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55화 (55/357)

55화

“어 저 사람 K스타에 나오는?”

“맞다 저 사람 본 적 있어. 분명 이름이... 으음!”

시끌 시끌.

거리를 걷던 젊은 여고생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기타를 매고 걸음을 옮기고 있는 한 남자를 향해 수근 거렸다.

“귀찮아. 슬슬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하네.”

투덜거리는 남자는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여고생들을 빠르게 지나쳤다.

잡히다간 짜증 나는 일을 겪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맞다. msg 싸가지 박도경!”

“아. 지성준 형이구나. 노래는 잘 부르는데 성격 안 좋다던 사람 맞지.?”

“어 맞어. 저 오빠는 좋겠다! 지성준하고 매일 볼 텐데...”

빠직.

소녀들은 자기들끼리 아무 생각도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청각이 예민한 도경의 귓가에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다 들려왔고 그의 이마에는 사거리 마크 혈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흥. 그놈의 얼굴빨 하고는... 그리고!”

곱상한 외모로 반항적인 모습과 락스타 저리 가라는 듯. 독보적으로 뛰어난 실력과 그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또래 소녀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지금인기몰이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 주에 방송 된 강소영에 대한 서툰 짝사랑과 순애보적인 고백을 하는 성준의 모습이 방송 전파에 타면서 지금은 누나들의 마음까지 훔쳐버렸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인재가 나와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방송 놈들!”

그 반면 성준은 K스타 방송에서 얼굴을 비치면 비칠수록 이상한 별명과 이미지를 얻어 가고 있었다.

[돌아이 박도경],[싸가지],[막말 도경].[잠만보],[재능충]등 이 많은 수식어들을 도경이 지금 듣고 있었다.

이 지경까지 온데에는 K스타 제작진의 나Pd와 총괄Pd가 합심해서 악의적으로 도경의 모습을 편집해서 올린 덕분이었다.

K스타에 처음으로 자극제로 활용되며 헐뜯기고 있는 도경은 결국 그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만다.

끊을 수 없는 Msg 박도경.

심사위원까지 도발하는 똘기와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막말을 내뱉는 그의 말투는 착하고 예쁜 얘들만 있는 K-스타에서 눈에 안 띄려야 안 띌 수 없었고, 참가자들 모두 긴장하면서 연습하는 곳에서도 유유자적 낮잠을 자거나 하품만 하는데도 불구하고 뛰어난 무대를 매주 보여주니 붙게 된 이미지였다.

“참 내, Msg가 뭐냐? 내가 누구 건강 망치는 것 같잖아.”

투덜투덜.

[성(성준) 냥이].[사랑 꾼],[캔디 남]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의 성준의 별명과 비교하면 매우 안구에 습기 차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다들 일찍도 왔네.”

투덜거리면 걸어오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도경.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익숙한 제작진들과 K스타 참가자들이 한 건물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안녕하세요.”

모두의 시선이 제일 늦게 온 도경에게로 모였고 기다리고 있던 참가자들이 그를 향해 인사를 하였다.

“어, 안녕.”

“.......”

용기 내서 자신에게 인사를 해준 소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 도경. 인사를 나누었지만 어느새 두 사람은 이내 뻘쭘한 시선과 함께 침묵한다.

Msg라 불리며 첫 단추를 잘못 낀 도경의 업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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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부터 배틀 오디션 [JY]편 d-28일의 촬영을 맡을 제작진입니다. 다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든 인원이 모이자 익숙한 털보의 남자가 근처에 있던 카페로 나와서 모두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 외친다.

중얼.

“시끄럽네. 꼭 쪽팔리게 그리 크게 이야기해야 하나?”

“저 새끼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또라이 같은 새끼.”

자신의 말에 유치원생들처럼 바르게 대답하는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있는 와중에 나Pd는 자신의 말에 인상을 쓰며 작게 투덜거리는 도경을 노려보았다.

찌릿.

‘보면 어쩔 건데?’

“저, 저게!”

지금쯤 슬슬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을 텐데도 보이고 있는 태도가 전혀 변함없이 한결 같아 나pd는 이제는 도경을 향해 묘한 증오마저 가질 정도였다.

분명 가해자는 나pd인데 열 받고 분노하는 사람도 그였으니 희한한 일이다.

“Pd님 추워 죽겠는데 슬슬 들어가죠? 이러다 애들 감기 걸리면 책임질 거에요? 얼른 들어가죠?”

한창 자신의 성질을 식히고 있던 나pd를 향해 도경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익.”

‘내가 저놈의 주둥이를 틀어막든가 해야지.’

말하는 본새가 부탁이지만 사실은 명령조나 다름없었다. 저렇게 가끔 자신의 성질을 긁는 묘한 어투를 사용하는 도경을 보며 나pd는 이를 갈았지만, 도경의 말에 뭐라고 하기에는 그리 틀린 의견은 아니었기에 화를 삭혀야했다.

“끄응.”

