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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39화 (39/357)

39화

미친 듯이 날뛰는 성준의 폭주는 끝날 줄을 몰랐지만 노래는 어느새 마지막을 가리키고 있었다.

3분이지만 미친 듯이 질주했던 긴 3분이었다.

지금 성준은 무아지경에 가까운 흥분 속에 자신의 감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삶을 위해 열심히 뛰는 그들을 봐?

영악한 알리바이

? 도주의 제왕]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자신이 어떻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의식이 잘 되지 않는다. 묘한 미열과 붕 떠있는 감각.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마치 신들린 느낌처럼 몸은 자신의 뜻대로 알아서 움직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무대 위에서 성장하는 거라는 형이 말한 게 이거였나?’

왜 수많은 가수들이 제대로 된 무대를 가지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한계를 깨부수고 자신이 보지 못한 풍경으로 이끌어주는데 어찌 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평소 연습할 때와의 전력과 무대 위에서의 전력은 하늘과 땅 차이 정도로 차이가 났다.

‘모자라!’

앞에 있는 3인과 뒤에 있는 100인 가지고는 성준은 성이 차지 않았다.

지금도 이렇게 신나게 마음껏 달릴 수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와아아아아.

오싹.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속에 자신이 노래하는 모습을 떠올린 성준의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달리는 정도가 아니라 날아오를지도 몰라!’

부르르.

“후우 읍!”

아쉽게도 이 광란의 질주의 끝을 내야 했다.

노래의 마지막에 아쉬움을 담아 점프하는 성준. 자신의 노래를 듣느 모두에게 성준은 목서리를 더욱 높여 마지막 노래소절을 외쳤다.

[네 눈 속의 빛나는걸 봐. 삶을 위해 열심히 뛰는 그들을 봐!]

기이잉-!

타닥.

“.......”

그의 목소리에 마이크의 이명이 울리고 모두들 입을 벌렸다.

“헉.. 헉...!”

3분 만에 구슬땀을 흘리며 녹초가 되어있는 성준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붉게 상기된 얼굴과 날카로운 눈매가 정면을 향해 어떠냐는 듯 도발적인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와...!”

“와아아아아!”

삐이익!

전 무대에서 정적을 일으켰던 도경과 달리 콘서트장과 같은 뜨거운 환호성이 스튜디오 안을 울렸다.

심사위원들은 역시 성준에게 향해 박수를 보내며 칭찬일색의 심사평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성준과 도경. 두 사람은 [최강보컬조]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훌륭히 무대를 성공시키면서 랭킹오디션을 성황리에 끝을 내었다.

--

“심사가 끝났습니다. 순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대가 끝이 나고 심사위원들은 긴 상의 끝에 참가자들의 순위와 합격자를 결정하기 시작했고 가운데에 앉은 태현섭 심사위원은 목소리를 다듬고는 마이크를 들어 올려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한다.

“우선순위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최강보컬조 1위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 박도경 참가자!”

짝짝짝짝!

“봤냐?”

그의 발표에 도경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을 두 번 툭툭 두드리며 성준을 바라보며 실실 웃음 지었다.

“못 말려.”

겸손함 따위 없는 도경의 모습에 성준은 고개를 내저었다.

“2위는 모두를 신나게 해준 지성준 참가자.”

짝짝짝짝.

꾸벅.

심사위원들에게 인사를 하며 도경을 향해 가는 성준.

“어서와 2위 내 동생.”

훽!

“흥!”

도경은 자신에게 오는 성준을 반겼지만 성준은 고개를 홱 하고 돌리며 그를 무시한다.

짝짝짝...짝.

“3위는 아델의 노래를 훌륭하게 소화한 강소영 참가자.”

“감사합니다.”

꾸벅.

“하하하.”

기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향해 인사를 하며 자리를 옮기는 강소영의 모습에 모두들 훈훈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의 속마음을 알았다면 경악했으리라.

그녀는 지금 속으로 엄청나게 분함에 떨며 욕설을 내뱉고 있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부끄러움이 섞인 기쁜 표정을 짓는 예쁜 얼굴과 달리.

그녀의 속마음은 도경과 성준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가득해 살벌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이번에도 자신의 활약이 그 둘에게 묻혔기 때문이다.

