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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71화 (71/357)

71화

점퍼를 벗고 등장하는 도경과 김주희의 복장을 바라본 태현섭은 뒤늦게 놀란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어?”

점퍼를 벗고 무대 위로 올라오는 둘의 복장이 몸을 움직이기 쉬운 스포티한 복장이었기 때문이다.

도경은 펑퍼짐한 흰 후드에 검은 트레이닝 바지의 복장을 하고 있었고 김주희는 검은색의 맨투맨에 하의는 레깅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 저런 복장을 하고 온 이유는 딱 하나.

“설마 둘이 춤을 추는 건가요. 그것도 노래가 아닌 춤만?”

놀란 태현섭의 음성 뒤로 고저 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 울려 퍼졌다.

“어? 그러고 보니 핀 마이크가 옷에 붙어 있네?”

무대 위에 올라와 있는 둘의 핀 마이크가 얼굴이 아닌 상의 부착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두 심사이원의 놀람 속. 박진용 심사위원은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의 의문을 해소 시켜 주었다.

“네. 저희 얘들은 오늘은 춤으로만 승부합니다.”

웅성웅성.

“......”

“허...”

‘무리수도 정도가 있지...’

반전에 반전이랄까.

김주희야 이해가 가겠지만 설마 도경에게 보컬을 포기하고 춤만 추게 할 줄 몰랐던 태현섭은 박진용을 바라보았고 이수민은 무대 위에 서 있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박도경 참가자.”

“네.”

“춤을... 출 줄 알았나요?”

마침 궁금하던 질문을 이수민 심사위원이 던지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렸다. 태현섭 뿐만 아니라 뒤에 있는 참가자들에게도 궁금한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수군수군.

“설마 춤도 잘 추려나?”

“에이. 그건 아니다. 잘 췄으면 진작 앞에서 췄겠지.”

“그렇겠지?”

“야. 그래도 박진용 심사위원이 아무것도 없이 내보냈곘어?”

“워낙 실험적인 걸 좋아하시잖아.”

“음...”

주 관심사는 도경이 춤을 어느 정도로 추느냐? 무대 뒤의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었다.

도경의 방송 이미지는 좋지 않지만 참가자들 사이에 있어서는 그는 요주의 대상.

뭐만 하면 무언가를 터트리며 사람을 놀라게 하는 도경의 행보는 참가자들들 사이에서 최고의 관심거리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가 춤을 춘다니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심을 자질 수밖에 없었다.

“음...”

“왜 그러시죠?”

이수민 심사위원의 말에 도경은 뜸을 들었다. 일부러 들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준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애매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추지 않을까요?”

“네?”

“잘 춘다고 생각했는데 앞에 강소영 참가자가 너무 잘 춰버려서요.”

하하하.

도경이 처음으로 주눅 든 표정에 참가자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K스타 처음으로 보이는 그의 엄살이 신선하고 우스꽝스러웠다.

“어? 도경아 너 지금 긴장한 거야? 그러면 안 돼!”

도경의 처음 보는 모습에 모두들 웃고 있지만 한 사람. 박진용 사장은 당황하며 마이크를 들어 올리고 다급한 목소리를 내며 울상을 지었다.

[TG],[LSM] 두 기획사에서 이미 훌륭하게 성공을 거두었는데 자신이 가장 공들인 회심의 수이자 반전의 키워드를 지닌 도경이 저런 모습을 보이니 갑자기 불안해진 것이다.

“박진용 심사위원님...”

“응응. 그래 긴장하지 말고 자신감 갖고...!”

도경의 눈을 마주하며 박진용은 그에게 자신감을 넣어주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도경은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강소영 참가자 춤출 때.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심사위원님 이셨습니다.”

“어...!?”

짜게 식은 도경의 반응에 박진용 심사위원은 당황하여 말을 잊지 못했다.

“저희가 지면 다 사장님 탓이에요.”

하하하하!

도경의 원망 섞인 대답에 모두가 웃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강소영의 춤에 제일로 신나하며 반응했던 사람이 경쟁대상인 [JY]소속사 사장인 박진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게 진용이 네가 잘못하기 했네. 하하하. 쟤 진짜 물건이다.”

피식.

“그러게요. 저보다 박진용 씨가 저희 대표참가자인 강소영 양을 더 좋아하셨죠. 고맙다고 말씀드려야 하나요?”

심지어 냉철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이수민 심사위원도 웃으며 농을 던질 정도이니 좌중이 웃음바다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 이건. 천성적인 성격의 문제라...! 어쩔 수가 없는 문제... 아니 잠깐만! 제작진들은 왜 웃는 겁니까?”

이에 박진용 심사위원만 억울한 표정으로 변명을 하다가 어느 순간 주변에 있는 웃으며 못 말린다고 고개를 좌우로 젓는 제작진을 발견하고는 발끈했다.

“솔직히 제 이 리액션이 K스타를 살린 거 아닙니까?”

