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짝!
“그럼 인터뷰를 시작하도록 할게요.”
인터뷰실.
무대를 앞두고 성준의 개인 인터뷰를 따는 시간.
‘뭐지?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데?’
“준비됐나요? 성준군?”
힐끔.
“네.”
성준은 묘한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자신의 인터뷰에 집중하였다.
“안색이 좋네요. 성준군은 잘 지냈나 보네요.”
‘응?’
“그래요...? 뭐, 어제 일찍 잔 덕분이가 봐요.”
“흐음...”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자신을 담당했던 여성 Vj.
이제는 익숙해져 누나라고 까지 불렀던 사람인데 성준은 현재 그녀가 낯설게 느껴졌다.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네. 내가 뭐 실수한 게 있었나?’
평소에는 친근감 있게 성준아라고 불렀던 호칭이 어느새 성준군으로 바뀌어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좋지 않았다.
난데없는 거리감을 두는 그녀의 태도에 자신이 무언가 실수했나 생각도 해보지만 성준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저기 누나. 제가 뭐 실수라도 한 거 있나요?”
“아뇨 없어요. 성준군. 그럼 인터뷰 질문 하도록 할게요.”
혹시나 자신이 모르는 실수를 했나 조심히 물어봤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그녀는 성준의 질문을 싸늘히 자르고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네에....”
호의적이었던 대상이 싸늘한 태도를 자신에게 보이자.
성준은 머쓱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인터뷰를 받기 시작했다.
“우선 강소영씨와 팀이 되셨는데 듣기로는 트러블이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무엇 때문이었나요?”
“음. 선곡문제부터 시작해서 음악적인 견해가 차이나 조금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원만하게 해결됐습니다.”
모나지 않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평범한 대답.
싸늘.
‘뭐야? 표정이 더 안 좋아졌네...?’
자신의 대답을 듣자마자 vj누나가 썩은 미소를 지으며 표정이 더욱 안 좋아지는 것을 확인한 성준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성준은 그렇게 눈치가 없지 않았다.
“그래요? 그것밖에 없었나요? 제가 듣기로는 오늘 연습실에서 홀로 강소영 씨가 울었다고 들었는데요?”
“울어요?”
성준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 자존심 덩어리에 독한 심성을 가진 강소영이 울었다니 믿을 수 없는 말 이었다.
“그... 누나가 정말 울었 다고요?”
무엇보다 그녀가 울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성준은 머릿속에서 도경이 말해준 충고가 떠올랐다.
[남자 하나 망치는 거 여자한테는 쉬운 일이다.]
‘아무래도 도경이 형이 말했던 것들이 허황된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잠깐 생각에 젖어 있을 때 여자 Vj의 좋지 못한 의도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습실에 있던 참가자들은 다들 알고 있는데 파트너인 성준군만 몰랐네요. 그때 어디에 가 있었나요?”
“누나와 노래 한 번 맞추고 방청객에 가 있었습니다만....”
“그래요. 일단 이 질문은 되었고 강소영씨 인터뷰에서 들은 바로는 성준군이 상당히 연습을 소홀히 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하...!”
일방적인 인터뷰 물음에 성준은 어이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강소영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인 거야?’
욕지기가 목 어전리 밑에서까지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성준은 필사적으로 표정을 관리하며 vj에게 물었다.
“저, 혹시 누나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들을 수 좀 있을까요?”
“저에게 들을 필요가 있나요? 성준 씨가 잘 알 텐데요? 연습도 안 나오고 곡에 대한 것도 모두 강소영 씨한테 맡기고 잠적 탔다면서요. 아닌가요?”
“......”
자신을 대하는 Vj의 태도가 왜 이리 싸늘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빠득!
‘이렇게 날 엿 먹이겠다?’
“잠시만. 잠시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세요.”
성준은 강소영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대충 전후 사정을 맞춰보고는 속으로 이를 갈며 고개를 숙였다
“뭐, 성준군도 할 애기가 많으신가 보죠?”
“.......”
가시 돋친 Vj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성준은 시간을 벌기 시작했다.
잠시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을 정리해야만 했었다.
지금처럼 무거운 분위기상 성준이 고개를 푹 숙이는 행동은 그리 이상한 행동도 아니었고 시간을 벌기에도 좋았다.
‘강소영 누나 축하해요. 철없고 이기적인 여자에서 이제는 쓰레기 같은 년으로 등급하셨습니다.“
그녀의 뻔뻔함과 한 사람을 망치려는 못된 심보에 성준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성준은 이제 그녀에 대한 예우는 이쯤에서 그만둬야 할 것을 깨달았다.
