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바르르.
무겁고 심각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연분홍 핑크빛으로 역전되어 보는 사람들을 낯 부끄럽게 만들었다.
꺄악.
“지금 저거 고백하는 거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여성 참가자들은 성준의 고백에 자신들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붉혔다.
그만큼 연하남인 성준이 고백하는 모습은 여자들에게 치명적이었다.
얼굴이 깡패라고 했던가? 어린 미소년인 성준의 고백은 보통이라면 오글거려야 할 상황을 달달하고 낭만적으로 뒤바꿔 놓았다. 게다가 고백받는 상대도 만만치 않게 청순한 외모로 사랑을 받는 강소영이었다.
연하 미소년과 연상 미소녀의 대치 구도.
그 상황은 마치 풋풋한 하이틴 청춘 드라마를 보는 거 같아. 모두의 시선을 빼앗았다.
“저 혼자 많이 끙끙 앓았었어요.”
저벅저벅.
강소영 곁으로 한걸음, 한걸음 거리를 좁히는 성준을 향해 참가자들 모두들 속으로 그를 향해 응원했다.
어느새 성준을 향한 실망스러운 눈빛들은 수그러들고 있었다.
“성숙해 보여도 역시 어리긴 하네.”
“하긴 강소영 같은 누나가 바로 옆에 있으면 홀딱 반할 만 하지.”
“까칠해 보였는데 은근 귀엽네.”
성준의 나이 16살.
모두가 성준의 나이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잘못된 행동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성준 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어리면 그럴 수도 있지.”
성준에게 마냥 혹독하게 비판할 수 없게 되었다.
사춘기 시절. 어린 나이에 이성에 대한 짝사랑을 머리로 컨트롤을 하기 힘든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그런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선 안됐어.”
“맞아. 강소영은 무슨 잘못이야.”
하지만 몇몇은 그래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성준의 무책임한 태도를 탓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50대 50이랄까?
어린 소년의 풋풋한 사랑의 열병을 옹호하는 자와 결국 피해를 본 강소영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두 부류가 가치관의 충돌을 일어켰다.
‘거짓말할 만하네.’
조금은 소란스러워지는 주변의 분위기를 읽은 성준은 쓴웃음 지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공공의 적이었는데, 하나의 거짓말 때문에 공공의 적에서 16살의 사춘기 소년으로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미 반쯤 성공했다.’
이미 여자의 공공의 적에서 탈피한 순간 성준의 거짓말은 큰 효과를 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성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우뚝.
“그래도 이 말을 꼭 해야겠어요.”
주위가 수군거리든 말든 성준은 강소영에게 집중했다.
‘풋!’
혼란과 당혹스러운 감정으로 가득 찬 강소영의 모습에 웃고 싶었지만, 성준은 꾹 참고 거짓된 감정에 집중하며 더 큰 거짓말을 하기 위해 그녀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누나 저를 진지하게 생각해주실 수 있나요?”
‘우웨엑~.’
우둘투둘.
아무리 감정을 잡는다 하더라도 속 안에서 올라오는 본능적인 거부감과 오글거림은 참기 힘들어서 성준의 온몸의 닭살을 세웠으며, 그를 휘청이게 할 정도로 비위 상하게 하였다.
‘아, 거짓말하는 거 진짜 개 엿 같네. 오늘은 집에 가서 할머니한테 된장찌개 끓여 달라 해야겠다.’
할머니 표 구수한 된장찌개를 떠올리며 성준은 메슥거리는 속을 꿈 참아내었다.
“꺄아악! 어쩜~.”
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변 사람들은 그의 오글거리는 고백에 비명 성을 질렀다.
“어, 어...!”
어째서 사과하는 자리가 고백하는 자리로 변질되었는지 도저히 알 도리가 없는 강소영이었다.
상황이 너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분명한 건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주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강소영은 처음으로 주변의 시선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부담을 느꼈다.
지금 성준의 고백에 무언가 행동을 취해야 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상황이어서 자신의 행동 후 벌어지는 여파를 계산할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우선은 일단 단호하게 끊어내자.’
계산되지 않는다면 무난한 선택이 낫다 생각한 강소영은 성준의 고백을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꿀꺽.
척!
“잠깐만요 누나.”
모두가 그녀의 대답에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을 때. 성준은 그녀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리며 그녀의 대답을 막았다.
“누나. 지금 여기서 대답 안 하셔도 돼요.”
“응?”
“사실 누나한테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는 거 알아요.”
“어, 지금 뭐라고!?”
