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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47화 (47/357)

47화

와아아!

모두 이번까지 합치면 4번째의 무대.

슬슬 K스타의 시스템에 익숙해진 시기여서 그런지 모두들 많은 기량의 상승을 보이고 있었다.

어떤 참가자들은 심사위원들을 놀래키기도 하고 어떤 참가자들은 아무런 성장도 보이지 않아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이번 팀 미션의 승자는..!”

항상 반복되는 같은 장면이지만 방청객에 앉아있는 참가자나, 무대 위에 서 있는 참가자들 모두들 이때만 되면 숨을 죽이게 되었다.

[트랜지션 팀입니다.]

“와아. 역시..!”

“의외의 복병이었네.”

3명이 동시에 기타를 합주하며 80년대의 추억을 떠올릴 노래를 훌륭하게 부른 팀이 결국 승자의 자리에 앉았다.

원래는 기대를 받지 못하는 출신의 참가자들이었는데 강팀을 상대로 승리한 반전 드라마에 모두들 놀라면서도 즐거워했다.

“이번 진 팀에 탈락자는..!”

진 팀에 속해있는 두 명의 참가자의 표정이 극도로 긴장감에 굳어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두 분 모두가 되셨습니다.”

쿵!

“허어..!”

“진짜로 둘 다 떨어지는 거야?”

이변의 연속.

그래도 나름 유망주였던 강팀이었는데 둘 다 떨어트릴 줄 예상 못 했던 사람들 모들 충격에 수근거렸다.

“...감사합니다.”

“.......”

떨어진 두 사람 모두 심사위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무대에 내려오지만 충격에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심정을 자아냈다.

“예전 같으면 아쉬워했을 텐데 아쉽지가 않네.”

“애매하게 고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편하긴 하다.”

“.......”

무대에 아래에 내려가는 참가자를 보며 두 명의 남자 심사위원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전이었으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아슬아슬한 선에 놓인 애매한 참가자를 억지로 뽑아야 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한결 심사가 빠르고 편안함을 느끼는 심사위원들이었다.

“확실히. 이번에 일반출신 참가자와 연습생의 수준차이가 극명하게 밝혀졌네.”

일반 참가자들도 학원에서 트레이닝과 교육을 받았을 것이 분명한데도 연습생 출신 참가자와의 기량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버렸다.

그 현실에 태현섭 심사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생들끼리 붙여 놓은 게 진짜 다행이야. 하나같이 수준들이 높아.”

일반 참가자들은 무기가 보컬 하나인 데 비해서 연습생들은 보컬,춤,댄스,외모 까지 다양한 무기를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연습생들의 보컬 수준은 한 가지 무기만 갈고 닦은 일반 참가자들의 보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상태였으니.

사실 연습생들끼리 경쟁을 붙이는 규칙이 없었다면 일반 참가자들은 K스타에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점점 기획사들의 트레이닝이 발전하고 있다는 거지.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

“좋아 해야지. 기획사의 힘을 인정받는 거니까 말이야.”

“형...”

태현섭 심사위원의 말에 여러 의미가 포함 되어있다는 것을 박진용은 느꼈다.

지금이야 어느 누구도 태현섭을 무시 못 하지만 예전에 그에게도 기성 가수들에게 수많은 욕과 비판을 받아왔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래 예전 같으면 우리 소속사들이 인정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는 일이었지.’

예전에는 연습생 출신하면 인정을 못 받는 시대였다.

음악 같은 예술을 하는 사람인 가수는 타고나는 재능을 내뿜는 사람이지. 인위적으로 만들어 지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상은 빠르게 뒤집어 지기 시작한다. 바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3대 기획사의 존재들 때문이었다.

“세상의 흐름은 빠르게 변화하고 우후죽순 기획사가 생기는 지금. 대형기획사인 우리들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거야. 어떻게 보면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어. 그러니 진용이 너도 정신 바짝 차려라.”

박진용은 옆에 있는 태현섭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다들 저 평범한 아저씨 같은 인상에 속고 있지만 현섭이 형만큼 열정적인 사람이 없지.’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 쉰을 바라보는 태현섭.

이미 자신의 길을 개척했음도 분명한데도 그의 끝없는 향상심과 야망은 아직까지도 끝날 줄 몰랐다.

끄덕.

“태현섭씨의 말에 동의해요.”

태현섭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이수민 심사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이야 좁은 반도에만 있지만 언젠간 세계가 저희 소속사들의 시스템을 인정하는 날이 오게 될 거에요.”

“이수민 사장님도 꽤나 야망이 있으시군요. 세계에 인정받는 소속사라...”

“호호. 아직은 먼 얘기죠. 그러기 전에는 우선은 내실을 다질 때죠. 요즘 중국 자본이 심상치 않게 들어오고 있으니까요.”

“아 맞아요. 그 문제 정말 골치 아프더군요.”

