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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57화 (57/357)

57화

은하수 별 멤버들의 완전체들이 모여 오늘날의 파티를 즐겁게 보내었다.

왁자지껄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의 근황들도 묻고, 사진도 찍고 노래도 부르고 즐거운 시간을 알차게 지낸 시간이었다.

12:30 AM

“갈때도 그리 난리법석일 줄이야.”

“큭큭. 진짜 수미는 물건이더라.”

12시가 넘자. 미성년자들인 멤버를 배웅하고 내려온 도경과 정한수. 나머지 성인 멤버들은 떨어진 술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풀썩!

일시적인 소강상태.

묘한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도경은 자리에 풀썩 앉아 테이블 위에 남아있던 맥주를 비우며 한숨을 돌리기 시작한다.

꿀걱.

“푸하. 애들이 가니까 가게가 너무 조용해 졌네요.”

달그락.

비운 맥주잔에는 남은 얼음들을 달그락 거리며 노는 도경은 정한수를 향해 중얼 거렸다. 그의 말에 동감하는 정한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지러운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부시럭부시럭.

“후후. 그러게. 역시 어린애들이 기운이 좋긴 좋구나.”

“오랜만에 만나서 다들 신났었죠.”

“그래 다들 바쁜 와중에 오랜만에 시간이 난 거니까.”

몇 번 움직이지 않았는데 어느새 테이블은 정갈히 정리가 되어 있었다.

정리를 마친 정한수는 도경의 마주 편에 자리 잡아 앉았다.

“반년 사이에 뭔가 빠르게 변했어.”

“그러게요. 다들 가게를 나가고 활동들을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사람 구하는데 애 좀 많이 먹었죠.”

“그래도 잘된 일이지.”

정한수와 도경의 말처럼 반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은하수 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었다. 원년멤버 은하수 멤버들 모두 각자의 길을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찬미도 원하는 작품에 캐스팅 되었고. 지원이도 데뷔했고. 너하고 막둥이도 K스타로 승승장구하고 있고 말이야. 이렇게 다들 잘되기도 힘든데 말이야. 고마운 일이지.”

도경과 성준이야 K스타 출전 이후부터 무언가 순풍이 부는 것인지 은하수 별 모두들 승승장구 하고 있는 중이었다.

라이브 바에 첫 멤버인 이지원은 2달 전에 신인 솔로가수 [I]로 데뷔하여 한창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곳저곳 가며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은하수별 카페여신으로 불리던 김찬미는 자신이 원하는 주 조연으로 발탁되어 좀 있으면 촬영을 재개한다 했다.

“다만 이제는 얼굴 보기 힘든 것 때문에 조금 아쉽다.”

“뭐에요 갑자기. 보기 힘들겠지만 아예 못 보는 것도 아니 구만.”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감성적이 되네 후후”

“뭐야 취한 거에요?”

“취하긴. 다만...”

‘정말로 아쉬워.’

정한수 나이가 40이 넘었다.

당연히 여러 사람들을 만나왔고 수 십년간 얻은 경험이 그에게 있다.

그래서 안다.

자신에게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아 주고 정들었던 존재들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 질 것을 말이다.

어쩔 수 없다 그런 것인 사회생활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보다 너희들을 너무 좋아했나 보다.”

“네에?”

“너도, 막둥이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면 금방 이곳을 떠나겠지...”

그리 말하며 정한수는 자신의 잔을 들어 올려 쓰게 맥주를 마시며 웃었다.

“최소 1년은 채울지 알았는데 말이야. 너무 빨리들 떠난다. 뭐가 그리 급해서 말이야. 쯧!”

“......”

정한수의 말에 도경은 그가 정말로 아쉬워 한다는 것을 느꼈다.

“에이. 우리가 떠나는 것 같아서 서운 했구나 한수 형.”

“그래 서운하다 서운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 도경을 보며 정한수는 심통 난 표정을 지었다.

40대의 투정이다.

평범한 20대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도경은 평범한 청년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한수가 어떤 상태인지 도경은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참 정 많은 사람이라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요.”

쪼르륵.

정한수의 빈 잔을 채워주는 도경은 자신의 잔에도 맥주를 채워놓고 잔을 그에게 들어 올리며 웃음 지었다.

“다들 좋은 추억 쌓았잖아요. 그리고...”

“그리고?”

“의리가 있는 놈들이니 자주 찾아오겠죠. 안 그래요?”

씨익.

도경의 싱그러운 미소에 정한수가 피식 웃었다.

“네 말이 맞다. 의리 있는 놈들이면 찾아오겠지.”

“의리를 위해서 건배!!”

“건배.”

짠!

‘참내 어쩌다 보니 어린놈한테 위로도 받네.’

신기한 녀석이었다.

자신의 카페나 주변사람들 모두 도경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변화해 갔다.

평범한 인상을 지닌 22살의 청년일 뿐인데 말이다.

