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62화 (62/357)

62화

휘익!

콰지직!

치이이익!

“진짜 귀찮네. 무슨 CCTV가 이리 많아?”

5명의 남학생들은 근처 호프집으로 들어가 유치장을 나온 기념으로 치맥을 즐기고 있었고 현재 도경은 그 호프집 근처의 CCTV들을 돌멩이를 날려 일일이 부수고 있었다.

원래는 CCTV를 부술 생각 없다가 혹 문제가 될까 싶어 부수는 거였는데 의식하지 않아 몰랐는데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이래놓고 밤길 걸어 다니기 무섭 다니까. 참나.”

일을 벌이기에 앞서 최대한 문제 될 것들을 제거해 나가기 위해서 주변의 CCTV를 부수고 있는 건데 그 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도경은 혀를 차고 있었다.

투덜투덜.

“진짜 좋은 세상에 살고 있네.”

자신이 살았던 이 세계였으면 밤길은 꿈도 꾸지 못했다. 딱 죽기 좋을 때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었으니 말이다.

귀족조차도 호위가 없으면 밤길을 걷지 않는 것이 그쪽 세상의 일반적인 상식인 데 비해 지구의 현대 사회의 밤은 너무나 밝고 보는 눈이 많았다.

쨍그랑!

“휴. 다 끝났다.”

묵묵히 인근의 CCTV를 다 깨부순 도경은 한숨을 내쉬며 호프집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하하하. 오늘따라 더 맛있네.”

“역시 고생한 후에 먹는 게 개 꿀맛이네.”

들어서자마자 역시나 눈에 띄는 패거리의 모습에 도경은 비릿하게 웃었다.

저벅저벅.

“자 짠하자!”

“짠!!!”

그들을 계속 관찰하며 걸음을 옮기는 도경은 맥주잔을 들어 올리며 건배를 하려던 그 순간을 노려 그들에게 난입했다.

쿵!

덜커덩.

쏴아아!

“에이 씨발! 뭐야!?”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난입에 맥주가 다 쏟아져 버리고 이에 녀석들은 도경을 향해 분노 어린 시선을 그에게 보냈다.

“아아, 내가 실수를 해버렸네! 미안해 학생들 즐거운 시간 보내. 그럼 이만.”

씨익.

“개 씨발 새끼가...! 판을 엎어 높고 어딜 그냥 가?”

덥석.

마스크를 써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도경의 눈매가 활처럼 휘는 것을 목격한 패거리의 리더 기준은 도경의 어깨를 붙잡아 획하고 뒤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하였다.

“어 왜 그래? 이게 뭐하는 짓이지 학생들?”

도경이 그의 행동에 관해서 묻자 도경의 어깨를 붙잡은 기준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 살벌하게 얼굴을 구겼다.

“뭐하긴 좆만아. 너한테 사과받으려는 거지.”

“사과?”

덥석.

“그래 사과. 사람이 잘못했으면 성의를 보여야 할 거 아니야. 여기 있는 거 보이지? 이거 다 네가 계산해라.”

그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도경을 향해 자신들이 먹은 치킨과 맥주값을 계산하라고 협박했다.

말을 하면서 도경의 멱살을 붙잡은 우악스러운 손길.

사람의 멱살을 이리도 자연스럽게 잡다니 하루 이틀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까고 앉아 있네.”

턱.

“!?”

그의 협박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멱살을 잡은 그의 손을 붙잡았다.

휘리리!

탁!

“어... 어!?”

비틀!

자신의 멱살을 잡은 남학생의 손목을 가볍게 꺾은 다음 도경은 그를 툭 밀쳤는데 너무나 쉽게 균형을 잃은 그는 테이블 위로 넘어진다.

우당탕탕!

쨍그랑!

맥주와 치킨들은 허공에 흩날리며 바닥에 떨어졌고 맥주잔은 바닥에 부딪혀 깨져버렸다.

“기준아!”