그의 말대로 무대를 펼쳐야 할 참가자들을 한 겨울날 건물 밖에 계속 세워둘 수 없는 요량이기 때문이다.

“꼴에 자존심은..!”

예선전부터 이어져 오던 악연인 나pd를 본 도경은 그를 향해 싸늘한 시선을 두었다.

‘하... 진짜 감질 맛나네.’

자신이 정한 선에서 넘어올 듯 말 듯 하는 그들의 움직임에 도경은 짜증이 났다.

차라리 확하고 자신을 도발하면 망설이지 않고 박살 내줄 텐데 자꾸 뒤에서 쪼잔 한 수작질만 부리니 귀찮기 짝이 없었다.

‘으슥한 곳에 데려가다 조금만 손봐주면 조용해 질 텐데...’

이세계에서 피를 보는 사고방식에 익숙한 도경으로서 저렇게 자신의 앞에서 적의를 품고 돌아다니는 나Pd가 여간 성가셨다.

그를 볼 때마다 어디를 분질러 트릴까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도경은 자신이 조금 흥분했다 느끼며 심호흡한다.

“후우..!”

뚜득. 득!

“요즘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네. 욕구 불만인가?”

목을 좌우로 당기며 흥분으로 경직된 몸을 풀며 도경은 요즘 꽤나 자신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삐빅.

[네JY 엔터테인먼트에 무슨 일 이십니까?]

우와!

“아, 저기 저희는요...”

[네에. 말씀하세요.]

“박진용 심사위원님께 캐스팅된 K스타 참가자입니다.”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문 열어드릴 테니 들어오세요.]

삑. 철컥!

그 말을 들은 안내원의 음성을 끝으로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JY사옥의 내부가 들여다보였다.

그 풍경에 참가자들 모두 들뜬 표정을 짓는다.

“꺄악.”

“대박 어떡하지 나? 너무 긴장돼.”

7명의 참가자들은 호들갑을 부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을 뒤따라가는 도경.

시끌시끌.

참가자들의 순진한 모습에 흐뭇함 미소를 지어야할 대목이지만 도경은 오히려 자신의 피곤해져서 찌푸려지려는 미간을 지그시 마사지 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오디션 시작한 지 벌써 3달이 지나가는 시점.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끌려다녀야 하는 방송스케줄과 저 앞의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신나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단체로 함께 움직여야 하는 피곤함.

번잡함을 싫어하고 혼자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도경으로서는 매우 지치는 일이었다.

[연습실 내부.]

안내를 받으며 시끌벅적 이리저리 둘러보는 참가자들은 연습실에 먼저 자리 잡고 앉아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헉! 심사위원님?”

K스타 심사위원 박진용과 그를 보좌할 어시스트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참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려 인사를 보내었다.

“다들 안녕.”

“안녕하세요!”

기다림에 익숙하던 참가자들은 설마 박진용 심사위원이 먼저 자신들을 기다릴 줄 꿈에도 몰라 당황했지만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다 같이 힘차게 인사를 올렸다.

“모두들 반가워 우선 일단 빨리 앉아 볼래? 시간은 소중한 거니까.”

자유분방하지만 실용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그의 대목에 참가자들은 반가움도 잠시 그의 말에 서둘러 자리 잡아 앉았다.

우르르르

“그래 우선 곡들은 받았지?”

“네.”

“그럼 지금 바로 점검 시작해 볼까?”

“네?”

만나는 당일 전 참가자들에게 노래를 미리 전해 준 박진용 심사위원의 행동에 오늘 테스트를 받을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만나자마자 바로 곧바로 점검을 받을 줄 몰라 참가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구 먼저 할래?”

“......”

“저, 제가..”

“아니다. 순서를 호명할 필요 없이 내가 부르는 사람이 나오는 게 좋겠다.”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자 도경은 빨리 쉬기 위해서 자신이 먼저 테스트 받으려 했는데 박진용이 먼저 선수를 치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엉덩이를 띄었던 자리에 다시 앉았다.

“우선 연습생 출신들 걸 그룹부터 나와 볼까? 현섭이 형하고 소속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니 너희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알지.”

끄덕.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각기 다른 성격으로 보이는 3명의 화사한 여자 소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진용 심사위원 앞에 섰다.

연습생인 만큼 예쁜 얼굴과 확실히 일반인과는 다른 오라에 뒤에 있던 참가자들은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들을 지켜보지만, 도경의 표정은 무관심 그 자체.

오히려 피곤함을 느끼는 듯. 눈물이 날 정도로 하품을 하고 있었다.

“트리샤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도경이 남 몰래 응원하고 있던 연습생 출신 트리샤는 안타깝게도 성준이 속한 TG소속사에 캐스팅이 되어 다른 곳에 가있었는데 지금 앞에 연습생들을 보니 내심 아쉬움이 밀려온다.

“성준이 자식 좋겠다.”

방금 전. 자신을 약 올리기 위해 트리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에게 톡으로 보낸 내용은 읽었기 때문에 더욱 의욕이 나지 않는 도경 이었다.

