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무대를 앞두고 일주일 전.
[JY], [TG], [LSM] 삼대 기획사에 캐스팅된 참가자들의 중간 점검이 있는 날
서로에 대한 탐색전으로 K스타에서 유명한 경합 중 하나인 [3사 기습배틀 전]이었다.
“도경이 형 오랜만이네요. 우진이 형도 안녕하세요.”
서로들 소속사에서 눈코 뜰 새도 없이 연습으로 바빴던 시간을 보낸 덕분에 익숙한 얼굴임에도 오랜만에 보는 감각을 느꼈다.
“그러게 오랜만이다.”
“그래 성준이도 안녕.”
도경과 성준, 김우진은 서로에게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시끌시끌.
도경 일행 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로 인사를 나누며 서로가 속한 소속사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기습배틀 오디션]에서 경쟁하러 온 처지였지만 모두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반가움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성준이 얼굴 부기도 많이 가라앉고 멍도 많이 옅어졌네. 메이크업만 조금 진하게 하면 티 나지는 않겠어.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헤헤. 젊어서 그런가? 다들 회복이 빠르다고 놀라더라고요.”
성준은 손을 뻗어 브이(V) 자로 만들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우진의 말대로 엉망진창이었던 그의 얼굴은 방송에 나갈 수 있을까. 걱정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방송에 나갈 수 있을 만큼 호전된 상태였다.
“젊음은 개뿔. 다 잘난 이 몸 덕분이지.”
“네?”
“응?”
의사들이 놀랄 정도로 성준의 빠른 회복력의 원인을 아는 도경은 성준의 말을 비웃어 주었다.
성준이 빠르게 회복한 이유는 도경 그가 걸어준 [치유의 파동] 덕분이었다.
병원에서 끙끙거리는 성준이 안돼 보여서 능력을 사용한 것이었는데 덕분에 이틀간은 졸려 죽는 줄 알았다.
우쭐.
‘진짜 나는 너무 좋은 형이라니까. 복수도 해주지 치료도 해주지 이런 천사같은 형이 어디 있어?’
무언으로 성준을 향해 자신의 우쭐한 눈빛을 보내는 도경이었으나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성준과 김우진은 뜬금없는 도경의 언행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도경이 지금 개그 친 거야?”
“그러게요 대체 왜 저런대요? 요즘은 얌전해 진줄 알았더니 여전하네요.”
도경의 말에 성준과 우진. 두 사람이 갑자기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봐 주었다. 그 둘의 눈빛에도 도경은 눈에 힘을 줘 더욱더 오만한 시선으로 자신의 위대함을 어필하기 시작한다.
“무지몽매한 우민과 말 섞어서 뭐하리. 그저 이 몸의 위대함에 감사하도록!”
울컥.
“뭐래..!”
뭐가 뭔지는 몰라도 도경이 자신들을 하찮게 바라보는 눈빛에 성준의 반항아 기질이 발동 걸렸다.
“형. 그게 무슨 참신한 헛소리에요? 그냥 저의 젊은 회복력이 부러워서 그런 거죠? 남자가 추잡스럽게 질투하지 마시죠.”
“뭐, 뭐? 헛소리? 질투? 허! 참...”
“하하하! 추잡스럽대”
성준의 말에 김우진은 크게 웃으며 도경을 향해 비웃으며 그를 놀렸다.
정확히 도경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몰라도 이 분위기상 도경을 골탕 먹여야 할 것 같아 더욱 과장되게 그에게 웃음 지었다.
울컥!
“이익! 이게 형보고 개소리라니 내가 저놈 버릇을 고쳐야지!”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험악한 남자 5명과 싸운 깡다구와 울버린급의 회복력을 가진 몸. 정말 저랑 붙으실 자신 있어요?”
이소룡 특유의 포즈를 취하며 나대고 있는 성준을 보는 도경의 표정이 썩어들었다.
“5대1은 개뿔. 개 쳐맞다가 방법이 없으니까. 2층에 뛰어내린 주제에...!”
크아아앙!
“봤어요? 봤냐고요! 똥이 더러워서 피한 거지 방송 아니었으면, 제가 걔들 한 방에 발랐어요. 알아요?”