“이 새끼가?”

우르르.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향해 공격하려는 자세를 취할 때 도경은 그들을 향해 손을 올려 보였다.

“어이어이. 학생들 보는 눈이 많은 여기서 한 따가리 하시려고? 근처에 경찰서 있지 않나?”

멈칫.

자신의 말에 머뭇거리는 그들을 향해 도경은 이죽거렸다.

“뭐, 나야. 너희들 같은 고삐리들 상대하는 거 겁나지 않지만, 경찰관 아저씨들은 겁나는데 말이야.”

발끈.

“뭐라고!?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도경의 말에 흥분한 학생들이 다시 그에게 달려들려 하지만 그때 자신의 가게에 소란이 인 것을 안 가게주인이 주방에서 나와 그들을 향해 소리 지르며 싸움을 벌이려는 행동을 제지한다.

“이 새끼들아! 지금 내 가게에서 뭐 하는 거야? 얌전히 술만 마시고 간다고 했잖아?”

‘이 새끼들은 조용히 처먹고 나갈 것이지 사고를 쳐?’

손님도 없고 가뜩이나 날파리가 날려서 고심 끝에 몇푼 이라도 벌기위해 녀석들을 손님으로 받아 준거였는데 이리 사고를 치니 가게 주인의 표정은 좋을 수가 없었다.

“하 진짜 좆같네. 저 새끼가 먼저 시비 텄다고요.”

“싸우려면 밖에서 싸워! 그리고 이거 어떡할 거야? 너희들 때문에 테이블 작살났잖아! 보상 안 하면...!”

“닥쳐 개새끼야!”

휘이익!

철썩!

“뭐, 뭐야!?”

난리 치는 가게주인의 얼굴에 무언가가 날아가 그의 뺨을 때리면서 바닥에 떨어진다.

툭!

주인의 얼굴을 강타하고 떨어진 물건은 검은 지갑.

그의 얼굴에 지갑을 던진 장본인은 테이블 위를 나뒹굴었던 패거리의 두목 기준이란 남학생이었다.

“가게물건 다 부숴버리기 전에 얌전히 계산이나 해.”

“뭐? 어린놈의 새끼가...!”

“진짜 다 뒤집을까?”

흠칫.

“......”

자신의 얼굴에 지갑을 집어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학생에게 가게주인은 뭐라 따지려 했지만, 그의 살벌한 눈을 발견한 가게 주인은 입을 다물었다.

‘건들면 안 된다.’

미친개처럼 물불 안 가릴 것 같이 붉게 충혈된 두 눈이 그가 얼마나 지금 분노하고 있는지 나타냈다.

“하하하. 젊으면 그럴 수도 있지. 딱 3만 원만 가져갈게.”

어른으로서 비굴하고 쪽팔리는 모습이었지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저런 눈을 하는 애들은 건드리면 골치 아플걸 알고 있는 가게주인은 서둘러 지갑을 들어올려 파란색의 지폐 3장을 꺼내며 그에게 조심스럽게 지갑을 내밀었다.

“학생 제발 싸움은 가게 밖에서 해줘. 나도 먹고살아야 할 거 아니야.”

“알았으니까. 꺼져.”

“으응...”

후다닥.

그의 말에 가게주인은 서둘러 자리에서 벗어났다.

“하... 씨발! 오늘 무슨 날인가? 계속 좆같은 놈만 엮이네.”

지갑을 건네받은 그는 가게주인을 밀치며 도경을 향해 걸어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며 자신의 목을 꺾으며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저벅저벅.

“되는 게 하나도 없어.”

뚜두둑. 뚜둑.

목에서 듣기 거북한 뼈 풀리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도경의 눈매는 더욱더 활처럼 휘기만 할 뿐이었다.

“너 도망갈 생각하지 마라. 밖으로 따라 나와. 이 또라이 새끼야.”

“그래. 그러지 뭐.”

순수하다 생각해야 할까? 어리석다 해야 할까.

