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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60화 (60/357)

60화

우당탕탕.

와장창!

“헉헉! 지긋지긋한 놈.”

한 명이 다수에게 덤비는 것은 역시 무모했다. 거칠어진 싸움은 어느새 성준의 패색이 짙은 싸움으로 끝이나 있었다.

쿨럭쿨럭.

성준은 바닥에다 기침을 터트리며 숨 가쁜 가슴을 달래었다.

현재 성준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교복은 소매와 단추는 다 뜯긴지 오래였고 그의 얼굴은 심하게 부어올랐고 몸 여기저기 생채기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성준은 눈빛만큼은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독기 찬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퉷.”

맞으면서 입안이 심하게 찢어졌는지. 자꾸만 비릿한 피가 입안에 차오르자 성준은 표정을 찌푸리며 바닥에 피로 흥건한 침을 내뱉었다.

‘좀 참을 걸 그랬나?’

때리고 맞으면서 어느 정도 이성을 찾은 성준은 잠깐 후회를 해보았지만, 이내 의미 없는 가정을 털어내고는 주변을 살폈다.

힐끔.

“다행히 미진이는 자리를 피했구나.”

자신의 친구가 이곳에 피한 것을 확인하고는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한 성준은 비틀거리며 자리에 일어서며 앞의 5명의 남학생을 노려보았다.

“퉷, 독한새끼.”

성준도 엉망이지만 성준이를 상대한 남학생들도 멀쩡한 모습은 아니었다.

성준이 주변의 식기와 물건들을 잡히는 대로 집어던 지며 끈질기게 공격하고 반항한 덕분이었다.

머리 뜯기는 기본이고 의자로 자신들의 머리를 후려치려 할 때는 식겁하기도 했었다.

“뭐 저런 중딩새끼가 있냐?”

지금도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부서진 의자다리를 집어 올리는 성준을 바라보며 욕지거리가 치밀어 오른다.

“그렇게 처맞았으면 길만한데 아직도 펄펄하네.”

홀몸으로 5명의 상대로 저렇게 겁 없이 달려드는 놈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맞아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자신들을 향해 어떻게든 한 방을 먹이려는 성준을 보며 솔직한 심정으로 조금은 질린 상태였다.

“야 그만 놀고 저 새끼 빨리 조져. 시간 없어.”

“시끄러 시팔. 누구는 안 그러고 싶은 줄 알아? 이거 용돈 벌이 치곤 손이 많이 가잖아.”

“더 받으면 되지 병신아.”

“...?”

성준은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고 있던 와중. 그들의 대화를 듣고 이상한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을 알아 차렸다.

“용돈 벌이? 너희들 일부러 나를 노린 거였어?”

남학생들의 대화를 듣자 성준은 지금 벌어지는 일이 우연한 시비로 인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성준의 말에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던 학생이 친구들을 타박했다.

“이 멍청한 새끼들아 그걸 이야기하면 어떻게!”

“뭐 어때.”

“그래 어차피 저 새끼만 조지면 다 되는 거잖아.”

“휴우...”

친구들의 말에 리더로 보이는 남학생은 한숨을 내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짜증 나게...! 일단 저 새끼 팔 다리 잡아.”

드르륵.

주머니에서 커터 칼을 뽑아 든 남학생은 성준을 노려보았다.

“얼핏 눈치챈 대로 비즈니스니까 원망하지 말아라.

서로 피곤하게 굴지 말고 얌전히 있어. 그럼 얼굴에 조금만 생채기내고 우리도 꺼져줄 테니 말이야.”

“뭐라고? 비즈니스? 생채기?”

비즈니스니 얼굴에 상처를 낸다니, 절대 일방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보복행위로 넘어서 구체적인 요구사항까지 달려있는 청부나 다름없는 의뢰인 것을 성준은 깨달았다.

“누구야...?”

“응?”

“너희한테 그런 부탁을 한 사람이 누구냐고?”

