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먼저 말 꺼낸 도경이 간략하게 자신들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22살 박도경이라 해. 카페에서 알바하며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지. 이쪽은 나랑 K스타를 참가한 동생 16살 지성준 당연히 학생다운 일을 하고 있고 말이야. 그쪽은?”
도경의 손짓에 정신을 차린 강소영은 서둘러 표정관리를 하고는 그를 향해 눈웃음 지었다.
“저는 18살 신월고에 다니고 있는 강소영이라고 해요. 잘 부탁 드려요 오빠! 그리고 이쪽은...”
“아, 저기 성준이 친구는 직접 본인의 입으로 소개 듣고 싶은데.”
“네?”
자신의 말을 끊고 동생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도경의 태도에 강소영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처음으로 타인에게 말을 끊겨본 까닭이다.
그녀가 충격을 받던 말던 도경의 시선은 강미진을 고정한 채로 처다 보았다.
“안녕?”
“네. 네.”
“성준이 친구라고?”
“아, 저는 성준이랑 동갑이고 같은 반에 다니는 강미진 합니다. 잘 부탁 합니다.”
그의 차분한 눈빛에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 미진은 두꺼운 뿔테안경을 한 번 올리고는 그를 향해 차분하게 자신을 소개하였다.
“그래. 우리 까칠한 성준에게도 친구도 있을 줄이야. 앞으로도 우리 성준이 잘 부탁 할게.”
“아, 아니에요. 성준 이한테 제가 오히려 신세 많이 지는 걸요.”
“형! 내가 뭐 까칠해요?”
도경의 말을 듣고 있다 성준은 발끈하며 외치지만 도경은 짜게 식은 목소리로 그를 처다 보지도 않고 말했다.
“응. 모르면 됐어.”
“뭐라고요?”
퍽!
“형이야 말로 까칠함의 끝이거든요?”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은 도경은 통증에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아씨. 너 손이 나가는데 망설임이 없다? 계급장 떼고 붙어 정말?”
“저야 좋죠. 그래 어디서 붙을까요?”
“아오! 요 쪼그만 한 걸 때릴 수도 없고!”
“아네. 형 178. 아직 성장기가 남은 저는 173 1,2년 뒤에 어떻게 될까요? 형보다 제가 훨씬 더 클걸요. 참고로 우리 할아버지 키가 180 넘는다죠?”
부들부들.
“부, 분하다.”
자신의 리액션을 고대로 써먹는 성준의 모습에 도경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성준의 팩트폭행에 찍소리 하지 못했다.
‘어째 점점 상대하기 힘들지? 순진했던 그 시절의 성준을 돌려줘...!’
성장세인 성준.
그는 노래뿐만 아니라 도경에게 입담까지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형 머리 쓰담쓰담 해줄게요.”
“꿈도 꾸지 마라. 나도 지금부터 우유 먹을 테다.”
“형 진심으로 하는 소리에요?”
“노오력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
도경의 굳센 의지에 성준은 피식 웃으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과장된 모션을 보이며 도경을 조롱하기 시작한다.
“크흑! 진짜... 너무 불쌍해! 난. 형이 조금이라도 컸으면 좋겠어. 단 1cm 만이라도..!”
심지어 과장된 행동에 중요한 포인트까지 콕 집어서 구현 하는 완성도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것 또한 명백한 도경의 영향 가히 리틀 도경이라 해도 모자르지 않을 성준 이었다.
울컥!
“이게!”
찰싹-!
“악! 따가워!”
도경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이 혐오하는 하수들의 방법 육체적 응징을 성준에게 가하기 시작한다.
주먹도 아니고 손가락을 활짝 펴서 때리는 손 따귀. 그의 손에서 찰진 소리가 울려 퍼져 나온다.
찰싹! 찰싹! 찰싹!
“형. 진짜 어린애도 아니고 나이 값 좀 해요.”
“응. 도경이 세 짤.”
“아 진짜!”
휘익.
등짝 스매쉬를 시작으로 성준의 온 몸을 두 손으로 찰싹찰싹 때리는 도경의 행동에 성준은 몸을 비틀면서 자리에 일어나 거리를 벌렸다.
“풋.”
“응?”
“하하하.”
둘의 유치찬란한 만담에 조용히 보고 있던 미진이 결국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쟤도 웃잖아요. 쪽팔린 줄 알아요!”
“흥! 세짤인 도경이는 그런거 몰라요.”
“하하하. 아냐. 너무 웃겨서 그래.”
‘성준이 한테도 저런 면이 있었네.’
미진은 자신이 처음 보는 성준의 모습에 유쾌했다.