“노래는 그쯤 됐고 춤도 준비해 왔다고?”

“네!”

힘차게 대답하는 3명. 역시 연습생 출신인지 대답부터 달랐다.

평가 받는 게 익숙한 그들은 갑자기 노래가 끊겼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들이 준비해온 것들을 하나둘 차분하게 박진용 심사 위원에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절도 있는 춤과 동시에 부분마다 여성미를 강조하는 웨이브가 섞인 동작.

완벽하다는 못하지만 하루 전날에 곡을 받았다고는 믿을 수 없는 실력이었다.

휙휙!

“오. 잘 춘다.”

그녀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무관심 했던 도경이 3명의 여자들이 추는 춤은 관심 있게 바라보았다.

“저기서 저 얘는 아예 수준이 다르네.”

3명의 여성 중 한명이 눈에 들어왔다.

노래 수준은 도경이 볼 때는 3명다 그리 큰 기량의 차이는 나지 않았지만 춤은 저 3명 중 한명이 격이 다르게 추고 있었다.

“이름이 김주희 였나?”

19살임에도 성숙한 외모와 우월한 기럭지. 딱 봐도 춤을 추기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소녀의 이름은 김주희.

그녀는 자신의 옆에 있는 아이돌 출신의 여성 참가자보다 더욱 완벽히 춤을 구사하며 주위 동료들과 다른 수준의 춤을 구사하고 있었다.

같은 동작이지만 아름답고 깔끔한 춤 선이 살아있는 그녀의 동작에 도경은 눈여겨 보았다.

“그러고 보니 댄스라...”

음악에 관련된 것들에 있어서 가히 천재적인 존재의 도경일지라도 지구에 와서 음악에 관련해서 난색을 표현하는 거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춤이었다.

이세계의 춤 동작이 몸에 배어있는 도경으로서는 현대 가요에서 춤추는 동작들이 감이 전혀 오질 않는 것이다.

들썩 뜰썩.

“역시 아예 달라.”

김주희의 춤을 보면서 자신의 몸의 근육을 움직여본 도경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흐음. 이거 은근 오기가 드는데?”

뭔가 자신이 유행이 지나서 골동품이 된 것 같은 낡은 느낌에 도경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춤을 못 추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앞에서 김주희가 추고 있는 동작을 따라 해보라고 한다면 도경이 조금만 연습한다면 바로 따라 해 보일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몸을 다루는 데에도 월등한 스펙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저런 동작을 하는 센스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단 말이지.”

그의 말처럼 저 리듬에서 저 동작이 왜 나오고 저 동작의 멋이 무엇인지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비보잉의 춤을 추더라도 왠지 그 맛이 살지 않는 것처럼 도경이 저 춤을 자신이 추게 된다면 기계적인 동작 구현 그 이상 그 이하가 안될 거라 생각했다.

휙!

끼익! 휙!

‘이건 육체능력이나 다른 걸 떠나서 센스의 문제다.’

현대의 춤에 대한 이해와 기본기가 전혀 숙지가 되지 않는 상태에 도경은 자신이 지구의 사람들을 신나게 만들거나 감동을 줄 춤을 추기가 힘들다는 것을 앞에 있는 소녀를 보며 생각했다.

“역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앞에서 추고 있는 소녀의 춤을 보자니 무언가 욕구가 솟구쳐 오른다.

‘나에게 춤을 가이드 해 줄 사람이 필요해.’

도경은 주위를 살피며 결단을 내렸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그만큼 기예를 지녔으며, 자신에게 프라이드를 지니고 있는 도경 본인으로서는 사실 쉽지 않은 결정.

‘이번만큼은 자존심을 접자.’

사실은 자존심에 뒤에서 몰래 독학으로 익혀 보려고도 했지만. 너무나도 많은 춤 종류와 서로 카테고리 구분하지 않고 섞여 있는 춤들은 뭐가 뭔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끄덕.

도경은 자신에게 춤을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동작을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도경이 지구의 춤동작을 기본으로 춤을 어떻게 추고 맛을 살리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말이다.

“착실히 기본부터 가르쳐줄 사람, 춤의 맛을 가르쳐 줄 사람이...! 딱. 내 눈앞에 있군.”

그리고 지금 그 가르침을 내려줄 사람이 도경의 앞에 두 사람이 보이고 있었다. 여자 팀의 춤을 직접 춰 보면서 고쳐주는 박진용 심사위원. 그리고 그 춤을 누구보다 빠르게 흡수하는 김주희.

“그래 잘 됐어.”

망설이던 마음에 결정을 내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스트레스도 쌓였겠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자.”

처음으로 지구에 와서 가르침을 받을 생각에 도경은 은근히 설레는 자신을 발견하며 고소 지으며 중얼거리며 이번 라운드에 부를 노래를 결정했다.

“이번에는 댄스다.”

박진용이 미리 골라준 노래들은 이미 머릿속 한편에 고이 접어 버린 도경은 기대감이 부푼 눈으로 김주희와 박진용 심사위원 두 사람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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