“아... 박진용 심사위원님은 자신 기획사에 소속된 참가자보다 K스타가 더 중요하시구나.”

“.......!”

쩌저적.

‘도경아 너 대체 나한테 왜 그러니?’

도경의 마지막 확인 사살에 박진용 심사위원은 석화가 되어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 반응에 주변은 더욱더 웃음으로 난리가 난 것은 당연했다.

짝!

“됐습니다. 저희는 사장님의 응원 받지 않겠습니다. 대신에 다른 분들이 응원해주실 거죠?”

하하하.

“자 하나둘 셋. 하면 저희한테 파이팅 외치는 겁니다. 하나! 두울! 셋!”

[파이팅!!!]

방청객에 앉아 있던 참가자들 도경의 리드에 자연스럽게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야! 너희들은 응원하면 안 되지. 경쟁대상인데.”

하하하하.

뒤늦게 자신들의 기획사에 속한 참가자들이 도경과 김주희를 응원하는 모습에 태현섭은 당황한 표정으로 다그쳤다.

물론 반 장난에 가까운 행동이기에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도경의 표정은 웃고 있는 와중에 주변의 분위기를 연신 도경은 만족스럽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김주희를 시선을 옮겼다.

움찔.

장난스러워 보이는 가운데 눈빛은 진지한 도경을 보며 김주희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저런 걸 끼라고 해야 하나. 진짜 휙휙 모습이 바뀌네.’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이 상황을 만든 당사자를 보며 김주희는 솔직히 도경이란 존재가 신기했다.

‘뭐가 진짜 모습인지 모르겠어.’

김주희는 여태껏 목격했던 도경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장난스럽다가 진지하고 한없이 까칠하다가 어떨 때는 상냥하다.

게으른 모습을 한없이 보여주는 한편 텅 빈 연습실에서는 말조차 안하고 미친 사람처럼 춤 연습만 하기도 한다.

정말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씨익.

‘이번에는 뭘 저지르려고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 도경을 바라보며 김주희는 그가 이번에도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는 주희였다.

“우리 두 커플의 사랑스러운 댄스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커, 커플?”

와락!

“!!?”

도경의 커플이란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김주희의 모습이 여실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도경은 그녀를 향해 어깨동무하며 고개를 그녀 쪽으로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소근.

“정신 똑바로 차려라?”

“그, 그게 무슨?”

화끈.

도경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를 간질거리자 묘한 감각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김주희를 뒤로하고 도경은 제작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보낸다.

눈짓으로 보내는 도경의 신호는 자칫 건방져 보일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이미 도경에게 익숙해져 있는 제작진은 순순히 그의 신호에 따라 음악을 틀었다.

땅! 땅땅. 땅

‘갑자기 시작한다고.’

[ED SHEERAN - Shape Of You]

독특한 비트. 톡톡 뛰는 멜로디가 반복되며 무대 위에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에 맞춰 도경과 김주희는 어깨를 좌우로 가볍게 튕기며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진짜... 하마터면 놓칠 뻔했잖아.’

정신없는 가운데에서도 갑자기 나오는 노래의 전주.

그래도 김주희는 훌륭하게 당황하지 않고 리듬 위에 몸을 실으며 동작을 취하였다.

‘그래 차라리 춤추는 게 속 편해.’

아까 전부터 도경에게만 휘둘리기만 김주희는 차라리 리듬에 몸을 맡겨 춤을 추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도경에게 휘둘리는 건 사양이었다.

스윽.

“!?”

하지만 김주희의 그런 생각은 불과 3초 만에 깨져 버린다.

도경이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 벗어나 멋대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여서 여기에 있는 모두는 의도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미 안무들을 숙지하고 있는 김주희와 박진용은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상태였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힐끔.

김주희가 무언의 눈빛으로 도경을 향해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묻자 도경은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재밌는 거.”

척.

‘뭐, 뭐야!?’

그리 무심히 말하고는 도경은 그녀의 뒤에서 자신의 몸을 밀착시킨다.

“꺄악”

“뭔데 쟤들 진짜 사귀어?”

도경의 행동에 곧바로 모두에게서 반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당혹스러워하는 속과 달리 김주희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며 어깨를 퉁기며 리듬을 타는 중이었고 도경은 그녀의 뒤에서 능글맞은 눈빛과 웃음을 방청객을 향해 지어 보이며 몸을 풀고 있었다.

‘그냥 간단한 애드리브인가?’

조금은 놀랐지만, 그저 단순한 애드리브라 생각한 박진용은 도경을 향해 고개를 내저으면서 못 말린다 생각했다.

땅, 땅, 땅 다~앙!

“어!?”

까닥까닥. 툭!

멈칫.

무의식으로 무대 위에 흘러나오는 리듬에 손가락을 퉁기던 박진용은 순간 다시 얼굴을 굳히고 말았다.

