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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58화 (58/357)

58화

“으으으...”

꿈틀꿈틀.

멀쩡한 침대를 두고 도경은 방 한구석에 구겨져서 바닥을 좌우로 구르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물!”

깨질 것 같은 두통과 울렁거리는 속에 천천히 정신을 차리며 심호흡하는 도경의 입에서 지독한 알코올 냄새가 풍겨왔다.

꿀렁.

“욱!”

갈증에 떠올린 물. 그런데 물을 생각하자마자 역한 울렁거림이 치솟아 올랐다.

‘토, 토 나온다!’

벌떡.

본능에 가까운 다급함에 도경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제대로 눈도 뜨지 않고 화장실을 향해 달려갔다.

벌컥.

흰 문을 벌컥 연 도경은 눈앞에 보이는 새하얗고 순결한 변기를 보자마자 양옆을 손을 붙잡고 자세를 잡는다.

“욱! 우웨에엑!”

고개를 튕김과 동시에 히드라마냥 토해내는 도경의 위산은 그대로 변기의 사방군대를 더럽히기 시작했다.

철퍼더더덕.

3초간 끊이지 않고 나오는 토사물. 덕분에 변기 물이 도경의 얼굴을 적시기도 했지만, 도경은 멈추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게워내는데 여념 없었다.

“우웨 엑. 으...”

마지막 한 톨까지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낸 도경은 1,2초간 멍하니 있다 변기 손잡이를 내렸다.

꾸욱.

꾸르륵 푸화학.

변기 물이 내려 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도경은 고개를 좌우로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후우... 죽겠다.”

찌르는 두통에 눈을 질끈 감고 천장을 바라보며 인상을 쓰는 도경은 어제 일을 떠올렸다.

“아이고야... 내가 미쳤지.”

광란 그 자체.

뛰놀며 미친 짓거리를 했던 장면들이 머릿속에 플래시백으로 스쳐 지나갔다. 날뛰는 건 기본이고 잔망스럽게 춤까지 췄던 어제 일이 떠오르자 도경의 얼굴이 자괴감으로 물들었다.

“글렀어. 아, 미친놈이지 내가.”

전에도 술에 떡이 된 적은 있지만 품위는 지켰건만, 어제는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술자리를 가진 멤버들이 편하기도 했고 오디션프로그램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버리기 위해서 정신을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중간까지밖에 기억이 안 나냐. 불안하게.......”

지구에서 처음으로 필름이 끊긴 경험을 한 도경은 필사적으로 술자리 중반 이후의 일을 기억하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자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도경이 보통 사람인가?

7년간 전쟁을 겪으며 하루를 마지막처럼 살아온 습관이 배겨있던 사람이다. 무언가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

거울을 바라본 도경은 놀라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 머리카락 색은? 그리고 왜 벌거벗고 있지?”

뒤늦게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도경은 벌거벗은 거야 술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다 치지만 자신의 머리카락색이 붉게 염색되어있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유지되는 기억 속에도 자신의 머리색은 분명 검은색이었는데 말이다. 자신의 붉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도경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점점 더 불안해지고 말았다.

“아. 염색은 잘 됐네...가! 아니라. 진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거울로 나름 붉은색이 잘 어울린다고 자신을 살펴보다 정신을 퍼뜩 차린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인지 기억을 더듬기 시작하는 그때 도경의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엄마 저 연습 때문에 빨리 가야 한다니까요. 오빠나 깨워서 밥 먹여요.”

“이, 이런.”

화장실 문 앞까지 들리는 자신 동생의 목소리에 도경은 당황하며 서둘러 문을 잠그려 했건만 불행히도 소희의 손이 먼저 화장실 문손잡이를 잡아 문을 열고 말았다.

“응? 오빠? 그 머리는...”

“아...”

문을 열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자신 오빠의 얼굴을 보고 그의 붉어진 머리를 보는 소희.

그런데 자신의 오빠의 표정이 당혹감과 섞여 있는 것을 깨닫고는 소희는 갸웃거리며 그를 살폈다.

“왜 안색이...!”

원시시대 인간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도경을 뒤늦게 발견한 소희는 경악한 표정으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 지금 뭐,뭐,뭐.....!”

도경이 명상과 운동을 병행한 덕분에 생각보다 매끈한 근육들이 자리 잡혀있는 몸은 그리 불쾌하지 않았지만, 두 다리 가운데 달린 흉물은 도저히 그녀의 정신력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동생한테 뭘 보이는 거야 이, 변태야!!!”

