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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65화 (65/357)

65화

“꺄아아아...!”

“조용히좀 하지?”

소리 지르고 있는 강소영을 보며 도경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조용하라는 제스쳐를 보였다.

“꺄아아아.”

하지만 도경의 그런 행동에도 강소영은 멈추지 않고 소리 질렀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단검이라는 흉기와 생각도 못 한 유혈사태 그것도 자신이 데려온 사람들이 다 당해버렸다.

그런 상황 속 여성인 강소영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비명을 지르는 것뿐이었다.

“사람들 오면 곤란해지는 건 너일 텐데?”

흠칫!

뚝!

도경의 단 한마디. 그 말에 강소영의 비명을 지르던 입은 거짓말처럼 합죽이가 되어 멈추었다.

도경의 말대로 이곳에 사람이 온다면 곤란한 처지를 당하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

피식.

“태세전환 한번 빠르다.”

자신의 말에 곧바로 비명을 지르는 것을 멈춘 강소영을 본 도경은 어이가 없어서 웃어 버렸다.

강소영이 비명을 멈춘 연유에 대해서 웃음이 나온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손익은 확실히 따지는구나. 너도 참 물건이다.”

이 상황이 무섭거나 당황해서도 아닌 자신의 찬란한 미래에 흠집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걸 잘 아는 도경은 어린 소녀에게 진심으로 감탄했다.

“참 캐릭터가 확실해. 알기 쉬울 정도로 말이야.”

“...!”

도경의 비아냥에도 강소영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겁에 질린 것일까? 그런 것 치고는 강소영의 상태가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새하얗게 질렸던 피부는 홍조를 돌아와 있었고 겁에 질렸던 표정은 어느새 평정을 되찾았다.

“지금 네가 그렇게 의기양양할 상황이 아닐걸?”

“응?”

도경은 잠시 자기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심지어 도경을 향해 코웃음 치는 여유까지 보여주기 까지 하는 강소영의 태도에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리라 확신했다.

“지금 뭐라고 했어?”

“흥.”

갑자기 정신이 나간 것일까? 그녀는 오히려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이 상황 그리 나쁘지 않아.’

힐끔.

“으으으...으..!”

“크윽..!”

‘사람들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그게 네 실수야.’

고통에 신음성을 내뱉고 있는 이들과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는 중년인을 시선에 담은 강소영은 도경이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 생각했다.

‘외통수에 몰린 건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이야.’

도경이 자신의 무력으로 놀라운 일을 벌여 주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뒷생각도 않고 혈기를 참지 못해 저지른 어리석은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나보다 네가 이 상황이 좋지 않을 걸 모르겠어? 지금 넌 큰 실수를 한 거야. 대한민국 사회에서 칼로 사람을 찌르다니. 이건 살인미수야!”

검사라는 아버지를 둔 강소영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인미수가 얼마나 엄격한지 잘 알았고 지금 이 상황을 도경에게 인식시키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우세한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무사해지고 싶다면 내말 얌전히 듣는 게 좋을 걸?”

“.......”

역전된 상황.

이제는 완전히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그녀는 도경을 바라보며 그의 약점을 마음껏 이용하기로 하였다.

‘깔깔깔! 불쌍한 녀석. 이걸 빌미로 마음껏 부려주마.’

이 일을 이용한다면 도경을 제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다. 이제는 동영상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 건방진 애새끼(성준)도 이걸 이용하면 끝장을 볼 수 있겠지.’

도경과 성준 두 사람 다 각별한 사이임을 아는 강소영은 그 둘을 K스타에 내쫓을 생각과 동시에 어떤 식으로 그 둘에게 굴욕과 고통을 안겨다 줄지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내가 살인미수라고?”

움찔.

침묵하다 갑자기 자신에게 발걸음 옮기며 말을 건네는 도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강소영은 퍼뜩 정신 차려 현실로 돌아와 그와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그, 그래...!”

‘내가 너무 도발했나? 아니야! 그렇게 단순한 놈이 아니었어. 그래. 저건 최후의 발악 같은 거야. 쫄면 안 돼.’

그렇게 생각이 없는 단순한 인물이었다면 이미 자신은 멀쩡하지 못했을 것을 상기하며, 그녀는 도경이 마지막으로 허장성세를 부리고 있다 확신했다.

강소영은 여기서 더욱더 세게 나가야 한다 생각했다.

“이래 보여도 정당방위이다만?”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는 중요하지 않아 결과만 중요하지. 너도 알 거 아니야.”

도경이 말하는 정당방위라는 단어를 들은 강소영은 그를 향해 비웃어 주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피해자는 우리 쪽이고 가해자는 과잉방어와 살인미수를 저지른 너야.”

먼저 공격을 가한 건 자신들이지만 결론적으로 가장 많이 다치고 피를 본 것은 강소영이 데려온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도경의 위치가 피해자가 아니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자 이제 슬슬 포기하고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시지? 내 아빠가 검사장인 거 알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네 인생 제대로 망칠 수 있어. 정말 그렇게 되는 걸 원하는 거야?”

