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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61화 (61/357)

61화

덜컹!

“성준아!”

“아 형. 왔어요?”

뿌득.

“꼴이 말이 아니네.”

병원으로 황급히 달려온 도경은 침대 위로 누워있는 자신의 동생 성준을 바라보며 표정을 구겼다.

그도 그럴게 곱상하던 얼굴은 퉁퉁 부었고 두 눈은 푸르게 피멍 들어있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하. 조금 그렇죠?”

“좀 그렇다고? 미련한 놈아. 시비 붙으면 도망갔어야 할 거 아니야? 뒷생각은 안 해?”

“쩝. 그러게요. 그때 순간 성질을 못 이기고 이성을 잃어서...”

자신의 다그치는 말에도 입맛을 다시며 시선을 돌릴 뿐.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성준을 향해 도경이 혀를 내둘렀다.

“어휴. 나도 만만치 않지만, 너도 성격 참 대책 없다.”

“헤헤헤. 그러니까 형 동생 하죠.”

“시끄러워.”

“윽.”

도경의 외침에 성준은 움찔하며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며 통증을 호소했다. 순간 몸에 힘을 주자 부러진 늑골에 통증이 온 것이다.

부르르르.

“으으으...”

“늑골 금 갔다며? 노래는 할 수 있겠어?”

병실에 들르기 전/ 성준의 상태를 간호사에게 미리 들은 도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

“해봐야죠.”

“그래. 통증이 심하겠지만 뭐가 되었든 간에 노래할 수 있으면 해야겠지. 핸디캡이라 생각해.”

“킥! 핸디캡이라 그거 마음에 드네요.”

“그러니까 푹 쉬면서 몸 회복에 전념해. 난 나머지 일 처리하러 일단 경찰서 갔다 올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를 거야. 네가 계단에 굴렀다고만 말해뒀거든 아마도 내일쯤에 오실 거다. 일단 너 치료받고 푹 쉬어야 한다고 말해두었어 그래도 전화는 드리는 게 좋겠지. 아! 기획사 쪽에도...”

“저...”

“응?”

“아니에요. 고마워 서요. 형...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오기 전에 일사천리로 일 처리를 한 도경의 말을 듣던 성준은 그를 보며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이내 관두고는 그에게 고맙다고만 말했다.

툭!

“뭐, 얼마나 무리한다고.”

벌떡.

도경은 성준의 머리를 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볼게.”

“벌써요?”

“오래 있어 봤자 너한테 안 좋아. 푹 쉬어.”

“네...”

얼굴에 무언가 침울한 구름이 껴있는 성준을 보며 도경은 뒤돌아서며 문 밖으로 걸었다.

저벅저벅.

‘미안함’.‘걱정’.‘불안’

성준에게 읽어낸 파동의 감정들이었다. 도경은 성준이 매우 불안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준이 자신을 향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멍청한 녀석 혼자서만 끙끙 앓고 말이야.’

차라리 아까 말을 하지. 저리 혼자서 불안을 삭히는 모습에 그가 안쓰럽고 그 미련함에 짜증이 났다.

‘요령이 없어요. 요령이...!’

드르륵.

우뚝.

병실의 문손잡이를 잡고 문을 연 도경은 나가려다 발걸음을 멈춘 도경은 뒤 돌아보며 성준에게 말을 건네었다.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속이 터질 거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성준아.”

“네?”

“형이 알아서 한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알아서 한다고요? 뭐를요?”

도경의 말에 성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도경의 말을 듣고 그가 자신의 상황에 무엇을 눈치챈 것을 알았다.

“그 높은 곳을 네가 이유 없이 뛰어내리지 않았을 거 아니야. 그거 내가 해결한다고. 나 그렇게 무능하지 않다.”

“......”

도경이 이번 일이 평범한 시비문제가 아니란 사실을 눈치 챈 것을 성준은 깨달았다.

‘어떻게 알았지? 티가 많이 났나?’