휘익!

“자, 잠깐!”

소희의 여자로서의 방어 본능이 제대로 작동되었다.

오랜 기간 태권도인으로서 수련했던 경험은 헛되지 않았는지 신속한 스텝전환이 이루어짐 동시에 몸의 탄력과 반동으로 몸을 빙그르르 도는 소희.

퍼억!

“꺼억...!”

남자라면 상상도하기 싫은 고통이 도경의 척추를 통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득 채웠다. 이 순간만큼은 숙취 때문의 두통도 울렁거림도 생각나지 않았다.

털썩.

자연스럽게 힘이 빠진 도경은 무릎을 꿇고 말 못 한 고통에 조용한 신음을 흘리며 자신의 분신을 소중히 감싸 쥐었다.

“어흐. 내 주니어! 아직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내 주니어가!”

부들부들.

“더러워. 대체 내가 뭘 본거야...”

고통에 찬 도경의 목소리에도 소희는 통쾌함은커녕 눈에 아른거리는 그 물체의 잔상에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털썩.

글썽글썽.

“흐으... 히끅! 으...”

이내 자신의 여성력의 순결을 잃은 것을 깨달은 박소희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앙.”

“야! 니가 왜 울어?”

가해자가 피해자를 때리고 울다니?

소희의 얼터구니 없는 반응에 도경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몰라. 이 더러운 변태야!”

“더럽다니? 너야말로 더러운 살인마다. 하늘나라로 간 내 주니어의 베이비들에게 사과해라.”

“으아아앙!”

도경의 저질스러운 말에 소희는 더욱 더 크게 울었다.

“소희야 무슨 일이니?”

“엉엉엉 엄마!”

세상이 무너지듯 통곡하는 박소희의 울음에 도경의 가족들 모두 화장실 근처로 모이기 시작했고 소희는 자신의 엄마 서여사의 품속으로 안기어 대성통곡한다.

품에 안긴 자신의 딸을 토닥이는 서여사는 뒤늦게 화장실 바닥에 나체로 이상하게 쓰러져 있는 도경을 발견하였다.

“도경이 너는 그게 또 무슨 꼴이니?”

“그, 그게...! 맞다 샤워 하려고...”

“샤워?”

힐끔.

도경의 창백하고 미이라 같이 푸석한 얼굴. 그리고 변기 근처로 튀어있는 붉은 토사물. 45년간 주부로서 살아온 경험이 모든 상황을 유추하고는 도경의 거짓말을 간파 했다.

질끈.

“그래 도경이 너도 아버지의 아들이라 이거지.”

서여사는 자기 입술을 잘끈 깨 물으며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아들을 향해 서늘한 음성을 내뱉더니 자신의 뒤에 있는 남편을 슬쩍 노려보았다.

흠칫.

“흠흠 여, 여보 거기서 내가 왜 나와.”

그녀의 행동에 묵묵히 상황을 살피고 있던 남편 박호찬은 당황하며, 그녀에게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분노한 서여사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였다.

“역시 유전이라는 게 있나보네요. 도경이 모습이 많이 낯설지 않네요. 안 그래요 자기?”

“으음, 나는 출근 준비를...”

후다닥.

죄지은 전력이 있었기에 박호찬은 스리슬쩍 그녀의 눈을 피하며 발을 떼서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수 십 년간 부부로 살아온 본능이 지금 이 자리를 후퇴하라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도경 너...!”

“네... 그런데 엄마 저 일단 옷부터...”

결혼초기 남편 박호찬의 술버릇 때문에 고생했던 과거가 있는 서여사는 이 상황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당장 입고와!”

“네에...”

‘아, 쪽팔려 이제 다시는 술 안 마신다.’

최악의 상태에 최악의 상황이 몰아 닫친 재해에 도경은 아침부터 울상 지으며 의미 없는 다짐을 하였다.

---

[연습실]

“후우... 삶이란 무엇일까.”

비련의 주인공처럼 연습실 거울에 기대며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주변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청년의 정체는 바로 도경이었다.

집에서 벌어진 헤프닝 때문에 온 가족에게 미친 듯이 깨지는 아침을 맞이한 도경은 몸도 마음도 아픈 자신을 위로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를 위로해주는 것은 나 자신뿐. 그것이 인생. 인생이란...”

개똥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도경의 상태는 매우 맛이가 있었는데 사실은 가족한테 깨진 것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뒤늦게 확인한 자신의 추태에 멘탈이 가루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키킥킥.]