‘병원에서 이상한 약을 처방하나? 요즘 들어 왜 이래?’
그 사건 이후로 기죽기는커녕 더욱 팔팔하게 날뛰며 오히려 자신에게 더욱 망나니력이 상승하는 성준을 보며 도경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휴 말을 말자. 동생 자존심 형이 지켜주지 누가 지켜 주냐.”
“하하하하. 너희들은 오랜만에 봐도 여전하다. 아아, 너무 웃어서 광대까지 아프다.”
두 의형제의 만담이 너무나 웃긴 나머지 너무 웃어버렸다 생각하며 우진은 숨을 고르며 둘을 향해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였다.
“어째 서로들 점점 닮아 가냐? 이제는 진짜 형제라 해도 믿겠다. 하하하”
발끈!
“형! 어떻게 저한테 그런 심한 말을!”
“제가 클래스가 있지 어딜 이런 허접한 얘와 천재인 이 몸 하고 비교하는 거예요?”
“풋..!”
도경과 성준이 동시에 발끈하며 외치는 모습은 누가 봐도 똑 닮은 모습.
둘의 모습을 본 김우진은 숨을 몇 번 고르지 못하고 결국 다시 한번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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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드득.
“죽여 버리고 싶어...!”
흠칫.
“뭐, 뭐라고?”
한 소녀의 중얼거림을 들은 한 참가자가 그녀를 향해 뒤돌아보았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한이 서린 목소리의 주인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네?”
“어...?”
분명 뒤에서 들여왔던 증오 서린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오히려 더욱 영문을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소녀가 너무도 의외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저기 왜 그리 쳐다보세요?”
말똥말똥.
“괜찮으세요?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요. 오빠.”
순진무구한 눈방울을 지닌 그녀가 자신을 쳐다보자 당황한 남자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 못하며
“아, 아 아니야. 소영아 내가 잘못 들었나 봐.”
“연습 많이 하셨나 봐요. 조금은 휴식도 취하고 그러세요.”
‘맞아 내가 연습하다 보다 보니 기가 딸리나 보다.’
“하하하. 그래 소영이 너 말대로 그래야겠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뭘요.”
‘그래 소영이가 그런 소리를 할리 없지.’
남성 참가자는 그 한기 어린 목소리를 내뱉은 존재가 앞에 있는 소녀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분명 좀 전에 들었던 목소리를 빠르게 머릿속에 잊기 시작했다.
‘쯧. 못생긴 주제에 눈만 높아선 헤벌레 하기는..! 벌레 같은 새끼.’
그녀의 속마음을 들었다면 필시 남성 참가자의 멘탈은 조각이 나서 가루가 될 게 분명했지만, 다행히도 그는 자신을 걱정해준 강소영의 좋은 모습만을 기억하며 하루 종일 기분 좋은 상태로 있을 것이다.
빠득.
“미친 사이코 같은 새끼...!”
강소영은 저 앞에 있는 도경을 향해 욕을 쏘아붙이며 그날을 떠올렸다.
그 끔직한 날이 지난 지 3주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날의 감촉과 끔찍한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스윽
“아직도 얼얼해.”
화끈화끈.
강소영은 수치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뺨을 쓸어 올렸다.
도경에게 맞은 뺨따귀의 감촉이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얼굴에 부기가 빠졌음에도 그때를 생각할 때마다 맞았던 뺨이 얼얼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 멍청한 년들만 아니었으면 내가 그런 수모를 겪을 리 없었을 텐데...!”
강소영 그녀 본인이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뒤에서 그렇게 조작해서 벌어진 일이었건만, 자신의 잘못은 생각 안 하고 남에게 잘못을 모두 돌리며 원망하다니 도경에게 그날 겪었던 일이 있음에도 그녀의 심경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모양인가 보았다.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어.”
문제가 될 수 있던 그 날은 강소영에게 다행히도 잘 마무리가 되었다.
칼에 찔린 중년인은 치료를 받지 않고 곧바로 그날 있었던 일을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총 책임자이자 에게 보고한 덕분이었다.
강소영 아버지인 강명석조차 그날의 일은 알지 못하니 얼마나 은밀하게 처리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도 그 사람 건방져. 감히 나에게 충고를 하다니 말이야.”
