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하하하. 인상 좀 피라니까요? 웃어요. 웃어.”
꿈, 꿈틀
“이, 이렇게?”
연기자 대기실에서 기묘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래요 그렇게.”
‘씨발. 너라면 웃겠냐?’
대기실 안에서 도경과 이야기를 나눈 배한성은 도경과 함께 김우진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면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살벌한 분위기였는데 말이다. 이상황 상황 이었다.
찰칵.
‘젠장!’
김우진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사진 찍는 촬영음이 울리자 이제야 배한성의 얼굴에 썩은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제 다 끝났네요. 계약한 일처리 잘 부탁합니다. 참 뒤에서 술수 쓰고 그러는 거 없는 겁니다.”
“무, 물론. 너야말로 그 녹취록하고 영상 유출할 생각 하지 마라.”
“요즘 법이 얼마나 무서운 데 그러겠어요? 협박이 뭐 쉬운 것도 아니고 그런 멍청한 짓 안합니다.”
“이익..!”
부들부들.
도경에게 자신의 약점을 잡힌 배한성은 분한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요? 아니 꼬와요? 그럼 계급장 떼고 붙어볼까요?”
부릅.
“아, 아니다.”
툭툭!
도경은 그의 뺨을 두 번 가볍게 두드리며 그를 향해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그쪽이 말한 것처럼 자기 분수를 잊으면 안 되죠. 거 그래도 멍청한 사람은 아닌 듯 하니까. 한 번 믿어 봅니다.”
‘이건!?’
그를 보고 있던 김우진은 익숙한 상황에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도경이 보이고 있던 행동은 자신이 배한성에게 당했던 상황과 매우 유사한 까닭이다.
‘도경이가 다 들었구나...’
자신이 겪었던 수모를 도경이 고대로 배한성에게 되갚아 주고 있다는 것을 김우진은 깨달았다.
시큰.
갑자기 코끝이 찡하는 감각에 김우진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창피함과 고마움.
여러 가지 감정이 가슴 속에서 교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 그리고 돈도 잘 버는 양반이 500이 뭡니까? 그 최지애란 여자애한테 큰 걸로 3장 정도는 던져주던가 해요. 500가지고 입이나 순순히 닫겠어요? 나중에 일 생기게 하지 말고 제대로 처리하세요.”
“삼, 삼천이나?”
“씁! 말 안 들거야?”
덥석!
딱 봐도 꺼리는 표정을 짓는 배한성을 향해 도경은 그의 뒷머리를 억세게 붙잡으며 표정을 구기며 그를 다그쳤다.
“아악!”
조폭들도 울고 갈 정도로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억센 손길에 배한성이 비명을 질렀다.
“내가 선심 써서 비밀 지켜주는 건데 정작 당사자가 뒤처리 구리게 해서 뽀록나면 허탈해 지잖아. 이 멍청한 새끼야!”
쾅!
“끄아아악!”
망설이는 배한성의 머리를 붙잡아 테이블에 사정없이 내리 찍은 도경. 덕분에 배한성의 코가 뭉개지며 피가 흘러 나왔다.
“어이쿠야! 배우는 코가 생명인데... 제 연기가 과했죠. 아저씨. 연기에요 연기. 하하하!”
“히이익!”
덜덜덜.
‘이 놈은 미친놈이다.’
이랬다 저랬다. 훼까닥 하며 분위기가 수시로 바뀌는 도경을 바라보는 배한성의 눈에 공포가 떠오른다.
“마음에 안 들면 뒤에서 수작 부려보세요. 근데 그거 알아둬요. 잃을게 많은 사람도, 위험도가 높은 것도, 바로 당신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잘 생각해서 처신해.”
“......”
도경의 강렬한 살기가 머금은 목소리가 배한성의 머릿속에 파고 들었다.
“내말 들을거죠?”
스스스슥.
〈파동각인〉
「머릿속의 메아리」
[허튼 거 생각하지 말고 내말 들어.]
공포에 물 들었던 배한성의 두 눈이 머릿속에 침투하는 목소리에 흐리멍덩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네 알겠습니다.”
끄덕.
‘제대로 먹혔군.’
일부로 그를 협박해 배한성의 정신을 흐트린 후.
도경은 완벽하게 자신의 기술이 먹힌 것을 확인한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믿고 갈게요. 무대 잘 준비하세요. 그리고 좀 뮤지컬 배우답게 연기연습도 하고 말이야. 건전하게 살아요.”
