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오자키 유타카 26세
우리나라 한국에서는 별로 화자 되는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중 하나는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적이 있는데 포지션의 「I love you」다.
그러니 「I love you」 원작자라 하면 조금은 친숙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는 노래하는 시인 「김광석」이 있었다면 일본에는 10대들의 영원한 우상 「오자키 유타카」가 있다.]
그는 일본 자국 내에서는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로 80년대의 청춘 문화의 상징이었다. 17세에 데뷔하여 로큰롤 전반에 뛰어난 영향력을 미치며 수많은 명곡과 더불어 상업적인 성공까지 이뤄내며 스타덤에 올라선 그의 일대기는 말 그대로 전설 그 자체.
하지만 모든 전설을 이룩한 이들이 그러듯.
오자키 유타카는 26세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며 일본 열도에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일본 청춘들의 정신적 지주를 잃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의 목소리.
이제는 그의 진심을 토하는 라이브를 들을 수 없는 사실에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를 그리워하고 애도하는 이들은 끊이질 않는다.
청바지에 흰 셔츠.
도경과 김우진이 차려입은 복장은 태현섭이 예상한 시대적 배경에 맞춘 컨셉이 아닌 오자키 유타카의 생전의 모습을 오마주한 모습이었다.
僕が僕であるために(내가 나이기 위해서)
[마음이 엇갈리는 슬픈 삶에 한숨을 내쉬고 있었지.]
노래의 첫 1절의 리드는 김우진이 맡았다.
담담하게 일본 가사를 읊는 김우진의 모습에 심사위원들은 눈빛을 빛내었다.
‘다르다.’
“느낌이 다른데?”
평상시와 다른 목소리였다. 갑갑하고 들으면 왠지 무기력해지던 노래가 아니었다.
담백하다 못해 넋두리같이 들리는 그의 소리. 그런데 묘하게 서글프다.
‘감정을 전달하는 게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하고 선명해 졌다.’
보컬트레이너로서도 일류인 박진용은 김우진을 바라보며 놀란 눈빛을 지었다.
“완전 다른 사람이야...!”
묘하게 다르다 싶었더니 김우진이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서 돌아온 것을 박진용은 그의 노래를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기술, 실력을 떠나서 그 사람 자체가 변화하지 않고서는 저런 노랫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살아가지 않으면 안 돼.]
스윽.
고개를 숙이며 노래를 부르고 있던 김우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심사위원들을 마주 본다.
[사람을 상처 입히는 일에 시선을 피하면서 말이야.]
‘이건. 그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구나.’
박진용은 종이에 번역되어 적혀있는 노래 가사를 보면서 지금 우진은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다정하게 말할수록 사람은 모두 상처를 입어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청춘의 비애.
살기 숨 가빠서, 자기를 챙기는 것도 버거워서 타인의 상처에 눈을 감는다.
주변은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하고 너는 할 수 있을 거라 격려해주지만 오히려 그 상냥한 말들이 더욱 힘겨워 움츠리는 나약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
[내가 나이기 위해서는!]
김우진은 노래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그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 소리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나이기 위해서는
계속 이겨나가야만 해!]
‘나는 포기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지금 우진은 자신의 의지를 세상에 다짐하듯 목소리를 높여 외치기 시작한다. 얌전하게 뒤에서 화음을 집어넣고 있던 도경의 목소리가 김우진의 외침에 이끌리듯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우웅!
두 사람의 목소리가 공명이 일어나며 멀리까지 쭉 뻗어 나간다.
스르륵!
담백했던 어조에서 감정이란 물기가 맺힌다.
시들었던 꽃이 천천히 생기를 찾아가듯 김우진의 목소리가 도경의 목소리를 발판으로 천천히 봉오리를 개화하기 시작했다.
오싹.
[올바른 것이 무언지 마음으로 이해 할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납득 할 때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아.’
파아앗.
유약해 보였던 김우진의 모습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의 눈에는 상처와 짐들을 딛고 일어선 굳세고 질긴 잡초 같은 강인한 의지만이 보였다.
[나는 거리에 삼켜져서, 조금 마음을 터놓으며]
‘세상에 삼켜지지만 나는 마음을 닫고 움츠리지 않겠어.’
원치 않는 풍파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싶지 않은 그의 꿈. 그의 의지를 김우진은 소리 높여 외친다.
[이 차가운 거리의 바람에 노래를 계속하고 있어.]
‘아무리 뭐라 해도 나는 계속 나만의 목소리를 외칠 거야.’
28살의 김우진이라는 청년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1절이 끝이 난다.
“......”
한 청년의 외침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지금 현시대를 사는 청춘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불합리를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에 자신들이 진정 그들의 어려움을 한 번이라도 생각하고 가슴으로 이해해 보려 했는지 생각하고 되돌아보았다.