어찌나 이리 단순한지 이런 조그마한 시비와 도발에 손쉽게 걸려드는 사냥감에 도경은 웃음을 짓고 말았다.

도경의 마음도 모르고 끝까지 무게를 잡으며 자신을 위협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제는 유쾌하기 까지 하다.

씨이익.

‘너희들은 지금 이 순간을 평생 후회 할 거야.’

그들은 알까?

지금 자신들의 얼굴을 호랑이의 입안에 들이민 것을 말이다.

---

“......”

호프집을 떠나 어두운 뒷골목으로 이동한 여섯 명. 원하는 곳에 왔다 싶은지 걸음을 멈추고 남학생들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죽거렸다.

“새끼 아까부터 말이 없네. 인제 와서 후회되냐?”

“큭!”

“웃어? 이 자식 진짜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자신의 말에 웃음을 보이는 도경의 모습에 남학생은 어이가 없었다.

뭘 믿고 자신들을 상대로 저렇게 태연한지 알 수 없었다.

“간덩어리가 부었나? 뭘 믿고 그리...”

“글쎄다...”

‘딱 괜찮은 장소네.’

툭!

주변을 살핀 도경은 만족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를 바닥에 떨군 후. 마스크를 벗으며 환히 웃었다.

씨이익.

“뭐, 뭐야. 진짜 정신 나갔냐?”

묘한 위압감과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도경의 웃음에 말을 걸었던 남학생은 당황했지만, 도경의 미소는 더욱 진해지고 있었다.

“네 말대로 뭐 믿는 게 있지 않겠어? 그러니 한 번쯤은 의심하지 그러지 말이야. 멍청아.”

“뭐, 뭐라고?”

휘익.

“엇!?”

조명 밖 어둠 속으로 시야에서 사라진 도경의 몸체에 당황할 때 그의 귓가로 도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악물어.”

후웅!

“뭐!? 쿠엑!”

콰지지직!

비호처럼 몸을 숙이며 쏘아진 도경의 강펀치가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퍼억!

휘리릭! 쿵!

“크아아아!”

뒤뚱뒤뚱.

공중에서 반 바퀴 구른 후. 자신의 입가를 두 손으로 움켜잡으며 비명 지르며 바둥거렸다.

“흐어어어~. 냐 이뺠.(이빨.)”

후두둑.

“냐 이...!”

입가에서 무언가 후드득 떨어지는 감각에 손을 떼자 떨어지는 두 개의 흰 치아. 도경은 그것을 보며 투덜거렸다.

“그러게 이 악물라 했잖아. 한심한 놈아.”

파밧!

퍽.

“쿠악!”

주먹질 단 한방에 앞니 두 개가 떨어져 나간 사실에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남학생을 달려가 몸을 짓밟고 날아오른 도경.

휘이익!

공중 높이 날아오른 그를 나머지 남학생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 어...!?”

콰직!

“컥!”

공중에 쏘아지며 내뻗는 도경의 발차기에 가슴을 맞은 학생은 숨이 턱 막히는 충격을 맛보면서 공중으로 붕 떴다.

“이 개새끼가!!”

휘익!

우당탕!

발차기를 맞고 뒹구는 친구를 보며 뒤늦게 정신 차린 남학생들 중 하나가 주변에 반쯤 부서져 있던 콘크리트 벽돌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려 도경에게 집어 던지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휘이익.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회색의 콘크리트 벽돌을 바라보며 도경은 눈빛을 빛내었다.

“흡!”

쿵!!!

왼발로 바닥을 쿵하고 내리 찍으며 도경은 자신의 몸을 회전시킨 다음 자기에게 날아오는 콘크리트 벽돌을 향해 오른발을 내뻗었다.

휘리리릭!

파앙!

쾅!!!