3명의 심사위원들이 나누는 잡담은 소속사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에 불구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들은 그리 가벼운 것들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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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벌써 얘네들 순서야?”

울고 웃는 탈도 많은 팀미션을 진행하는 사이 박진용 심사위원은 다음 참가자들의 목록을 보더니 굳었던 표정이 화사하게 개화하더니 물개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번 매치는 진짜 박빙이구나. 재밌겠다.”

“어 그러네. 벌써 얘네들이구나.”

“재밌겠네요.”

그의 말에 다음 참가자들 목록을 펼친 두 심사위원들은 박진용 심사위원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베스트 프렌즈] Vs [우여곡절]

11살 최연소 소년들로 이루어진 [베스트프렌즈]. 그 반면 나이가 많은 편인 22, 28살 청년들로 이루어진 [우여곡절].

이것만 해도 재미있는 구도의 대결이었지만 팀의 구성원 자체가 극찬을 받았던 참가자들이어서 기대를 품는 심사위원들이었다.

움찔.

“그런데 여기 참가자들 속에 김우진 군은 조금 쌩뚱 맞네요.”

“듣자 하니 도경군이 김우진 군을 직접 선택했다고 하던데 무슨 생각이었었던 걸까? 의외긴 하죠.”

이수민 심사위원의 말에 모두들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도경의 선택을 향해 궁금증을 품었다.

“음.... 팀을 잘 짜는 것도 실력인데.”

심사위원 3명은 합격은 했지만 자신들에게 혹평만 받았던 김우진을 떠올리는 동시에 말도 안 나오는 무대를 보여준 박도경이란 참가자를 떠올려 보았다.

도저히 둘의 조합이 떠오르지 않는다.

“도저히 예상이 가지 않는군요.”

그 둘이 어떤 팀을 짤지 머릿속으로 잠깐 떠올려 보려 했지만 도저히 둘의 조합이 떠오르지 않았다.

“형, 형! 심지어 노래는 J-Pop이야.”

“뭐?”

“이 선곡. 분명 도경군이 고른 거겠지. 우리 프로그램에서 j-pop이 불리는 건 이게 처음 아니야?”

“그렇지.”

태현섭 말 그대로 K스타에서 J-pop이 불러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아니 K스타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J-pop이 불러진 적은 없었다.

그만큼 J팝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깝지만 친숙하지 못한 노래였다. 어떻게 보면 웃긴 일이었다.

한류라고 하면서 일본에 음악을 전파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일본노래를 받아들이는 데는 낯설어 하는 한국인의 정서.

그런 가운데 J팝을 시도하는 도경의 행동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나 마찬 가지었다.

“저번 중국노래야 등려군의 노래 중 그나마 한국에 꽤나 알려진 노래라 치지만 이번 노래는 저조차도 생소한 노래네요. 대범하다 해야 할지. 겁이 없다 해야 할지...”

냉정한 이수민마저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J팝을 가져오는 도경의 행동에 당혹스러운 감정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서바이벌 경쟁 프로그램이다 보니 모두들 안전한 길을 택한다.

시도하더라도 안전한 범주 안에서 하는 거지 도경처럼 이 정도까지 규격을 벗어나 시도하는 참가자도 전무후무할 것이었다.

피식.

“정말로요. 까도, 까도 견적이 나오지 않는 인물이에요.”

박진용 심사위원은 무대에 올라오는 참가자들 중 도경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1주일 전에 도경에 대한 정보를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사장님 도경 씨는 꼭 붙잡아야 합니다. 그는 천재에요. 다른 참가자들은 버려도 그만 얻는다면 성공하신 겁니다.]

‘정말 김미경 팀장의 말대로 연기까지 잘 할까? 그런 규격외의 천재가 세상에 있단 말이야?’

자신의 회사에서 신용 받고 있는 김미경 팀장과의 단독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입수한 정보.

박진용 심사위원은 그녀의 말에 처음은 믿지 않았었다.

저 어린 나이에 그 정도의 노래를 부르는데 연기까지 일류급으로 한다니 어불성설이라 생각했다.

“그 김미경 팀장이 자신의 자리까지 걸고 보증 한 거야.”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매사에 철저하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김미경 팀장이 그런 행동까지 하는데 절대로 흘러들을 수 없었다.

콩닥콩닥.

‘미치겠다. 정말! 당장에라도 계약 맺어서 우리 소속사에 데려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싶다.’

그녀의 말이 맞는다면 이 정보는 자신만 알아야 했다.

도경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주위에 있는 경쟁자에게 그의 가치를 최대한 숨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필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참가자 여러분. 지금부터 벌써 심장이 두근두근합니다. 특히 김도경 참가자의 팬인 저로서 보름은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술렁.

‘진용이 녀석 갑자기 왜 이러지?’

