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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53화 (53/357)

53화

흠칫!

“후-우! 쟤들 진짜 연습 안 한 거 맞아?”

두 사람의 화음을 집어넣는 즉흥적인 스캣에 박진용 심사위원이 감탄의 비명을 질렀다.

짧은 스캣이었지만 두 사람의 수준과 감각이 보통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희망은 여름 철새처럼 너무 빨리 날아가 버린 것처럼 느껴지죠.]

쓸쓸한 그녀의 음색이 모두의 귓가를 가녀리게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내뱉은 두 마디 노랫가락에 모두가 성준에게서 강소영으로 시선을 이동한다.

성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감정선. 아니, 오히려 여자에게 맞게 지어진 곡인 만큼 자연스럽고 좋은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난 여기에 서 있어요.]

강소영은 애처로움이 담긴 촉촉한 눈방울로 성준을 응시하다. 자연스러운 시선처리를 통해 정면을 바라보며 허공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스윽. 슥.

공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그녀의 손길은 보이지 않는 음표를 건드리듯 나풀거리며 시각적인 감정까지 충족시켰다.

[믿음을 구하면서 나는 말하고 있어요.]

유리세공처럼 섬세한 음 처리가 선명하게 공기를 뚫고 울려 퍼진다.

이를 듣고 있는 사람들은 순간 눈을 질끈 감으며 그녀의 목소리에 감탄했다.

“두 사람 다 밀리지 않는군요.”

“그러게요.”

“아직 나이도 어린 애들이 어떻게 저런 해석력을 가지지?”

남녀가 불러서 그런지 대조적인 해석과 감정처리에 매우 흥미로웠다.

무기력했던 남성과 위태로운 여성이 서로 간의 노래를 통해 믿음을 발견하고 각자 자신만의 생기를 띄었다.

“해석이 튀지 않고 자연스럽고 디테일하기 까지 하네요.”

성준과 강소영이 곡에서 해석한 두 남녀의 역할은 흥미로웠다.

자신만의 믿음을 얻고 무기력에서 의욕을 되찾는 남성과 잃어버렸던 용기를 되찾으며 살아갈 의지를 얻는 여자.

“자신들의 캐릭터를 갖출 줄 아는 친구들이에요.”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곡의 해석력을 갖춘 자질까지.

두 사람은 지금 두 디바가 불렀던 노래를 자신들로 것으로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기가 막히는군.”

아무리 솔로 파트라도 그렇지 서로의 녹음본으로만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에 대한 온도 차가 전혀 없는 둘의 노래에 태현섭은 기가 찼다.

“노래를 듣기 전에 혼내지 말 걸 그랬어. 끙...! ”

화를 내었던 자신이 허탈해질 지경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 성준과 소영은 서로를 바라보며 다음 구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솔로파트가 끝나고 서로의 노랫말을 주고받으며 교차를 시작하는 구간이었기 때문이다.

번뜩.

‘드디어!’

애절한 표정 뒤로 강소영은 잠깐이지만 회심의 미소를 속으로 지었다.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부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기적이 일어날 수 있어요~!]

잔잔하게 떨리는 목소리에서 순간 힘껏 고음을 내지르는 강소영.

용기를 되찾은 여성이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는 부분에 듣는 사람들 모두 숨을 죽이고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발톱을 꺼내 드는구나.”

도경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짜증 나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솔로파트는 워밍업이나 마찬가지.

자신에게 유리하게 맞춘 강소영의 두 번째 무기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짜증나는 편곡이야.”

그녀의 모든 것에 은밀하게 맞춰져 있는 편곡구성이었다.

곡의 주도권, 곡의 해석력, 연출방식 심지어 톤에 대한 변화까지도 강소영에게 맞춰져 있다.

“눈치 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성준 파트 부분의 노래를 계속 불러본 사람이 아니라면 느끼기 힘든 은밀함을 지닌 편곡 곡이었다.

경계선 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고 해야 할까. 비판하기 모호한 선에서 강소영만 온갖 이득을 보고 있었다.

“저 얘는 작곡에 더 재능이 있을지도 몰라.”

