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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68화 (68/357)

68화

그와 만났던 회상을 떠올리며 도경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뭐, 어련히 했겠지.”

도경이 보기에 김강한이란 인물은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말을 찍찍 내뱉는 부류는 아니었다.

군더더기 없고 철저한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저 아가씨에게는 그의 충고가 먹히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자신을 향해 적의를 보내는 강소영을 향해 고개를 돌린 도경은 그녀와 시선을 직접 마주하였다.

흠칫.

‘뭐, 뭐야?’

갑자기 도경이 자신을 바라볼 줄 몰랐던 강소영은 속으로는 화들짝 놀랐지만, 그녀의 자존심이 이를 겉으로 내색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눈가에 힘을 주고 도경을 마주 보면서 노려보기까지 하였다. 그녀의 모습에 도경은 혀를 내둘렀다.

‘쯧. 역시 정신을 못 차렸네.’

조금은 독하게 손을 썼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새카만 검은 파동을 지닌 소유자답게 그 정도의 일가지고는 강소영의 심지를 꺾긴 어려운 모양이었다.

“금제를 가할 수도 없고 진짜 거슬리네...”

감질 맛을 느끼는 도경은 강소영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강소영에게 금제를 가할까 생각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맘에 들지 않지만, 금제에 걸기에는 독심이 너무 강해.”

[파동각인]은 높은 정신력이나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는 일시적인 효과만 보일 뿐 언젠가는 깨지게 되는 기술.

저 정도의 독심과 고집을 가진 강소영에게 자신의 금제를 가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었다. 각인이 실패하거나 풀리는 순간 자신에게 더 큰 분노와 증오를 품고 복수하려 들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냥 박살 내버리는 게 편한데...”

저런 유형은 금제를 가하는 것 같은 복잡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직접 손을 대서 박살내는 게 제일 편한 방법인데 그 또한 쉽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박살이란 최소 상대를 병신으로 만들거나 죽이는 것을 말하며 당연히 도경의 주변 환경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부분이었다.

“너무 불편해...”

자신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는 상대는 무조건 직접 나서서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도경으로서는 귀찮은 상황이었다.

“조금은 두고 볼까? 이곳에서는 참을 인 3번이면 살인도 면한다 했으니.”

지구에서 속담을 인용하며 도경은 강소영을 향해 서늘한 눈빛을 보이며 간단한 제스처로 마지막으로 경고하였다.

척!

깜짝.

‘뭐하는 거지?’

손을 자신에게 들어 올려 보이는 도경의 행동에 강소영은 그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았다.

휘익 척.

끽!

[너 정말 그러다 죽는 수가 있다.]

단순한 손동작이었지만 강소영은 도경이 자신을 향해 경고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을 손날로 긋는 그의 행동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제스처였기 때문이다.

“미친놈.”

홱.

도경의 경고에 눈살을 찌푸린 강소영은 도경을 향해 욕설을 내뱉어 주며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강소영의 그런 삐딱한 태도에 도경의 눈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진짜 저걸 죽여 살려?”

이 정도로 봐주는 것도 유례가 없을 정도인데 저런 건방진 태도라니.

도경이 그녀에 처우에 극심한 갈등을 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도경을 바라보고 있던 참가자들이 황당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수군수군.

“뭐지 선전포고인가. 지금 거 봤지?”

“난데없이 우리한테 살인 예고 날렸어.”

“진짜 생뚱맞네...!”

“킥킥. 진짜 괴짜이긴 한가 봐. 캐릭터 진짜 꼴통 캐릭터다.”

도경 자신은 마지막 경고를 전하기 위한 위협적인 행동이었지만 그의 행동은 요즘 세대들에게는 비웃음 사기 좋은 허세 섞인 동작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도경의 옆에 있던 성준과 김우진 두 사람이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도경을 쳐다보았다.

“형... 지금 뭐 한 거예요?”

“아, 어디 숨을 곳 없나? 내가 더 부끄럽네.”

도경의 갑작스러운 살인예고.

그를 보던 성준과 김우진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어? 왜 뭐가 어때서?”

“아니 갑자기 왜 난데없이 살인예고를 하냐고요.”

“이거?”

성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도경은 방금 전에 했던 행동을 똑같이 선보이다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던 둘의 시선에 으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때? 멋있어?”

군더더기 없이 자신의 동작이 갑자기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아... 도경아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거니?”

벌떡.

정말로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도경의 미소에 결국 이런 것에 내성이 약한 김우진이 참지 못하고 자리에 일어나 거부반응을 보였다.

부르르.

긁적긁적.

자리에 벌떡 일어나 자신의 온몸을 긁는 김우진의 행동에 도경은 이상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니 이게 어때서?”

휘익.

“아, 형 하지 말라 고요!”

퍽.

“악!”

다시 자신의 동작을 구현하려는 도경을 향해 성준이 그를 밀치며 그 동작을 저지하였다.

“진짜 쪽팔린다고요.”

도경의 살인예고를 저지한 성준은 진심으로 경멸한 표정을 지으며 도경을 나무랐다.