“글쎄? 그걸 말해줄 정도로 우리가 바보는 아닌데 말이야.”

“.......”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자신의 얼굴에 흉터를 낼 것을 요구하는 의뢰 주가 누구인지 감히 잡히지 않았다.

‘내 얼굴에 상처를 내달라고...? 도대체 왜?’

의뢰한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자신을 지독히도 싫어하고 악의를 품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좀 더 생각할 정리할 시간을 가지고 싶었지만, 자신을 포위하며 슬금슬금 다가오는 남학생들을 보며 성준은 자신에게 시간이 없는 것을 알았다.

“영화도 아니고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줄이야. 참나...!”

청부라니. 정말로 현실에 이런 일이 있구나. 생각이 드는 한 편. 그게 왜 하필 자신에게 일어나는 것인지 성준은 어이가 없었다.

“좀. 편히 살면 안 되냐? 인생 한번 뭐 같네.”

“쿡쿡. 뭐래 병신이? 칼 보더니 쫄았냐?”

이제야 자신의 인생에 좀 순탄하려나 싶더니. 아무래도 빌어먹을 현실은 자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싶었다.

꾸욱.

“너희들 뒷생각은 안 하는 거냐? 흉기까지 쓰면 어떻게 될지 알 텐데?”

“킥킥킥. 언제부터 학용품이 흉기가 됐냐? 흥분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면 장땡이야. 끽해야 정학 아니면 소년원이야.”

“쓰레기 같은 새끼들...!”

커터 칼의 날을 장난스럽게 쓰다듬는 남학생을 보며 성준은 욕을 내뱉었다.

‘왜 저런 놈들은 나쁜 쪽으로만 머리가 돌아갈까?’

분하지만 남학생의 말 대로였다.

생긴 건 어른 뺨치게 삭았지만, 저들의 나이와 신분은 미성년자.

대한민국 사회에서 미성년자들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처벌이 얼마나 미약한지 성준은 안다.

“야. 얼마 받기로 했냐? 내가 그 돈 줄 테니까 그냥 가면 안 되냐?”

“뭐래. 네 같은 가난뱅이한테 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있을 리가 없잖아. 우리가 너에 대해 모를 것 같아? 방송으로 다 봤다고.”

“천만 원?”

“그래. 근데 너 아까부터 우리를 아주 머리에 든 게 없는 호구로 본다? 네가 천 만원 줘도 우리가 받을 리 가없잖아. 네가 신고하면 끝인데 말이야.”

상상도 못 한 액수에 성준은 속으로 놀라고 있을 때 남학생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성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 성준은 회유도 물 건너 같다고 생각했다.

“천만 원이라 말이지...”

자신의 주위에 돈 많은 사람을 떠올리자 어렴풋이 흑막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강소영’

확실한 건 아니었지만, 머릿속에 유력하게 떠오르는 후보는 그녀밖에 없었다.

‘원한 관계’, ‘천만 원’, ‘얼굴의 상처’, ‘K스타’

머릿속에 키워드를 맞추며 성준은 내심 흑막은 그녀가 범인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귀가 다 들어맞는다.”

꾸욱.

“나쁜 년.”

입술을 깨문 성준은 욕설을 내뱉으며 뒤로 주춤주춤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주춤.

‘싸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고.’

남학생들 싸우는 곳에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줄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겠는가.

카페 2층에는 성준과 5명의 흉악한 남학생들밖에 없었다.

힐끔.

‘도망은 퇴로가 막혀서 불가능... 아니, 잠시만!’

불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타개책을 찾던 성준의 눈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아! 빌어먹을 쉬운 거 하나 없네...”

“그래 그렇게 포기하면 얼마나 좋아.”

깊게 한숨을 내뱉는 성준.

그를 바라보던 남학생들의 리더는 성준이 드디어 포기했구나 생각했다. 아무리 용 써도 독안에든 쥐.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무것도 없었다.