자신의 아버지와 사업동반자 [김강한].
강소영이 얼핏 알기로는 뒷세계의 뼈가 굵은 인물로 자신의 아버지가 자문을 구하며 뒤를 봐주며 해결사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 들었다.
“아버지 딱가리 주제에.. 뭐? 건들지 말라고?”
역시나 능력 있는 사람답게 김강한은 그날이 있고 바로 다음 날.
그녀의 약점이 될 영상이 담겨있던 도경의 스마트폰을 가져와 자신에게 건네 왔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충고하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기도 하였다.
[아가씨 그 청년을 건드리시면 좋을 게 없을 겁니다. 그 동영상을 받아 오는데도 목숨을 걸었습니다. 앞으로 그와 아가씨의 일에는 저희는 일체 손을 떼기로 합니다. 이건 강명석 검사장님께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저는 분명 충고했습니다.]
빠득.
“목숨을 걸어? 오버도 정도가 있지. 그리고 나는 강소영이야. 네깟 놈들 말 들을 내가 아니라고.”
정말로 싸늘한 얼굴로 진지하게 충고를 하는 김강한이라는 사람의 말은 더욱더 강소영을 분노케 하였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경우가 이런 경우일 것이다.
“내가 저런 건방진 놈들을 가만히 둘리가 없잖아.”
강소영은 도경과 성준을 향한 증오와 분노를 멈추지 않았다. 무엇하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을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뭐... 그 사람 말대로 직접 건드는 건 관두겠어. ‘직접적으로’ 관두는 건 말이야.”
평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왔고 그래야만 직성이 풀리는 천성인 그녀의 집착과 독심은 도저히 정상적인 게 아니었다. 그녀의 검은 욕망은 더욱더 깊이 타락하고 있는 중이었다.
“언제까지 여유로운지 한 번 두고 보자. 후후후.”
자신이 뿌려놓은 씨앗을 떠올린 강소영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도경과 성준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스케일이 다르게 양념을 쳐 놓았다. 3주간 다른 참가자들은 열심히 무대를 위해 연습할 때 그녀는 새로운 음모를 열심히 꾸미고 있던 것이다.
“진작 이렇게 내가 나서야 했어.”
전의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사람들 가지고 일을 벌이는 강소영은 이번에야말로 둘에게 복수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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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저년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보네.’
파동을 느끼고 자시고 저렇게 끈적하고 음습한 시선으로 대놓고 적의를 쏘아댄다면 민감한 감각을 지닌 도경이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분명 충고해준다고 했는데? 그 자식 똑바로 말한 거 맞아?”
도경은 그날 만났던 김강인이라는 해결사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야 그럴 리 없지. 그런 파동을 지닌 사람일수록 자신의 말을 지킨다.”
빛과 어둠을 포함한 그의 특이한 파동을 떠올린 도경은 고개를 좌우로 가로 저었다.
도경이 사람에게 느끼는 파동을 자신만의 이미지로 분류한 4가지의 파동.
[잿빛],[빛],[어둠],[빛과 어둠]
[잿빛]은 ‘메마른 먼지’처럼 무미건조한 파동이다.
열의와 의지를 잃어버린 자들이 지니는 것으로 현대 사회인들 중 많은 이들이 지닌 일반적인 파동 이었다.
[빛]은 희망. ‘나아가려는 의지’의 파동이다.
어제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려는 이들이 지니는 파동으로 의지가 세면 셀수록 환히 빛난다.
[어둠]은 ‘타락하거나 욕망에 삼켜진 자’들이 내뿜는 파동이다.
자신의 욕망을 누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거리낌이 없는 일을 저지르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이 세 가지의 파동을 벗어나지 않는다.
잿빛이거나, 잿빛에 빛과 어둠을 같이 섞여 지닌 사람들이 태반이고 그 중에서 강한 빛과 강한 어둠을 가진 사람들이 극소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남는다.
[빛과어둠은] 무엇일까?
특이하고 희귀한 파동인 [빛과 어둠]은 ‘강한야망’을 가진 이들을 지닌 파동이었다.