‘내가 2위도 아니고 3위라고?’

1위하지 못한 것도 충격인데 저 두 사람에게 밀려나서 맨 하위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굴욕적이었다.

“나머지 합격자는... 안타깝지만 없습니다.”

“...”

추욱.

모두들 궁금해 하는 결과. 하지만 참가자들 모두 결과를 예상하고 있어 대부분이 체념하는 하는 표정을 지으며 결과 발표를 받아 들였다.

“합격자는 박도경,지성준,강소영 참가자 이렇게 3명은 다음라운드로 진출하게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무대 위를 내려오는 최강보컬조.

막강한 기대를 받은 것에 비해 합격자는 3명이란 참담한 결과에 다들 아쉬움과 침통한 분위기를 풍기며 무대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타다닥.

“여기 합격자 세 분은 이거 받으세요.”

스윽.

“이건?”

“아. 다음 라운드에 대한 설명과 다음에 오실 날짜가 적힌 용지입니다. 지각 하시면 불이익을 받으시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프린트된 용지를 나눠준 진행요원은 자신의 일을 마치고 다시 자신이 일할 곳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흐음. 다음은 팀 미션 매치인가?”

용지에 적힌 내용을 읽던 도경은 턱을 쓸어 올리며 재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형하고 저랑 팀 하면 되겠네요.”

“글쎄...”

“왜요?”

당연히 자신과 팀을 할 줄 알았던 성준은 도경을 보며 물었다.

“해체한지 언제 되었다고 다시 뭉쳐? 보기 좀 그렇지 않아?”

“아.. 그건 그러네요?”

자신들이야 상관없지만 이제는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도 떠올린 성준은 도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른 사람하고 팀을 해야겠네요.”

“그렇겠지. 그리고 탑10가서 뭉치는 게 더 감동적이고 멋지지 않겠냐?”

끄덕.

팀 미션이야 각자 붙어 오를 거라는 것을 당연시하는 오만한 전제였지만 성준 또한 어차피 탑10이야 이 상승세라면 고꾸라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나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수 개월동안 구역질이 날 만큼 발성만 연습했던 나날과 변덕스럽고 가학적인 도경과의 합주는 믿기 힘들 정도로 성준의 기량은 늘려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무대 위에 경험까지 더해져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자신의 성장속도에 솔직히 두려울 게 없는 성준 이었다.

‘도경이 형은 정말 천재일지 몰라.’

도경의 말을 듣고 따르면 신기하게도 모든 게 쉬워진다.

보통 사람들에게 일생일대의 기회인 오디션이 그와 함께 있으면 튜토리얼처럼 느껴졌다.

그저 당연히 지나쳐야 하는 통과의례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나 혼자였다면 절대 그럴 수 없겠지.’

자신 혼자라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성준은 고개를 저으며 도경의 등을 보았다.

그렇게 듬직해 보이는 등은 아닌데 이상하게 그의 뒷모습을 보면 안심이 되었다.

꾸르륵.

“아 배고파. 이젠 밥 먹으러 가자.”

“헤헤헤. 저도 날뛰어서 그런지 허기지네요. 얼른 가죠.”

“족발 먹으러 가자! 고고!”

“하하하.”

먹을 거 앞에 천진난만한 형의 모습을 보며 웃는 성준. 그렇게 두 사람이 훈훈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을 때 자리에 앉아있던 소녀가 그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꽈아악!

“아마추어 주제에 탑10들어가는 걸 저리 쉽게 생각해? 건방진...!”

원망의 눈초리로 둘을 바라보고 있던 인영의 정체는 강소영.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종이는 어느새 심하게 꾸겨져 있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다.

파르르.

“빌어먹을 정말로 쟤네들 너무나 거슬려.”

도경과 성준은 대기실 밖으로 떠났지만 강소영은 고개를 파묻힌 채 자신의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수치심을 식히고 있었다.

카메라가 사방 군데에 설치되어있는 이곳에서 자신의 감정을 들어내는 얼굴로 돌아다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후우우...”

스윽.

한숨으로 냉정한 페이스를 찾은 그녀는 자리에 일어나 자신이 가져온 짐 가방을 메고 대기실 밖으로 나선다.