실상은 강소영이 아닌 다른 사람의 편곡을 한 것이지만, 그를 모르는 도경은 곡의 편곡 구성을 곱씹어 보며 적이지만 내심 강소영이 곡을 어루만지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감탄한다.

[당신이 믿기만 한다면.]

성준의 목소리를 들은 도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역시 이 구간에서는 묻힐 수밖에 없군.”

지금 노래를 부르는 성준은 강소영의 독주를 도와주는 코러스처럼 보일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강소영의 목소리를 뚫지 못하고 뒤에서 머무르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에너지가 좋은 성준이라도 힘을 터트리는 부분이 애매하다면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희망은 연약한 것이지만 없애버리기는 힘든 거죠.]

강소영은 아름다운 미소를 내보이며 성준의 소리위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으며 자신의 실력을 더욱 뽐내었다.

‘후후후.’

성준은 복어 같은 존재였다.

다루기 성가시고 독을 품고 있지만, 잘만 다룬다면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최상급의 재료 말이다.

자신이 눈빛을 주자 그가 바로 반응을 보인다. 정말로 훌륭한 감각이었다.

[그 누가 알겠어요? 어떤 기적을!]

서로가 싫어하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완벽한 합.

완벽한 듀엣의 짜릿함에 강소영은 몸을 떨었다.

[당신이 일으킬지.]

순순히 자신의 파트를 부르는 성준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는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너는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어.’

스윽.

[당신이 믿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당신은 해낼 수 있어요.]

‘하나.. 둘..!’

[당신이 믿기만 한다면]! 강소영&성준

강소영은 성준과 거리를 좁혀 손을 들어 올려 보이며 노래의 음의 굴곡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아니. 표현보다는 이건 거의 지시나 다름없는 수신호였다.

위, 아래로 움직이는 그녀의 손의 지휘에 따라 성준은 그녀의 지시대로 음을 조절하며 노랫소리를 내며 그녀를 따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킥킥! 똥개처럼 말 잘 듣네.’

자신을 향해 사납게 짖어대던 개가 이제는 억샌 목줄에 매여 낑낑거리며 자신이 이끄는 방향으로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에 강소영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이참~. 하마터면 실수 할 뻔 했어.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다. 후후후!’

하마터면 노래의 집중력을 놓칠 뻔할 정도로 성준을 굴복시키데 오는 쾌감과 쾌락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이 노래에 여자인 내 목소리에 이길 수 없어. 지성준.’

“아아아~.”‘

강소영이 완벽하게 주도한 중간 구절이 곧 끝이 난다. 강소영은 성준의 눈을 마주치고는 눈 웃음을 지었다.

‘수고했어.’

씨익.

굴복하고 패배한 개 따위에게는 더 이상 흥미는 없었다. 이제는 후반 마지막에 자신을 얼마나 빛내느냐가 그녀의 주 관심사였다.

“후후후”

“......”

애드리브와 고음의 퍼레이드만이 남은 마지막 화룡점정.

곡 자체가 여성의 키와 음색에 맞춰 극대화되어 있어 아무리 성준이 고음을 올리더라도 자신을 뛰어넘을 수 없기에 강소영은 웃었다.

‘이젠 저 녀석에게 신경 쓸 필요도 없겠지.’

그렇기에 이제 성준에게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었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성준이 자신의 뒤만 쫓아오는데 급급할 것이 분명할 테니 말이다.

강소영은 성준을 향해 조여 놓았던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고는 노래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후우. 이젠 마무리만 잘하면 돼.’

곡의 남은 마지막 부분.

강소영은 잠깐 긴장의 심호흡을 내뱉는다. 오만한 성격의 그녀조차도 이 부분 만큼은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불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지금 노래 구간은 높은 수준을 필요로 하는 곳이었다.

[그 일들이 당신이 요청할 때마다 늘 일어나는 일은 아니에요.

당신이 느끼는 두려움에 굴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죠.]-강소영&성준

‘완벽해. 지성준! 정말로 거지 비렁뱅이인 너에게 아까운 재능과 능력이야.’

완벽하게 자신의 목소리 뒤에 따라와 자신의 소리를 받쳐주는 성준의 노래.

