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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64화 (64/357)

64화

휘익.

달려드는 도경을 바라보며 정장을 입은 남성은 가드를 올리며 도경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조금은 싸우는 법을 아는지 무작정 주먹부터 휘둘러 오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리 나아 보이지도 않았다.

‘고삐리 몇 쓰러트렸다고 기고만장하긴.’

정장의 사내는 자신에게 노가를 한 상태로 달려오는 도경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싸움에 있어 사실 먼저 달려드는 것이 멋져 보일 수 있지만, 그거야말로 하수가 저지르는 어리석은 짓.

달려들어 단 한방에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은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지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가드를 올린 상대에게 무작정 들어오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지.

달려드는 도경을 보며 거리를 재는 그는 몸의 중심을 낮춰 무게중심을 견고히 하고 도경이 큰 동작의 틈을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

휘익!

씨익.

‘지금이다!’

자신을 향해 공중으로 몸을 날린 도경을 바라보며 그는 미소 지으며 뒷발에 힘을 주고는 지면을 박찼다.

타앗!

길거리 싸움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은 타격도 관절기도 아닌 잡아서 땅에 메다꽂는 그라운드 기술.

덥석.

“끝이다!”

몸을 날린 도경에게 향해서 그의 몸통을 붙잡은 그는 싱거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대로 도경을 딱딱한 벽돌 바닥에 메다꽂으면 게임은 끝나는 것이다.

휙.

부우웅.

달려들은 도경을 붙잡은 그는 그대로 도경의 몸을 바닥에 내리꽂으려고 하는 그때 도경이 웃음 지었다.

덥석.

“누구 마음대로?”

“어?”

뱀처럼 정장 입은 사내의 목을 휘감은 도경은 그의 가속도와 힘을 역이용해 몸을 회전시킨다.

휘리릭.

“!?”

분명 자신이 도경을 잡아 바닥에 내리꽂아야 하는 상황. 그런데 믿을 수 없게도 어느새 자신의 몸 위로 도경이 올라와 있었다.

“이걸로 한 명.”

쿠우웅!

그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정장 입은 사내는 벽돌로 이루어진 딱딱한 바닥에 얼굴을 그대로 충돌하며 의식을 잃었다.

뒹구르르.

벌떡.

마치 미리 하나로 짜인 일련 과정처럼 도경은 정장 입은 사내를 벽돌 박닥에 내리 찍은 후. 자신의 몸을 공처럼 굴리며 자리에 부드럽게 일어났다.

“.....”

자신의 동료가 쓰러지자 정장 입은 사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중년인이 안색을 굳혔다.

“한 수 있는 놈이다.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끄덕.

중년인의 말에 남은 사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을 향해 눈빛을 빛내었다.

딱, 한 동작이었지만 그들은 도경이 보통의 일반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자신보다 큰 사람의 태클을 저렇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일반인일 리가 없었다.

철컥.

드드륵! 착!

자신들의 품속에서 검은 호신용 제압 봉을 꺼낸 그들은 예리한 눈빛으로 도경을 노려보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다.

‘역시 훈련받은 놈들이었군.’

도경의 예상대로 그들이 보이는 행동은 뒷골목 패거리들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자신의 동료가 쓰러졌음에도 동요하지 않는 평정심.

리더로 보이는 중년인의 명령에 제압 봉을 꺼내들어 도경을 향해 거리를 신중하게 좁혀 오는 움직임은 그들이 개인이 아닌 단체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힐끔.

‘제압 봉 치고는 너무 묵직해.’

그들이 들고 있는 검은색의 제압봉에 시선을 옮긴 도경은 그들의 손에 쥐어진 힘을 측정하며 저 짧은 봉이 사실은 무거운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것을 알았다.

휘두르는 저것을 아무 생각없이 맨 몸으로 맞다가는 최소 못해도 뼈에 금이 갈 것 같았다.

슬금슬금.

‘이거... 사냥개들하고 상대하는 것 같네.’

비싼 장비와 무기로 무장한 채 귀족들의 명령에 무엇이든 따르던 사냥개의 모습과 저들의 모습은 다를 바 없이 똑같았다.

잘 조련된 사냥개들을 바라보며 도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스멀스멀.

거리를 좁혀올수록 그들의 흉흉한 기세가 더욱더 커지며 도경을 옥죄인다.

전후좌우 사방으로 그들에게 압박당하는 상황 속에서 도경의 얼굴에는 미소가 띤다.

“오랜만에 재미 좀 보겠어.”

씨익.

미묘한 웃음.

쏴아아.