학교에서 항상 다운된 모습만 보여줬던 그가 이렇게 또래들이 보일법한 반응과 행동에 신선하고 보기 좋았다.
오랜만에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낀 미진은 장소도 신경 쓰지 않고 크게 웃었다.
빠득.
‘지금 나 무시당한거야? 그리고 강미진 지금 네가 내 앞에서 웃어?’
즐거운 세 명과 달리 소외감을 느끼는 강소영은 다시 한 번 분노를 가슴속에 불태웠다. 항상 무리의 중심에만 있던 그녀가 이러한 무시받는 대우를 받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남은 3명이 웃고 떠들수록 강소영의 낯빛이 점점 안 좋아 진다.
***
[명월루(明月樓)]
식사하기 위해서 카페에서 이동해서 온 것은 논현동에 있는 고급 한정식 집.
강소영과 강미진의 아버지인 강명석이 평소 자주 들르는 단골집인 명월루라는 음식점에 모두를 데려왔다.
“우와아! 아버님 괜찮으신 겁니까? 되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음식점이네요.”
“허허. 그 정도 여력은 된다네. 그리고 듣자하니 내 딸과 같이 활약했다고 하는데 이정도 쯤이야.”
겉으로 봤을 때도 고급스러운 외형을 지니고 있어 보통이 아닐 거라 것은 예상했지만 내부로 들어서자 더욱더 고급스러운 풍경들이 곳곳에 보였다.
운치 있는 분위기를 지닌 전통 기와집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조경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도시내부 안의 별 세계처럼 운치 있는 풍경이 좌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른 세계네...”
척 보아도 고급스러운 장소로 아무나 올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성준은 부러움이 담긴 눈으로 강명석을 보았다.
“오랜만에 오시는군요. 강명석님.”
“그래. 일행이 있는데 안내 부탁하지.”
꾸벅.
“네. 이리로 따라 오십시오.”
종업원이 그를 대하는 태도나 그걸 자연스럽게 받는 그의 행동은 성준에게 있어 강명석은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아 보였다.
‘저런 게 상류층이라고 하는 건가? 확실히 다르구나.’
강명석의 여유와 자연스러움에 성준은 주목했다.
자신은 고급스러운 명월루 주변 환경에 주눅이 드는 것을 티내지 않는 게 강명석은 숨쉬듯 자연스러웠다.
분명 똑같은 사람인데 다른 분위기가 그에게서 풍겨온다.
“자 다들 들어가지.”
강명석의 손짓에 모두들 종업원의 뒤를 따라 가기 시작한다.
건물 흑색의 원목으로 장식된 된 고급스러운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행들은 3층에서 내려 고급스러운 소품과 인테리어로 차려진 밀실 방을 안내 받았다.
“형 진짜 이런곳이 있긴 있었네요.”
피식.
“돈 있으면 뭔들 못하겠니.”
신발을 벗고 자리에 오르는 강명석은 주변을 구경 하는데 여념이 없는 두 남자를 향해 웃었다.
“하하. 구경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되니 우선은 앉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의 권유에 도경과 성준은 주변을 구경하는 것을 멈추고 신발을 벗으며 방바닥에 올라와 방석이 깔려있는 곳으로 자리 잡아 앉았다.
6명이 앉았는데도 윤기 나는 흑단목으로 이루어진 테이블은 넉넉하게 자리가 남아있었다.
스으윽.
“이곳 평범한 곳은 아니네요.”
흑단목을 쓸어보며 나무의 결을 느낀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음? 왜 그렇게 생각하나?”
“지나치게 고급스러워서요. 장식, 소품부터 시작해서 테이블까지 상품의 물건들이에요. 게다가 흠집하나 먼지하나 없이 아주 잘 관리가 되어있네요. 아마도 여기는 상류층에서도 꽤나 먹여주는 곳이겠죠.”
“먹여줘? 하하하. 재밌는 표현이구만.”
“이이는 그게 웃겨요? 도경씨 말대로 이곳 명월루는 극소수의 사람만 올수 있는 곳이랍니다. 특히 3층에 올라오려면 Vip위치는 되어야 올라올 수 있지요.”
웃고 있는 자신의 강명석을 타박하는 그의 아내는 도경에게 명월루를 설명하며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상류층 특유의 과시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헤에. 꽤나 대단하신 분인가 보네요.”
그것을 보며 도경은 고소를 지으며 강명석을 보며 쌜쭉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뭐, 조금 그렇지.”
“아빠. 조금이라뇨? 지검장정도면 엄청 대단한 거죠.”
가만히 앉아있던 강소영이 강명석을 치켜세우며 도경을 흘낏 바라보며 으스대며 자신의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지 넌지시 이어서 말한다.
