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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69화 (69/357)

69화

심사위원들의 호명에 소극장 무대 위에 선 5명의 대표참가자들은 심사위원과 사람들의 시선 속에 도경을 제외하고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하나, 둘, 셋! 화이팅!”

표정이 굳은 대표 참가들을 향해 힘차게 응원하는 같은 소속사 참가자들 응원에도 무대에 선 대표 참가자들의 표정은 펴질지 몰랐다.

앞에 있는 심사위원들의 분위기가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기 싸움을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사위원들이 자존심을 걸고 [중간 기습배틀]에 임할 줄은 생각 치 못했다.

뿌득.

‘또, 저 녀석이야?’

‘이번엔 기필코 이긴다.’

덩달아 무대에 나온 참가자 사이에서도 묘한 긴장감 섞인 공기가 무대 주변에 내려앉았다.

심사위원들에게도 원인이 있기도 했지만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가 펼쳐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도경이 형 두고 보세요!’

우선 맨 왼쪽에 자리 잡고 있는 [베스트 프렌드] 김중섭과 우현진.

저번 팀 매치에서 도경과 김우진에게 패배하고 구사일생으로 기사회생한 경험이 있는 둘은 도경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이기겠다는 강한의 의지가 서려 있었다.

“현진아 이번엔 우리가 꼭 이기자. 저기 형 콧대를 꽉 눌러 주는 거야!”

“응! 이번엔 할 수 있어.”

도경이 안겨준 한 번의 패배가 어린소년을 더욱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어준 것 같았다.

소속사의 자존심을 건 부담되는 자리 속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는 11살의 소년들의 의지는 놀라울 정도로 강인할 따름이다.

까드득.

“이번에 내가 누군지 제대로 보여주겠어.”

예쁜 얼굴로 온종일 남몰래 이를 가는 소녀는 [LSM] 소속사 대표 참가자 강소영이었다.

그녀는 옆에 서 있는 도경과 그 옆에 있는 김주희를 향해 흉흉한 눈빛을 은밀하게 보내면서도 머릿속에 있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흥. 멍청한 박진용 심사위원이 또 실험적인 것을 시키려나 보네. 잘됐어...!’

씨익.

3명의 심사위원들 중에 가장 실험적인 시도와 도전을 많이 하는 박진용 심사위원의 성향을 아는 강소영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화사한 외모와 춤으로 극찬을 받은 연습생 김주희와 기타와 노래만 할 줄 아는 도경의 두 사람의 조합은 어떤 무대가 나올지 뻔히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컬과 댄스를 콜라보를 하려나 본데 너무 뻔해.”

강소영은 강한 자신감을 그들을 향해 코웃음 치고는 몸을 흔들며 남몰래 몸을 풀기 시작했다.

--

‘진용이 녀석 감이 많이 죽었나?’

강소영이 그리 예상했듯이 박진용을 제외한 자리에 앉아있는 심사위원 둘은 그녀와 똑같은 생각을 하였다.

‘서로 망할 확률이 높아.’

탑텐(10) [기습배틀 오디션]은 기량을 겨루는 곳이기도 하지만 승부에 가장 큰 중요한 요소는 무대 위에 대표로 나온 참가자들이 3사 기획사의 트레이닝을 받고 얼마나 발전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냐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그냥 이벤트성 경연인데 다들 심각하게 구네.”

소근

“도경 오빠 조용히 하세요. 대체 태도가 왜 그리 불성실 해요.”

모두가 진지하고 심각한 자세에 임하고 있을 때.

마실 나온 것처럼 몸을 흐느적거리는 도경을 향해 옆에 있던 김주희가 주의를 주었다.

연습생 출신인 김주희는 이런 태도나 자세에 매우 민감한타입 이었기에 그런 도경을 가만히 내둘 수 없었다.

화사한 얼굴로 차근차근 따지는 미소녀의 행동에 보통의 남자라면 당황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겠지만 도경은 오히려 귀찮은 날 파리 쫓듯이 손을 내저었다.

“컨셉이야. 컨셉.”

