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음...”
그야말로 최악.
무대가 아니라 마치 공개처형장을 바라보는 듯 한 기분은 기분 탓이었을까?
앞서서 연달아 파멸한 참가자가 만든 암울한 분위기속에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진다.
위잉.
붉은 빛을 내뿜는 카메라 뒤편에서는 도경이 무대를 망치기를 기대하며 하이에나처럼 눈빛을 빛내는 총괄Pd와 나Pd가 눈에 들어왔다.
활짝!
씨이익.
서있기만 해도 다리가 절로 떨릴 상황에 도경은 시원한 미소로 모두를 향해 웃음을 보여 주었다.
스윽.
도경은 그들을 향해 넉살 좋게 손을 들어 올려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
“부탁하나 있습니다.”
“네. 뭔가요. 도경군?“
이 상황 속 아무렇지도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해맑은 웃음을 짓는 도경의 모습이 속으로 감탄한 한편 도경을 압박하는 역할을 맡은 태현섭이 그를 향해 그의 부탁에 대해 물었다.
“무대 위의 조명을 저한테만 스포트라이트로 쏘아줄 수 있습니까?”
“조명을요?”
조명을 다 끄고 자신에게만 빛을 비춰 달라는 도경의 주문은 어떻게 보면 건방지고 무대의 형평성을 망가트릴 수도 있는 무리한 부탁일수도 있는 것이서 태현섭 심사위원은 황당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분위기도 칙칙한데 제가 멋진 그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뭐라구요? 하하하하.”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도경의 말에 그는 결국 웃고 말았다.
“도경 참가자 정말 당돌하네요. 하지만 이건 제 권한 밖이라 쉽게 대답할 수 없네요. Pd님 가능한가요?”
“멋진 그림을 보여준다는데 물론입니다.”
딱!
갑작스러운 도경의 주문에 Pd또한 잠깐 당황했지만 도경이 무대를 못하던 훌륭히 소화하던 그에게는 손해가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명팀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려 신호를 보냈다.
딸칵!
텅! 텅! 텅!
주변은 어둠으로 물들고 도경 머리위로 하얀 빛줄기가 쏘아진다.
“감사합니다.”
어둠속 빛에서 홀로 무대 위에 서있는 도경은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그래요. 이번에 기타까지 두고 온 도경군이 부를 노래는 무엇인가요?”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 (月亮代表我的心)」.”
스으윽.
태현섭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하며 도경은 손을 부드럽게 허공에 들어 올렸다.
“시작 하겠습니다.”
천천히 손 하나 올렸을 뿐인데 도경의 중심으로 공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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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려군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까지 동아시아 대부분 국가를 활동하면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던 아시아의 가희(歌姬).
하지만 한국에서는 활동한 적이 없는 등려군의 인지도는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여서 한국 사람들 중 그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첨밀밀(?蜜蜜)」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야래향(夜來香)」
그럼에도 위 3개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귀로는 그녀의 목소리와 노래를 기억을 해낸다.
그녀의 존재에 대해서는 잘 모름에도 노래와 그녀의 목소리는 기억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수로서는 확실하게 사람들에게 각인된 존재이기도 했다.
‘신기한 선곡이야. 과감하다 해야 할까? 조금 엉뚱 맞네.’
부드러운 노래 전주를 들으 박진용은 턱을 쓸며 도경을 향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었다.
여태껏 K스타에서 여러 노래가 나왔지만 중화권 노래는 지금 저기 앞에 있는 도경이 처음이다.
“아무리 봐도 선곡 미스인데...”
명곡임은 분명하나 젊은 연령층이 주 시청자인 K스타에서 자칫 심심해 보일수도 있는 노래를 부르는 건 큰 도박이라 생각하는 한 편.
도경이라는 인물이 무언가 일을 저지를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들기도 하였다.
“참. 특이한 녀석이네.”
겨우22살밖에 안 된 청년이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노래를 그것도 한국대중들에게 낯선 중화권 곡을 부르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띵. 띵띵~띵! 띵.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잘 불러줬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듣는 노래구나. 예전에 첨밀밀 봤던 때가 떠오른다.”
“형도 그 영화를 봤어?”
“당연한 거 아니야?”
태현섭과 박진용 심사위원 둘 다 힙합과 랩.
R&B등 서양음악에 주 관심사인 두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영화 첨밀밀의 주제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은 잊을 수 없는 추억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노래였다.