[도경이는 너무 불쌍해. 한 번만이라도 엣 시절의 붉은 머리의 미남으로 돌아가고 싶어. 근데 안 될 거야. 내 머리는 검잖아. 흐어엉.]

[대박! 도경이가 운다.]

추하게 옛 시절을 그리워하며 우는 도경의 모습에 모두들 웃음 짓고 있었고 이를 보던 이지원의 눈빛에 악독한 장난기가 서리기 시작한다.

[오빠 그럼 머리 염색할래요?]

[염색?]

[네. 염색하면 붉은 머리 할 수 있잖아요. 지금 시간에도 열려 있는 미용실 있는데 어때요?]

[갈래. 도경이는 빨간 머리로 염색하고 싶어요.]

[소름. 자기를 이름으로 불러.]

[정훈아 이거 녹화 잘되고 있지.]

끄덕.

[네 물론입니다 한수 형님.]

염색한 머리의 출처를 뒤늦게 안 도경은 밀려오는 수치심에 익사할 것 같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듯 단톡방에 수십 개의 올라오는 동영상을 보며 그것은 약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염색 전 영상)

[누나 도경이 머리 뿌리까지 팍팍 염색해 주데염.]

[푸웃. 네네. 걱정하지 마세요.]

[헤헤헤. 누나 이브다.]

(염색 후 영상)

[오오오! 카일 이다. 이 붉은 머리 우수에 젖은 눈동자 오뚝한 코. 완벽해 옛날로 돌아 왔어.]

[카일? 생각보다 잘됐네요. 손님. 잘 어울려요.]

[그대 이름은 무엇인가.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를 올리고 싶군.]

[꺄하하하!]

[하하하.]

붉은색 머리에 흡족해하며 카일로 돌아온 줄 착각한 도경의 폭주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느끼한 옛 시절의 말투로 미용실 직원에게 작업을 거는 둥 온갖 추태를 부리는 것부터 시작해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세레나데까지 부르는 등 도경의 생쇼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는데 불행히도 그 모든 것들은 모두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 착실히 녹화 되고 있었다.

그것은 바꿔 말해 은하수 별 멤버들 모두가 도경의 평생분의 흑역사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도경아 카페 올 때 XX제과점 마카롱 사와라. 그럼 형이 영상을 지워주는 선처해 주마.]-정한수

[네! 형. 색깔별로 사 가겠습니다.]-도경

[도경씨 이거 영상 올리면 안 되겠죠? 조회 수 폭발적일 것 같은데... 올리면 안돼요?]-최정훈

[뭘 스리슬쩍 부탁하는 겁니까? 절대 안 됩니다.]-도경

[시무룩.]-최정훈

[도경 오빠 나 다음앨범에 낼 작곡한 곡 있는데 편곡 도와 줄 거죠?]-이지원

[언제든지 부르면 도와드리겠습니다.]-도경.

[도경아 나도 곡 하나만 써주면 안 돼?]-김우진.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는 거...]-도경

[아! 도경이 네가 변기 물을 우물이라고 우기면서 먹으려고 한 동영상을 안 올렸네.]-김우진

[형과 나 사이인데 그쯤이야! 형 데뷔 앨범을 위해 곡 남는 거 하나 드릴게요.]-도경.

[우와! 좋겠다. 우진 오빠.]-이지원

동영상을 일일이 확인하며 고통 받는 도경의 심정은 생각하지 않고, 마치 지분을 가진 투자자들처럼 도경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멋대로 요구하고 있는 멤버들을 향해 도경은 인간불신마저 걸릴 지경이었다.

“진짜 이거 실화냐? 정말 당분간 혼자 있고 싶다.”

끼익 철컥

쿵!

다시 한 번 삶이 무엇일까. 화두를 떠올리려는 한편. 굳게 닫혀있던 연습실 문이 열리면서 1남 1녀의 두 사람이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도경아 다시 연습 시작할까?”

스윽.

“네...”

연습실로 들어온 사람들은 도경이 엊그제 춤을 가르쳐 달라고 했던 박진용 심사위원과 김주희 두 사람.

그 둘을 보며 도경은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더 기운이 없네?’

“도경아 오늘 무슨 일 있니 ”

머리는 정열적이게 붉게 물들여 와놓고는 그와 반대로 저조한 상태를 유지 중인 도경의 모습에 박진용 심사위원은 컨디션이 괜찮은지 물었다.