벌떡!

“아악. 왜 밀어! 내가 뭘 했다고?”

그에 바닥에 손을 짚으며 의자에서 넘어질 뻔한 도경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성준을 향해 시조새처럼 소리 질렀다.

“시끄러 워요. 남들이 여기 보잖아요. 조용히 안 해요?”

“우와 인성 봐라.”

“뭐래요 잘못은 형이 먼저 했거든요. 누가 그런 행동 하래요?”

“대체 뭐가?”

도경은 진심으로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성준을 향해 고래고래 악을 질렀지만, 오히려 도경의 행동에 쪽팔림을 느낀 성준이 그를 타박하였고 몸을 다 긁으며 겨우 닭살을 쫓은 김우진은 뒤늦게 합류해 성준을 도와 도경을 나무랐다.

“도경아. 진짜 이번만큼은 네 잘못이다.”

“아니 뭐 제가 죽을죄를 지었대요?”

자신에게 사사건건 투덜거리는 성준의 말이야 무시하겠지만, 항상 차분한 김우진이 마저 자신을 타박하자 도경은 그에게 왜 그런지 물었다.

“잠시만 기다려봐...”

이대로는 안 되겠는지 김우진은 스마트 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여 나온 한 동영상을 재생시켜 도경에게 보여 주었다.

“자. 봐봐.”

“응 이게 뭐얘요? 어.....!”

김우진이 보여주는 영상에는 배우처럼 잘생긴 한 남자 연예인이 카메라에 대고 도경과 비슷한 살인예고를 하고 있었는데 이를 본 도경의 얼굴이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주변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그의 행동에 인터넷 게시판은 모두들 비웃는 댓글로 영상을 도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니?”

“이거와 제거는 수준이 다른...!”

“저기 카메라를 들고 계시는 분한테 그렇게 얘기해보시지?”

“카메라!?”

홱.

김우진은 짠한 눈빛의 의미를 뒤늦게 깨달은 도경은 창백한 안색으로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훗,”

도경과 눈을 마주친 카메라맨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엄지를 치켜 올리며 도경이 했던 살인예고를 그대로 따라해 보인다.

휘익 끽!

“.......”

카메라맨의 살인예고에 도경은 자기가 조금 전 보았던 동영상의 인물처럼 많은 사람에게 웃음거리로 화자 될 것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너는 당분간 이불 킥 확정이다.”

“......”

‘그거랑 이거랑은 진짜 다른데...!’

울컥!

그가 본 동영상의 주인은 습관화된 허세로 살인예고를 한 거지만, 자신은 진심을 담은 살인예고인데 무언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도경이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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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우발적인 사건이 있고 난 후.

뒤늦게 도착한 심사위원들을 배정된 자리에 앉아 [중간 기습배틀]편을 진행하기 시작한다.

“자 이제부터 3사 소속사의 자존심이 걸린 경연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나 진행은 맛깔나게 분위기를 살리며 설명을 잘하는 박진용 심사위원의 몫.

소극장 자리에 앉아있던 참가자들은 그의 말에 큰 목소리로 환호하였다.

와아아!

정말 진심으로 기쁨에 물든 환호성이었다.

그도 그럴게 오늘은 소속사를 대표하는 참가자들만 무대를 가지고 나머지 참가자는 객석에 앉아 관중의 역할로 그들의 무대를 응원하며 순수히 즐길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K스타에서 처음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할까?

합격도 탈락도 없는 평화로운 선의의 경쟁만 있는 이번 무대는 모두를 즐겁고 신나게 만들었다.

“참가자들과 달리 이번에는 우리 심사위원드이 긴장을 하게 되네요. 특히 3사 대형기획사 완전체가 모여 있는 만큼 모두들의 기대도 크죠. 그래서 저는 준비를 많이 했답니다. [LSM],[TG] 두 심사위원분들은 어떤가요. 준비들은 많이 하셨나요?”

박진용 심사위원의 말에 두 심사위원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들어 올리며 그의 질문에 답하였다.

“저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회사 시스템대로 참가자들에 훈련시켰을 뿐입니다.”

“역시 확고한 시스템을 갖춘 [LSM]. 이수민 심사위원님 자신감이 느껴지네요. 일일이 다 나서서 준비한 저와는 다르네요. 하하하.”

“어이구. 그래서 너희 소속사가 너 때문에 흥하고 너 때문에 망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하하하!

이수민의 답변에 박진용 심사위원은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을 때. 옆에 있던 태현섭 심사위원이 훅 들어와 짓궂은 표정으로 박진용을 놀렸다.

“아 진짜. 형네나 잘해!”

“우리 [TG]는 이 이상 잘하면 무적이다.”

“진짜 말이라도 못하면...! 두고 봐 우리가 이번에 콧대를 아주 눌러 줄 테야!”

심사위원들의 신경전이 섞인 만담에 객석에 앉아 있는 참가자들은 부담 없이 웃으며 유쾌한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자 그럼 오늘 3대 소속사를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누구일지 이야기해 볼까요?”