그에게 부담이 될 까봐. 혹시나 도경이 자신 때문에, 자기가 당한 것처럼 해코지당할 까봐 비밀로 하려고 했던 일.

그런데 도경이 그걸 귀신처럼 알아 버린 것이다.

“그럼 가볼 테니. 몸조리 잘해라.”

“자, 잠깐 형..!”

“시끄러워. 알아서 한다니까. 그냥 너는 푹 쉬고 있어.”

도경이 자기 일에 끼어드려 하는 것을 안 성준은 그를 말려 보려 했지만, 도경은 성준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 하고 곧바로 문밖으로 나갔다.

드르륵!

탁!

“.......”

주르륵.

도경이 떠나고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성준은 적막감 속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얼마나 형한테 빚지게 하려는 거예요...”

미안했지만, 자신의 불안과 초조해하는 마음을 알아주고 저리 말해준 성준이 너무 고마웠다.

아무리 당돌한 성준이라 하더라도 지금 겪은 경험은 도저히 아무렇지 않게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성준은 아직은 어린 16살의 소년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덜덜덜.

성준의 몸이 뒤늦게 극심한 공포로 떨려왔다.

당연한 현상이었다.

청부를 받은 질 나쁜 남자 5명에게 미행당하고 폭행당했고 심지어 얼굴에 칼만 맞을 뻔한 경험을 겪었는데 그 누가 태연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것을 피하고자 2층 높이의 높은 곳에서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이 있는 곳으로 맨몸으로 뛰어내렸다.

‘정말 다 잃을 뻔했어...’

하지만 무엇보다 두려웠던 것은 자신이 간신히 붙잡았던 기회 그리고 꿈꿔왔던 미래가 한순간에 망가질 뻔한 사실에 성준은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

정말 힘들게 이룩한 거라도 어이없게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구나. 느끼게 된 소름 끼치는 하루였다

“끄으으.”

밀려오는 열과 현기증 그리고 두통에 성준은 신음성을 흘렀다.

그가 오늘 겪은 육체적, 정신적 극한의 스트레스를 생각해 본다면 그리 이상한 증상은 아니었다.

풀썩.

미진이가 일부러 잡아준 1인실 병실. 성준은 결국 침대에 몸 져 누우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부르르.

“으으.. 형.”

점점 심해지는 오한과 한기에 몸을 떠는 성준의 이름을 부르며 찾았다.

[형이 알아서 한다.]

땀이 뻘뻘 흘리는 와중에 성준은 도경이 자신에게 말해준 말을 머릿속에 떠올려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조금은 나아지는 기분이 들은 까닭이다.

배시시.

“부탁할게요. 형.”

끙끙 앓는 와중 결국 성준은 이 자리에 없는 도경에게 응석을 부렸다.

그도 그럴게 성준이 세상에서 기댈 곳은 할아버지 할머니 말고는 22살의 젊은 도경밖에 없기 때문이다.

---

[경찰서]

“네? 정말? 이런 합의 조건으로 얘들을 풀어주실 생각입니까?”

끄덕.

“네.”

도경을 향해 황당하게 쳐다보고 있는 흰머리가 군데군데 나 있는 중년인의 경찰을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왜요? 분하시지도 않아요. 폭력에, 기물파손, 영업 방해, 이 정도 죄질이면 마음만 먹으면 쟤들 전학이나 자퇴 아니면 소년원에도 집어넣을 수 있는데 말이에요. 왜 피해자인 그쪽이 오히려 일을 덮으려고 하는 겁니까?”

고등학생 5명 집단에게 구타당하면서 2층 높이에서 중학생이 떨어졌다. 게다가 한 놈은 사용은 하지 않았지만 커터 칼을 꺼내 든 것을 많은 사람이 목격했다.

그런데 피해자 입장에서 오히려 일을 덮으려 한다니 경찰관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돈이라도 받았나? 그런 것 치고는 그 녀석들 태도가 그리 여유롭지 못했는데?’