“왜? 제자리로 안 들어오지?”

노래가 나오기 전 전주가 다 끝나 가는데도 도경은 김주희 뒤에서 자리 잡아 어깨를 퉁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제일 당혹스러운 인물은 도경의 파트너 김주희 본인 당사자였다.

홱!

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려 긴 머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다음 도경을 향해 속삭였다.

“진짜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오빠?”

“Fllow my lead.”

“뭐라구요...?”

땅!

도경의 말에 김주희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어느새 전주는 끝나고 만다. 동시에 도경이 그녀의 등을 툭 치며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춤 안 추고 뭐해.”

“!!?”

자신의 등을 미는 그의 손길과 목소리에 김주희는 자신도 모르게 즉각적으로 바닥을 박차고 자신의 몸을 퉁겼다.

[클럽은 연인을 찾기 좋은 곳이 아니야

나는 그래서 바를 가지]

도경의 말과 동시에 김주희는 노래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동작 특유의 웨이브를 집어넣으며 무대 앞으로 나간다.

“와아.”

‘뭐지? 뭘 하고 있는 거지?’

도경이 뒤쪽에 있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 수 없지만 김주희는 도경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깨달았다.

그도 그럴게 단순한 동작인데 벌써부터 감탄이 나오다니 이런 일을 만들 사람은 그 밖에 없었다.

힐끔.

“시선 앞에 봐.”

깜짝.

곁눈질로 도경이 자신의 뒤에서 뭘 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김주희는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뒤에서 울려 퍼지는 그의 말에 시선을 다시 앞으로 고정했다.

“나중에 궁금하면 Tv보면 되잖아.”

슥.

툭툭!

웃음기가 담긴 도경의 목소리.

몸을 퉁기는 김주희의 몸에 손을 올린 도경은 그녀의 몸을 툭툭 두드리며 그녀를 다독였다.

“이게!?”

사전에 없는 동작.

그런데 그가 몸을 두드릴 때 마다 자신은 몸을 퉁기고 있었다. 이 상황에 김주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툭 치는 가벼운 손길이 자신이 동작에 주는 그루브 템포가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아직은 조금 걸리겠네?’

여유로운 표정과 달리 도경은 자신의 감각을 곤두세워 김주희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좀더, 좀 더 날카롭게...!’

기이잉.

자신의 안에서 보이지 않는 기어가 올라간다. 동시에 도경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한다.

슈우우.

두근두근.

느려진 시야 속.

도경의 오감은 자신의 앞에 있는 김주희를 주목하며 작동하기 시작한다.

눈으로는 그녀의 동작을 쫓고 귀로는 그녀의 호흡을, 손에 닿는 촉각으로는 그녀의 근육의 움직임을 느낀다.

“후우..”

예리해진 감각이 전해다 주는 정보를 받아들인 도경은 그 정보를 토대로 자신을 천천히 수정해 나간다.

끼익! 끽.

꿈틀!

아무도 모르게 도경은 천천히 변화해 나간다.

‘뭐야? 기분 이상해.’

도경의 천천히 변화는 순간. 바로 앞에 서 있는 김주희는 자신의 몸 뒤에서 전달되는 기묘한 위화감에 이상한 감각을 느끼기 시작한다.

“후우.”

두근.

“후우.”

두근.

틱!

틱!

위화감은 점점 강해져 나가는 와중 김주희는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다.

[여기 와서 나와 함께 대화를 나누자

날 믿어 난 지금 기회를 걸려고 해]

콩닥.

콩닥.

‘이건 마치......’

자신의 팔과 다리를 뻗을 때 뒤에서 정확한 콤마 단위의 타이밍으로 무언가 잔상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해.]

‘내 몸이 두 개가 된 거 같아...!’

자신의 몸은 분명 하나인데 두 개의 몸을 다루는 감각.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연결된 기분이었다.

감각의 일체화 속에 김주희는 드디어 이 기묘한 현상을 일으키는 대상을 확인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도 내가 너의 사랑을 원하는 걸 알잖아.

너의 사랑은 날 위해 만들어졌어.]

‘3,2,1. 지금!’

끼익!

홱!

몸을 숙여 반동을 주며 도는 깔끔한 턴(Turn).

드디어 뒤를 돌아선 김주희는 도경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아...!”

턴을 하며 바라본 시야.

[Come on now]

(이리와!)

그 곳에서는 믿을 수 없게도 또 다른 자신이 놓여 있었다.

[follow my lead]

(내 이끌림에 따라.)

수십 수백 번의 연습 하며 들었던 노래 구절이 귀에 들어오는 순간 그녀는 도경이 말했던 한 마디를 떠올렸다.

‘Follow my lead!’

그녀가 경악하고 있을 때 도경은 웃었다.

씨익.

“이제 됐다.”

찰나였지만 모든 게 느려진 감각 속에서 길고 길었던 도경의 준비가 드디어 끝이 나는 순간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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