이 사단을 만들어 놓은 장본인을 떠올리며 성준은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찾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단순한 거짓말이야. 당황하면 안 돼.’
단순한 거짓말. 하지만 조금만 잘못 반응한다면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인간쓰레기가 될 것인 지독한 거짓말이기도 했다.
‘도경이 형의 말을 귀 기울여 듣길 천만 다행이다.’
솔직히 강소영의 거짓말에 바로 흥분했으면 제대로 말릴 뻔한 상황이었다.
진실이 무엇이 되었든 증명할 수 없는 이상 의미 없는 감정싸움과 추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 뻔했다.
끼리릭.
성준은 도경이 이 상황을 예언한 것처럼 말해주었던 조언들을 머릿속에 하나 둘 떠올리며 이 상황을 타파할 퍼즐들이 모아서 짜 맞추기 시작했다.
철컥.
‘마지막에 누가 웃나 두고 보자. 강소영...!’
이 상황을 어떻게 타파해야 점점 뚜렷이 보인다.
“......”
“성준군. 왜 대답을 못하시죠?”
대답을 재촉하는 Vj의 목소리에 성준은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리며 대답한다.
“누나 그게 사실은요...!”
주르륵.
“성, 성준아 울어?”
자신이 화내는 것도 잊은 여자Vj는 성준의 눈물에 당황하며 한편으로는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두근.두근.
‘어머! 주책맞게 내가 뭐 하는 거람.’
날카롭고 까칠한 미소년 이미지였던 성준이 갑자기 여린 모습을 보이며 눈물을 보이면서 자신을 누나라 부르니 심장이 주책없게 뛰는 것이다.
“소영이 누나한테도 미안하고... 저도 이런 제가 싫어요.”
울먹울먹.
자신도 모르게 심쿵한 Vj.
울먹이는 성준을 보며 자신이 조금은 심했나 싶어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다독이며 물었다.
“성준아 누나한테 다 말해 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제가 철이 없었어요. 모두 제 잘못이에요.”
또르륵.
“그게...”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을 떨구는 미소년 성준의 모습에 모두들 집중하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씨익.
‘어디 한 번 너도 당해봐라.’
도경이 알려 준 조언들 중 하나를 떠올린 성준은 속으로 웃었다.
[거짓말에는 더 큰 거짓말로 대항해라.]
성준은 강소영 보다 더 큰 거짓말을 준비하며 판을 짜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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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
“......”
“......”
둘의 물밑작업이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끝이 나고 성준과 강소영 두 사람은 무대 뒤에서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말이 없지 할 말이 많을 텐데?’
‘뻔뻔스러운 년...!’
서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지만 두 사람 다 말없이 서로를 노려 봐주기만 한다.
강소영이야 그에게 말을 걸 이유도 필요도 없었고 성준은 이미 그녀와 말을 섞어 봤자 영양가가 없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서로 다른 이유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둘의 사이는 임시적인 평화를 이루어냈다.
‘볼 짝을 한 대 때려 주고 싶지만...! 쓸데없이 힘 낭비할 필요 없어 참자. 성준아.’
사실 성준은 옆에 있는 그녀에게 한마디 아니, 한 사발 욕을 쏟아내고 싶은 심정이지만 꾹 참아내었다.
조금 있다 무대 위를 올라가 노래해야 할 타이밍을 앞두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다만 옆에서 뻔뻔한 표정과 여유 만만한 강소영의 태도를 지켜보며 성준은 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하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마지막에 웃는 것은 나다.’
그렇게 둘은 무대 뒤에 서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자신들의 차례만을 기다린다.
고오오.
[다음 팀들 들어오세요.]
태풍이 오기전의 고요 속에 드디어 두 사람이 기다리던 순간이 다가왔다.
“후...”
자신들을 부르는 제작진들의 말에 한숨을 쉬는 성준.
그는 옆에 있는 강소영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녀보다 먼저 앞을 나서서 무대 위로 올라선다.
피식.
혼자 남겨진 강소영은 그를 향해 비웃음 지었다.
“다짜고짜 난리 칠 줄 알았는데 그래도 꼴에 자존심은 있나 보네.”
분명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감을 잡았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니. 강소영은 성준의 행동을 최후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사람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게 얌전히 내 말을 따르지 그랬어.”
자신 같은 미소녀에게 세상은 정말 쉬웠다.