쿡!

“그런 컨셉이 어디 있어요. 얼른 자세 바르게 하고 똑바로 서요.”

“쯧. 어차피 이미 시청자들도 알고 있고 싸가지라고 나를...”

투덜투덜.

“오빠.”

싸늘.

항상 차분한 얼굴로 은은한 미소를 짓던 김주희가 처음으로 정색하는 모습을 보이자 도경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 알았다고. 너는 화려한 인상하고 다르게 진짜 고지식하다니까.”

도경은 한숨을 내쉬며 느슨했던 자신의 자세를 고치고는 그녀를 향해 툴툴거렸다.

척!

“됐냐?”

“됐어요.”

배시시.

도경의 고쳐진 자세를 보고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김주희는 굳었던 얼굴을 피고는 웃는다.

물끄러미.

‘저거 은근 조련사 기질이 다분하네.’

본능적으로 사람을 어떻게 다룰 줄 아는 그녀의 행동에 도경은 그녀를 눈여겨 보다 뒤에 있는 방청객에 앉아있는 남자 참가자들이 김주희의 미소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모습에 발견하고는 혀를 찼다.

“연예인 안 했으면 여럿 남자 가슴 애태웠겠어.”

신비한 분위기로 사람을 홀리는 묘한 마력을 가진 김주희를 보며 감탄하는 도경은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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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서로들 의외의 카드를 내밀 었군요. [TG]기획사 에는 성준이 아닌 최연소 참가자「베스트프렌드」를 [LSM]에서는 당연히 연습생 출신의 참가자를 내밀 줄 알았는데 싱어송 라이터 「강소영」 참가자를 내밀 다니 흥미진진하네요.”

박진용의 의견에 태현섭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제일 뜻밖으로 따지자면 가창력으로 탑을 달리는 박도경 참가자와 탁월한 댄스 실력으로 주목받는 김주희 참가자를 팀을 이루게 한 [JY] 소속사일 텐데요? 혹시 도경 참가자가 노래하고 그 위에 김주희 참가자가 춤을 추는 겁니까?”

나쁘지는 않은 전략이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은 둘을 단순하게 더하기만 한 전략에 조금은 물린다고 생각한 태현섭은 박진용을 마주 보며 물었다.

그의 표정을 읽은 박진용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씨익.

“노 코멘트입니다. 둘의 무대를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진짜 믿고 있는 게 있나 본데요? 개인적으로 기대가 됩니다.”

박진용의 미소에 태현섭은 눈가에 이채를 띄웠다. 이렇게 확신에 찬 박진용의 모습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저렇게 자신에 찬 표정을 짓는 건 진짜 오랜만인데 괜히 불안하네...’

항상 이상한 바람이 들어서 실험적인 도전으로 크게 실수하고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저렇게 강하게 확신하고 승부수를 띄우는 박진용일 때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없다는 것을 태현섭은 알고 있었다.

그의 프로듀서로서의 승부수와 불혹을 훨씬 넘은 나이에도 댄스가수로 현역을 뛰는 젊은 센스는 쉬이 무시할 수 없었다.

언제나 큰 한방을 가지고 있는 자가 박진용이라는 사람이었다.

‘기타를 안 들고 왔다.’

조용한 기색으로 물끄러미 도경과 김주희를 바라본 이수민 심사위원은 도경의 손에 악기가 들려있지 않는 것을 발견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주희 참가자가 춤을 추고 뒤에서 마이크만 들고 노래하는 모양새는 이상할 텐데...? 아니면 둘이 노래로만 승부하는 듀엣?’

생각하면 할수록 예상이 되지 않았지만 이수민 심사위원은 이내 생각을 정리하며 결단을 내렸다.

끄덕.

“듀엣을 하려나 보는군.”

자신의 소속사에 캐스팅된 김우진이라는 존재를 떠올리며, 그녀는 도경이라는 존재가 듀엣으로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고 있었기에 김주희가 춤을 포기하고 노래를 부를 거라 예상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번에 이길 확률이 높겠어.”