“네...”
깔끔한 일처리를 위해 자신의 이능까지 사용한 도경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일어났다.
“우진이형 이젠 가죠.”
“그, 그래.”
예기치 못한 유혈사태와 살벌한 상황에 긴장했던 김우진은 도경의 말에 자리에 일어나 그를 따라간다.
저벅.저벅.
“......”
침묵을 유지한 채 복도를 걷는 두 사람.
도경의 뒤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던 김우진은 우물쭈물 거리다 도경의 이름 불렀다.
“저기, 도경씨. 아니 도경아...!”
우뚝.
“네. 형 왜요?”
방금 전에 엄청난 일을 벌였다고 믿기지 않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도경의 눈을 바라본 김우진은 고개를 숙이며 진심을 담아 입을 열었다.
“정말로 고맙다!”
“.......”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그를 보던 도경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 형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니까 그리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요. 제 파트너가 연습할 시간도 없으면 저도 곤란하니 나선 것뿐이에요. 부담 스러우니까 고개 들어요.”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야.”
“네, 네. 마음대로 생각 하세요.”
도경의 말에도 김우진은 그의 말을 따를 수 없었다.
도경 덕분에 배한성으로부터 3500만원의 빛에서 해방되고 무대를 연습할 시간을 보증 받았다.
사람이라면 고마움 마음을 간직하는 게 도리인 것이다.
“그리고 우진이 형.”
“응?”
“미련하게 삭히고 참고 사는 건 좋은데 조금은 유도리 있게 영악하게 살아봐요.”
“영악하게?”
갑작스러운 말에 우진은 당혹스러웠다.
이래 뵈도 매니저로서 온갖 산전수난을 겪은 몸에게 유도리 있게 살라니. 조금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기회는 직접쟁취 하는 거지 매달리고 수동적으로 기다린다고 절대 오지 않아요. 뭣 하러 저런 나쁜 놈한테 지고 들어 가주고 예의를 지켜줘요? 다시는 그런 멍청한 짓 하지 말아요. 진짜 답답해서 고구마인줄 알았 다니까요.”
“어, 어.. 미안.”
“뭘, 또 사과를 해요. 참 성격 이상한 형이라니까.”
“어 그러게...”
‘정말로 바보가 된 기분이야.’
답이 보이지 않고 껌껌했던 배한성의 관계가 도경의 연기와 속임수에 모두 한방에 해결 되었다.
‘이렇게 쉬운걸...!’
팔랑
입막음의 대가로 배한성에게 받은 3500만 원짜리의 차용증이 자신의 손안에 들려있건만 아직도 실감이 가지 않았다.
동시에 자신이 도경의 말대로 어리석게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정말...”
도경의 말대로 왜 자신 스스로 그의 밑에 있으려고 했던 것인지 생각해보니까 스스로가 한심했다. 조금만 생각해봤더라면 자신도 도경처럼 배한성의 약점을 쥐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했을 텐데 말이다.
소근.
“정말로 내가 멍청했구나.”
김우진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도경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게요.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대우는 해 줄 사람한테만 하세요. 궁상도 그만 떨고 말이에요.”
도경의 투명스러운 대답에 김우진은 허탈한 웃음을 짓고 만다.
“하하. 앞으로 그러도록 노력할게.”
“좋아요.”
앞으로 다시 걸어가는 도경을 바라보는 김우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김우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나보다 어린데...’
자신보다 어리고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도경인데 이상하게 그의 뒷모습에서 산전수전 겪은 느낌을 받는다.
“안 올 거에요?”
“가.”
타다닥.
“오늘부터 바로 연습 시작하죠.”
“응!”
4일 만에 제대로 된 연습을 하러 가는 두 사람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
뒤늦게 도경과 김우진이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
도경의 의동생 성준은 갑갑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 앞에 있는 여성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 노래는 어때?”
“뭐.. 네.”
“흐음. 별로구나.”
현재 성준이 있는 곳은 강소영의 저택 옆에 마련되어 있는 연습실.
각종 악기와 음악에 이용되는 도구들이 마련된 시설에 놀라는 한 편. 음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성준은 부럽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처음만 가졌지 지금 와서는 성준은 이곳이 불편했다.
‘너무 숨 막혀...’
정말로 숨 막혀 하는 표정. 환경도 그렇고 무대를 향한 진전도 엉망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서로간의 소통이 부족한데 있었다.