팽이처럼 쾌속하게 돌아 걷어찬 도경의 발에서는 믿을 수 없는 충격음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날아가던 벽돌은 튕겨 나가 방향을 바꿔 자신을 집어던졌던 학생에게 대포알처럼 쏘아져 나간다.

꽈지직!

“아악!!?”

철퍼덕.

기세 좋게 달려오던 남학생은 벽돌에 발을 찍혀 바닥에 넘어졌다.

“아아악!”

하필 튕겨져 나간 콘크리트 벽돌은 정확히 그 남학생의 발가락들을 찍어서 상상하기 싫은 고통을 그에게 안겼다.

“엄살은...!”

고통에 호소하는 남학생을 무시하고 지나쳐 도경은 나머지 학생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저 새끼 뭐야? 너 뭐 하는 새끼야?”

“나? 내가 누군지 궁금해?”

저벅저벅.

순식간에 자신들의 친구를 쓰러트린 도경이 걸어 올 때마다 남학생들은 주춤주춤 도경과 거리를 벌렸다.

‘저런 새끼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질 나쁜 농담 같은 상황이라 그들은 생각했다.

무슨 만화영화도 아니고 사람이 주먹에 맞아 허공에 반 바퀴 돌아 쓰러지고 걷어찬 콘크리트 벽돌에 맞아 사람이 바닥에 나뒹군단 말인가? 자신들의 숫자가 많다 하더라도 도저히 이길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얻어맞은 내 동생 복수하러 온 형인데?”

“뭐?”

예상치 못한 도경의 대답에 남은 세 사람 표정이 더욱 영문을 알 수 없게 변하였다.

“내 얼굴 보면 모르겠어?”

저벅저벅.

걸음을 옮긴 가로등 불빛 속으로 들어오자 뒤에 있던 남학생이 놀라 외쳤다.

“저 새끼는! K스타 나왔던 싸가지! 저 새끼 지성준이 형으로 나왔던 새끼야.”

“싸가지? 새끼?”

휘익!

탁!

“!?”

다시 가로등 빛 밖으로 튀어나와 어둠에 녹아든 도경.

그는 순식간에 자신을 향해 건방진 말을 한 남학생과의 거리를 좁혀 자신의 팔로 그 학생의 목울대를 후려친다.

“내가 네 친구야?”

퍽!

“키캭!”

목울대를 치는 동시에 뒷발로 그의 발을 걸어 넘어트리자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

부웅!

빙그르르.

“아?”

목에 받은 고통에 이상한 소리를 냈던 남학생은 지금 자신의 몸이 허공 높이 한 바퀴 돌고 있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려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휘익.

쾅!

“끄어억...”

단단한 바닥에 추락하며 얻은 충격에 그는 숨도 쉬지 못하고 고통에 신음만 터트릴 뿐이었다.

“내가 네 친구야? 입 함부로 놀리지 마라. 혀를 뽑아버릴까 보다.”

콰직.

“흐으으......”

등에 받은 충격에 숨도 쉬기 어려워하는 남학생의 얼굴을 짓밟으며 도경은 싸늘한 어조로 그를 쏘아붙였다.

“자 다음은 누가 올래?”

“......”

‘저, 절대 못 이긴다.’

뒤에 있던 패거리 두목은 도경을 보며 자신들은 맨손으로 절대 도경을 이길 수 없다 깨달았다.

스피드면 스피드. 힘이면 힘. 모두 도경에게 밀렸다.

‘우리랑 수준이 달라 싸움에 이골 난 놈이야.’

운동을 배워 보인 것도 아닌데 동작 하나하나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일격에 모두를 쓰러트리는 실력은 그가 얼마나 수준 높은 싸움꾼인지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

“자, 잠시만. 우리가 잘못했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도경을 보며 결국 그는 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의 의사를 표현했다.

우뚝.

“진짜 지랄 까고 앉아 있네. 잘못을 알면 왜 그런 짓거리를 한 건데. 너희들 19살이라며? 그보다 3살 어린 중학생 핏덩이한테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냐? 걔가 얼마나 궁지에 몰렸으면 그 높은 곳을 뛰어 내릴까 생각 안 해봤어?”