도경에게만 명백하고 편파적으로 호감을 드러내는 박진용의 행동에 주변이 조금 술렁거렸다. 심사를 앞두고 저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조금 문젯거리가 될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심사위원들도 조금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을 만큼 그의 행동은 조금은 지나친 감이 있었다.

“박진용 심사위원. 조금은 언행에 자제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편파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이수민 심사위원이 짧게 박진용 심사위원의 행동을 지적하고 옆에 있던 태현섭 심사위원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박진용을 향해 타박하며 상황을 수습해 나간다.

“그래. 진용아 아무리 팬이라고 그렇지 지금 저기 초등학생들 앞에서 뭐하는 겁니까? 김중섭군, 우현진군 여기 박진용 심사위원분이 이렇게 편파적인 사람입니다. 반면에 저는 이러지 않아요. 제가 대신 두 사람을 응원할 거니까 기죽지 말아요. 알겠죠?”

“네!”

“하하하! 제가 봤을 때 베스트 프렌드 애들은 절대 [JY]로는 안갈 거 같네요. 그렇죠?”

“네!”

“...네!”

하하하하하!

태현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두 소년의 모습에 스튜디오 안이 큰 웃음으로 가득 찼다.

“뭐야! 형이 그러면 내가 뭐가 돼?”

“뿌린 대로 거두는 거죠. 박진용 씨.”

“아, 형! 여, 여러분 절대 아닙니다. 도경 군한테도 말하고 중섭군과 현진군한테도 말하려고 했어요.”

“진용아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수습하려고 하면 할수록 너만 이상한 사람 돼.”

“태현섭 심사위원 말에 동의합니다.”

하하하.

이제는 제법 합이 맞는 3명의 심사위원들의 모습에 주변 분위기가 화기 헤헤 졌다.

“자 이쯤 잡담은 그만두고 참가자들에게 궁금한 거 좀 물어볼까요? 우선 베스트 프렌드 중섭군과 현진군. 두 사람 다 동갑으로 팀을 만들었는데 서로 호흡은 잘 맞았나요.”

태현섭의 질문에 어린데도 눈빛이 부리부리하고 강단이 있어 보이는 김중섭이 마이크를 대고 대답한다.

“서로 스타일이 달라 조금은 고생했지만 손발을 맞추면서 서로에게 많이 배우고 좋았습니다.”

“와..!”

11살의 어린나이에 저렇게 조리 있고 자신감 있게 대답하는 김중섭의 대답에 모두들 감탄한다.

“그래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원래는 어린이 팀끼리 경연을 해야 했는데 팀원수가 맞지 않아서. 성인인 저기 형들하고 맞붙게 되었는데 초조하거나 떨리지 않았어요?”

“네. 많이 연습해서 그런지 별로 떨리지 않습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끄덕.

“크-!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한 치 망설이지 않고 자신들이 이길 거라 나타내는 둘의 모습에 심사위원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린 나이의 패기와 자신감은 언제봐도 싱그러웠다.

“최연소 vs 최고령 구도인데 어린 나이의 저 소년 둘이 당당한 모습이 정말 보기가 좋네요. 저까지 젊어지는 느낌이에요.”

끄덕.

모두가 태현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때.

이수민 심사위원이 마이크를 들어 올리고 베스트 프렌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전에 무대를 보았듯이 어리다고 마냥 무시하기엔 호락호락한 아이들이 아닙니다. 게다가 두 사람 다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들었는데 무대가 정말 궁금하네요.”

보기 드물게 참가자를 향해 격려하는 이수민 심사위원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며 서 있던 도경과 김우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에 두 사람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갑작스러운 질문과 동시에 부담스러운 시선들이 둘에게 쏟아 졌다.

“음, 미안하지만 저 애들한테는..!”

이런 분위기 속에 김우진이 먼저 나서서 대답할 성격이 아닌 것을 알기에 도경이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어른의 쓴맛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네?”

“애들은 넘어지면서 커야죠.”

도경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옆에 있는 소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다 애들아. 장유유서도 있는데 우리가 이겨야지? 우진이 형이 나이가 좀 많아... 알지?”

“......”

덕담 몇 마디 나올 줄 알았던 도경의 입에서 설마 애들을 상대로 저렇게 전력투구를 던지려고 들 줄이야. 모두가 도경을 향해 황망한 시선을 던졌다.

“너희는 젊잖아. 괜찮지?”

‘저, 저 꼴통 새끼! 그림이 다 깨지잖아...!’

도경의 비열한 웃음을 화면에 담고 있던 나Pd는 그를 향해 독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찰싹!

“아악!”

!?

모두가 도경의 어이없는 행동에 황당해할 때. 옆에 있던 김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의 등 뒤를 후려쳤다.

자신의 파트너의 갑작스러운 급습에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은 도경은 자신의 옆에 있는 김우진을 바라보았다.

“형! 왜 때려요.”

“어, 어.. 그러게. 나도 모르게..!”

“네?”

하하하하!

둘의 합에 모두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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