우뚝.

“......”

강소영의 마지막의 말에 거칠 것 없던 도경이 걸음이 드디어 멈추었다.

제자리에 멈춰 선 도경을 향해 긴장한 낯빛을 푼 강소영은 이제야 여유로운 웃음을 내보이며 그를 다독였다.

“그래 이제야 상황을 알아먹는구나. 그래도 네가 내 말을 어떻게 따르느냐에 따라...”

“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알고 보니까 웃기는 나라였군.”

“뭐?”

강소영의 말을 끊은 도경은 사납게 웃으며 강소영을 노려봐 주었다.

“자신에게 칼을 휘두른 놈. 칼침 넣어줬다고 살인미수라니. 그게 뭐야? 옛날에 만들어진 함무라비 법전보다 못한 법이잖아?”

저벅저벅.

“머, 멈춰! 너 지금 뭐하려는 거야? 너 방금 내가 한 말. 못 들은 거야?”

다시 걸음을 옮기는 도경의 모습에 강소영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저벅저벅.

“설마 정말로 그딴 협박이 나한테 먹힐 거라고 생각했어?”

짝!

“아악!”

도경은 강소영의 볼 따귀를 올려붙여 주었다.

“그리고 어린 게 건방지게 혀는 왜 이리 짧아? 법을 알기 전에 사람부터 되어라.”

짜악!

“꺅!”

연달아 왼뺨과 오른뺨을 맞은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도경을 향해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볼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표정은 뭐야 생전 처음 맞아본다는 얼굴이잖아? 이러다 나한테 반하는 거 아니야? 나를 이렇게 대한 것은 네가 처음이라는 둥 말이야. 큭!”

도경의 조롱에 강소영은 수치심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이익, 감히 네가...!”

도경의 말대로 강소영은 처음으로 타인에게 손찌검을 당해본 것이었다.

뺨으로 전해지는 고통과 얼얼함에 자신이 맞았음을 실감한 그녀는 상상도 못 할 수치심과 분노에 도경에게 소리 지르려 했지만, 그녀는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감히는 개뿔.”

휘익!

짜아악!

“꺄악!”

털썩!

도경은 좀 더 강하게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이번에는 아예 목까지 휙 돌아갈 정도의 강한 충격에 그녀의 몸이 휘청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퉷!

“끝까지 네가 상전인 줄 아는구나.”

그녀가 보는 앞에서 걸쭉한 가래침을 바닥에 뱉은 도경은 그녀의 멱살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덥석!

“꺅.

“맞을 짓을 했으면 맞는 게 당연한 거다.”

짝짝짝짝!

“아아악.”

좌우 연달아 사정없이 따귀를 올리는 도경의 손길에 강소영은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털썩.

“흑흑흑...!”

자신의 두 뺨을 붙잡고 서럽게 우는 강소영의 처참한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눈물 콧물은 기본이고 그녀의 가녀린 얼굴은 도경의 따귀에 퉁퉁 부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얼굴은 피범벅 투성 이어서 더욱더 끔찍한 모습을 자아냈다.

흑흑흑.

“울기는 네 뺨보다 따귀를 친 내 오른손이 백배 더 아플걸?”

휙.

후드득.

도경이 자신의 오른손을 흔들어 보이며 바닥에 휘두르자 그의 손에서 피가 후드득 바닥에 떨어졌다.

“쓰라리네...”

도경의 말은 틀린 것은 아니었다.

강소영의 얼굴에 묻어있는 피의 출처는 그녀의 것이 아니라 단검에 손이 베인 도경으로부터 나온 피였기 때문이다.

“꽤 깊게 베였나 보군. 이럴 줄 알았으면 왼손으로 때릴 걸 그랬어.”

자기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뒤늦은 후회를 하는 도경은 따귀를 때리느라 잠시 바닥에 버려 놓았던 단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 그럼 마무리를 해보실까?”

철컥!

“!?”

‘서, 설마!?’

“흐어엉! 살려주세요.”

“응?”

단검을 들어 올리고는 자신을 쳐다보는 도경의 모습에 강소영은 좋지 않은 생각이 퍼뜩 들자 도경의 바지를 붙잡고 빌었다.

“야. 설마 내가 너를 죽이기라도 하겠니? 너는 정말 너같이 못된 것만 떠올려 생각 하냐?”

“그, 그럼 왜?”

그의 말에 강소영은 떨리는 시선으로 도경이 들어 올린 단검을 바라보았다.

“아. 왜 검을 들어 올렸냐고?”

끄덕.

“그래요 왜 검을...”

“아, 잠깐 기다려.”

뽀드득 뽀드득.

도경은 강소영에게 시선은 고정한 채. 자신의 옷깃을 이용해 단검을 깨끗이 닦고 있었는데 그것을 본 그녀는 도경의 이해 못 할 행동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대체 뭘 하려고..!”

덜덜덜.

“별거 아니고는 네 말이 맞는 거 같아서 말이야.”

“뭐, 뭐가요?”

스윽.

“아..?”