만족스러운 일체감에 그녀는 또 다시 기분 좋은 희열감을 맛보면서도 그녀는 성준에 대한 고마움이 아닌 조롱을 섞인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당신이 고통에 눈이 멀어

비를 뚫고 안전한 길을 보지 못할 때.] -성준&강소영

‘아아...!’

찌리릿

다시 밀려오는 희열속. 강소영은 이 감각에 정말 중독될 정도라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전력을 다한 자신을 이 만큼 완벽하게 떠받쳐줄 수 있는 상대방은 성준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 녀석이 처음 이었어.’

모든 게 쉬운 인생에서 처음으로 어려움을 알게 해준 대상이었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이를 들이밀었고, 처음으로 자신을 곤란에 빠트렸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처음 겪어보는 인간유형인 것이다.

[나직하지만 밝은 목소리가 말해줄 거에요.]

노래의 마지막을 앞두기 전.

강소영은 여유를 부리며 성준의 노랫소리를 감상하였다. 그리곤 일순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잠깐이지만 성준에 대한 아쉬움이란 감정이 스쳐지 나갔다.

‘아까워... 내 말을 잘 들었다면 오랫동안 이용해 주었을 텐데 말이야...’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성준이 자신을 추종했다면 많이 보듬어주고 아껴줬을 거라 생각이 문득 들었다.

‘뭐, 뿌린 대로 거두는 거지.’

하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강소영은 이젠 쓸모없는 개의 숨통을 끊을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희망이 아주 가까운 곳에....]

후우읍.

강소영은 깊은 공간까지 최대한의 공기를 끌어모아 횡격막을 조이며 천천히 노랫소리를 실타래처럼 부드럽게 밀어내었다.

“아아~아~.”

천천히 올리던 가는 고음은 어느새 텐션이 오르더니 이내 폭발적인 고음으로 변하며 주변 공기를 강타하기 시작한다.

[있다고!!!]-강소영

[있다고!!!]-성준

강소영의 고음을 시작으로 성준 또한 조금 뒤늦게 합류해 그녀의 고음을 떠받쳤다.

“고~~~~~!”

“허업!”

“아...!”

두 사람이 내는 고음의 향연에 모두가 숨을 멈추었다.

부르르르.

타악!

터트린 고음은 끝을 모르고 쭉쭉 올라가는 와중에 감정이란 둑을 무너트리며 강소영은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내었다.

“아아아~. 후우~!”

마지막 피날레.

수많은 카메라, 모두의 시선이 강소영 한가운데로 집중되었다.

고음 부분에서 추진력을 얻자마자 강소영은 성준을 홀로 내버려 두고 자신만의 영광을 독식하기 위해 향해 끝을 향해 먼저 달려가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녀의 날카롭게 뿜어져 나오는 하이톤 뒤. 곧바로 녹음된 또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귀에 익은 목소리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의 정체는 성준과 강소영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후후후 이게 있으니 이젠 너는 필요 없어.’

연습 기간 서로에게 보내었던 노랫소리로 녹음본을 이용해서 만든 코러스.

그것이 그녀의 회심의 마지막 장치였다.

(There can be miracles!)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두 사람의 웅장한 코러스는 녹음본 짜깁기 치고는 높은 퀼리티를 자랑했다.

녹음본을 이용하여 코러스를 만들 줄이야. 정말로 대단한 기지였다

그 소리에 맞춰 강소영은 애드리브를 시작한다.

‘칫! 역시 같이 완주할 생각이 없었군.’

예기치 못한 타이밍이었다.

마지막 고음 부분에서 바로 이어지는 부분이 애드리브 라인이어서 타이밍을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눈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어느 정도 예감은 했지만 역시 당하니 심히 기분이 상하는 성준이었다.

‘안녕.’

성준을 뒤로한 강소영은 그에게 속으로 달뜬 웃음을 내보였다.

토사구팽(?死狗烹)

이용 가치가 사라진 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같이 이 노래를 훈훈하게 완주할 수도 있었겠지만 자신에게 이를 드러내는 순간부터는 성준에게는 그런 상냥한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게 더 짜릿해.’

찌릿찌릿.

