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이제는 일반 참가자들의 파트너를 선정하겠습니다.]
심사위원이 정해준 연습생 출신 참가자들과 어린이조의 참가자들의 팀 조합이 우선적으로 끝이 나고 이제는 일반참가자들의 팀을 정할 차례가 다가왔다.
[우선 각 조마다 랭킹오디션 때. 1위를 받은 참가자들 앞으로 나오셔서 순서대로자신이 원하는 참가자들 분에게 자기의 스티커를 붙이시면 됩니다.]
우르르르.
제작진의 말에 1순위 한 참가자들은 서로가 눈여겨 본 참가자들을 향해 자신들의 이름표를 붙이기 시작한다.
“아... 겹쳤네.”
“다른 분한테 가시는게 어때요?”
“하하. 그건 안 되겠네요.”
지목한 사람이 겹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해서 서로들 은근한 기싸움 까지 펼쳐지기도 했다.
“가연 참가자 저 고르실 거죠?”
“아니 가연 참가자 곤란하게 왜 그래요? 당연히 저죠?”
“네, 네?”
1위를 한 우선권의 이점이 무색하게 그들은 자신에게 맞는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자. 이제는 선택받으신 참가자들 분들은 호명하시는 순서대로 자신이 원하시는 참가자에게 가서 이름표를 건네십시오. 이름표가 서로 교환이 완료된다면 팀이 결성되는 겁니다.]
1순위 에게 선택 받은 참가자는 자신을 선택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을 고르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을 지정해 고를 수 있었다.
둘 다 같은 결과처럼 보이지만 전자는 변수가 없는 확정된 결과이고 후자는 원하는 파트너를 얻기 위한 변수가 많은 불확정 된 결과를 지니고 있었다.
“저는 지성준 참가자와 팀을 하고 싶습니다.”
찌이익!
그런데 한 여성참가자가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이름표를 떼어 1순위의 참가자가 아닌 자리에 앉아있는 참가자에게 가서 이름표를 떼어 붙인다.
턱!
“어, 어...!”
1순위 참가자 3명에게나 많은 선택을 받았던 여성 참가자 강소영.
그녀는 주변의 이목을 끌며 부끄러운 표정을 한 채로 성준을 향해 은밀한 눈빛을 건네었다.
“괜찮지? 성준아?”
“아, 저기...”
베시시
홍조가 섞인 미소를 보이는 그녀는 마치 사랑에 빠진 상대에게 고백하고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여서 주변의 남자들이 도끼눈을 뜨고 성준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와! 저 녀석 복 터졌네.”
“부럽다.”
[만약 지성준 참가자가 강소영 참가자가 아니라 다른 파트너를 고를 시 강소영 참가자는 파트너를 고를 순서가 후순위로 밀리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이변이 생긴 상황 속. 사회 진행자는 강소영에게 부가 설명을 하며 그녀의 의사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었고 강소영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시 하였다.
웅성웅성.
“5명하고 경쟁해야 하는데 그리 똑똑한 선택은 아닌 걸?”
“어째 1순위 참가자보다 저 녀석이 더욱 인기가 많네.”
“경쟁률 치열하겠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에 주변이 한 번 더 술렁이며 모두의 시선이 이제는 강소영에게서 성준으로 옮겨졌다.
성준의 몸에 붙은 이름표는 그녀의 것까지 더하면 6개.
보통 인기가 있는 참가자는 2-3개에서 그치는데 비해 3배정도는 되는 이름표가 그의 몸에 붙어 있는 것이다.
그만큼 성준의 가치는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훈장이기도 했다.
“강소영이 욕심 낼만 하지. 솔직히 쟤랑 팀 먹으면 뭐가 두렵겠어? 케미도 터지고 분명 이슈가 될 걸?”
“하긴 둘이 그림도 좋고 되면 진짜 대박이긴 하겠다.”
연습생들마저 압도하는 노래와 스타성.
심지어 외모까지 미소년으로 시청자들에게 화제가 될 조짐이 보이는 성준에게 그에 맞먹는 강소영까지 더해진다면 최강팀 중 하나가 만들어 지는 것이리라.