긁적긁적.

뒷돈을 먹이는 가해자들의 태도는 한결같이 똑같다.

여유를 부리면서 이죽거리며 건방진 태도를 고수하는데. 그에 비해서 유치장에 갇혀있던 남학생 5명 녀석들은 모두 썩은 표정으로 서로에게 살벌한 분위기를 내 뿜는 등 여유가 없었다.

“이유라도 있습니까?”

“당사자인 성준이가 원하지 않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왜요?”

경찰관의 물음에 도경은 성준의 사정을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직접 당사자가 아닌 만큼 경찰관을 납득시켜야 일을 해결 볼 수 있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성준은 K스타 오디션 참가자입니다. 유력한 우승 후보이기도 하구요. 억울하지만 이런 일이 만에 하나 주변에 알려지게 된다면 손해 보는 것은 우리 성준이뿐입니다.”

“으음.”

도경의 말에 경찰관은 단박에 그들의 사정을 알았다.

그 또한 이런 비슷한 일은 얼마든지 봐왔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입장과 신분 때문에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뭐 같은 상황.

경찰관은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 위에 놓여있는 종이 서류를 들어 받아들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해했습니다. 후! 그럼 이렇게 합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어? 가시게요?”

“네.”

보통 가해자의 얼굴을 보고 가기 마련인데 자리에서 일어나는 도경을 보며 의아함에 경찰관이 물었다.

“어차피 필요 양식은 다 작성했고 굳이 뭐 좋은 얼굴이라고 걔들을 봅니까. 저도 꽤나 얼굴이 팔린 몸이라 혹시나 그 애들과 엮일까봐 무섭기도 하구요. 요즘 얘들이 보통 얘들이 아니잖아요. 그냥 경찰관님께서 적당히 그 애들을 훈육해 주시길 바랍니다.”

도경의 말에 경찰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절차상 조금은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정도야 자신의 선에서 해결 볼 수 있는 일.

도경의 심정을 일해 못하는 것도 아니기에 경찰관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쪽도 어려 보이는데도 고생이 많네요. 동생분 좋은 결과 얻길 응원하겠습니다.”

“후후. 감사합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뒤돌아서서 경찰서 밖으로 나가는 도경을 바라보며 경찰관은 씁쓸함에 서랍장을 열어 담뱃갑을 챙겨 나섰다.

“오늘도 짜증 나는 하루가 되겠군.”

이상한 사회였다.

경범죄들은 죄질에 비해 무거운 처벌을 받았고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른 녀석들은 오히려 죄질보다 처벌을 덜 받았다.

유치장을 나와 이죽거릴 녀석들을 떠올리며, 가슴이 턱 막히는 듯 하여 경찰관은 유치장을 가기 전 흡연실로 들어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우... 염병. 퇴직하면 조용한 곳에서 살아야지.”

앞으로 몇 개월만 참으면 이 더러운 꼴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애써 자신을 위안하는 경찰관은 어느새 손에 필터만 남은 담배꽁초를 바닥에 퉁기고는 밖으로 나와 유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훈방조치다. 양아치 새끼들아. 너희들 운 좋은 줄 알아라.”

화들짝.

“정말로요?”

자신의 말에 환한 웃음을 짓는 다섯 명의 남학생들의 얼굴에 활력이 돋기 시작한다.

“봐봐 새끼들아 걔도 얼굴 팔리기 싫어서 처벌 안 할 거 라 했잖아. 쫄 필요 없다고 그랬지?”

“뭐래 너도 쫄았으면서.”

“닥쳐 병신아”

“킥킥킥.”

상황을 이해하고 빠른 태세전환을 보이는 녀석들.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녀석들이 저렇게 영악하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는 중년 경찰관의 얼굴은 똥 씹은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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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타들어 가는 중년 경찰관과 달리 경찰서 밖으로 나온 도경의 표정은 평온하였다. 분명 억울하고 울화통 터지는 표정을 지어도 되련만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걸음을 옮긴다.