도경은 강소영의 손을 붙잡아 단검을 그녀의 손에 올려 준 다음 꽉 손을 쥐었다.

“우리나라는 결과만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야.”

“네!?”

“이리와.”

휘익!

도경은 그녀에게 웃음을 보이며 그녀의 손을 붙잡아 이끌었다.

좋지 못한 예감에 그녀는 도경의 손길에 저항하려 했지만, 그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질질질.

“으윽?”

단검에 찔린 허벅지에 피를 많이 흘리고 있던 중년인은 도경이 강소영을 자신에게 데려오는 모습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무, 무얼 하려고?”

“자자. 안 죽일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스윽.

“하나, 둘!”

자신을 두렵게 바라보는 중년인을 향해 인심 좋은 미소를 보이는 도경은 강소영을 그에게 가까이 데려가 놓은 다음 그녀의 손을 번쩍하고 들어 올렸다.

반짝.

“자, 잠깐!!”

중년인은 강소영의 손에 쥐어진 단검을 바라보고는 창백한 안색을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지만, 도경은 고개를 저어주며 그의 뜻을 거절하는 제스쳐를 취하였다.

“셋!”

푸욱!

“끄아아악!”

“꺄아아악!”

강소영 손에 들려있는 단검이 중년인의 찔렸던 상처에 다시 틀어박힌다.

그것도 퍼즐 조각 맞춰지듯 도경이 내었던 상처 구멍의 깊이에 정확히 들어가는 단검이었다.

“딱 좋게 꽂혔어.”

중년인은 다시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강소영은 손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감각과 자신이 사람을 찔렀다는 것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아비규환 상황에 도경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멀리 떨어져서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그들을 향해 겨누며 외쳤다.

“자! 다들 가만히..! 하나, 둘, 셋!”

찰칵!

“!?”

어둠 속 카페라 플래시가 터지고 강소영이 중년인의 허벅지에 칼을 꽂은 장면이 사진으로 찍힌다.

비명을 지르던 강소영은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는 황망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며 눈을 마주쳤다.

“결과적으로는 칼을 찌른 건 내가 아니라 네가 되었네?”

씨익.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는 중요하지 않아 결과만 중요하지. 너도 알 거 아니야.)

“아아...!”

자신이 그에게 했던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그래. 이제 상황을 이해하는구나.”

(그래 이제 상황을 알아먹는구나.)

“내 말 잘 들어.”

(그래도 네가 내 말을 어떻게 따르느냐에 따라서..)

데자뷰를 일으킬 것처럼 조금 전과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도경의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떨리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그딴 식으로 뒷수작 부리지 마. 가수면 가수답게 정면에서 정정당당하게 무대에서 승부해. 그리고...”

사아악.

“흐끅.”

맹수가 귓가에 대고 이를 드러내며 나지막이 내는 위협적인 울음소리에 강소영은 숨을 죽였다.

“다시는 내 동생 건들 생각하지 마.”

“끅...!”

부들부들.

도경의 두 눈에서 적색으로 빛나는 동공을 바라본 그녀는 끔찍한 공포심에 경련을 일으키며 거부반응을 보였다.

살기를 전력으로 일으킨 도경의 눈빛은 도저히 그녀가 버틸 수 있는 종류의 그것이 아니었다.

털썩.

“그러게 건드릴 사람을 보고 건드려야지 감히 누가 누굴 협박해?”

결국은 경기를 일으키다 의식을 잃고만 강소영은 중년인의 몸에 쓰러졌다.

쓰러진 그녀를 보며 도경은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중년인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저벅저벅.

‘이러다 정말 죽는다!’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멈칫.

도경은 그의 말에 중년인에게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감이 좋네.”

“역시...!”

두근두근.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살기라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중년인은 두려움과 가득 찬 시선으로 도경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내었다.

“뭐, 원래 생각대로라면 그쪽을 죽이고 강소영을 살인마로 누명 씌우는 건데 조금은 오버겠지?”

“네, 네. 그러면 일이 더욱 복잡해지기만 할 겁니다.”

“그래 빈틈이 많긴 하지.”

오싹.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도경의 모습에 중년인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등골이 오싹이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는 그 빈틈을 메울 기반도 힘도 없으니 말이야. 아쉽지만 그 계획은 관두도록 할게.”

“후우우.”

‘사, 살았다!’

중년인의 안도하는 모습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뒷정리는 알아서 정리하도록 해. 서로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을 거라 믿어.”

“...깨끗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다시는 보지 말자.”

스르륵.

자리에 일어난 도경은 그를 향해 뒤 돌며 천천히 어두운 공간 속으로 스며들며 사라졌다.

“...대체 저 청년은...!”

부르르.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 했던 도경을 떠올리며 중년인은 몸을 떨며 주변을 살피며 할 말을 잃었다.

“으으으...”

꿈틀꿈틀

이 처참한 풍경을 단 한명 인 청년이 만들었다고 도저히 믿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허...”

짧고도 긴 시간.

많은 일들이 생겼던 다사다난한 하루가 그렇게 끝을 맞이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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