“어? 안주가 떨어졌네. 안주 가지러 갖다 올게요.”

“그래라. 넉넉히 만들어 놓았으니까 많이 남아 있을 거다.”

“형은 카페보다 음식점이나 술집 했으면 정말 대박 났을 거에요.”

도경의 말에 정한수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알아. 난 외식계의 천재니까.”

“우웩. 뭐에요 지금 그 말은?”

평상시 하지 않는 정한수의 행동.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기시감에 도경이 물었다. 그러자 그에게서 충격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너 따라 해보 건데?”

“헐, 내가 그렇게 재수 없게 보였단 말이에요?”

“응.”

“.......”

투덜투덜.

충격받은 표정으로 투덜거리며 안주를 가지로 주방으로 가는 도경을 보며 정한수는 웃었다.

“정말 재미난 놈이라니까.”

딸랑.

도경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한 편.

술을 사러 잠시 나갔던 멤버들이 카페 내부로 들어섰다.

“다녀왔습니다.”

“술 사왔어요 한수오빠.”

“어. 왔냐?”

2남 2녀의 등장에 적막했던 카페에 다시 활기가 돋기 시작한다.

“네. 생각보다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늦어졌네요. 도경이 오빠는요?”

“안주 가지러 갔다.”

4명의 남녀가 카페 안으로 들어오며 봉지에서 여러 종류의 술을 꺼내며 자리에 세팅하기 시작한다.

“오, 왔구나!”

“왜 이리 우릴 반긴데요. 도경오빠 뭐 잘못했어요?”

자신들을 보며 너무나 반가워하는 도경의 모습에 의아해 하는 김찬미는 그를 향해 징그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찬미 점점 너도 나에 대한 평가가 박해지고 있는 거 아니냐?”

“흥. 재능충 따위는 알게 뭐래요.”

“우씨. 나 집에 간다.”

정말로 갈것같은 행동에 김찬미가 도경을 아이 다루듯 다독였다.

“에이 남자가 왜 이리 쪼잔 하실까.”

“성차별이다. 세상이 어느 때인데 그런 낡아빠진 고정관념을 들먹이는 것이냐. 남자도 쪼잔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

“어머? 한수오빠 잔 비었네요.”

도경은 남성에 대한 권리를 토해내듯 외쳤지만 김찬미는 사뿐히 그의 말을 무시하며 사온 술의 뚜겅을 따서 정한수의 잔에 채워주었다.

“그래 고맙다 찬미야. 너도 한잔 받아라.”

“고마워요 오빠.”

“뭐야 지금 나 무시 당한거야?”

“쯧. 도경아 남자가 그리 질척이는 게 아니다 없어보이게.”

“뭐, 뭐라구요?”

묵직한 스트레이트.

정한수의 발언에 난리 부르스 추던 도경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풋!

킥킥킥.

그의 표정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그를 향해 웃음을 터트렸다.

“우, 웃지마! 이 대륙제일 영웅이자 미남자인 이 몸을..! 아. 나 도경이지.”

순간 욱해서 자신의 과거를 들먹이려던 도경은 자신이 지금은 카일이 아닌 것을 떠올리고는 정신을 차렸다. 가끔 욱하면 현재를 망각해버리고 카일로 착각하는데 하필 지금 그 버릇이 튀어 나와버렸다.

푸하하하하!

도경의 말에 모두들 참아왔던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자신의 인지부조화에서 오는 참극에 도경은 몸을 부르르 떨 뿐이었다.

파앗!

“에휴. 마시고 죽자! 죽어.”

벌컥벌컥.

“도, 도경씨. 너무 마시는게.. 웁!”

모두들 자신을 향해 비웃고 웃음을 터트릴 때. 유일하게 걱정하는 최정훈을 향해 도경은 그의 입에 술병을 박아 넣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을 향해 배은망덕한 행동이나 다름없지만 도경은 아랑곳 하지 않고 최정훈의 입에 술을 들이밀었다.

“형도 얄미워! 설마 형이 긁지 않는 복권일 줄이야. 이건 배신이야 배신!”

급격한 체중감량을 떠나 이제는 미남으로 환골탈태한 최정훈에게 도경은 분노를 느낄 뿐이었다.

하나 같이 자신 주변에 멀쩡한 사람이 없다 한탄하는 도경이었다.

“꺄악. 오빠 뭐 하는 거에요!”

“잘생긴 사람들은 잘해주면 안 돼.”

옆에 있던 이지원이 비명을 지르며 도경의 팔을 찰싹찰싹 치며 그를 말렸다.

“크하하하!”

“어휴. 저 미친놈.”

절레절레.

그의 폭주에 모두가 그를 향해 고개를 내 저었다. 이곳에서 제일 비정상인 것은 바로 도경 그 자신이었다.