강소영의 얼떨결에 대답하다가 성준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성준이 툭 던진 가벼운 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성준의 말에 한순간에 생겨나 버렸다.
“어어...어...!”
얼른 무언가를 말해야 했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과 충격에 그녀의 입에서는 제대로 된 말조차 튀어나오지 않았다.
‘지금. 저 새끼가 뭐라고 한 거야!?’
그 반면 성준은 유수와도 같이 자연스럽게 입을 열어 다음 말을 이어 나간다.
“누나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선 도저히 누나 얼굴 볼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누나를 피했어요.”
성준의 말에 남자들과 여자들은 성준의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 강소영이 남자친구가 있었구나. 그래서...!”
“딱 봐도 첫사랑이었나 보고만.”
여자들은 안타까움에 탄식했고 남자들은 성준의 미성숙한 짝사랑에 혀를 찼다.
“무작정 비판하기엔 상황 애매하네......”
“그러게 말이야.”
성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던 이들도 성준의 말을 듣고는 마냥 비판하기가 뭐했다. 소년의 첫사랑이 고백도 못해보고 첫 실연을 맞이한 것인데 이성적으로 무작정 비판하기에는 모호한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어머. 어떻게...”
연습에 나오지 않았던 성준의 행동을 유추하고는 그가 얼마나 괴로왔을지 를 생각하는 주변 여성들은 Tv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하는 것처럼 성준을 바라보았다.
도경이 괜히 성준을 연기에 향해 재능이 있다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성준에게는 남이 자신의 말을 믿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그만해. 이 빌어먹을 놈아!’
모두가 성준에게 빠져 들어있는 한편.
강소영 만이 그의 거짓말에 뒤늦게 정신 차리며 치를 떨면서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그래도 나. 누나 아니면 안 될 거 같아요.”
‘뭐가 안 돼? 제발 그만해.’
화르르!
성준의 말 덕분에 졸지에 없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가 되었다. 이는 나중에 아이돌로 데뷔할 상황에 있어서 악재나 다름없는 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잖아...!’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데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저 썩을 비렁뱅이 새끼가...!’
빠드득.
너무나도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상황에 자신이 철저하게 성준에게 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강소영은 수치심과 모멸감에 얼굴에 붉게 열이 올랐다.
문제는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심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불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보며 쑥스러워 하는구나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까지 보내니 말 다했다.
“나 기다릴 거예요.”
마지막 확인사살.
그녀의 미치고 팔짝 뛸 속사정과 다르게 성준의 모습은 마치 비운의 주인공 같았다.
남들의 눈에 비치는 성준은 순애보적인 순수한 사랑을 지닌 소년의 모습이다.
“......”
강소영의 침묵.
이로ㅆ 두 사람의 거짓말은 어이없는 사랑의 해프닝으로 종식되었다.
‘아 된장찌개 빨리 먹고 싶다. 오글거려서 토할 뻔했네.’
씨익.
쩌저적!
느끼한 속을 달랠 된장찌개를 떠올리며 웃음 짓고 있는 성준을 미소를 바라보는 강소영은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 금이 가는 것을 느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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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K스타에서 고백을 하는 걸 보게 되네요. 이거 무작정 다그치기도 애매합니다. 저희도 저 시절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저 때는 한창 자기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죠. 혼내긴 해야겠지만 동정은 가네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분명 성준 군의 제멋대로인 행동은 분명 혼나긴 해야 하는데, 이거 참...! 타이밍이 나빴다 해야 할까요? 하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저래버리면...”
뒤늦게 전후 사정을 파악한 두 남자 심사위원은 골치 아픈 표정으로 앞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건들기 애매한 문제여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우선 무대부터 보는 게 나을 듯싶네요. 무대 결과에 따라 어떻게 이야기를 할지 두고 보는 게 좋겠습니다.”
“아 그러도록 하죠.”
“그게 좋겠네요.”
이수민의 솔로몬의 판단과 진행에 두 남자 심사위원은 재빨리 그녀의 말에 동의를 표하였다.
힐끔.
난감한 미소를 짓던 태현섭은 그 와중에 제작진을 향해 시선을 흘깃 쳐다보며 어이가 없어 속으로 웃고 말았다.
피식.
‘사과할 기회를 주라는 게 이런 거였나?’
사실 제작진이 급하게 전해준 대본대로 행동했던 태현섭. 그는 제작진들을 향해 정말로 지독한 인종이라 생각했다.
설마하니 자신을 이용해 소년의 풋사랑을 드러내는 해프닝을 만들게 조작할 줄이야 시청률을 향한 그들의 영악한 거짓말에 태현섭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시청률은 잘 나오겠네.”