착하고 순진한 척 방긋 웃어주면 모두 그녀에게 넘어오고, 가련하게 눈물 한 방울을 흘려주면 그녀의 편을 들어주면서 알아서 문제들을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사태를 성준이 해결하려면 자신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
“후후후. 어차피 용서해줄 마음은 없지만 말이야.”
이미 에피타이저로 식욕을 돋우었으니 이제는 메인을 먹을 차례. 강소영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 위를 향해 걸어갔다.
“라라라.”
유쾌하고 즐거운 기분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콧소리를 절로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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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and woman」(지성준,강소영)]- vs [「샤이닝」(새넌,제이)]
두 팀들 서로의 간략한 소개들이 끝나고 먼저 무대를 시작할 사람은 성준과 강소영 이었다.
“안녕하세요. 두 분 잘 지내셨나요?”
“......”
“......”
“표정이 별로 좋지 못하군요.”
심사위원의 질문에 성준과 강소영은 입을 다물고 침묵을 고수한다.
의기소침한 둘의 표정과 반응에 고개를 끄덕인 태현섭 심사위원은 그 둘에게 말을 건네었다.
“사실 사전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들었습니다.”
미리 제작진에게 둘의 상태를 들은 태현섭은 쓴 미소를 지으며 상황확인을 위해 두 사람에게 질문을 물었다.
“3주의 연습시간 동안 2주간 서로 만나지 않고 연습했다고 들었습니다. 성준군은 곡에 대한 것은 모두 강소영양에게 맡기고 잠적했다고 말이죠. 이 말이 맞나요?”
“.......”
수군수군.
태현섭의 말에 방청객에 앉아있던 참가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모두들 느끼고 있었다.
“덕분에 강소영 참가자가 연습실에 홀로 울었다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성준군은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차근차근 물어보는 태현섭의 질문.
그런데 그의 음성에서 묘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지고 구경하던 참가자들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상황에 절로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
잠깐이지만 긴 침묵 속 성준은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할 말이 없습니다. 소영누나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다 제가 철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깜짝.
“!?”
‘변명조차 안 한다고?’
성준의 순수한 수긍에 강소영은 속으로 놀라며 옆에 있는 성준을 쳐다보았다.
아까 전이야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심사위원들 앞에서까지 억울한 누명을 변명조차 안할지는 생각지 못했다.
그에 따른 대처방안으로 모두의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위해 미리 안구에 습기를 끌어 모았건만 덕분에 헛수고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남은 건 심사위원들의 반응만 남았네.’
세워놓았던 계획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틀어졌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결과는 성준의 이미지가 최악을 찍는 것은 결과는 변화가 없었다.
성준이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이미지가 나빠진 이상 K스타에서는 시청자들의 인지도는 그를 떠날 것이고, 더 나아가 성준이 연예계에 진출하는 것을 힘들게 만들 것이다.
“영상이란 그런 거니까.”
일반인에게는 영상은 추억을 기록하는 매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만, 연예계에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있어 그 사람의 이미지와 기록을 담기는 영상은 매우 중요했다.
한 번 만들어진 이미지는 오랫동안 그 사람에게 꼬리표를 남기기 때문이다.
“성준군.”
“네.”
“실망입니다.”
“......”
옆집 아저씨같던 좋은 인상은 온데간데없고 프로듀서서로의 태현섭이 진심을 담아서 성준을 향해 말했다.
“찬란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멋대로 구는 사람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죠. 어리지만 알건 알거라 생각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성준군에게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입니다.”
“......”
묵묵부답.
태협섭은 그런 성준의 태도에 더욱 기분이 저조해지기 시작했다.
“사전 인터뷰에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 답했다 적혀 있는데 그 개인사정 이라는 게 같은 팀원인 강소영 양에게 피해를 끼칠 만큼 중요한 거였나요?”
“아닙니다.”
“그래요. 어떤 이유가 나오더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거에 대한 변명은 되지 못하죠. 하지만! 지금 성준군 처럼 묵묵부답으로 있는 게 멋있는 반성이 아닙니다.”
천천히 끓어오르던 그의 분노가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태현섭은 정말로 굳은 표정으로 무대 위에 서있는 성준과 양옆에 있는 방청객에 있는 참가자를 바라보았다.
“여러분들에게도 해당하는 사항합니다.”
그의 눈빛에 참가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여러분이 가수로서 그리고 프로페셔널한 연에인으로서 연예계에서 살고자 한다면 절대, 절대로! 개인사정으로 남에게 피해를 끼쳐선 안 됩니다. 모두들 당연하다 알고 있지만, 많이들 실수를 저지르는 게 바로 이런 문제들 입니다.”