전력을 다하며 완벽하게 합을 맞추는 일체감도 기분 좋았지만 솔직히 지금 이 순간이 더욱 기분이 좋은 강소영 이었다.

파트너의 등 뒤에 칼을 꽂으면서 오는 배덕감에서 발생하는 쾌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역시 나는 혼자서 달콤한 과실을 독차지 하는게 좋아.’

강소영은 나눠 먹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나 홀로 모든 것을 독식하는 탐욕스러운 인간 유형인 것이다.

“나는 선택받은 존재야. 그러니 최고가 되어야 해!”

조금이라도 남들보다 위에 서야 했고,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중심에 놓여야 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강소영은 생각했다.

“구역질 나는 파동이야.”

이를 지켜보고 있던 도경의 안색이 비위가 상하는 것처럼 바뀌었다.

꿈틀꿈틀

수천, 수만 개의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며 뭉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검은 파동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각성.’

그녀는 지금 자신이라는 사람에 대하여 명확하게 자각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괜히 각성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악한 성향과 욕망을 깨닫고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그리 말하는 것이었다.

저런 유형들은 죽어도 깨어나도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것들이 그들에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니까.”

나는 것을 배우지 않지만, 자신의 날개를 자각하고 하늘을 나는 새와 똑같은 것이다.

그들에게 죄책감이란 없다.

왜?

그것이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믿기만 한다면]

(When you believe)

강소영의 화려하게 개화하는 모습에 모두들 그녀에게로 빨려 들어간다.

그녀의 어두운 욕망에 이끌려 들어가는 사람들을 모습이 썩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강소영의 능력과 재능은 알기에 매혹당하는 이들을 도경은 탓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전혀 알 수 없지.”

독이든 사과도 겉으로 보기만 해서는 절대로 판별할 수 없는 것처럼.

강소영의 인격과 비뚤어진 욕망을 모르는 이상 사람들은 강소영에게 매혹당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야.”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힘든 배경 속에서 세상을 원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성준은 빛을 품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부유한 환경에 놓여있는 강소영이 어둠을 품고 있는 현실이 말이다.

“그래서 더 마음에 안 들어.”

그래서 더욱 도경은 강소영이 싫었다.

[희망은 연약한 것이지만]

하지만 도경의 마음과는 달리 강소영의 일반적인 애드리브 독주는 멈출 줄을 몰랐다.

“지성준 뭐하는 거냐? 빨리 저년한테 한 방 안 먹여줘?”

괜스레 짜증 나는 마음에 도경은 자신의 의동생을 향해 투덜거렸다.

‘응?’

고오오.

그런 도경의 마음을 알았을까? 때마침 강소영 옆에 서있는 성준에게서 천천히 변화하가 일기 시작한다.

파아앗.

일방적으로 달려왔던 그녀의 독주에 처음으로 성준이 제동을 걸었다.

[없애 버리는 힘든 거죠.]-강소영&성준.

흠칫.

‘어?’

기분 좋게 독주로 선두를 달리고 있던 강소영은 흠칫 놀랐다.

쾌감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뒤에 놓여 있어야할 성준이 어느새 자신의 옆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씨익.

‘잡았다.’

성준의 목소리가 그녀의 노랫소리를 따라잡은 것이었다.

전에 본적 없는 발성과 호읍 그리고 여성키 높아진 그의 목소리.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꼴불견 스럽 게 말이야. 이제 와서 뭐하자는 거야?’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질척거리며 자신에 엉겨 붙은 성준을 보며 강소영은 짜증스러운 눈빛을 담아 쏘아 보내며 목에 힘을 주어 노랫소리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떨어지란 말이야!’

“아~~!”

“아~~!”

성준의 목소리를 따돌리기 위해 강소영은 더욱 변칙적으로 애드리브를 구사하였는데 놀랍게도 성준이 귀신같이 그녀의 멜로디를 따라잡는다.

‘뭐, 뭐야! 어떻게?’

‘흥! 누구 마음대로 나를 따돌려.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강소영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어, 어 이게?’

“그렇지! 가라 성준아.”

성준을 떨치려는 강소영과 그런 강소영의 따라가는 성준.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레이스가 흥미롭게 펼쳐지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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