이들은 빛과 어둠을 품은 만큼 중립적이고 지혜로우며 원할 때 마다 모습을 바꾸며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기질을 지닌 자들이어서 도경은 이 파동을 다르게 칭하기도 하였다.
‘제왕의 파동’이라고 말이다.
이 세계에 있을 때 제왕이라는 족속들이 지니는 파동으로 도경은 이러한 사람들을 대할 때는 쉬이 나서지 않았다.
이들 만큼 예측불허하고 심계가 깊은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3주 전 예상치 못한 인연.
자신에게 동영상을 가지러 온 김강인 이라는 사람이 그러한 파동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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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검은색 일색의 복장을 한 그는 홀몸으로 자신의 집 앞에 찾아와서는 무미건조하게 서류를 하나 내밀고는 딱 한 마디를 했다.
“동영상만 내놓으면 건들지 않기로 약조하지.”
그가 내민 서류의 내용은 도경의 주변 인간관계 리스트. 그리고 그 서류를 자신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명백한 협박의 의미가 담긴 메시지였다.
이를 깨달은 도경은 그를 바라보며 살기를 피어 올렸다.
사아악.
“아무래도 너는 죽여야겠어.”
흠칫.
“이건!?”
도경은 지구에 와서 처음으로 그 자리에서 곧바로 살계를 열려고 했었다.
자신의 앞에서 무표정으로 건조하게 협박하는 그에게서 위험한 기질과 짙은 피비린내가 맡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도경이 지구에서 본 사람 가운데 가장 위험한 인물 이었다.
‘일단 죽인다.’
도경은 정말로 뒷생각 하지 않고 전심전력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이 사람이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알고 있는 것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이런 유형에게 기회를 주거나 틈을 주면 아주 위험했기 떄문 이다.
그 자리에 처리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위험이 적은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서 도경의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잠깐.”
철컥!
‘총?’
도경이 살계를 열자 말자 품속에 재빨리 총을 꺼내 겨누는 그는 무표정에서 처음으로 놀란 안색을 지으며 도경과 거리를 벌렸다.
“......”
“......”
대낮 한복판에 사람을 죽이려는 도경이나 망설임 없이 총을 꺼내는 김강인이나 두 사람 다 제정신 들이 아니었다.
긴 대치 속 김강인 실장은 도경에게 총을 겨눈 상태로 말을 건네었다.
“재평가해야겠군. 설마하니 이런 인물일 줄이야. 위협이나 협박은 관두겠다. 3억. 3억을 너에게 주겠다.”
“3억에 동영상을 팔라고?”
“아니.”
“?”
그의 말에 도경이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김강인은 총을 들어 천천히 그에게 들어 보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내 목숨 값이다.”
“뭐라고?”
“그 돈을 받고 나를 살려줬으면 좋겠군.”
“...”
지독하게 무미건조한 목소리지만 도경은 그가 정말로 3억으로 자신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것을 알았다.
“그 말. 진심으로 하는 소리구나. 도대체 왜? 총을 겨눈 네가 유리 할텐데?”
“나도 믿기지 않지만 총을 겨누어도 너에게서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군.”
“......”
‘감이 비정상 적으로 좋은 놈이야. 게다가 판단도 빨라. 그런데 왜 하필3억이지?’
그의 비범함에 호기심이 동하였다.
신속 정확한 그의 빠른 태세전환과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3억을 제시한 그의 사고회로 궁금했다.
‘특이한 인물이다.’
지구에서 이렇게 자신의 목숨 걸린 일에 무감각할 정도로 침착함을 유지하는 사람은 처음 이었다. 호기심이 동하자 도경은 감각을 키워 그를 더욱 상세히 살피기 시작하였다.
“살려준다면 너와 연관된 일에는 일절 손대지 않도록 하지.”
흠칫.
‘잠깐 이 파동은?’
뒤늦게 그에게서 느껴지는 특이한 파동을 발견한 도경은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살기를 풀고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3억은 필요 없고 그 대신 다른 거로 바꿀 수 있을까?”
“다른 거?”
“아.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나서 말이야.”
도경의 꺼낸 이야기에 무표정을 유지하던 사내는 품속에 총을 집어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의 제안을 수락하였다.
이게 3주 전의 예기치 못한 손님과의 만남의 전말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