어딘가 일그러진 듯한 미소가 도경의 얼굴에 떠올랐는데 그 웃음에서 비릿한 피비린내가 물신 풍겨왔다. 그들을 어떻게 대할지 도경이 내린 결정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리 좋은 결정은 아닌 것은 확실했다.

뚜벅뚜벅.

“!?”

천천히 좁혀오는 자신을 향해 망설임 없이 평범하게 걸어오는 도경 앞에 있던 남자 하나가 그를 보며 더욱더 흉흉한 기세를 피어 올렸다.

‘한 명을 쓰러트렸다고 우리를 우습게 보는군.’

조직에서 험악하고 온갖 더러운 일을 치른 자신들을 향해 망설임 없이 다가오는 도경에게 그는 가소로운 조소를 내보이며, 자신이 들고 있는 제압 봉을 꽉 쥐고 공격할 자세를 잡아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도경을 향해 나갔다.

타닥!

“하아압.”

휙!

무방비로 걸어오는 도경에게 굳이 방어 자세를 취할 필요도 없는 일. 그는 묵직한 제압 봉을 도경의 머리를 향해 휘두른다.

“그렇다면 나도 망설일 필요가 없겠지.”

잘못 맞으면 뇌진탕을 일으킬 공격임에도 그의 손속에는 망설임이 없었는데 이를 바라보던 도경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 올바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휘이익!

캉!

퍼엉!

휘리리릭!

“뭐라고?”

“뭐긴 뭐야. 그냥 발차기지.”

“이익!”

자신이 휘두른 제압 봉을 걷어차는 도경을 향해 믿을 수 없는 눈빛을 보내는 그는 자신의 손을 떠나서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제압 봉을 황망히 쳐다보다 도경의 이죽거리는 말을 듣고는 발끈해 도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탁!

“아?”

“이런 주먹에 내가 맞아줄 리 없잖아.”

스윽.

자신에게 뻗어오는 주먹을 가볍게 툭 치며 궤도를 비튼 도경은 그의 품속을 느긋이 들어와 웃음 지었다.

“아플 거야.”

부웅.

아래에서 위로 그의 늑골을 향해 도경이 손바닥(掌)을 뻗었다.

퍼억!

우득.

“크윽!”

자신의 손바닥이 상대의 횡격막과 늑골 사이를 파고 들어가는 감각을 여실히 느끼며 도경은 힘을 주어 팔을 비틀며 그의 몸속 안에 더욱 깊숙이 자신의 손을 찔러넣는다.

“아직 안 끝났다. 이 악 물어.”

“!?”

뚜둑!

“끄윽!”

우드드득!

“끄아아아!”

그의 몸이 도경의 손에 쇠꼬챙이 뚫리듯 공중에 수직으로 솟구치다 바닥에 쓰러지며 비명을 지른다.

뒹굴뒹굴.

자신의 발아래에 뒹구는 그를 바라본 도경은 하늘 위로 손을 뻗었다.

휘리릭.

척!

도경의 뻗은 손에는 쓰러진 사내의 물건이었던 제압 봉이 어느새 그의 손아귀에 안착한다.

부웅.

휘익! 휙!

묵직한 무게를 지닌 제압 봉을 이리저리 휘둘러본 도경은 마음에 드는 표정을 지으며 봉을 향해 손가락을 튕겨보았다.

따앙.

부르르르.

“좋은 물건이네.”

자신이 들고 있는 제압 봉을 살피며 도경은 이 세계에 있던 웬만한 검보다 이 제압 봉이 더 단단한 것을 느끼며 새삼스레 지구의 문명에 감탄했다.

부우웅.

척.

“너희들한테는 아까운 물건이야.”

“쿠억!”

제압 봉을 사선으로 들어 올린 도경은 쓰러진 사내의 몸을 짓밟아 건너며 일부러 포위망을 향해 걸어갔다.

발끈.

도경의 행동은 명백히 무시의 표현이었다.

빠져나갈 수 있음에도 일부러 상대방의 포위망에 들어서다니 웬만큼 무시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인 것이다.

“다들 방심하지 하지 말고 한 번에 덮쳐!”

한 명이야 탐색전이라 생각하며 넘어갈 수 있지만, 무기를 든 상태에서 일격에 쓰러진 수하를 보며 중년인은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아압!”

타다다닥!

그의 말을 신호탄으로 5명의 사내들이 도경을 향해 제압 봉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부우웅.

머리, 어깨, 등, 팔, 손목 등 도경의 취약한 부분을 향해 노려 날아가는 제압 봉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단순한 제압의 용도를 넘어서 폭력을 위해 전력을 향해 휘두른 것이었다.