제작진에게 이용당한 느낌은 그리 썩 좋지 못한 기분이었지만 자신의 이미지 쇄신과 시청률은 잘 나올 것 같은 기분에 웃음이 나왔다.
방송가라는 게 그렇다.
남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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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노래는 어떻게 부를까?”
궁금증이 담긴 두 눈으로 성준과 강소영을 바라보며 박진용 심사위원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이 두 디바가 불렀던 「When You Believe」.
두 디바가 모여 부른 노래였지만 자신들의 이름이 지닌 명성에 비해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던 노래.
막말로 디바 들마저도 실패한 노래다.
“이 노래는 듀엣곡이지만 솔로나 합창으로 부르는 게 훨씬 듣기 좋은데...”
원곡 자체가 디바에게 맞추어져 있는 곡이라.
성준과 강소영 두 사람이 곡이 요구하는 가창력과 기준과 난이도 높은 기술과 애드리브의 향연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부터 들었다.
더구나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한 둘 아닌가.
“저 둘. 아마도 망하겠지.”
옆에서 그런 박진용 심사위원의 심정을 눈치챈 태현섭이 무심한 투로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솔직히 우리 소속사 연습생이었으면 쟤들 퇴출감이야. 듀엣곡을 서로 녹음 본으로 연습하다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냉정하고 단호한 어투였다.
그도 남자로서 성준의 사랑의 열병을 이해 못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프로듀서로서는 저 둘의 안이한 태도는 그냥 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박진용 심사위원도 한숨을 내쉬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겠지. 재능 있는 들이 저런 기본적인 실수를 하면 정말 속상해.”
“너는 그게 문제라니까. 너는 남의 일에 너무 신경을 써. 소속사 식구나 챙겨라”
“‘에이 형. 또 매정하게 이야기한다. 무슨 마피아도 아니고 식구만 신경 쓰냐.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지.”
두 사람 모두 성준과 강소영이 무대를 망칠 것을 예상하고 있을 때 이수민 심사위원은 고개를 내 저었다.
“과연 그럴까요?”
‘쟤가 연습을 제대로 못 했다고? 그럴 리 없어.’
이수민은 무대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강소영을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그녀의 의미심장한 미소에 태현섭이 의아함을 담아 물었다.
“그럼 저 둘이 잘 해낼 거 같다는 말인가요. 이수민 사장님?”
“확신은 못 하겠지만 두 사람 다 범상치 않은 재능은 확실하죠. 의외로 재밌는 걸 보여줄지도 모른 다 생각은 드네요.”
“뭐, 확실히 재능은 뛰어난데 글쎄요...”
“호호호. 그냥 그럼 예감이 든다는 거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요.”
웃으며 내뱉는 소리와 다르게 그녀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남의 편곡을 자기가 했다고 말할 정도로 영악하고 독한 얘야. 그리고 저기 있는 소년도 보통내기가 아닌데 연습을 못 했다고? 웃기는 소리지.’
성준과 강소영 둘에게 일어난 일이 겉으로 보인 것보다 사실은 무언가 더 있다는 것을 추측하는 그녀로서는 두 사람이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심히 기대되었다.
띠리링.
예전 곡의 비해서 훨씬 더 세련된 음들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으음. 깔끔하군.”
“이번에도 직접 편곡한 건가? 군더더기가 없네.”
“저 강소영이라는 아이 센스가 있는데?”
원래의 웅장했던 사운드에 비해 조금은 간소해진 느낌이지만 오히려 차분하게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박진용과 태현섭 심사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눈치채지 못하게 교묘하게 편곡했군요 차 선배.’
강소영이 전에 불렀던 아델의 노래가 아니었다면, 자신조차도 이번 노래는 그가 만들었다 눈치채거나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그게 그의 무서운 점이었다.
[악마의 재능]
분명 한 사람이 곡을 만지는데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달랐고 결과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여러 날 밤 동안 우리는 기도했답니다.
누군가 들어줄 거란 근거도 없지만 우리 가슴속에 있는 희망의 노래를]
성준이 휘트니 휴스턴의 솔로 부분을 맡아 노래의 첫 장을 열었다.
전에 그가 불러왔던 ‘퀸’의 노래나 ‘오프 스프링’같은 락 성향이 짙은 소리를 내지르던 노래만 불러왔던 성준의 첫 R&B의 스타일의 잔잔한 노래.
“히야-!”
“목소리를 들어보니 서정적인 발라드 노래에도 음색이 잘 어울리겠어.”
의외의 발견에 두 심사위원 다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성준군이 부르는 R&B노래는 이번이 처음이지?”