도경이 맨 처음 카페에 도착해서 본 풍경을 떠올렸다.

2층에 성준이 필사적으로 저항한 흔적이 그대로 남겨있는 장소와 열려있던 창문 밖 밑으로 찢어진 장막과 부서진 테이블. 다시 한 번 떠올리는 그 광경에 도경의 가슴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심상치 않은 도경의 상태에 남학생은 다급히 변명한다.

“우리도 걔가 뛸 줄 몰랐어. 우리도 억울해.”

“억울하다고?”

“우리는 부탁만 받은 사람이라고! 우리한테 이러지 말고 돈 준다고 꼬신 장본인한테 가서 따져.”

우뚝.

그의 말에 도경은 잠시 걸음을 멈춰 서며 중얼거렸다.

“장본인이 따로 있다라...”

“그래! 여기에 그년 연락처 알려 줄 테니까...”

자신의 말이 통한다 생각한 그는 화색을 지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며 보이며 도경에게 협상을 시도하려 하지만 도경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

“야.”

움찔.

“으응?”

도경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을 걸었다.

“그래서 그 장본인이란 사람이 내 동생 때렸어?”

“......”

“다구리는 너희들이 쳤잖아. 어디서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어?”

파앗! 휘리릭!

순식간에 자신에게 달려든 도경을 향해 가드를 올려 얼굴을 보호했지만 그게 오히려 도경의 화를 돋웠다.

휙!

“거, 거긴!?”

“네가 자초한 거야.”

퍼억!

도경의 발이 향하는 타격점이 머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을 알아차린 패거리의 리더는 울상을 지었지만 도경의 목소리엔 자비가 없었다.

꽈지직.

“끄아아악!”

자신의 아래에 소중한 무언가가 짓눌리며 터지는 감각에 그는 세상에서 태어나 가장 큰 비명을 질렀다.

“히이익!”

타다닥!

“어딜!?”

옆에서 자신의 친구가 급소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것을 바라본 나머지 남학생이 겁에 질려 도망가려 했지만 도경은 그의 목덜미를 잡아 몸을 비틀었다.

덥석!

휘리릭! 휘익!

도경은 그의 목덜미 소매를 붙잡은 다음. 다리 후리기로 남학생의 중심을 흩으려 그의 몸을 들어 올렸다.

부웅~!

도경은 마치 사자가 사냥감의 목을 물어 잡아 풀어헤치듯 그 남학생의 소매를 잡아 있는 힘껏 공중으로 던져 버린다.

휘이익!

“아아악!”

거짓말처럼 3m의 높이 허공을 날아간 자신의 상태에 비명을 치며 그는 발버둥 쳤지만, 중심도 잡지 못한 채 정면으로 단단한 바닥으로 떨어졌다.

콰직!

개구리가 바닥에 납작하게 터진 듯한 모양새의 남학생을 바라보며 도경은 상황이 일단락되는 것 같아 주변을 살피었다.

“으으으...”

짧은 시간 기세등등했던 남학생 모두 어느새 신음을 흘리며 바닥을 뒹굴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던 도경은 더욱더 짜증나는 표정을 지었다.

“시시해. 마음에 들지 않아.”

질질질!

휘익!

도경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2명을 바닥에 질질 끌고 가 나머지 남학생들이 전의를 상실하고 모여 있는 곳으로 집어 던졌다.

철퍼덕.

“으으...”

“죄성함니다 욘서해주세요.(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시끄러워.”

저 형편없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열 내는 자신이 오히려 바보같이 느껴진다.

김이 다 빠진 탄산음료를 먹은 것과 같이 너무나 싱거운 싸움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역시 모자라.”

힐끔.

저벅저벅.

“히이익.”

도경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두들 기겁하며 그에게서 멀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경은 신경 쓰지 않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이렇게 재미없을지 예상하였는데 진짜 한심스럽다.”