휘이익.

사방에 날아오는 제압 봉을 향해 도경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따앙.

휙!

따땅! 탕!

“이게!?”

보이는 것은 손에 쥐고 있던 제압 봉으로 마주쳐 튕겨내고 시야에 보이지 않는 것은 스텝을 밟아 피한다.

마치 영화현장에서 액션 배우들이 합을 짜 맞춰 움직이는 것처럼 도경의 움직임에 5명의 사내들이 한데 엉켜 공수를 교환하기 시작한다.

따다다당!

찌릿찌릿.

“크으윽.”

묵직한 제압 봉인 만큼 손에서 전해지는 반탄력에 손과 팔에서 느껴지는 찌릿 거리는 감각에 팔을 부르르 떠는 남자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게 어찌 된 거지?’

도경을 향해 아무리 묵직한 제압 봉을 휘둘러보아도 그의 몸에 닿지 않았다.

공격을 튕겨 내거나 기민하게 피해내는 도경의 몸놀림에 그들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

현실 속의 싸움이란 서로의 몸에 타격을 주고받는 행동 결과물. 아무리 잘난 놈이라도 결국은 자신에게 공격을 한 대 정도는 허용하는 것이 현실.

그런데 지금 자신들의 공격을 다 받아내고 피해내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은 뭐라 말인가.

주춤주춤.

5명의 사내들은 공격을 멈추고 도경에서 떨어져 자신들의 뒤에 있던 중년인을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믿기 힘들 군.”

‘도대체 정체가 뭐지?’

자신들로 상대로 쫄지 않는 것부터 이상했는데 실력 자체도 평범하지 않은 놈이었다.

아직 실력이 모자라 조직에서 제일 허드렛일만 맡기는 녀석들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훈련시킨 놈들인데 저렇게 여유롭게 막아내다니 쉬이 믿기 힘들었다.

“아가씨. 정말 저 청년 평범한 사람이 맞습니까?”

“모, 몰라! 내가 너희들한테 거짓말을 해서 뭐하겠어. 너희들이야말로 허우대만 멀쩡한 거 아니야? 저딴 녀석을 제압 못 하고 도대체 뭐 하는 거야.”

“......”

저기 앞에 있는 청년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중년인은 자신들의 조직원을 전부 평범한 사람으로 채울 의양도 있다고 우스운 생각을 하였다.

‘하아. 그냥 양아치 하나 혼내는 건 줄 알았더니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군.’

원래라면 자신들은 그녀의 명령을 들을 입장은 아니었으나 그녀가 하도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도움을 요청 하여 거절 못한 거였는데 상대가 저런 녀석인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제는 자신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까지 되어버렸다.

중년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품속에서 자신의 제압 봉을 꺼내 들며 앞으로 걸어갔다.

“나도 합류한다. 준비해.”

끄덕.

스스슥.

중년인이 가세함으로써 청년들의 얼굴에 기세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도경은 휘파람을 불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쪽이 애들 대가리인가 보네.”

‘꽤나 실전경험이 있는 사람이군.’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가운데에서도 도경의 눈은 그 중년인을 향해 떨어트리지 않았다.

앞서 상대한 이들에게 느낄 수 없는 기질이 그에게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냥 아가씨가 원하는 동영상 주고 일을 끝내는 게 어떤가?”

“그쪽 이야말로 나한테 쪽 당하지 말고 돌아가시지?”

꿈틀.

“어린놈이 건방지구나.”

“내가 건방진데 뭐 보태준거 있냐?”

한 마디도지지 않는 도경의 말에 중년의 눈에서 노기가 서린다.

가뜩이나 철부지 아가씨 때문에 직접 나선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데 어린놈 한 테까지 무시당하니 자신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무사히 돌아갈 생각 말아라.”

단순히 손만 봐주는 선에서 끝내려 했는데 중년인은 생각을 도중에 바꾸었다.

죽이지는 않더라도 도경의 사지를 분지르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평생의 장애를 안겨다 줄 것이라 마음을 먹은 것이다.

스스스.

움찔.

그런 마음을 먹은 것과 동시에 중년인의 몸의 중심으로 살의가 내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이에 예민한 감각을 지닌 도경이 심상치 않게 반응했다.

“살기?”

“응?”

“지금 누구 앞에서 그딴 지저분한 살기를 품어?”

쿠웅.

사아아악.

중년인은 불행히도 도경 앞에서 해선 안 될 행동을 하고 말았다. 감히 그에게 살의를 내비쳤으니 말이다.

“윽.”