“그러고 보니 가족들 온다고 했는데 왜 안보여?”

좁은 복도를 나와 참가자들의 가족들이 대기하려는 장소까지 나왔는데도 자신의 가족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짜증을 내며 꺼놓았던 스마트폰을 들어서 어디론가 통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딸~?]

“엄마? 어디에 있어요. 저 지금 대기실 밖에 나와 로비에까지 나와 있는데 안보이네요. 아직 안 오셨어요?”

[딸. 또 메시지 확인 안했구나. 지금 미진이 친구 만나서 카페 안에 들어와 있어.]

“네? 걔가 친구도 있었어요?”

[그러게. 엄마도 신기하단다. 같이 식사하기로 했으니 어서 오렴. 메시지로 카페이름 보냈으니 어서 오렴. 다들 기다리고 있단다.]

“네 금방 그쪽으로 갈게요.”

뚝!

전화를 끊은 강소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미 있다는 미소를 지었다.

“걔가 친구를 사겼다고?”

자신의 스트레스 배출 용도인 2살 어린 여동생.

이제는 자신의 괴롭힘에 반항조차 하지 않아 재미가 없어 손대지 않았는데 어느새 자신 몰래 친구를 사귀고 있었다니 꽤나 깜직한 짓을 벌렸다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스트레스나 풀어볼까?”

가뜩이나 이번 오디션으로 꽤나 스트레스 쌓여있었는데 동생을 괴롭힐 거리가 생겼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물 밖을 나섰다.

--

딸랑.

“딸. 왔어? 이쪽이야.”

“합격했다며 수고했다. 역시 우리 딸이 최고야.”

“축하해요 언니...”

카페에 들어서자 강소영은 자신을 반기는 가족을 향해 웃음 지었다.

아까 전의 히스테리와 짜증을 부렸던 표정 흔적 하나 없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딸을 연기한다.

“헤헤헤. 엄마 아빠! 둘 다 오지 않아도 되는데 고마워요. 그리고...”

힘끔.

흠칫.

자신을 보며 흠칫하는 여동생을 보며 강소영은 웃음 지었다.

“우리 미진이도 고마워.”

씨익.

“......”

부르르.

강소영은 잔을 든 미진의 손이 자신의 말에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고소 지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직도 자신에게 두려움을 품고 있는 자신의 여동생의 반응이 유쾌했다.

할짝!

그녀는 자신의 타오르는 가학심에 입술을 한 번 혀로 핥아 적시며 주위에 시선을 옮겨 물었다.

“그러고 보니 미진이 친구는 어디에 있어요?”

“아 둘 다 잠시 화장실 같단다. 미진이가 실수 했지뭐니.”

“실수요?”

“이 애가 성준이란 친구의 형이 되는 사람에게 커피를 쏟아버렸거든.”

“그래요? 미진이 너도 좀 조심 좀 하지. 자,잠깐 성준? 지성준 말하는 거에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롭게 음료를 마시던 강소영은 흠칫하고 만다. 어디서 익숙하고 불쾌한 이름을 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으음 성은 모르지만 이름은 성준이 맞는데 왜 그러니?”

“그럼 그 아이 형 이름은 뭔줄 아세요?”

“갑자기 이름을 왜 물어 보니? 잠깐만... 그 청년 이름이 뭐였더라?”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어보는 자신의 딸의 모습에 잠깐 당황한 딸이 묻는 청년의 이름을 떠올리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도경이라고 했소 여보.”

“아!, 맞어요 여보. 그 박도경이라고 청년이던데 이번에 너랑 같이 K스타 참가자라는데 아는 사람이니?”

자신의 엄마의 질문에 강소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그 둘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아냐고요? 그때 저랑 K스타 첫 화에 나와 듀엣 했던 그룹이잖아요.”

“어! 그러고 보니 걔네들이구나!”

“허. 그런 인연도 다 있군.”

자신의 딸의 말에 2주전 봤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 두 부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둘째 딸인 강미진을 향해 물었다.

“미진이 너는 알고 있었니?”

절레절레.

“공부하느라 몰랐어요. 성준이도 그런 걸 잘 이야기 안하는 성격이구요...”