“아니에요 저 멀쩡합니다.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멀쩡해요. 하하하...”

그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멈칫했지만 애써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웃음을 보였다.

“전혀 멀쩡해 보이지 않는데...”

‘뭐 그래도 몸 상태는 괜찮아 보이니 알아서 관리 하겠지.’

썩은 미소를 짓는 도경을 보며 박진용은 신음성을 흘렸지만 가르쳐 주는 춤의 동작들을 쑥쑥 흡수하는 도경의 상태를 떠올리며 댄스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럼 수업 재개할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박진용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뜻밖에 됨됨이가 괜찮아. 배움에 있어서 진중하고 성실하고 예의도 나쁘지 않고...’

뛰어난 재능 때문에 도경이 다소 오만할거라 생각했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배움에 있어서는 철저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향해 존중과 예의를 보이는 도경의 행동이 박진용은 마음에 들었다.

“그냥 자기감정에 솔직한 성격이었던 거야.”

아까 전에 썩어있던 표정은 수업을 시작한다는 말에 곧바로 사라졌었고 오히려 매서 울 정도로 집중한 눈으로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는 도경의 모습에 박진용은 도경이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저... 저기.”

“!?”

“응?”

두 사람 댄스수업 돌입하기 직전 옆에서 조용히 둘을 보고 있던 김주희가 도경에게 다가와 무언가를 들어 올려 건네었다.

“이건?”

[여X 2080]

7cm 크기의 갈색 병의 드링크제.

도경은 근래에 들어서 이것이 숙취에 잘 드는 포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경은 그것을 받아들이며 김주희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어떻게 내가 숙취를 가지고 있는지 알았어?”

“지켜보다 보니까 왠지 그럴 것 같아서요. 그거 드시면 조금은 상태가 나아지실 거예요. 제가 괜한 참견 한 걸까요?”

왈칵.

“바보... 그럴 리가 없잖아!”

“네에? 바, 바보?”

“그래 이 천사 같은 바보야.”

눈치를 보는 김주희를 향해 도경은 아까 전에 지녔던 인간불신이 사르르 녹는 것을 느꼈다. 역시 상처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상처를 회복시켜 주는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도경은 미소녀의 따스한 위로만큼 이 세상에 힘이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너는 내 동생과 달리 얼굴만큼 마음씨도 곱구나. 고맙게 잘 먹을 게. 트리샤 다음으로 너를 응원할게.”

“네, 네? 헤헤헤. 고마워요.”

갑작스러운 트리샤의 이름을 꺼내는 도경의 말에 당황했지만, 김주희는 도경의 행동에 악의가 없는 것을 깨달으며 피식 웃었다.

‘의외로 재미있는 오빠였네.’

수수한 인상과 다르게 워낙에 세게 나가는 언행과 심드렁한 태도를 취해 참가자들 사이에서 다가가기 힘든 존재였는데 말을 섞어 보니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RRRRrrrr!

“응?”

도경은 감격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자신의 스마트폰에 전화 오는 진동 소리에 도경은 뒤돌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연습 중에 전화 올 사람은 없을 텐데?”

자신의 번호를 아는 사람은 10명도 넘지 않는데 지금 자신이 연습하는 이 시간에 연락할 사람이 누구일지 떠올려본 도경은 고개를 저었다.

[빚쟁이 성준]

“어, 성준이?”

발신자가 성준이인 것을 확인한 도경은 더욱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바라보다 무언가 받아야할 것 같은 느낌에 박진용 심사위원의 양해를 구했다.

“저, 죄송하지만 전화 좀 한통화만 빠르게 확인하겠습니다.”

“응? 그래 받도록 해.”

“감사합니다.”

박진용의 허락과 동시에 도경은 전화를 받았다.

삑.

“여보세요?”

[여보세요!?]

“...!?”

평범한 통화 인사말이었지만 도경의 얼굴에 심상치 않은 표정이 얼굴에 떠올랐다.

“이 목소리는 미진이... 미진이야? 성준이는?”

[흐어엉! 도경오빠 성준이가..!]

“......말해”

[그게...]

소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자 도경의 근처에 있던 박진용 심사위원과 김주희가 흠칫거렸지만, 도경은 그 둘을 신경 쓰지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미진이의 말을 다 듣고 시작한다.

빠드득.

“거기 어디야?”

모든 사정을 들은 도경은 이를 갈았다.

나지막이 묻는 도경의 목소리에는 짙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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