[베스트 프렌드]와 도경과 김주희의 무대를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린 이수민 심사위원은 냉철하게 자신의 소속사 대표 참가자 승리를 점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자! 모두들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그럼 순서는 대표 참가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방향 순서대로 무대를 시작하면 되겠습니다.”

심사위원들끼리의 탐색전은 끝이 나고 드디어 본격적인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박진용 심사위원의 진행에 모두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베스트프렌드]

첫 번째 타자의 순서는 [TG] 소속사의 11살의 소년의 콤비 그룹 ‘베스트 프렌드.’

“너희들이 K-pop의 미래다. 잘해 낼 거라 믿는다.”

“중섭이! 현진이! 화이팅!”

태현섭 심사위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TG] 소속사에 속한 참가자들이 소년들을 향해 열띤 응원을 내보냈다.

티딕 틱!

[Eminem - Stan (Acapella)]

레코드판이 튕기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두 소년은 자연스러운 자세를 잡기 시작한다.

[내 차(茶)는 차가워지고 난 궁금해하지.

내가 침대에 일어나는 것을

내 창문 밖에 있는 비구름 낀 아침. 그리고 난 아무것도 볼 수 없어.]

(And I can’t see at all~!)

“와아~!”

두 소년이 설마 저런 무거운 노래를 고를지 몰라 처음으로 놀라고 두 소년이 저런 감성으로 노래를 소화할 줄 몰랐다.

11살

정말 11살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그 두 소년이 내뿜는 분위기는 일반인의 것을 한참 넘어섰다.

“아, 아카펠라잖아? 그리고 김중섭이 노래를 한다고?”

홱.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솔직히 예상을 뒤집은 무대였다.

랩과 댄서로서의 포퍼먼서의 자질이야 말로 저 두 소년들의 가치를 빛내는 강점이자 장점이었는데 이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목소리와 가창력에 신경 쓸 줄이야.

자신만만한 박진용이라도 한 방을 먹은 기분이었다.

“마법은 무슨. 쟤들이 대단한 거지. 나는 11살짜리 애들이 그리 독할지 몰랐다.”

박진용의 숨길 수 없는 감탄하는 그 표정을 본 태현섭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으쓱거렸다.

“아니. 독기로 저게 설명돼? 우현진이야 랩도 어느 정도 하는 건 알았지만 분명 김중섭은 랩만 잘했었잖아? 보컬 실력은 많이 떨어졌었다고? 분명 저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는데?”

「랩」은 김중섭. 「노래」는 우현진.

그게 [베스트프렌드]란 그룹의 그 둘의 역할이었는데 믿기 힘들 게도 이제는 그러한 영역을 나눌 이유가 무의미해졌다.

아카펠라로 랩과 보컬 라인을 두 소년이 자유롭게 넘나 들으며 듀엣을 하는 모습에 박진용 심사위원은 멍하니 입을 벌리며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다.

“내가 말했잖아 저 둘은 K-pop의 미래라고 말이야.”

박진용의 극상의 리액션에 태현섭이 두 소년을 향해 탐욕스러운 눈빛을 띠며 웃음 지었다.

‘저 아이들은 내가 꼭 가진다.’

고맙게도 지성준과 「베스트프렌드」는 제 발로 [TG]를 찾아와 줬다. 태현섭은 당연히 자신에게 굴러 들어온 보석들을 놓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사실 뮤지션에 대한 인재욕심이 뛰어난 태현섭은 K스타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그들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계획을 짜놓은 상태였다.

끄덕.

‘과연 태현섭 사장다워. 저 아이들의 한계를 벌써부터 부서 버리다니 말이야.’

저러한 수준이 하루아침에 평범한 훈련으로 이루어질 리 없었다. 이수민은 태현섭 사장이 정말로 「베스트프렌드」얘들을 소년이라 봐주지 않고 진지하게 훈련시킨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아카펠라면 덕분에 승률이 더욱 올라가게 되겠군.”

자신의 전략이 더욱더 빛을 발할 거란 생각에 이수민은 속으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

와아아!

짝짝짝짝.