저절로 고개가 좌우로 저어졌다.
자신들의 소속사에 있는 연습생들의 외침이 머릿속에 시끄럽게 울린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연습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숨 쉬는 공기만큼 당연하다고 생각한 경쟁.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당연한 것이고 낙오하기 싫으면 더욱더 노력하라고 다그치는 자신들.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고, 그들 개인의 사정에 일일이 신경 쓸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른으로서는 미안하구나.”
하지만 미안하다.
나이 많은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청춘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서.
힘들어도 김우진처럼 홀로 자신을 삭히고, 다독이고 위로해 나아가는 청춘들에게 어른으로서 면목이 없었다.
“나도 나이가 든 걸까?”
혈기왕성할 거라 생각하고 어리게만 본 20대의 어려움에 어느새 무감각해져 있었던 자신을 어느 순간 발견한다.
그렇게 자신들이 싫어하고 혐오했던 꼰대라는 어른상이 된 것 같은 기분에 가슴이 씁쓸해진다.
[누가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흠칫!
“.......!?”
상념에 빠져 있을 때.
28살의 청년의 노래에 화답하듯. 도경의 낭랑하지만, 왠지 지쳐 보이는 목소리가 무대 위에 울려 퍼지며 각자만의 생각에 젖어있던 심사위원들을 깨웠다.
[사람은 모두 제멋대로야.]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
지친 목소리.
그런 도경의 목소리가 그들에게 사과하기 시작한다. 힘은 담겨있지 않지만 담백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넋두리하듯 천천히 풀어간다.
어른을 대신해 청춘에게 사과를 건네는 도경의 노래였다.
[익숙해 보이듯 살아가지만 너를 상처 줄 뿐이야.]
‘우리의 일상을 위해 너희를 탓하고 희생케 해서 미안해. 하지만...!’
제멋대로인 사회를 고치지 않고 그 일부가 되어 구성원이 된 자신들의 행동에 우선은 사과했다.
[이렇게나 너를 좋아하지만 내일이(어떨지)가르쳐줄 수도 없으니까.]
그렇지만 그들도 할 말은 있었다. 그리고 청춘인 그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었다.
‘사실 우리도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 그래서 미안.’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조차 내일이 불안한 현실을.
사실은 그들도 폼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욕했던 어른이 돼 있었다.
그 서글픈 사실에 그들은 쓴 미소를 지으며 달콤한 소주 한 잔을 마실 뿐이었다.
울컥.
도경의 지친 목소리의 종착점은 체념이란 감정이었다.
아무런 희망 없는 감정을 담담히 이어가는 목소리에 무대에 같이 서있는 김우진이 먼저 울컥하고 앉아 있던 심사위원들 뒤따라 울컥한다.
“아아...!”
이상한 일이었다.
28살인 형인 김우진이 청춘을 대변하며 의지를 외치고, 그보다 나이 어린 도경이 기성세대를 대변하며 청춘을 향해 사과하며 그들의 섭섭한 마음을 위로한다.
서로 어울리지 않은 역할을 가지고 다른 감정을 가지고 노래하는데 이상하게 어색하지가 않고 자연스러웠다.
[네가 너답게 살기 위해서는! 계속 이겨나가야 해!
올바른 건 무엇인지. 그걸 이 가슴으로 이해할 때까지!]
힘이 없는 와중 쥐어 짜내는 듯한 거친 목소리로 도경은 그들에게 외쳤다.
‘실패한 나와 달리 너희들은 지지 않고 이겨줬으면 좋겠어! 멋진 어른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자신들과 달리 너희들은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너는 거리에 삼켜져서, 조금은 마음을 허락하면서
이 차가운 거리의 바람에 계속 노래하고 있어.]
‘혹독한 세상에게 삼켜져도 너희들은 지니고 있던 마음을 잃지 말고 살아가줘!’
쪽팔리고 미안하지만 청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뒤쳐진 자신들의 무거운 바톤을 건네며 그들의 등을 떠미는 것뿐이다.
뒤에서 응원하고 그들에게 승리를 부탁하는 것 밖에 없었다.
도경의 외침에 코러스로 호응하고 있던 김우진이 스탠드 마이크를 꾹 붙잡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 또한 그의 신호에 맞춰서 기타 줄에 손을 떼고는 마이크를 붙잡았다.
허억. 허억.
정적.
두 사람의 일시간의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둘의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려온다.
한 쪽에서는 거친 숨소리 들려오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조용한 날숨 숨소리가 대조적으로 들리고 있었다.
조용한 호흡소리만 들려오는 무대. 그런데 무대가 끝난 것 같지 않았다.
도경과 우진이 지금 뿜어내는 기운은 무대를 끝마친 사람의 것들이 아니었다.
“헉! 헉. 하...! 후웁!”