“변성기가 안 왔나?”
“그치? 목소리가 생각보다 되게 고운걸?”
성준의 중성적인 목소리를 이번에 차분하게 들어볼 기회에 두 사람은 귀를 쫑긋 세우고 그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눈여겨 보는 재목이 지니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프로듀서로서의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아직 겁나는 것이 많다는 걸 알지만,
우리는 산을 움직이고 있었던 거에요.]
부드럽게 가성 처리하며 끝 음 마저도 디테일을 살리는 그의 목소리에 참가자들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연습 못한 게 저 정도라고? 진짜냐?”
“재능이 깡패네.”
“솔로 파트야 자신의 능력으로 무난히 넘어갈 수 있겠지. 그래도 서로 겹치는 파트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성준의 노래에 주변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을 때 보컬 강사 출신의 참가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데 처음부터 너무 포텐 터트리는 거 아니야? 강소영은 어쩌라고 말이야.”
그의 말대로 솔로곡이 아닌 듀엣곡 이었다.
한쪽이 너무 잘 불러버리는 모습만 보인다면 여지없이 노래의 밸런스가 깨지면서 서로 망할게 분명하다.
그럼 위험에도 불구하고 성준은 아랑곳 하지 않고 초반 부분부터 진하게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기적이 일어날 수 있어요.
당신이 믿기만 한다면]
피식.
노래하는 와중 성준은 지금 이 상황이 매우 웃기다 생각했다.
‘제일 믿지 못할 사람하고 노래하면서 믿음을 논하는 노래를 부르다니 참 웃긴 일이야.’
노래는 진심으로 부르기 위해서는 노래에 몰입하고, 상황에 몰입해야 했지만, 파트너가 파트너인 만큼 조금은 감정을 깊게 잡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성준은 피식 웃음이 나와 버렸다.
‘그래도 노래를 불러야겠지.’
성준은 워밍업을 끝내고 슬슬 제대로 시동을 걸 준비를 하며, 두 눈을 잠시 감고 감정을 더 깊이 잡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솔로 파트의 마지막에 감정을 짙게 싣는다.
[그 누가 알겠어요? 어떤 기적을 당신이 일으킬지.
당신은 해낼 수 있어요.]
화아악!
‘이건?’
묘하게 변화하는 성준의 노랫소리에 옆에 있던 강소영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을 쳐다보며 웃고 있는 성준을 바라보았다.
오싹.
자신의 솔로파트 부분을 부드럽게 자신에게 넘겨주는 성준의 눈빛에 머물고 있는 눈빛을 목격한 그녀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네 차례야.)
도발이 아닌 부드럽고 따스한 눈빛. 성준은 온전히 노래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었다.
녹음본과는 180도 다른 그의 노래.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담겨있는 그의 감정이 그녀의 가슴을 건드렸다.
‘정말 예상대로 되는 게 하나 없네!’
솔포 파트를 자신에게 던지고 더욱 더 곡에 몰입하는 성준의 모습에 입술이 바짝 탔다. 분명 자신에게 유리한 곡인 것을 알고 있지만, 앞에 있는 성준을 바라보자니 자신도 실력을 다 꺼내야 할 것 같았다.
디리링!
[이 두려운 시간에..]
‘전력을 다하겠어!’
아름다운 화음 속에서 화사하게 등장하는 강소영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 살포시 앉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스윽.
강소영 그녀의 얼굴에는 수줍은 미소가 입가에 머물러 있었는데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노래에 깊이 몰입해야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미소여서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집중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기도가 자주 허무하게 되어 벌릴 때]
지금 그녀가 부르고 있는 솔로파트는 방금 전 성준이 보였던 노래에 비교해서 손색이 없을 정도.
강소영.
그녀의 심성과 인격은 최악이었지만, 그녀의 재능만큼은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진짜배기였다.
“우우우!”
“아아아!”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화음.
두 사람 다 서로에 대해서 믿지 못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오래 한 파트너처럼 찰떡궁합의 호흡을 내보인다.
“상대가 마음에 들던 마음에 들지 않던 서로의 실력과 재능은 반응한다는 말이지. 쟤들 의외로 상성이 좋은 거일 수도....!”
도경은 둘을 보며 중얼거리며 두 사람의 노래에 집중하였다.
“과연 한 방 먹일 수 있으려나?”
직접 보니 예상외로 강소영의 재능도 만만치 않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두 얘들이 서로들의 자존심과 실력을 건 진검승부에 도경은 흥미가 동하는 것을 느끼며 눈빛을 빛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