“그래?”

그녀의 말에 미진은 고개를 더욱 푹 숙이며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며 남몰래 몸을 떨었다.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야?’

설마 자신의 유일한 친구가 언니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는지는 상상도 못했던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게다가 언니를 마중 나온 길에 만나다니 타이밍조차 좋지 않았다.

‘식사 까지 해야 한다니 끔찍해. 언니가 가만히 있을까?’

좀 있다 식사도 같이하기로 했는데 미진으로서는 정말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 이유야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앞에 자리하고 있는 언니라는 존재인 강소영 때문이었다.

“흐음.. 지금 그 두 사람 K스타 유망주인데 설마 미진이 친구였을 줄이야. 세상 되게 좁네요.”

씨익.

흠칫.

저 미소. 미진은 자신의 언니가 저 미소를 지을 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미진이한테서 친구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는데. 언니 조금 서운하려 하네. 이것도 인연인데 나중에 성준이 좀 소개시켜 주렴.”

“치, 친구까지는 아니고 그냥 아는 사이야!”

“......”

뱀이 자신의 몸을 휘감고 올라오는 소름끼치는 감각에 미진은 발악하듯 그녀의 말을 부인했다.

그녀의 입에서 성준의 이름이 나오는 게 싫었고 무엇보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낌새를 느꼈기 때문이다.

“어머. 애는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면 어떡하니? 교양 없게.”

그녀의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모두가 침묵하며 주변을 살폈다.

“엄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원래 평소에 말을 잘 안하는 사람들은 말할 때 목소리 소리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요. 미진이도 그런 거지?”

“으, 응.”

끄덕.

자신도 놀란 모습으로 미진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붉은 얼굴을 숨겼다.

“쯧. 저리 숫기가 없어서야...”

첫 째와는 너무나도 다른 자신의 둘째 딸을 보며 그의 아버지인 남자는 혀를 조용히 찼지만 미진의 귓가에 그의 못마땅함이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미진은 눈치를 보며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기 시작한다.

“죄, 죄송해요 아버지.”

“되었다. 미진이 너는 공부도 좋지만 남들처럼 평범하게 이야기도하고 사교생활 좀 하거라. 점점 그렇게 주눅이 들어서야.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게냐.”

“네......”

항상 이런 식이었다. 가족이란 형태에서 자신이 서 있을 곳은 아무대도 없었다.

가족인데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

“아버님 왜 애를 기죽이고 그래요!”

“어? 도경군.”

‘어느새?’

미진의 뒤에 서있는 도경을 발견한 그는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남에게 자신의 가정사를 보이다니 체면과 명분을 중요시 하는 그의 성격으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말 못한다고 사교생활 못 한다 누가 그럽니까? 오히려 이런 애들이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나중에 진국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더 라구요. 하하하.”

팡팡팡!

“고개 들고, 어깨피고 기 죽지 말고!”

“아, 네...”

“말꼬리도 흐리지 말고.”

“네.”

자신의 등을 힘차게 팡팡 치는 도경의 손길에 미진은 자신의 가슴에 얹혔든 부정적인 감정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스윽.

“그리고 말로만 들었던 언니가 이쪽 분이셨구나. 안녕.”

“아, 안녕하세요.”

‘뭐, 뭐야?’

강소영은 도경과 시선을 마주쳤는데 그의 갑작스러운 인사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 거렸다. 대기실에서 봤던 까칠한 태도는 어디로 가고 친근하게 인사하는 그의 모습이 적응이 안 되는 것이다.

“자 다들 모였는데 슬슬 고기 먹으러 갈까요? 아버님 기대 하겠습니다.”

“허허. 그러지요. 먼저 우리가 밖에 나가서 차를 끌고 올 테니. 여기서 천천히 나오도록 하세요.”

도경의 넉살에 강소영과 강미진의 아버지인 강명석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일어나 자신의 부인을 이끌고 카페 밖으로 나섰다.

“......”

당연히 카페에 남겨진 두 남자와 두 소녀는 서먹함에 서로 말이 없었다.

“모두 초면은 아니지만 서먹하니까 자기소개나 할까?”

“......”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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