「베스트프렌드」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극찬에 주변이 시끌벅적하다. 덕분에 다음 참가자 순서인 강소영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입장.

“...흥!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는 소란스럽긴.”

분명 두 명의 11살의 소년들은 극찬을 받을 만큼 잘했다.

자신의 한계를 깨고 성인 참가자에게 밀리지 않는 기량과 자신들의 놀라운 잠재력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증명한 것은 강소영조차도 인정한다.

“그래 봤자 어려서 칭찬받는 것뿐이야.”

분명 잘했다.

『어린나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인 참가자』와 겨뤄도 밀리지 않을 만큼. 그것은 역으로 말하면...

“성인참가자 실력자와는 결국 이길 건 어리다는 것밖에 없다는 거지.”

흔히들 영재, 천재라고 불리는 아이들. 하지만 결국 미래에서 천재로 여겨지는 애들은 10에 1명은 될까 말까 한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강소영은 두 소년의 대단함을 그리 인정하지 않았다.

“나도 저 나이 때 저 정도는 했으니까 말이야.”

강소영 그녀 또한 어릴 때부터 영재라 불린 몸. 어린 천재들에게 주눅이 들 이유가 하등 없는 것이다.

--

“다음은 강소영 참가자입니다. 어떤 노래를 들려줄지... 어?”

박진영은 진행하다 말고 강소영의 얼굴에 부착된 작은 핀 마이크를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강소영 참가자 이번에 댄스를 춥니까?”

핀 마이크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

춤추는데, 동작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한 것밖에 없다.

“네.”

“이 사람들이...”

싱어송 라이터인 강소영이 댄스를 춘다?

이 또한 예상치 못한 일. 박진용 심사위원은 맨 가장자리에 앉아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수민 사장을 향해 어이없는 눈빛을 보냈다.

‘회사의 원래 시스템대로 훈련시킬 뿐이라고? 거짓말도 수준급으로 하는 군요. 이수민 회장님.’

[TG],[LSM] 두 기획사는 작정하다 못해 칼을 갈고 나온 것이다.

“큼! 진용 씨. 진행해야죠.”

“아, 아... 강소영 참가자가 춤을 춘다는 거에 제가 많이 놀랐네요. 실례했습니다. 그럼 어떤 댄스곡을 준비해 오셨나요?”

박진용 심사위원의 말에 강소영은 쑥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Feenin - Lyrica Anderson] 입니다.”

지이익.

스륵!

“!?”

입고 있던 두꺼운 점퍼를 벗은 강소영.

그러자 그 안으로 파격적인 복장이 모두의 눈앞에서 드러났다.

검은 레깅스에 짧은 갈비뼈까지 보일 정도로 노출이 심한 스포츠 상의 민소매.

“휘유!”

발라드나 애절한 노래를 불렀던 청순가련한 강송영이 입은 거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인 노출 의상이었다.

무엇보다 여리 여리한줄 알았던 강소영에게 저런 숨겨진 반전 매력이 있는지 상상도 못 한 그녀의 탄탄한 몸매에 모두가 술렁인다.

“부끄럽지만 [LSM] 대표로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파격적인 의상과 반전 몸매를 드러낸 강소영이 차분하게 노래 반주를 기다리며 자세를 취하자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녀를 주목한다.

‘베스트프렌드? 댄싱 퀸 김주희? 다들 웃기지 말라고 그래.’

힐끔.

가소롭다고 생각하는 한편.

강소영은 자신을 보고 있는 도경의 시선을 느끼고는 도발적인 시선을 담아 그를 한 번 쏘아 봐주었다.

소근.

“다른 건 몰라도 춤은 그 누구에게도 안 져.”

자기 중심으로 모두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강소영.

그녀가 수많은 진로 중에 아이돌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빼어난 댄스 실력을 소유하는 데서 기인했다.

[Won't you come over? Yeah Won't you come over? Won't you come over? Won't you come over?]

듣기만 해도 섹시한 노래의 전주가 소극장의 공기를 끈적하게 만들기 시작 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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