“아 그전에 박진용 씨. 설명부터 먼저 하셔야죠.”

“네?”

“이번 탑텐(10) 기습 배틀 때. [JY]쪽에서 참가자를 2명 보내신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만. 이에 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찌릿.

‘이, 형이! 내가 먼저 설명한다 말했는데 왜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거야? 상황 이상하게 흘러가잖아’

갑작스레 훅 치고 들어오는 태현섭의 말에 박진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우선권이 뭐라고 20년 지기 친한 동생을 이렇게 이상하게 몰아가셔도 됩니까? 안 그래도 시청자 여러분께 설명하려 했습니다. 사전에 미리 말했잖아요.”

“하하하. 제가 방송 경험이 없다 보니 조금 서둘렀나 보네요.”

‘누가 그 말을 믿어. 일부러 그런 거잖아!’

부릅!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태현섭을 향해 박진용은 눈을 부릅뜨며 무언으로 따졌지만, 태현섭은 그를 향해 능글맞은 웃음만을 보일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진용아 우선권이 걸려있는 무대인데 이 정도의 견제는 이해해야지.’

피식.

“그럼 팀도 아니고 개인 참가자를 두 명으로 대표자 팀으로 보낸 것에 관해서 설명 해주시겠습니까?”

작년에도 우선권으로 탈락하려던 2위의 참가자를 구제하며 1위 우승자로 만든 역전의 드라마를 쓴 장본인으로서 태현섭은 이번에도 우선권을 위해 확실하게 견제할 생각이었다.

“저희야 물론 사전에 이야기는 들었지만, 시청자분들은 설명이 필요하실 거니까요.”

태현섭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만 있던 이수민은 그의 말을 지지하였다.

“태현섭 심사위원님의 말이 맞습니다.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요.”

“그래 진용아. 잘 말해야 해. 안 그럼 또 악플 바가지로 달린다. 하하하.”

울컥!

자신은 별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문제인데 예기치 못한 부분에서 심한 견제가 들어오자 박진용의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

아무리 자유분방한 성격인 자신이라도 지금 이 상황은 웃으면서 넘길 수 없었다.

“좋습니다. 형평성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설명보다 이렇게 하기로 하죠. 저희 쪽에서 개인 참가자 2명이 팀으로 나가는 만큼 평가를 혹독하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대표 참가자 두 명 중 한 명이 두 소속사 대표 참가자에 비해서 조금이라도 손색이 있다면 저희 쪽에서는 우선권을 과감하게 포기하겠습니다.”

“!?”

즉흥적인 박진용의 제안에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태현섭과 이수민 심사위원은 박진용을 향해 놀란 눈빛을 보내었다.

‘진용이 녀석 세게 나오는데?’

‘그 정도로 자신 있다는 건가. 아니면 평소처럼 흥분해서 막 지른 건가?’

마지막 K스타 시즌에 완전체인 3대 기획사가 모인 만큼 이번 경연은 평범할 수가 없었다.

어느 회사가 우수한지 우열을 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간 기습배틀이라 하더라도 심사위원들은 자존심이 걸린 경연 이었다. 그렇기에 이처럼 무리수를 던지는 박진용의 행동은 두 심사위원을 당황케 하였다.

“어떻습니까? 저는 그 정도로 자신 있는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움찔.

꿈틀.

박진용의 도발에 두 명의 심사위원이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의 도발이 두 명의 심사위원에게 제대로 먹힌 것이다.

“좋습니다. 어차피 저희에게 손해가 없는데 받아들이죠.”

“진용이 너 후회 하지 마라.”

“자 그럼 형평성 문제는 해결 었네요. 그럼 이젠 소속사를 대표하는 참가자들은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박진용의 우발적인 제안과 도발에 모두는 당황한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상황은 더욱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었다.

웅성웅성.

부담 없이 무대를 즐기려 했던 참가자들도 긴박감이 넘치는 상황에 숨죽이고 자신들의 소속사인 대표 참가자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스윽.

“뭔가 되게 큰일이 돼버렸네요. 어쩌죠?”

“뭐 그래 봤자 우리는 그냥 무대 위에 준비한 거 보여주면 되는 거 아냐?”

“그래도 부담스럽잖아요.”

부담 없이 무대를 즐길 생각이었던 김주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한숨에도 도경은 해맑게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 그녀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래? 나는 오히려 재밌는데.”

“오빠는 이게 재밌어요?”

“이 정도 긴장감이 있어야 무대가 더 재밌지.”

“참. 박진용 심사위원님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두 사람 다 대책 없는 성격이예요.”

신난 아이처럼 들떠있는 도경의 모습에 김주희는 혀를 내두르지만 두 눈에는 힘을 가득 실어 자신의 각오를 표하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가 일등해요!”

“당연하잖아!”

씨익.

파트너의 각오를 들은 도경은 웃음 지으며 그녀와 함께 소극장 무대 위로 걸음을 옮겼다.

심사위원들의 경쟁심에 과열된 분위기 속.

3사 기획사 대표 참가자들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 위에 나란히 서며 정면을 마주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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