“검사들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이 위치가 조금이라면 나머지 사람들이 뭐가 되겠어요? 너무 겸손하세요.”
“허허허. 이 아빠가 좀 대단하지? 알아주는 건 우리 딸 밖에 없구나. 고맙다 내 딸.”
“그럼요 우리 소영이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라니까요.
“그러게 말이오.”
“헤헤헤.”
‘음.....’
화목한 가족의 풍경을 바라보는 도경은 속으로 침음성을 흘렸다.
‘가관이네.’
겉은 세련되고 화목해 보이는 가족이었지만 속은 검은 파동으로 가득 차 있는 그 가족 들을 보며 도경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앞에 있는 3명 모두 어딘가 깊이 타락해 검은 파동을 내뿜고 있던 것이다.
톡톡!
“응?”
자신의 스마트폰의 메시지가 온 것을 확인한 그는 옆에 있는 성준을 바라보았다. 메시지의 출처가 바로 그에게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저 가족들 조금 꺼림 직하지 않아요?]
[응. 확실히 말해서 재수 없는 가족이긴 해.]
[그렇죠? 저만 그렇게 느낀 거 아니죠?]
[그런데 아까부터 저쪽에 신경 많이 쓰는 것 같다? 밥만 먹고 갈건데 왜 그래?]
전부터 저 가족들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성준의 모습이 조금 신경 쓰였던 도경이 물었다.
톡톡!
[뭐 별건 아니고 미진이가 가족을 별로 안 좋아 해서 한 번 살펴 본거죠 뭐....]
[확실히 미진이 성격으로는 싫어할만 하네.]
[저도 얼핏 알기는 했는데 이제야 미진이가 가족이야기만하면 얼굴이 어두워지는지 이해가 되네요.]
[미진이라는 애가 가족들하고 안 맞는 거야.]
[뭐가요?]
도경은 성준의 메시지를 읽으며 흘깃 그녀를 살펴 보였다.
가족들 중 유일하게 어둠에 물들지 않고 금방 꺼질 듯 미약하게나마 빛을 지닌 소녀.
‘위태위태하긴 하네.’
톡톡!
[네 친구 미진이 가족들은 자신들보다 아래라 생각되는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배척하고 따돌리는 유형이거든 그러니 안 맞을 수 밖에.]
은연중에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며 남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상류층 유형의 사람들 사이에 자신감 없고 소심한 성격의 미진이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어쩌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 였다.
자신의 친구의 성격을 떠올린 성준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미진을 힐끔 살피며 말했다.
[아, 확실히! 가족들이 전부 특권의식이 있는 것 같긴 했어요. 희안하네요. 미진이는 그런 건 없었는데]
[뭐 사람이라는건 여러 유형들이 있으니까.]
[그래도 가족인데 정말 저 사람들 너무하네요.]
지금도 자신의 친구 미진에게 눈길하나 주지 않는 가족이란 그들의 모습에 성준은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친구라 하더라도 가족의 문제에 쉽게 개입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똑똑!
“식사 나왔습니다.”
드르륵.
거대한 테이블 위로 화려한 색채를 가진 음식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워나가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6명이 먹을 음식양은 한참을 뛰어넘어 있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문 밖에 있는 종업원을 부르시면 됩니다. 즐거운 식사 되십시오.”
“고맙네. 자! 다들 시장 할 텐데 들지.”
종업원이 나가고 차려진 음식들을 보는 놀라는 둘에게 강명석은 음식을 권유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도경이야 음식이 나오는데 기뻐하지만 성준은 복잡한 심정으로 수저를 들어 올리다 앞에 있는 미진과 눈을 마주쳤다.
씨익.
“맛있게 먹어.”
“으.. 응.”
자신을 보고 웃으며 음식을 권하는 그녀의 미소가 성준은 왠지 서글프다 생각이 들었다.
**
식사시간 동안 꽤나 긴 대화들을 나누며 어느새 시간은 1시간을 훌쩍 넘자 모두들 슬슬 갈 차비를 마치고 자리에 일어났다.
“아버님 잘 먹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네요. 괜히 바쁜 사람 붙 잡은거 같아 죄송하네요.”
“하하하. 아니야. 나도 즐거웠다네.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복있어 보이고 보기 좋더군.”
“맛있는 음식 맛있게 먹는 게 뭐가 힘들 겠어요. 그럼 잘 먹고 갑니다.”
“응? 같이 차타고 가지 그러나.”
“아뇨. 소화도 시킬 겸 성준이랑 조금 걷게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명월루 밖으로 나온 도경과 성준 그리고 강명석의 일가족은 헤어지기 직전 자동차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시작한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으응...”