“여기서 이 노래를 들을 줄 누가 알았어?”
“그렇지 희한한 경험이긴 해.”
오디션에서 젊은 참가자가 중화권의 옛 추억의 노래를 불러주다니.
어찌 보면 매우 희귀한 경험이었기에 되도록 그가 잘 불러주길 하는 마음 들었다.
“등려군의 노래라...”
항상 싸늘한 한기를 내뿜던 이수민마저도 노래 반주를 들으며 아련함 눈빛을 띄우며 과거를 회상한다.
기타 하나로 데뷔했던 그때 그 시절.
7080세대에 가수로서 그녀에게 있어 등려군은 자신의 우상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여자로서 인권과 능력을 인정받기 힘든 열악한 시절 속 아시아권을 누비는 그녀의 행보와 성공은 같은 여성이 봤을 때 그 어떤 인물과 비교해도 너무 대단해 보였다.
“「白天?老?, ?上?小?」
낮에는 등소평을 듣고, 밤에는 등려군을 듣는다)”
등려군을 설명하는 유명한 구절의 말이었다.
당시 중국을 지배했던 덩샤오핑과 비교되는 등려군의 존재는 그녀에게 있어 충격 그 자체였다.
피식.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질 못했지.”
최정상에 오르지 못한 음악적인 한계와 자신의 역량. 그리고 그 당시 여성에게 불리한 방송가 시스템은 그녀를 옥죄였고 그녀는 결국 가수의 꿈을 접었다.
“오랜만에 입맛이 써.”
지금에야 아시아 한류에 절대적인 영향력의 행사하고 있지만 그것은 기업의 사장인 사업가로지 등려군같이 목소리 하나로 이뤄낸 가수로서의 존재가 아니었음을 알기에 이수민은 씁쓸한 감정을 느끼었다.
“등려군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아쉬워.”
아직 도경의 노래도 안 들었는데 감상적인 자신을 보며 이수민은 자소하듯 웃다 도경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었다.
‘만에 하나 이 노래를 망치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에요.’
자신의 우상의 노래를 젊음의 치기로 망친다면 그에 걸 맞는 대우를 해줄 생각을 이수민은 갖고 있었다.
“후우우.”
곡의 전주만으로도 심사위원 3명 모두.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시점에 도경은 왼손을 올린 그대로 호흡을 고르며 자신의 감정을 긁어 모으고 있었다.
삐그덕.
“후읍.”
‘아직 너덜너덜 하지만 무대에 서있는 만큼은 진지하게 해야겠지.’
도경은 카일로서 죽음을 겪고 나서 드디어 처음으로 진지하게 노래에 감정을 담을 생각이었다.
여태껏 이지원과 성준의 감정에 기대어 노래하는 것과 달리 홀로서 노래를 불러야 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두고 모든 것을 쏟아낸 마지막 노래의 후유증.
공(空).
그 어떤 것에 쉽게 감흥을 하지 못하고 쉽게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 무미건조하고 메마른 상태가 현재 도경의 모습이었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사람들 앞에서 떠들썩하고 과장되게 행동했지만 노래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전 보다는 나아졌다.’
다행이 도경의 메마른 감정은 어느정도 호전을 보인 상태였다.
따스한 가족과 은하수별 카페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겪은 시간과 경험들이 도경을 달래 주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내 동생 소희. 은하수 식구들. 그리고 우리 막둥이 성준이. 모두의 도움이 컸어.’
피식.
가족에게 그리움과 정을 느꼈고 정한수에게는 사람의 신뢰와 인연을 얻었고 성준을 통해서 잊었던 배고픔과 갈망 그리고 열정을 떠올렸다.
자신의 감정들을 하나씩, 하나씩 일깨어주는 인연과 존재들과 어울리다 보니 결국 물 흐르듯 도경은 결국 무대 위에 홀로 서게 되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필연처럼.
‘모두 고마워요.’
이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도경은 따스한 미소를 옅게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속삭이기 시작한다.
스으윽.
‘소소하지만 제 노래를 들어주세요.’
만반의 준비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무대에 올라온 이상 도경은 최선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노래를 부를 사람들을 떠올린다.
자신이 아무리 형편없는 모습이라도 무대 위에 발을 들인 이상 자신의 전부를 다 보여주어야 했다.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 등려군
[당신은 내게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물었죠.]
우우웅.