“사람 몇 죽여 봤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

“그걸 어떻게!?”

8년간 전쟁을 겪다 보면 가장 민감한 부분이 바로 타인에 대한 살의이다.

그러다 보니 싸우더라도 상대를 향해 살의를 피어 올리는 것은 금기시되는 행위가 되었고 만약 이를 어긴다면 죽이거나 죽어도 별말 하지 않는 곳이 도경이 살아왔던 전쟁터였다.

꽈득.

‘이 놈 위험한 녀석이다.’

도경의 몸에서 흉악한 기세를 느낀 중년인은 다급히 부하들을 앞으로 보내었다.

“전력을 다한다.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어!”

중년인은 어린 청년이라 가지고 있던 경원시 하던 마음을 버리고 즉각적으로 몸이 반응하는 대로 들고 있던 제압 봉을 바닥에 버리고 품속에 항상 지니고 있던 단검을 꺼내 쥐었다.

그만큼 도경의 몸에서 내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그만큼 흉흉하고 위험했다.

두근두근.

“전력을 다해야 한다.”

도경의 기세를 느낀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도경을 향해 단검을 겨누고는 자세를 잡아 달려 들었다.

퍼버버벅!

“끄아악”

“윽!”

추풍낙엽이란 것은 이런 것일까?

도경이 전에 보였던 움직임은 애들 장난이었다는 듯. 도경은 폭풍같이 거세게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이들을 응징했다.

빠직.

쿵!

퍼어억!

그의 일격에 뼈 한군데가 어디서 부러지고 살육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살점이 떨어져 나와 허공에 피가 흩날린다.

분명 뭉툭한 제압 봉으로 때렸는데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빈틈을 노린다.’

이를 지켜보던 중년인은 자신의 알려준 위험 본능이 틀리지 않은 것을 깨달으며 자신의 기척을 죽이고 도경의 곁으로 몰래 다가선다.

‘지금!’

파아앗!

20대 청년을 향해 전력을 다해 단검을 찌르는 중년인의 모습은 아까 전의 여유만만하고 무게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푸욱!

도경의 빈틈을 포착한 그는 득달같이 도경의 품속으로 들어와 망설임 없이 단검을 찔렀다.

“후...! 건방진 놈 얌전히 말을 들었다면 이런 일은?”

익숙한 감촉에 웃음 짓던 중년인은 자신의 단검을 맨손으로 붙잡은 도경을 향해 창백한 안색을 지었다.

“말 다했냐?”

‘진작 눈치챘어야 했다.’

덜덜덜.

“사람 몇 죽이고 나서 자신이 마치 우위에 서있다고 생각하는 너희 같은 새끼들이 나는 제일 싫어.”

“아아...!”

중년인은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후회했다.

그리고 자신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고 왜 다짜고짜 칼을 휘둘렀는지 그 원흉을 알아 차렸어야 했다.

[생존본능을 자극하는 살기]

도경의 살기에 자신의 생존본능이 자기를 흥분케 한 것이었다.

그것이 그의 판단을 흐렸고 그에게 최악의 선택을 저지르게 만들었다.

스스스스.

“끄으으윽.”

피로 물든 거대한 뱀이 자신의 몸을 휘감는 감각이었다. 자신과 비교되지 않는 농도 짙은 살기가 도경에게서 느껴졌다.

말조차 쉽게 내뱉을 수 없는 숨 막히는 살기.

“미친 살인마 새끼...! 얼마나 손에 피를 묻히며 살아온 거냐.”

“...”

덥석.

중년인의 말에 도경은 잠시 침묵하다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뿌드득.

“끄악.”

도경은 칼을 쥔 중년인의 손목을 꺽은 다음 그가 쥐고 있던 단검을 빼앗는다.

척!

“말해줘도 너는 믿지 못 할 거야.”

피 흘리는 손으로 단검을 역수로 잡은 도경은 무미건조한 어조로 그가 물었던 질문을 대답해 주었다.

“뭐?”

푸욱!

“!?”

무언가 자신의 몸을 파고들어오는 감각에 중년인의 두 눈에 붉은 핏줄이 섰다. 자신의 허벅지에 도경이 망설임 없이 찔러 넣었기 때문이다.

푸욱.

“끄으윽.”

털썩.

주르륵.

도경이 단검을 뽑아내자 중년인은 쓰러지며 피로 바닥을 적시기 시작한다.

“꺄아아아!”

갑작스러운 유혈사태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강소영이 어두운 공원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철컥.

비명을 지르는 강소영을 보며 도경의 두 눈이 싸늘한 안광을 빛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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