서로에 대한 음악적인 견해의 차이를 좁히려면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데 둘은 너무나도 다른 유형의 인물들 이었다.
“성준이 이 노래는 어때? 여긴 이 부분 8마디를 이렇게 편곡하면...”
“음.. 좀 별로인 것 같은데요?”
“어디가?”
“그냥 느낌이 안와요.”
“......”
계속 이런 식으로 대화가 끊기는 거였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강소영은 철저한 이론파였고, 독학으로 혼자서 음악을 해온 성준은 감각파인 까닭이다.
성준은 강소영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강소영 또한 성준의 말하는 느낌을 이해하지 못한다.
탁!
“휴-. 잠시 쉴까?”
두 사람 다 지친 표정으로 서로들 잠깐의 휴식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네 그렇게 하죠.”
“나 잠깐 본채에 다녀올 건데 뭐 먹을 거 가져 다 줄까?”
“아뇨. 입맛이 별로 없어서 괜찮아요.”
“그래? 알았어. 그럼 잠깐 다녀올게.”
“네.”
끼이익. 철컥. 쿵.
강소영은 성준에게 손을 흔들며 연습실 밖으로 나섰다.
“......”
풀썩!
그녀가 나감과 동시에 성준은 소파위로 몸을 들어 누웠다.
“아. 진짜 피곤하네-.”
K스타에서 제일 힘든 순간이 언제였냐고 물어본다면 성준은 망설이지 않고 지금이라 이야기 할 것 같았다.
“진짜 더럽게 안 맞네.”
분명 자신과 강소영이 다른 유형인 것도 있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 계속 어긋난다 생각이 들었다.
요 며칠간 같이 유명한 듀엣 곡을 불러 본 것만 수십 곡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하나도 없다.
“도경이 형 때는 단순했는데 이렇게 파바밧! 말이야... 그래서 그렇게 애기 했던 건가?”
자신이 고생할거라고 말을 꺼냈던 도경의 말을 떠오른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허탈하게 웃었다.
“진짜 도경이 형이 대단한 거 였구나.”
성준이 강소영과 연습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도경의 존재감과 그의 역량이었다. 내심 도경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과 작업을 같이해 보니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성가대 출신이라고 으스댔던 내가 쪽팔려.”
그래도 내심 합창단에 있던 경험이 있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더니 그건 큰 오산이었다.
마치 소꿉놀이하는 것과 정말로 식사를 차리는 주부의 수준의 차이랄까 너무나도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이대로라면 진짜 무대를 망칠수도 있겠다.”
더욱 더 높아진 실력과 덩달아 올라간 눈높이에 자신이 만족할 만한 무대를 하고 싶은 성준의 욕심으로는 지금의 상황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어쩌지? 진짜 최악이네.”
자신에게 문제라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문제는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인 강소영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직감한 성준으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막막할 뿐이었다.
“근본적으로 나랑 안 맞아.”
강소영은 곡의 탓을 했지만 성준은 그녀와 듀엣을 몇 번 하면서 느낀 점이었다.
노래로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과 자신과 달리 강소영은 자신을 숨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내보이는 유일한 것은 자신의 은밀한 욕망.
절레절레.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노래로 내숭 떠는 사람은 처음 보니 어쩔 수 없잖아.”
도경에게 갈고 닦인 예민한 감각이 그녀가 어떤 사람인 줄 은연중에 알려왔다.
노래, 성격, 태도 작정하고 그녀를 의식해서 관찰하니까 어떤 사람인 줄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이다.
‘자기애(愛)의 화신.’
“꼭 자신만 사랑받아야 하고 자기만 빛나야 하는 사람. 대체 그 무슨 이기적인 성격이람.”
노래를 떠나서 그녀의 천성이 타인에 대한 인정과 관심을 홀로 독차지 받아야 직성에 풀리는 성미인 듯싶었다.
그래서 일까. 강소영과 노래를 부를 때마다 삐걱거리는 자신을 느꼈다.
물론 그녀에게 맞추려고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맞출 때마다 더욱 노래는 이상해졌기에 성준으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그냥 적당히 불러야 하나? 아니면...”
자신은 죽어다 깨어나도 이런 유형과의 사람과는 손발을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한 편. 성준은 도경은 자신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 보았다.
“도경이 형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왠지 도경이라면 이 갑갑한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
‘좀 바람이나 쐴까?’