도경은 가지고 있던 희미한 감정. 하지만 그의 모든 것이 사람들 앞에 드러나자 그의 노래 첫 소절을 듣던 모두들 자신들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히햐...!”
“.......”
그리움과 애절함 감정을 눈에 담으며 자신을 비추고 있는 빛줄기를 보며 도경은 미소 짓는다.
‘이, 이건!?’
술렁술렁.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담백하게 감정을 실어서 노래를 부르는 도경의 목소리와 그의 웃음에 모두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경은 가사를 하나하나 씹으며 노래가사를 불렀다.
[내 감정은 진실 되고, 내 사랑 역시 진실하답니다.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
당신은 내게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물었죠.
내 감정은 변치 않고 내 사랑 역시 변치 않아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
부드러운 선율에 실린 도경의 목소리가 나긋하게 허공에 울려 퍼지며 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적시기 시작한다.
“무슨 눈빛이!”
회한과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심사위원들과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도경은 애달픈 미소를 지었다.
스윽.
휙.
곡의 선율에 맞춰 빛줄기를 어루만지는 움직이는 도경의 몸짓과 손짓에 모두들 그에게 빨려들어 간다.
싫던 좋던 그들 모두 도경이 보여주는 세상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아..”
도경이 부탁한 스포트라이트 빛은 어느새 포근한 달빛으로 변하였고 그 달빛 아래에서 도경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미소를 짓고 있지만 달을 보는 도경의 시선에는 그리움과 사랑이 담겨 있었고 달을 통해 자신의 진심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가벼운 입맞춤은 이미 내 마음을 움직였고,
깊은 사랑은 내가 지금까지도 당신을 그리워하게 하네요.]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어인데 도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귓가에 정확히 전달이 되었다.
그리움과 회한을 속삭이는 독백.
[당신은 내게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물었죠.
생각해보세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
가벼운 입맞춤은 이미 내 마음을 움직였고,
깊은 사랑은 내가 지금까지도 당신을 그리워하게 하네요.]
요즘이라면 길고 식상하게 느껴질 단순하고 반복되는 가사.
그런데 그 단순한 가사가 도경이 전달하는 감정을 점점 더 확장시키고 증폭 시킨다.
그리고 모두의 가슴을 비집고 들어와 단 한마디를 건네어 왔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의 노래는 단순히 그리움과 회한만이 담겨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에게 사랑을 일깨워주고 따스한 추억을 안겨준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저 애는 미쳤어.”
박진용은 자신도 모르게 한 쪽 눈가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도경의 목소리에 자신의 가슴은 진탕되었고 그가 마이크를 쥐지 않은 손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길은 마치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과 같았다.
그가 건네는 고마움과 사랑을 외치는 상냥함에 위로받게 된다.
‘고마워. 정말 사랑해. 다들 잘 지내고 있어?‘
소중한 사람을 셀 수 없을 정도 잃은 도경은 과거의 인연들인 그들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떠올리며 노래를 불렀다.
이 자리를 있게 해준 현재의 인연들도 소중했지만 자신이라는 존재를 만들어준 과거의 인연들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내게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물었죠.]
‘모든 게 전부다 다.’
빌어먹을 세상 속에서 그가 버텨내고, 최고가 되었고, 죽음에서도 후회 없이 멋지게 불태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들이 있던 덕분이었다.
[생각해보세요. 보라구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
‘고마워!’
도경은 슬픔에도 따스함을 담아 웃었다. 애정을 담아 모두를 자신의 눈에 담았다.
그리고 입을 연다.
[생각해보세요. 보라구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
‘사랑해.’
단순한 독백, 단순하게 반복되는 가사, 미련하기 그지없는 단순한 마음.
화려하지 않지만 너무나도 강한 울림은 모두들 눈시울을 물들이기 충분하다.
“후우.”
마이크를 내려놓고 원래의 눈빛으로 돌아오는 도경을 향해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를 멍하니 처다 보았다.
“......”
씨이익.
전후좌우를 살피며 아무 말 없이 넋 나간 이들을 쳐다본 도경은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태현섭 심사위원을 처다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때요. 좋은 그림 나왔나요?”
끄덕.
도경의 질문에 태현섭 심사위원은 넋나간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다행이네요. 노래 들어주셔서 감사 합니다.”
짝...짝짝짝짝.
마이크를 내린 후 도경의 인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모두들 그에게 잊어먹었던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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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지금 무엇을 들은 거지?”