부스럭부스럭.

도경은 바닥에 놓아둔 검은 비닐 봉투를 주워 들며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내 5명 전원에게 다가가 그 물건을 던져주었다.

“그래서 준비했어.”

휘익!

툭!

“자 이제부터 그걸 하나씩 입에 물어.”

“이, 이건?”

도경이 던진 물건을 받아들인 그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도경은 그들에게 물을 여유를 주지 않았다.

쾅!

“물어!!”

도경은 바닥을 쿵 하고 세게 밟으며 살기를 둘러 고함질렀다.

“히이익. 넵!”

마치 강아지 훈련하듯 무섭게 꾸짖는 모습이었지만 5명의 남학생들은 자존심을 상하기 이전에 원초적인 공포심에 사로잡혀 도경의 말에 한 치의 오차 없이 따랐다.

“좋아 잘했어.”

덜덜덜.

갈색의 병을 깨물며 떨고 있는 남학생들의 머리에 손을 올려 기댄 도경은 그들을 향해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걸었다.

“남의 인생을 망치려는 사람은 나쁜 사람 맞지?”

“으으으..”

덜덜덜.

“대답.”

흠칫!

끄덕끄덕.

도경의 말에 미친 듯이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이는 남학생들의 눈에서는 점점 공포심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한다.

지금 이 상황도 이해가 안 되고 가슴을 옥죄이는 감각에 정상적인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래그래.”

쓰담 쓰담.

끄으윽.

도경이 쓰다듬을 때마다 뱀이 자신의 몸을 기어오르는 듯한 감각에 그들은 경기를 일으킨다.

“너희들은 나쁜 사람이니까 벌을 받는 거야.”

“!?”

“왜 그렇게 봐?”

도경의 말에 남학생들은 깜짝 놀란 눈으로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 무언으로 호소하지만, 도경에게 씨알 하나 안 먹힌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남학생들의 머리를 개처럼 쓰다듬던 손길은 어느새 멎었고, 도경의 온기 없는 목소리가 허공에 울렸다.

“악물어.”

퍼억!

쨍그랑!

“끄어어어!”

도경은 학생이 주둥이를 쳐올려 그들이 물고 있는 병을 깨트렸다.

작은 갈색 약병은 엄청 단단할 터인데 신기하게도 도경이 손을 갖다 대자 손쉽게 수류탄처럼 폭발한다.

입 속에 터진 유리 파편은 그들의 입안을 헤집으며 찢었고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액체가 그들에게 말 못 할 고통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알보칠이라는 소독약이 순식간에 고문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쨍그랑!

“끄아아아!”

도경은 일일이 그들이 물고 있는 갈색 약병을 주둥이를 후려쳐 깨트려 주었다.

“끄으으으...!”

그들을 향해 도경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너희들은 이곳에 태어나서 다행인 줄 알아라.”

도경은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법보다는 주먹과 칼이 앞선 이 세계에서 살았다면 알짤 없이 반병신으로 만들거나 죽였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도경이 누군가?

받은 만큼 철저하게 돌려주는 성격을 가진 인간이다.

“죽지 않는 만큼 평생 이 순간을 후회하고 기억하게 해주마.”

자신의 동생 성준이의 인생을 망치려 한 만큼 도경 또한 그들의 인생을 망쳐줄 기억을 안겨줄 생각인 것이다.

고통에 몸을 떨고 있을 때 도경이 그들 앞에 무언가를 쏟아부었다.

투두둑 툭!

“!?”

그것의 정체는 자신들을 끔직한 고통을 선사하고 있는 알보칠 이라는 갈색약병.

도경은 그들을 보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아직 10병 남았어. 2바퀴만 돌자.”

“...!”

“물어.”

“자,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그래. 그러니까 물라고.”

“아, 아...”

도경의 말에 그들의 눈에 절망이란 감정이 떠오른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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