“포기?”

“응?”

“너희들 같은 상대로 내 사전에 포기는 없어. 개자식들아!!!”

휘이익!

“히익!”

5명 학생 중 맨 가외에 있는 학생은 경악성을 내뱉으며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 의자 다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의자 다리 모서리에 얼굴을 찍히고 말았다.

콰직!

“아아악! 내 코...!”

“너, 이 새끼!!!”

“좆까!”

딱딱한 의자 다리로 부지불식간에 얼굴을 얻어맞은 남학생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고 모두가 놀라 친구를 바라볼 때. 성준은 바람처럼 달렸다.

휘익!

타다다닥!

의자 다리를 던짐과 동시에 이미 바닥을 박차고 달리고 있던 성준은 다섯 명의 남학생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던지며, 자신이 조금 전 시선을 고정했던 곳으로 달려갔다.

성준이 시선을 두고 있었던 곳은 구석진 자리에 있던 낡은 작은 창문. 성준은 창문을 막은 화분을 치우고 창을 열었다.

끼익!

텅!

“너 이 새끼 미쳤어? 당장 안 내려와?”

“싫은데?”

터억!

성준의 행동에 놀란 패거리의 우두머리 학생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를 향해 외쳤다.

“거길 뛰어내릴 생각이냐? 너 그러다 큰일 난다.”

“지랄. 누가 보면 네가 내 걱정을 해주는지 알겠네. 이거나 처먹어라.”

성준은 자신의 몸을 창가의 턱 위로 다리를 올리고 그들을 향해 감자주먹을 내밀이며 이를 한 번 꾹 악물며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야!!”

휘익!

쿠당탕!

콰앙.

쿵!

창가 밖으로 뛰어든 성준. 그리고 창밖에서 울려 퍼지 살벌한 소리에 다섯 명의 남학생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저 미친 새끼!”

6m 높이가 되는 2층을 맨몸으로 망설임 없이 뛴 성준을 향해 칼을 든 남학생이 욕을 내뱉었다.

“저, 정말 뛰었어!”

“죽은 거 아니야!?”

“이 새끼들아 지껄이지만 말고 얼른 가서 확인해봐!”

후다닥!

성준이 잘못 돼서 일이 커지면 자신들에게도 손해였기에 그들의 입장으로선 성준의 상태를 꼭 확인해야 했다.

그의 말에 창가로 당황하며 달라 간 학생이 밖의 풍경을 보고 울상을 지었다.

“야 기준아. 그 새끼 바닥에 쓰러져 있다.”

“상태는?”

“그, 그게...”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탁!

“에이 씨. 비켜봐 병신아.”

양아치 짓거리를 골라서 다 해본 천하의 그라도 살인범이 되기는 싫기에 창가 앞을 막아서는 친구를 밀쳐내고 성준이 쓰러진 자리에 시선을 옮겼다.

바글바글.

거리를 지나고 있던 사람들이 2층에서 위로 떨어져 바닥에 쓰러진 성준에게 놀라 그를 향해 모이기 시작했다.

움찔.

스으윽.

척!

“휴...”

아무런 미동도 없던 성준이 갑자기 움찔거리더니 한 바퀴 몸을 돌려 대자로 몸을 피며 누웠다.

그 모습을 보자 가슴 졸였던 심장을 다독이며 한숨을 내쉰 기준이라 불렸던 남학생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재, 재들이 저를 밀었어요. 도와주세요!”

바닥에 쓰러져 있던 성준이 자신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씨발 제대로 꼬였네.”

드르륵.

성준의 상태를 걱정하던 사람들이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커터 칼을 들고 있는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뒤늦게 칼날을 집어넣었지만, 너무나 목격자가 많았다.

“야 다들 튈 준비해.”

“어? 걔는 멀쩡해?”

“멀쩡하다고! 지금 우리가 좆 되게 생겼으니까 빨리 튀어!”

