 보호자라면 이러시면 안 되죠.”

“윽.”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뒤죽박죽 말을 내뱉는 맷을 보며 김미경 팀장은 골머리를 썩이며 맷을 바라보며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었다.

보호

“흐아아아..”

덜덜덜.

“한번 만 봐줘라. Please.”

두 부녀가 똥 마려운 애완견처럼 김미경 팀장의 눈치를 보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때.

그 둘을 향해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자기야. 뭐 보니까. 진짜로 알콜도수도 거의 없는 맥주인데 한 캔 정도는 괜찮잖아? 보호자도 옆에 있고 말이야. 원래 술은 어른에게 배우는 거야.”

“후우.. 한수 오빠. 이건”

“딱 오늘만. 여기는 밖이잖아. 응?”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파스타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정한수는 그녀의 구겨진 미간을 꾹꾹 누르며 맑은 웃음을 보였다.

쿵!

화아악.

그윽하게 눈을 마주치며 짓는 그의 웃음에 김미경 팀장은 결국 함락되고 말았다.

이상하게 그가 자신을 보며 짓는 웃음에 맥을 못 추리는 그녀였다.

“오, 오늘 한 번만 봐주는 거다. 다음부터 수미 너 절대 술 마시면 안 돼 알겠지? 아버님도 그건 꼭 지켜주셔야 해요.”

“넵!”

“Okay. promise. 약속한다.”

기죽은 것도 잠시 자신들이 살았다는 것을 깨달은 두 부녀는 다시 비글미를 어김없이 발휘하며 이리저리 돌아 댕기기 시작한다.

“아빠 여기 얼음 담아왔어!”

“Perfect! 수미. 이젠 맥주를 담그면 완벽해.”

세숫대야에 얼음을 담근 후 박스 안에 맥주를 꺼내 담그는 두 부녀의 모습을 보자니 하루 이틀 해본 솜씨가 아니다.

‘저 봐라. 물 만난 활어 같네. 전수미 넌 요주인물로 변경이다.’

만약 전수미가 아이돌로 데뷔한다면 매니저에게 철저히 전담 마크시킬 생각을 하는 김미경의 팀장.

그녀의 속내를 모르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캔맥주를 바라보는 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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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이야 저 애 노래 잘하네. 역시 마지막 시즌이라 그런가? 참가자들이 수준급이네.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노래를 잘한다고 스타성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저 아이 얼마 안가 떨어질 거에요. 매력이 없거든요.”

서로가 참가자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심사위원처럼 참가자들에 대해서 자기 생각들을 꺼내 놓는다.

“솔직히 스타성이 아니라 그냥 어리고 예쁜 얼굴들을 뽑는 거 아니에요? 칫!”

뒤늦게 합류한 연기자 연습생 김찬미가 투덜거리듯 이야기하며 맥주를 들이켜며 안주를 거칠게 뜯어 씹어먹기 시작한다.

소곤소곤.

“쟤는 또 왜 저래?”

저조한 기분인 듯 김찬미의 표정이 좋지 않자 정한수가 그녀와 친한 이지원에게 연유를 물었다.

“이번 배역 오디션 떨어졌대요. 별로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했나 봐요.”

“그래? 그래서 기분이 저조하구나.”

“그놈의 스타성! 그냥 뽑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말하기 그러니까 멋대로 지껄이는 거라고요.”

평소 차분한 분위기의 그녀가 오늘따라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자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는데 거기서 눈치 없는 전수미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혹시 언니 오디션에서 그런 말 들은 거예요?”

쿡!

날카로운 비수가 꽂히는 효과음 소리가 모두의 귀에 들렸다.

“딸! nope!”

“소미야.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

부들부들.

모두의 경악과 이내 흐르는 적막 속에 김찬미의 두 눈에 뿌옇게 습기가 차오른다.

“으아아앙~!”

설마 그녀가 울 거라 상상도 못 한 모두들 경악하며 김찬미를 바라보았다.

“연기도 내가 걔보다 완벽했는데 어째서 내가 아니냐고!? 배역을 살릴 스타성이 없다고? 그럼 걔는? 그 배역을 살릴 수 있냐는 거냐고? 정말 굴욕적이야. 멍청한 대머리 감독 놈.”

“아, 이거 상당히 취했네…. 술 마시는 속도가 빨라서 불안했는데 역시나 였네.”

“어쩌죠?”

김찬미의 처음 보는 모습에 정한수는 고개를 저었고 주변 사람들이 김찬미를 어떻게 할까 고민 중에 도경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스타성. 그게 뭔지 생각해 봤어?”

“훌쩍. 뭐라고요?”

자리에서 일어난 도경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김찬미를 바라보며 도발적인 어조로 묻는다.

“그 감독이 말한 스타성이 뭔지를 생각해 봤냐고?”

울컥.

“그러니까! 그 배역된 애가 저보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가 더 좋았단 말이에요. 그저 그런 것뿐이라고요. 스타성은 그저 듣기 좋은 핑계일 뿐이라고요.”

자존심이 상한 표정이 역력한 채 분함을 토로하는 김찬미. 도경은 그녀를 무심히 바라보다가 의자를 들어 올렸다.

“그럼 오늘 오디션 한 연기 보여 줘봐.”

“네?”

끼이이익!

“여기서 연기해 보라고.”

도경은 의자를 끌고 꽤 먼 곳까지 끌고 나와 의자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네 연기를 보고 내가 스타성이 있나 없나 이야기해줄게.”

“지금 나보고 그쪽한테 연기를 평가받으라는 거에요?”

“왜? 자신 없어?”

‘웃겨 내가 그런 애송이들인 줄 알아?’

도경의 얼굴에 라이브 바에서 일할 사람을 구할 때 지었던 도발적인 표정이 떠오른 것을 보고 김찬미는 코웃음 쳤다.

자신은 그런 도발에 걸릴 애송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경 오빠가 기초적인 연기를 배운 것 알고 있지만, 저를 평가할 수준은 아니라 보는데요?”

“그럼 한 번 서로 연기를 겨뤄볼까? 어차피 지금 방송도 광고시간이겠다 유흥거리로 괜찮겠지. 한수 가르쳐 줄 테니 말이야.”

꿈틀.

그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연기를 겨루자는 도경의 말에 그녀의 자존심이 꿈틀거렸다.

“말 다 했어요? 연기를 우습게 보지 말라고요.”

벌떡!

드르륵!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노려보는 눈빛과 그녀의 몸 안에 꿈틀거리는 파동을 보며 도경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다행히 아직 늦지는 않았군.’

어둡게 물들어갔던 그녀의 파동을 바라보며 도경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검게 침식되어 가던 그녀의 파동이 잠시 멈춰섰기 때문이다.

「검은파동」

도경은 여러 부정적인 감정으로 물 드는 파동을 검은 파동이라 칭하며 여러 가지로 수식어로 검음 파동을 표현하곤 했다.

[부정],[타락],[유혹],

어떻게 표현해도 나쁜 의미가 있는 것은 매한가지.

모두들 김찬미의 상태가 그저 속상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도경은 그녀가 심마에 빠져있는 것을 알았다.

“나쁜 선택을 하기 전에 막아야지.”

도경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있던 김찬미는 깊은 심호흡을 하며 연기 감정을 잡는 중이었다.

스스륵.

김찬미의 감겨있던 눈이 천천히 들어 올려지며 도경을 바라본다.

도발적인 눈빛. 평소 차분하고 순하기만 하던 김찬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녀의 연기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작되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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