“그래도 안 되면 강소영은 진짜 망하는 건데 용기가 있네.”
“맞어. 6:1의 경쟁률이니까 강소영도 불안은 할 거야.”
“떨어졌으면 좋겠다.”
선남선녀의 콤비가 보고 싶은 욕구도 컸지만 경쟁해야하는 입장으로서는 한 편으로는 팀이 불발 되는 것을 원하기도 하였다.
주변 참가자들은 성준의 무엇을 선택할지 궁금해 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거.. 곤란하네.’
모두의 부러움과 질시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을 느낀 성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신의 앞에 서있는 강소영을 보았다.
외모며 실력이며 목소리까지 강소영과 팀을 하면 분명 자신과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은 들었다.
‘그렇지만 끌리지가 않아.’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그녀와 팀을 하는 게 맞겠지만 문제는 그녀가 자신의 친구인 미진의 언니라는 점이다.
‘미진이도 괴롭히는 것 같고 진짜 별로인데 어쩌지?’
지금도 학교에서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그 날 외식 후 전보다 어두워진 안색에 미진이가 언니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성준은 그녀에 대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
흠칫
‘뭐야? 설마 지금 망설이는 거야?’
타인의 심리와 시선에 민감한 강소영은 성준이 자신의 선택에 반갑지 않은 기색인 것을 눈치 채고는 속으로 당황했다.
‘솔직히 바보가 아니라면 내 권유를 무시할 이유가 없는데? 왜 저러지?’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만큼 그녀는 자신감이 있었다.
더구나 일반적으로는 경험을 할 수 없는 로비성이 짙은 식사대접까지 하였는데 저런 태도라니? 성준의 저런 행동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대체.. 왜? 잠깐 설마 강미진 그것이?’
그러다 문득 희박하지만 한 가지 추측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강미진. 그년한테 무슨 말을 들은 게 분명해.’
사실은 그것과 달랐지만 강소영은 자신의 여동생이 성준에게 자신에 대한 무언가를 말했다고 오해하기 시작했다.
[지성준 참가자 결정 하셨습니까?]
“네. 저는...!”
소곤.
성준이 대답하려는 찰나 강소영은 성준이 대답하기 전에 조용히 속삭이며 그의 옷깃을 잡고 그를 처다 보았다.
“꼭 팀하고 싶은데. 미.진.이.를 봐서라도 해주면 안 될까?”
흠칫.
“.......”
표정은 애절하지만 눈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에 성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제작진을 향해 말했다.
“......강소영님과 팀을 하겠습니다.”
[이것이 썸이라는 건가요? 지성준!, 강소영! 참가자의 팀 결성되었습니다. ]
“와아!”
성준의 대답과 동시에 주변사람들은 환호하며 둘을 향해 축하를 해주었다. 강소영의 적극적인 구애에 성준이 망설이다 용기내서 화답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서바이벌에서 연애질이냐? 부럽다.”
“멋있다! 강소영.”
짝짝짝.
성준의 진짜 심정은 모르는 채. 어린 나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풋풋한 연애감성에 주위에 있는 참가자들이나 제작진들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건 분명 협박이었어.’
성준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안색을 굳혔다.
원래는 강소영의 팀 권유를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미진의 이름을 꺼낸 순간 불길한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수락을 하고 말았다.
‘이 누나 기분 나빠.’
교회에서 위선적인 어른들 속에서 고생한 성준에게는 익숙한 감각 이었다.
성준은 만약 자신이 거절했다면 그녀가 이야기를 꺼낸 자신의 친구 미진에게 강소영이 무언가 저질렀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미진이가 자신의 언니를 무서워했던 것은 이런 연유였구나.’
그녀가 지닌 소심한 성격 때문이 아니었다.
이번으로 강소영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어렴풋이 알았다.
‘주변을 이용해 사람을 압박하는데 능숙해.’
“짜증나네..!”
티 나지 않는 은밀한 그녀의 수법에 성준은 자신이 결국 그녀와 엮이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짜증나는 심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성준아 잘 부탁해. 아, 말 놓아도 되지?”