“으응.”

상황이 텄다는 것을 느끼는 그는 커터 칼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서둘러 카페를 벗어나려 했지만, 그것도 수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우르르.

2층 계단을 내려오는 남학생들의 표정이 핼쑥하게 변하였다. 교복을 입은 한 소녀가 경찰들을 이끌고 카페 안으로 들어서는 장면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어이 거기 학생들. 지금 밖에 있는 학생 너희들 짓이냐?”

매서운 눈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경찰을 보며 그는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씨발! 진짜 개 같네.”

퉤!

“아저씨들 우선 경찰서 가서 애기하죠.”

상황이 종료된 것을 깨달은 그는 침을 바닥에 내뱉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마치 영화 속의 악당같은 폼새.

“허.”

“왜요? 가자니까요?”

어디서 본 건 있는지 멋들어지게 반항할 의사가 없다 표현하는 모습이었지만. 경찰들의 눈에는 개념 없는 학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짝!

“이 새끼가 뭘 잘했다고 무게를 잡아?”

“악! 세금 받는 민중의 지팡이가 지금 선량한 학생을 친 거예요? 이래도 되는 겁니까? 네!?”

“민중의 지팡이? 오냐 내가 민중의 지팡이다.”

애써 잡은 자신의 마지막 가오를 무너트린 경찰을 보며. 남학생은 고래고래 소리 질렀지만, 중년인으로 보이는 경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손을 들어 올려 남학생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너 같은 새끼 때려잡는 민중의 지팡이.”

퍽!!!

“아악!”

두꺼운 손바닥으로 머리를 후려 맞은 남학생은 비명을 질렀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픈 충격이었다.

“당신 누구야? 경찰이 이래도 돼?”

“정년 퇴임까지 1년도 안 남은 경찰은 이래도 된다! 새끼야! 어린놈이 못된 것만 처 배워가지고!”

퍽퍽퍽!

“아악.”

평범한 경찰이라면 골치 아플 일이 생길까 봐 쉬쉬하지만, 정년퇴직까지 1년도 남지 않는 말년에 그에게는 두려울 게 없었다.

그렇게 5명의 남학생은 경찰의 인솔에 얌전히 따라가 경찰차에 올라 타기 시작한다.

“성준아 괜찮아?”

“흐흐흐. 머리가 핑 도네.”

“성준아?”

쓰러지면서 상황을 지켜보던 성준은 희미한 미소를 흘리며 경찰에게 끌려가는 남학생들을 보며 웃음 지었다.

“새끼들 꼴 좋다.”

욱신욱신

“윽!”

통쾌함에 바보처럼 웃던 성준은 뒤늦게 느껴지는 통증과 현기증에 다시 드러누웠다.

“새끼들아 좀 이따 보자... 억..!”

“성준아!”

몸이 빙그르르 도는 감각에 성준의 두 눈은 천천히 감기기 시작한다.

“1, 119에 전화해야해!”

의식을 잃어가는 성준을 보며 놀란 미진은 서둘러 119에 전화하여 응급차를 보내달라며 위치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흐어엉! 성준아 죽으면 안 돼.”

잃어가는 의식 속에 미진이 우는 소리가 들리자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호들갑은...’

베시시.

성준은 그렇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난생처음으로 기절을 경험해 보았다.

“보, 보호자가...! 아, 성준이 할머니 할아버지는 많이 놀라실 거고 성준이 원하지 않을 거야. 누군가가... 아!”

쓰려져 있는 성준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사람을 떠올리다 미진은 성준이 친형처럼 따르던 도경의 존재를 떠올렸다.

“저, 전화번호가...!”

미진은 성준이 떨어트린 폰을 주어 올려 떨리는 손으로 도경을 향해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Rrrr

철컥.

[여보세요?]

도경의 무심한 목소리에 미진은 자신도 모르게 울음을 다시 터트리고 만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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