박진용은 지금 자신이 지금 무엇을 들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노래를 어떻게 불렀는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도경의 눈빛과 그의 목소리가 전하는 감정이었다.
이건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도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아 마이크를 잡을 여력조차 생겨나지 않는다.
분명 마이크를 잡아 심사평을 말한다면 울컥한 감정에 목소리가 삑사리가 나서 자신의 수많은 흑역사 중 하나를 갱신할게 분명하다.
‘이건 심사할 수가 없다.’
술렁이는 감정을 최대한 수습하고 있을 때. 그나마 빨리 정신 차린 태현섭 심사위원이 재빨리 심사평을 도경에게 던졌다.
“이걸 뭐라 표현할 말이 없네요. 가슴이 뭉클해져서 심사를 도저히 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한 가지 말하고 싶습니다.”
태현섭 심사위원의 말에 모두가 그를 향해 주목하며 그의 뒷말을 기다렸다.
“이런 노래를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대박 지금 감사하다고 했어?“
“와아.”
태현섭 심사위원의 최고의 극찬에 모두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5년 동안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저도 이 노래만큼은 평가하지 않겠습니다.”
천하의 이수민의 조차도 도경의 노래에 평가를 하지 않았다. 그것에 모두들 도경이라는 존재가 부른 노래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것 같았다.
“......”
마지막으로 심사가 남은 사람은 박진용 심사위원.
모두의 시선을 몰리는 가운데 속에서도 그는 심사를 하지 않는다. 이를 바라본 태현섭은 손을 총괄Pd에게 손을 들어 올려 보이며 말했다.
“박진용 심사위원이 너무 감동받은 상태네요. 심사할 상태가 아닌 거 같으니 잠시 휴식시간 가지죠. 도경군은 수고하셨습니다. 자리에 되돌아 가주십시오.”
“네.”
“도, 도경군!”
뒤를 돌아서 걸어가려는 도경을 붙잡아 세운 박진용 심사위원.
그는 결국 자신이 우려하던 삑사리를 냈지만 개의치 않고 그를 바라보며 꼭 해야할 말을 도경에게 전달했다.
“그 노래에 많은 위로 받았습니다. 고마워요.”
씨익.
“천만에요.”
박진용의 진심어린 말에 도경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이 날의 장면으로 [고릴라의 감사인사]란 제목으로 수많은 짤이 양산 되어 인터넷에 퍼지는 계기가 되어 버렸지만 훗 날에 박진용은 이 날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다시 한 번 짤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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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저벅.
대기자들이 서있는 장소로 돌아오는 도경을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시선에는 경의와 부러움이 담겨있었다.
‘짜증나!’
‘대단하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질시에 요란하게 요동치는 검은 파동을 내뿜는 강소영과 경의감과 투지로 불타오르는 눈부신 빛의 파동을 내뿜는 성준이 도경의 눈에 들어왔다.
빛과 어둠의 파동 속에 도경은 한숨을 쉬고 말았다.
“같은 물을 마셔도 젖소가 먹으면 고소한 우유가 되지만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고 하더니. 둘에게 딱 어울리는 비유네.”
그러다 성준과 눈을 마주친 도경은 장난스럽게 자신의 턱을 살짝 튕겨 들어 올리며 웃었다.
“어때?”
“최고 였어요.”
“...!”
도경의 장난에도 성준은 진심으로 그를 향해 감탄한 심경을 애기한다. 그의 너무나도 솔직한 감정에 도경조차 무안함에 눈을 돌렸다.
‘겨뤄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도경을 바라보며 성준은 웃음을 보이며 속으로 도경에 대한 투지를 활활 타 올리기 시작한다.
화르륵.
피식.
‘지기 싫어하는 점도 마무와 똑같구나.’
그런 성준의 뜨거운 속마음을 느낀 도경은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며 실소를 지었다. 자신의 옛 친구 마무의 아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자신의 친구와 성격이 너무나 똑같기 때문이었다.
이럴 상태일 때의 마무에게는 딱 한마디만 했던 도경이다.
“잘 할 수 있겠어?”
“당연한 거 아니에요 눈 뜨고 제대로 지켜보기나 하세요!”
불타오르는 투지를 격발시키는 도경의 한 마디에 성준의 컨디션이 최고조로 향상되기 시작한다.
‘이래서 열혈바보들이란...’
절레절레.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