피식.
“파이팅! 알지?”
“응! 파이팅.”
잠시나마 서먹했던 둘의 사이가 그 한마디에 다시 평상시처럼 돌아왔다.
둘 다 이일로 어색해질까 걱정했는데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잘 들어가.”
“응. 가볼게 너도 잘 가고 도경오빠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예의바르게 자신에게 인사하는 미진을 보며 도경은 눈웃음 지으며 그녀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참, 미진아.”
“네.”
“인생. 한 번뿐이다.”
“네?”
의미 모를 도경의 말에 미진은 고개를 들어 올려 도경을 향해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마음가는대로 살라고. 그거 생각보다 별거 아니다.”
“네에...”
왜 자신에게 저런 말을 하는지 쉽게 이해가 안 되었지만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인 것을 알기에 미진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감사함을 표시하고는 둘을 뒤로 하고 차안으로 들어갔다.
쿵!
부우우웅.
가벼운 인사와 함께 고급 외제차는 도경과 성준 곁을 멀어져 갔다.
“.......”
“갈까?”
“네.”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도 묘한 피로감과 더부룩함이 몰려오는 것을 느낀 둘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소화를 시키기 시작한다.
--
부우웅.
검은 세단의 고급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던 강명석은 뒤에 앉아 있던 자신의 강소영을 향해 말을 걸었다.
“저 정도 대접했으니. 소영이 네 팀 미션 때 걱정이 없을 게다.”
“그러게 소영아 너희 아버지에게 감사해라. 너 아니었으면 쟤들 수준의 애들이 명월루가 가당키나 하겠니?”
“알아요. 정말 고마워요 아빠.”
“뭐 딸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무리도 아니지. 필요한 거 있으면 아까 전처럼 부담 없이 부탁하렴.”
“헤헤헤. 우리 아빠 최고!”
“허허허.”
사실 고급스러운 한정식 집 명월루에 도경과 성준 둘을 데려간 데에는 강소영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다음 라운드 [팀미션 서바이벌]
도경과 성준 둘중 하나를 골라서 같은 팀을 하기 위한 강소영의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같이 밥까지 먹었겠다. 내가 어딜 빠지기를 해? 팀 권유 하면 거절하질 못 하겠지.’
일반인이면 평생 한 번 갈까 말까하는 식당에서 대접하고 자신 또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초일류의 꿀리지 않는 실력자이다.
조금이라도 염치가 있다면 자신의 팀 권유를 무르질 못할 것을 확신하며 강소영 은 미소 지었다.
“팀 미션 라운드는 이걸로 걱정 없겠어 킥! 누굴 고를까나?”
분명 그 둘을 싫어하는데도 목적을 위해서라면 같은 팀으로 포섭할 생각을 그 짧은 수간 해내다니 어찌 보며 대단한 심계였다.
“......”
‘역시 우연이 아니었구나.’
그 둘을 명월루에 데려간다는 조금 과하다 생각했는데 차안에서 이루어진 대화를 숨죽이면서 듣고 있던 강미진은 눈을 질끈 감으며 자신의 언니를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힐끔!
“헤에-. 미진아.”
흠칫.
“네. 언니.”
하필 그 순간 자신의 언니와 눈이 마주친 강미진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지기며 서둘러 시선을 돌렸지만, 불행이도 이를 놓칠 강소영이 아니었다.
덜덜덜.
그녀의 시선에 미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오랜 시간동안 쌓여온 그녀에 대한 트라우마가 발동 되는 것이다.
“오늘 언니 방에서 같이 자자! 오랜만에 자매끼리 수다나 떨고 그러자. 요즘 내가 너무 너한테 무심 했던 거 같아.”
“아, 아니요. 괜찮아요. 오늘 과외숙제를...”
강소영의 말에 미진은 핼쑥해진 얼굴로 서둘러 그녀의 권유에 거절하려 했지만 강소영의 눈빛을 바라보고는 할 말을 잊지 못했다.
“같.이.잘.거.지?”
“...네...”
공포로 가슴이 옥죄이는 것을 느낀 미진은 눈을 내리깔고 강소영의 말에 공손히 복종하였다.
그녀가 말하면 따라야 하는 존재가 바로 자신이었다. 미진에게는 거부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후훗. 역시 미진이는 참 착한 아이야.”
“.......”
부르르.
소름끼치는 자신의 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지만 미진이 할 수 있는 것은 겁에 질려 떠는 것 밖에 없다.
(마음가는대로 살라고. 그거 생각보다 별거 아니다.)
공포심에 몸이 떨려오는 와중 도경이 말해주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에겐 어려운 일이네요...”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