씨익.
더 이상 남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그녀의 미소가 성준의 눈에 들어왔다.
꾸벅.
“잘 부탁 드려요.”
화륵.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찰나인데 적절하게 훅 치고 들어온 그녀의 인사에 성준은 반항아 기질이 꿈틀거렸다.
---
“쟤도 다사다난 하네.”
멀리서 성준과 강소영을 지켜보고 있던 도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재미는 있는 조합이야.”
빛과 어둠을 품은 재능을 지닌 둘이 어떤 무대모습을 보일지 솔직히 재미는 있겠다 생각을 하는 도경 이었다.
흔들흔들.
“도경 씨. 정말 저로 괜찮겠어요.”
“응?”
모두에게 주목이 성준과 강소영에게 쏠려있을 때.
이 때다 싶었던 김우진은 도경에게 다가와 방금 전에 끝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 시작한다.
그의 몸에는 도경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 달랑 하나 붙어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경의 제의를 거절하기 위해 그에게 다가온 것이다.
“아. 진짜 괜찮다니까요.”
그의 모습에 피곤한 표정을 지은 도경은 손을 내저었다.
“도경씨같이 유망주가 연습할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나하고 팀을 하다니.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모르겠어. 솔직히 말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
“하아.. 또 그 이야기입니까? 다 괜찮다고 했잖아요. 무대에 부를 노래 선정만 제게 맡겨준다면 그쪽 스케줄에 다 맞춰준다 애기했잖아요. 문제될 거 없지 않나요?”
“그건.. 그런데 도경씨가 손해 보는 것 같으니까 그러지.”
‘대체 뭘 믿고 나를 파트너로 선택 한 거지?’
김우진은 처음 자신을 선택한 도경의 행동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 별별 생각을 하며 고심했지만 결국은 답을 찾는 것을 포기했다.
‘도저히 모르겠어.’
팀 미션에서 패배할 때를 생각해 자신을 밟고 생존하기 쉬워보여서 선택한 것일까 같은 비참한 생각도 해보았고, 아니면 자기가 다루기 쉬운 만만한 참가자일까 피해망상에 가까운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은 그가 굳이 그러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심사위원이 심사를 못할 정도로 극찬을 이끌어낼 정도의 그가 굳이 번거로운 수법을 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둘 다 우승할건데 손해니 이익이니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 어...”
‘우승을 저리 확신하다니 진짜 뭐라도 믿는게 있는건가?’
연습할 시간이 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의 사정을 듣고도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스케줄에 맞추겠다는 도경.
게다가 이제는 당연하게 우승을 입에 담는 당당한 도경이란 인물에 대해서 김우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연예인들도 저 정도로 자신감 있진 않은데.. 쟤는 대체 뭐지?’
매니져 경력이 올해로 4년차인 김우진은 당연히 여러 연예인들을 보아왔지만 단언컨대 저런 캐릭터는 처음 이었다.
“저건 자기암시나 컨셉같은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여기고 생각 하는 거야.”
연예인이라는 존재들이 겉으로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게 보이지만 실상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언제 떠나버릴지 모르는 인기에 항상 초조해 떨고 있는 약한 존재인 것을 매니저인 김우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예민하고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도경은 그들과 달랐다.
‘그런데 쟤는 마실 나온 거처럼 편안해 보여.’
도경처럼 높은 실력과 주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더욱 커지는 게 정상인데, 자신 앞에 있는 도경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망설임이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실패할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건가?”
꿈틀
“실패요?”
입 밖으로 튀어나온 김우진의 속마음을 들은 도경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거라 당황하며 놀라는 김우진은 도경을 향해 곧바로 사과하기 시작했다.
“아, 미안 도경씨 그게 아니라... 여튼 정말 미안해 내가 실언을 했어. 기분 많이 나빴지?”
자기확신이 강한 아티스트들이 이런 말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기에 김우진은 빠른 사과를 했음에도 도경의 눈치를 보았다.
‘안쓰러울 정도로 사람을 눈치를 많이 보는구나. 매니저란 직업 때문인가?’