탕!
이내 테이블을 내리치는 태현섭의 모습에 분위기는 싸늘하게 경직 되었다.
“성준군. 소영양에게 연습을 못한 개인사정을 설명했나요? 성준군은 지금 무대에 노래하기 전에 앞서서 자신의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고 그녀에게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그게 사회인으로서 예의이고 절차라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끄덕.
“심사위원님의 말씀이 올바르다 생각합니다. 저에게 사과의 기회를 주신다면 바로 이 자리에서 누나에게 사과하고 싶습니다.”
태현섭의 말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에 대고 조심스럽게 강소영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하였다.
힐끔.
“소영양 괜찮나요?”
성준의 말을 들은 태현섭이 성준의 옆에 있는 강소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끄덕.
“네에...”
일부러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표정을 지은 강소영은 태현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후후후. 그래도 네가 멋지게 사과하려고 하나 본데 그래 봤자 이미 배는 떠났단다. 아가야.’
이미지 많이 나빠지느냐. 덜 나빠지느냐. 차이일 뿐. 오늘 일로 인해 성준에게 타격이 될 것은 변한 지 않는다.
이를 아는 강소영은 속으로 통쾌한 심정을 느끼며 성준을 향해 비웃으며 바라봐 주었다.
“후...”
그런 강소영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과하기에 앞서 다소 떨리는 모습을 보이는 성준은 무거운 얼굴로 그녀를 향해 사과했다.
“미안해 소영 누나. 내가 너무 못났었어.”
성준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 하였다.
글썽
“!?”
강소영은 자신을 향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과하는 성준을 바라보며 놀란 눈을 뜨다가 이내 희열에 떨었다.
‘울어? 우는 거야? 깔깔깔. 어지간히 분했나 보네. 아아! 너무 기분 좋게 만들어 주잖아?’
남을 굴복시키는데 서오는 정복감과 희열감에 강소영은 뿌듯한 감정을 느끼며 성준의 모습을 눈에 각인시킨다.
‘남은 건 노래로 깔끔히 마무리 지면 끝이네. 너무 짧아서 아쉽다.’
두고두고 괴롭히고 싶은 마음에 비해서 싱거운 결말.
하지만 지금 이 만족스러운 상황을 충실히 만끽하기로 한다. 그 건방진 성준이 지금 고개 숙이며 자신에게 사과하고 있으니 말이다.
“성준아...”
강소영은 주변을 둘러 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사과를 받기로 시작한다. 이쯤에서 그의 사과를 받고 마무리를 지어야 자신의 이미지가 더욱 좋게 부각이 될테 니 말이다.
“괜찮아. 누나도 많이...!”
“사실 나는 누나가 좋아요.”
“!?”
마지막 엔딩을 지어야 할 때. 성준의 갑작스러운 말 한마디가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한다.
얼마나 놀랐는지 강소영의 표정이 벙 쪘다.
“뭐?”
“그냥 좋아ㄴ한다는 게 아니라 남녀 간의 이성으로서 누나를 좋아합니다.”
“뭐라고!?”
너무나도 난데없는 성준의 고백에 자신이 잘 못 들었나 생각하는 강소영.
하지만 그녀와 생각과 달리 주변에 있는 모두가 놀란 눈으로 성준에게 이목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K스타 사상 짝사랑 고백이라니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심사위원도, 제작진도, 참가자들도 예상치 못한 일에 놀라 성준과 강소영을 지켜보았다.
‘거짓말에는 더 큰 거짓말을...!’
당연히 성준이 강소영을 짝사랑 한다는 말은 개소리나 마찬가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성준은 정말로 강소영을 짝사랑하는 눈빛으로 강소영에게 시선을 보냈다.
‘지금 쟤가 뭐라 한 거야? 저 눈빛은 뭐고?’
이 장소에서 가장 당황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강소영 바로 자기 자신.
그녀는 성준의 떨리는 눈동자에 혼란스러워 했다.
너무나 진심 같은 성준의 촉촉한 눈방울에 정말로 그가 자신을 짝사랑했나 생각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짜식. 연기에도 재능이 있었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도경은 성준이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조언을 했을 뿐인데 강소영보다 더욱 큰 거짓말을 대범히도 하는 그 모습에 군계일학의 제자를 둔 사부의 심정이 이런 것이구나. 성준에게 기특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