“후읍!”
두 사람의 숨소리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을 때.
김우진이 먼저 마이크에 입을 대고는 도경이 노래를 부를 때 여태껏 아껴놓고 쌓아 놓았던 감정을 노래에 가사에 터트렸다.
[내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나는 계속 이겨 나갈 거야!]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김우진이 찢어질 것 같은 날것의 목소리로 무대를 꽉 채우며 주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다.
목소리 단 하나.
찌릿찌릿!
그것으로 모두에게 절정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감성이란 핑계를 대며 노래 뒤에서 자신을 숨겨왔고 힘없고 맥없이 노래를 불렀던 모습이 아니었다.
‘더 이상. 우물쭈물 거리지 않아!’
노래를 하는 순간만큼은 김우진에게는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금의 그는 노래 앞.
맨 앞 선두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줄 아는 가수였다.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그걸 이 가슴으로 이해할 때까지!]
김우진의 목소리 이후 다시 찾아오려는 정적을 도경이 곧바로 이어받아 목소리를 높여 노랫소리로 무대 위를 가득 채운다.
지이이잉!
앞에 있는 김우진의 에너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연결한 노래가사는 이제는 마지막 구절만을 앞두고 있다.
씨익.
마지막을 앞 둔 두 사람.
김우진은 도경을 바라보며 요 2주간 그와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아쉬움에 미소를 짓는다.
‘고마워 도경아. 이 순간은 죽을 때 까지 평생 절대로 잊지 않을 거야.’
이 순간이 너무나 고맙고 아쉬워서 김우진의 뺨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땀과 뒤섞여 흐른다.
울음에 목이 매여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올 것을 알지만 상관없었다.
방긋!
지금 자신과 눈을 마주치며 방긋 웃고 있는 도경이 부족한 목소리를 채워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끄덕.
김우진은 그의 웃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질끈 감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거리에 휩쓸려, 조금은 마음을 허락하며
이 차가운 거리의 바람에 계속 노래하고 있어.]-도경&김우진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다짐과 기약이 담긴 부드러운 목소리가 모두의 가슴에 여운을 남기며 사라진다.
“......”
일본말로 부른 J-pop.
당연히 둘이 부른 노래의 가사의 뜻은 해석이 적힌 종이를 가지고 있는 심사위원들 밖에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청객에 앉아있는 참가자들과 방송을 촬영하는 주변 제작진들은 도경과 김우진이 부른 노래가 가져다준 감동에 헤어 나올 줄 모르고 있었다.
두근. 두근.
뜻은 몰라도 노래가 전해준 감동은 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우진이 노래를 부를 때는 가슴이 뛰며 그를 응원하고 싶었고, 도경이 노래를 부를 때는 안타까움과 그 와중에 그에게서 위로받는 느낌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의지」와 「위로」.
뜻은 알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훌쩍.
탁.
“감사합니다.”
김우진과 도경의 무대의 끝을 알리는 소리에 모두들 자신이 받은 감동을 보답하기 위해 큰 박수를 쳤다.
“울지 마요. 오빠!”
하하하하.
“방금 전 누구야?”
울음 섞인 인사를 하는 김우진을 향해 어느 소녀 참가자가 홀로 목소리를 높였다.
오빠라니.
지금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동적인 상황인데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감동과 울음이 섞인 가운데 웃음이 하나 둘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방청석에 앉은 한 참가자가 훌쩍이고 있는 김우진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함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다는 제 말. 정말로 맞았죠?”
웃음을 보이고 있는 참가자는 다름 아닌 지성준.
성준은 현재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 김우진의 마음을 이해했다. 도경과 함께 손발을 맞춰서 노래를 불러본 사람은 자신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저 순간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거야.”
무대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감각.
도경이란 바람이 등을 떠밀어주면 마법처럼 일어나는 일이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어.”
도경을 보면서 최고의 가수가 될 거라는 성준의 단순한 했던 목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변화해 나갔다.
“사람들에게 변화를 가져다주는 가수가 되고 싶어.”
그의 욕망이 발아하기 시작한다.
“그와 대등한 가수가 되고 싶어. 그래서...!”
그리고 성준의 머릿속에 한 개 풍경이 플래시백처럼 스쳐 지나간다.
와아아아!
거대한 콘서트 장에 가득 차있는 관객들. 넓고 화려한 무대 위에 자신.
여기까지 이때까지 그려왔던 그의 이상향은 변함이 없다.
쿠웅!
저벅. 저벅.
그런데 지금 성준이 머릿속에 그리는 이상향의 무대 위에 누군가가 자리 잡고 서 있었다.
환한 불빛에 서있는 사람의 윤곽밖에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이상향의 자신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다.
두근 두근!
상상만 해도 미친 듯이 뛰는 자신의 심장에 성준은 눈을 감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