딸랑.

[성신약국]

그가 걸음을 옮기고 도착한 곳은 경찰서 근처에 있던 약국. 도경은 문을 열고 약국으로 들어간다.

“어서 오세요.”

은은한 약 냄새를 맡으며 도경은 약국 내부를 구경하다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찾고는 집어 올리며 약사에게 다가갔다.

“이거랑. 이거 15개 주세요.”

“네?”

“15개씩이나요?”

‘무슨 알보칠을 15개나?’

힐끔.

입 안의 상처나 구내염 치료제로 유명한 [알보칠].

1병만 사도 한 달 내내 써도 남는 양인데 15병을 사가다니 약사는 자신 앞에 있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씨익.

“아, 이번 방송 소품으로 쓸 예정이라 서요.”

“그래요? 알보칠을 방송 소품으로 쓸 생각이라 희안 하네요.”

“그렇죠? 회의를 하다 보면 별별 아이디어가 나온 다니까요. 이것도 사놓고 못 쓸 수도 있어요. 뭐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어쩝ㄴ니까?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하하. 고생 많으시네요.”

자신을 의심하는 약사를 향해서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는 도경은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며 약사에게 15개의 알보칠을 건네받았다.

“마스크랑 다 합쳐서 10만 5천 원 되겠습니다.”

“일시불로 계산해 주세요.”

“영수증은?”

“당연히 때주셔야죠. 안 가져가면 제 생돈만 빠져나갑니다.”

“하하하.”

화기애애 한 두 사람.

하지만 물건을 건네받은 뒤. 뒤 돌은 도경의 표정은 한 없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

부스럭부스럭!

찌익.

스윽.

약국에서 산 검은 마스크를 얼굴에 쓴 도경은 천천히 조금 전에 빠져 나왔던 경찰서 근처로 다시 걸어가 근처 주변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힐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주기적으로 경찰서 입구를 바라보는 도경의 행태는 누가 봐도 이상하다.

하지만 늦은 밤 그런 도경의 행동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끌시끌.

“아 개 쫄았네.”

“크크크. 쫄보 새끼.”

“야 그런데 우리 돈 그러면 못 받는 거냐? 얼굴에 칼자국 못 새겨 넣었잖아.”

경찰서 밖으로 시끌벅적 나오는 5명의 남학생.

그들은 성준을 폭행했던 학생들로 유치장에 오랜 시간 갇혀 있었던 게 갑갑했는지 밖의 공기를 시원하게 들이마시며 몸을 풀며 경찰서 밖으로 나섰다.

“몰라 이야기 나눠봐야지. 다는 못 받더라도 절반은 받아야 하지 않겠냐?”

“뭐 좋은 수라도 있어?”

“입 다무는 비용 달라고 하면 될걸? 안주면 불어버린다고 얘기하면 돼.”

“이야. 기준이가 머리가 좋다니까.”

경찰서 유치장에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협박으로 돈을 뜯어내는 공모를 생각하는 5명의 남학생.

유치장을 갔다 온 그들의 얼굴에는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나 반성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훈장을 달은 듯 뿌듯함과 보람찬 얼굴로 밖을 나와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하하하. 근데 우선 뭐라도 먹으면 안 될까? 씨발. 무슨 경찰서가 밥도 안 주냐? 영화 보면 배달음식도 시켜주고 하던데 경찰 놈들이 인권을 개판으로 아네!”

“치맥 콜?”

“콜!”

“그래 가자!”

겉으로 보면 끈끈한 우정으로 다져진 사이좋은 친구들의 모습이지만, 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도경은 그들을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자리에 천천히 일어났다.

“그래. 마음껏 처먹어라.”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도경은 기척을 죽이고 신나서 시끄럽게 떠들면서 걸어가고 있는 학생들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오늘이 너희들이 원하는 걸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마지막 날 일거다.”

오늘 도경의 응징이 시작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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