6살이나 어린 자신에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하는 김우진을 보면서 도경은 더욱 속마음이 불편해졌다.
매니저란 직업을 알지만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이기에 저렇게까지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굽실거림이 몸에서 자연스럽게 베어 나오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보는 이로서는 갑갑했다.
그래서 한마디 하고 싶었다.
“별로 기분 안 나빴어요. 다만 묻고 싶은 말이 있어요.”
“묻고 싶은 말?”
도경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김우진은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목숨이 걸린 일도 아닌데 실패를 걱정할 이유가 있다 생각 하세요?”
움찔.
“응?”
도경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눈에 들어온다.
오싹.
‘진심으로 하는 소리다.’
자신을 보며 태연한게 묻는 도경을 보며 김우진은 이내 자신의 등에 소름이 끼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목숨이라고? 그럼 도경 씨는 목숨 걸린 일이 아니면 실패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거야?”
웬만하면 무시하고 넘어가겠지만 김우진은 다시 한 번 도경을 향해 되물었다.
그의 대답이 자신에게 무언가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네. 죽지 않는 이상. 항상 성공하고 실패할 맛볼 기회를 언제든 가질 수 있으니까요. 실패에 대한 생각을 가질 이유가 없죠.”
도경의 그 한마디가 김우진을 흔들었다.
부르르.
‘이, 이 아이는 대체...?’
21세기 현대사회.
누구나 옳은 말과 명언을 쉬이 남발하고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노력하고 필사적으로 도전하라.]
기득권이 판치는 현대사회에서 특히 지옥 불반도라고 불리는 이 장소에서 사는 청년들에게는 가슴에 코딱지만큼 와 닿지 않는 소리다.
[말로는 누가 못해?]
[과연 쟤는 말한 것만큼 그렇게 살까?]
[너나 잘하세요.]
[성공한 자들의 미사여구일 뿐이다.]
성공한 자들의 말에 온갖 반발심이 솟구쳐 오르는 게 그들의 현실이다.
사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임에도 이렇게 부정적인 반응이 보이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말을 내뱉는 존재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재물과 권력. 그리고 지위와 명성.]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위에 있는 것들을 지니거나 여유가 있고 운이 따라줘 성공한 이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미사여구에 속으면 안 된다!’
노력으로 일궈 낸 것처럼 보여도 그들의 주변을 자세히 보면 일반인에게는 없는 [인맥],[재물],[명성],[시간] 같은 눈에 보이던 보이지 않던 여러 자원들이 그들의 주변에 깔려있었기에 탄생한 거짓된 성공인 것을 이젠 젊은 청년들은 알고 있었다.
‘속으면 안 되는데...!’
그게 28살 김우진이 발견한 현실이자 사실이었고 그렇기에 김우진은 정론적인 명언들이나 말들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이 얘의 말은 다르게 느껴진다.’
부정적이고 염세적인 28살 청년 김우진은 자신보다 어린 도경의 말에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 속에서 도경은 너무나도 이질적인 존재였다.
‘격이 다른 사람이 존재하는 구나.’
그에게 느껴지는 것은 그 사람 그 자체.
화려한 치장과 미사여구로도 꾸민 허세로도 가질 수 없는 그 사람만의 순수한 격(格)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를 알아본 김우진의 행동이 변화한다.
“도경씨만 괜찮다면...”
소근.
“네. 뭐라구요?”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도경이 다시 묻자 김우진은 자신의 목을 가다듬고 그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올렸다.
꾸먹
“민폐가 되지 않도록 노력 할 테니 잘 부탁할게요.”
스윽 척.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래?’
갑자기 기합이 들어간 상태로 인사를 하며 자신에게 손을 내뻗어 악수를 청하는 김우진을 모습에 도경은 당황하였다.
‘심경변화가 빠른 사람이네.’
현대인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존재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자각 못하는 도경으로서는 김우진이 변덕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아무리 타인의 파동을 느끼는 도경이라도 사람의 속마음을 정확히 헤아릴 수는 없는 법.
다만 김우진의 파동에 조그마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염세적인 28살 청년과 도경은 팀을 이루어 무대를 함께 가지게 되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