그렇게 은하수 별 성인멤버들 끼리의 어른스러운(?) 술자리 2차전이 시작 되었다.

“건배!!!”

떠들썩하지만 싫지 않은 분위기에 다들 즐겁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

짝!

“뭐라고 했어!? 이 X년아.”

은하수별에서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다른 곳에서는 살벌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소,소영아. 내가 뭘 어쨌다고?”

“뭐라고 했냐고!!!”

분노하며 외치는 강소영의 모습에 뺨을 맞았던 소녀는 날벼락 맞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

자신의 친구가 감정기복이 심한 면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친한 자신만 알고 있을 수 있는 사실에 싫어하기보다 뿌듯함마저 느낄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친구를 좋아했다.

‘내가 뭐 실수하게 있었나?’

욕을하거나 짜증을 부리는 적은 있지만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손찌검을 하는 것은 단언컨대 처음이었다.

“소영아. 내가 잘못 했어 기분 풀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우선은 사과하는 그녀는 강소영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주변에 있던 소녀들도 그녀를 도와 강소영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래 소영아 오늘 너 캐스팅오디션 합격 축하파티 온 건데 기분 풀어.”

“맞어. 진아도 너한테 이렇게 미안하다 사과하잖아.”

씩씩.

자신들의 친구들의 말에 강소영은 흥분한 기색을 천천히 가라앉히길 시작했다. 그녀들의 말대로 오늘은 꿀꿀했던 기분을 날리기 위해서 놀러 나온 자리인데 화를 내는 것은 어리 섞은 일이었다.

‘이건 나답지 않아.’

강소영은 자신이 흥분하는 것을 느끼며 자꾸만 평상시와 다른 자신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렸다.

울컥.

이 원인이 어디서 나오는 지 아는 그녀는 차분함을 되찾는 와중. 또 다시 치밀어 오르는 화에 가슴이 울컥 거렸다.

찌릿.

‘멍청한 년이 하필 그 새끼 이름을 들먹여서..!’

강소영이 축하자리에서 이렇게 화를 낸 이유는 바로 자신의 친구가 꺼낸 이름 석 자 때문이었다.

“지성준...”

강소영이 자신들의 친구들을 향해 살피다 뺨을 감싸고 있는 소녀를 노려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응?”

“앞으로 지성준이라는 이름을 내 앞에 꺼내지마.”

“어, 어. 미안해 소영아.”

겁에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를 보며 강소영은 굳었던 안색을 풀고 그녀의 뺨에 손을 대고 미안함 표정을 지었다.

“나도 미안해. 아팠지~?”

“어. 아니야. 소영이 네가 싫어하는 말을 한 내 잘못이지. 괜찮아.”

참 이상한 일이었다.

때린 사람은 강소영이고 맞은 사람은 그녀였는데 사과는 뺨을 맞은 사람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두들 이를 당연시 여겼다. 왜냐하면 그녀들에게 있어 강소영은 자신들에게 자랑스러운 친구이면서 이 무리를 유지하게끔 만들어주는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 무리 속에서 가져다주는 이점을 위해서라면 아까 같은 일은 금방 웃으며 넘길수 있었다.

“자자! 모두들 짠 하자. 우리 자랑스러운 친구 소영이를 위하여!”

“위하여!”

경직되고 살벌했던 분위기는 달달한 와인과 디저트로 금방 화기애애지고 모두들 익숙하게 강소영을 예찬하기 시작한다.

“우와 이 인형 귀엽다.”

“서재 봐 소영이는 책도 많이 읽네. 역시 아티스트들은 책을 많이 읽는구나.”

“화장품이 의외로 적네. 역시 얼굴이 예쁘니까 이런 거가 별로 필요 없구나.”

시끌벅적.

현재 그녀들이 와있는 장소는 강소영 그녀의 대궐 같은 주택.

공주님이 사는 방처럼 화려하고 예쁘게 꾸며진 강소영의 방안에서 그녀들의 얼굴은 어느새 즐거움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평소 꿈꿔오고 동경했던 자신의 친구의 방안에서 자신들도 공주님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들뜬 것이다.

‘재미없어. 수준 낮아서 어울려 주기도 힘드네.’

정작 방안의 주인인 당사자는 그녀들을 자신의 시녀 그 이상 그 이하로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다.

평상시라면 그녀들의 칭송과 아부에 기분이 좋아질 텐데 지금은 그저 시끄러운 소음공해 밖에 되질 않는다.

‘지성준...’

빠드득.

자신에게 수치와 패배를 안겨다 준 존재를 떠올리며 강소영은 이를 갈았다.

‘그 건방진 놈을...’

[TG] 기획사에 캐스팅된 그를 떠올리며 그녀는 엄지손톱을 입안에 집어넣어 가볍게 이로 물어뜯었다.

까득.

어느새 입안에 집어넣은 엄지손톱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고 성준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지독하게 피어올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치워야 겠어,”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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