꽤나 시간이 지났음에도 연습실로 돌아오지 않는 강소영을 보며 그녀 또한 자신처럼 방안에서 골머리를 썩이고 있을 거라 확신한 성준은 남는 시간 시원한 바람이나 셀까 하고 연습실 밖으로 나선다.
철컥 끼이익.
휘이잉!
연습실의 닫힌 문을 열자 갑갑한 공간 안으로 서늘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덕분에 성준은 조금은 갑갑했던 자신의 심정이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풍경하나는 언제 봐도 기가 막히네.”
후읍.
저택 마당의 정원의 풍경을 바라본 성준은 시원한 공기를 힘껏 마시며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런 곳은 Tv속의 세상 인줄 알았는데 검사라는게 대단한 사람들인가 보구나.”
꽤 밖으로 걸어 나와 정원 안. 큰 나무 옆에 있는 연못에서 발걸음을 멈춘 성준은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흠칫!
“깜짝이야! 누구?”
훽!
자신의 말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담긴 목소리에 성준은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익숙한 인물에 성준은 자신의 놀란 가슴을 쓸었다.
“어. 미진이 였구나. 놀래라 과외 끝났나 보네.”
“응. 그럼 너는 아직도 언니와 연습중인가 보구나.”
“뭐. 그렇지...”
밤11시 늦은 시간 아직도 자신의 짐에 있는 성준을 바라보고 있던 미진은 성준을 향해 말을 걸었다.
“표정이 별로 안 좋네.”
“응... 잘 안 풀려서 말이야.”
표정변화가 적은 성준이 얼굴을 일그러트릴 정도인 것을 발견한 미진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래? 성준이 너도 그렇고 언니도 솜씨가 뛰어나 손 쉽게 할 줄 알았는데?”
“노래가 1+1처럼 그리 단순계산 되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나와 너희 언니는 서로 안 맞아.”
“안 맞는다고?”
“아아. 들어봐 너희언니 정말 골치 아픈 공주님이라니까? 자신은 남한테 맞춰줄 생각도 없으면서 상대에게는 맞춰주길 강요하니까 말이야.”
흠칫.
직설적이지만 자신의 언니의 성격을 제대로 짚은 것에 미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언니가 그랬어?”
“뭐, 티는 안내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 솔직히 그 이기심에 짜증날 정도야.”
‘역시 노래하는 예능인들은 감각이 다른가? 어떻게 알았지?’
자신만 아는 그녀의 본색을 저리 콕 집어내는 성준을 신기하게 바라보느라 미진은 평소 집안에서 주위를 살피는 경계를 소홀히 한 채로 그에게 물었다.
“언니가 그렇게 이기적이야?”
“자기만 사랑받고 주목받으려고 하는데 그럼 이기적이지. 솔직히 동생인 네가 제일 잘 알거 아니야.”
“.......”
왜 자꾸만 알고 있는 걸 물어보는 성준의 태도에 미진은 입을 다문다.
“와. 상처네 성준아.”
‘!?’
오싹!
“앗! 언니. 언제..!?”
싸늘
“강미진 넌 조용히 있어.”
흠칫.
강소영의 메마른 목소리에 강미진은 몸을 흠칫 거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과 성준의 대화를 들은 강송영이 어떻게 나올지 알기 때문에 몸이 떨려오는 것이었다.
‘또 옷장 안으로 갇힐 거야...!’
덜덜덜.
향수와 섬유유연제 냄새가 가득한 어둡고 비좁은 옷장.
갑갑하고 어두운 감옥에서 오늘도 하룻밤을 지새워야할 생각에 강미진의 얼굴 안색은 하얗게 창백해지고 말았다.
강소영은 그런 강미진의 심정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 앞에 있는 성준을 향해 노려보며 말을 걸었다.
“성준아 설마 날 여태껏 그렇게 생각 했던 거야?”
“...뭐 그렇죠.”
“왜?”
“그거야... 에잇. 차라리 잘 됐네요.”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속 시원하다는 얼굴을 하고는 성준이 자리 위에서 일어났다.
“누나 서로 내숭 떨지 말고 솔직해 지죠.”
“뭐?”
“일단...”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성준은 자신을 향해 황당하다는 쳐다보는 강소영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누나는 제가 마음에 안 들죠?”
“.......”
성준의 말에 처음으로 그녀의 포커페이스가 깨지고 말았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