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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72화 (72/357)

72화

[내가 좀 미쳐버릴지도 모르지만 너무 괘념치 말아줘.]

처억 억!

휙!

마주 보고 있는 김주희의 동작에 거울처럼 역방향으로 똑같이 동작을 구현하는 도경. 그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본 김주희는 순간 두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많이 놀랐나 보네.’

도경은 놀라는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진한 웃음을 보였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순박한 웃음이었다.

“사람을 놀래키는건 언제나 유쾌하다니까.”

그 놀라게 하는 상대가 관객뿐만 아니라 자신의 파트너까지 포함이라니 어찌 보면 도경의 악취미였다.

쿵! 휙 스으윽!

휘리릭!

“저, 저...! 저거 미친 거 아니야?”

김주희와 오차 없는 동작을 선보이고 있는 도경에게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날 뻔한 박진용은 간신히 체면을 지키며 자신의 손을 꾹 마주 잡으며 놀란 심정을 억눌렀다.

이러지 않으면 충격에 정신을 놓아 버릴 것 같아서다.

부르르.

“괴물이야?”

김주희와 도경의 동작이 같은 안무로 짜여 있긴 하다. 하지만 같은 동작을 행하는 것과 똑같이 일치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

게다가 박진용은 군무가 아닌 각자의 그루브를 살려서 소울풀 하게 춤을 출 것을 주문했었다.

당연히 같은 동작이라도 다른 느낌의 춤이 나와야 했고 그것을 따라 하는 것은 불가능.

근데 그것을 똑같이 일치하게 춤을 추다니 도무지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지금 도경은 그것을 손쉽게 해내고 있지만 말이다.

‘말이 안 되잖아.’

같은 동작이라도 강약조절, 미묘한 템포조절에 따라 춤의 맛은 천지 차이로 바뀌는데 지금 도경은 거울에 비친 것처럼 김주희가 추는 춤의 맛을 똑같이 구현하고 있었다.

그것도 원래 동작의 ‘좌우’를 반대로 비추는 ‘거울’처럼 말이다.

‘똑같이 따라 할 뿐만이 아니라 역방향으로 추다니 그것도 즉흥으로?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원래의 안무는 서로가 마주 보고 춤을 추는 부분이 없으니 저것은 도경의 즉흥적인 돌발행동이라 봐야한다.

“......누가”

그냥 이 설명이 안 되는 이 상황을 박진용은 정신 나간 사람마냥 도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누군가 쟤에 대해서 설명 좀 해줘.”

충격 그 자체.

이제는 도경이란 존재에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자신이 아는 상식이 또다시 도경의 돌발행동에 하나에 무너지고 말아 버렸다.

[내 허리를 잡고 내게 네 몸을 밀착해.]

휘익

스르륵!

박진용 심사위원이 이러는데 김주희는 오죽할까. 그녀는 도경을 바라보며 충격과 경악 속에 놓여 있는 중이었다.

오싹.

‘이, 이게..!’

휙! 휙!

스륵. 스륵.

옷이 스치는 소리마저 동일하게 나는 것이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자신이 무엇을 하던 완벽하게 따라하는 도경의 비인간적인 능력에 그녀는 소름 돋고 말았다.

‘혹시 몰래 연습한 건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도경 오빠랑 나는 거의 매일 연습실에 있었는걸?’

연습실에서 도경과 시간을 많이 보낸 사람이 누구냐 하면 바로 자기 자신.

그 많은 시간 중. 어디에도 자신의 동작을 역방향으로 따라 하려거나 무언가를 준비하는 도경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 저건 분명 즉흥이 맞았다.

‘그러니까 이건 도경 오빠의 능력이란 거지.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대단하긴 한데 기분 별로네.’

김주희는 자신이 오랫동안 고생하고 숙달시켜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동작과 발전시켰던 자신의 특징과 개성들이 그에게 한순간에 강탈당하는 느낌을 도경에게 받았다.

자신이 쌓아온 시간들을 한순간에 따라잡는 도경의 모습에 허무함을 느끼는 것이리라.

“진짜 기분별로야.”

도경이 기본기부터 시작해 춤을 처음 배웠던 것을 알기에 그녀로서는 지금 이 순간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도경에게 순순히 감탄할 수 없었다.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분한 느낌에 눈물이 핑 돌 정도인 김주희였다.

[내 허리를 잡고 내게 네 몸을 밀착해]

그녀의 마음을 알았을까. 도경은 김주희를 따라 하던 춤을 추는 와중 천천히 미묘한 변화를 주기 시작하였다.

정말로 미세한 변화여서 자신도 모르게 도경의 춤동작을 따라 해버린 김주희지만 그녀 자신은 눈치를 채지 못하는 상태였다.

턱.

스윽.

허리를 붙잡은 뒤 사선으로 돈 도경은 그녀의 등에 몸을 기대며 그녀의 동작에 호응하며 몸을 움직인다.

“무슨 클럽이냐?”

“은근 야릇하네 저거.”

“야 그래도 이거 나름대로 맛이 있다. 난 솔직히 저런 자연스러운 춤이 좋더라.”

“그런데 진짜 쟤네들 호흡 되게 잘 맞네.”

분명 활동적이고 단순한 동작인데 도경이 추는 방식에서 묘하게 야릇하고 자극적이다.

반복되는 리듬위에 그저 몸을 단순히 흔드는 것뿐인데 모두가 저 둘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소근.

“자 이제부터 내가 리드할게. 잘 따라와.”

“네?”

[자 이제 내 리드를 따라와 봐]

“3,2,1 턴(Turn).”

휘익익.

쿵!

“자. 간다!”

휘이익!

도경은 신호와 동시에 먼저 왼쪽으로 나와 김주희 앞을 나선다. 이번에는 그녀보다 먼저 나서서 도경 무대 위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반 템포 빠르잖아! 치잇.’

쿵!

휙!

도경의 또 다른 돌발 행동에 허무함을 느낄 새도 없이 정말 정신이 없는 김주희였다.

커플 춤인데 상대가 너무 제멋대로인 도경을 향해 김주희는 불만도 표현할 새도 없이 서둘러 바닥을 박차며 도경의 동작을 따라갔다.

“이번엔 내 차례야.”

도경이 따라오라는 한 마디.

그 말이 그녀의 호승심에 불을 질렀다. 초보자인 도경에게 이미 따라잡혔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그를 따라잡을 차례라 김주희는 순간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그녀의 안에서 오기라는 힘이 샘솟기 시작한다.

“합!”

도경의 큰 외침과 동시에 두 사람이 사선으로 같이 움직이며 격렬하게 춤을 추며 시작한다.

쿵! 쿵! 쿵! 탁탁 휙!

격정적인 스텝과 팔다리를 크게 휘두르며 무대 위를 둘의 모습은 역동적이고 경쾌하여 에너지가 넘쳤다.

“합,합,합! 하아~!”

크게 움직이며 정신없게 춤추는 와중. 도경의 시끄러운 추임새가 포인트 되는 부분마다 콕 집으며 무대 위에 울려 퍼진다.

쿵! 탁탁 탁 휙!

“합...!”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흥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는지 구경하고 있는 모두는 그의 추임새를 들을때 마다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타고 있었다.

[합! 합! 합 하아~!]

정신없이 움직이지만 반복되는 춤. 도경이 외쳤던 시끄러운 추임새는 이제와선 그 둘을 구경하는 참가자들이 대신해서 외치고 있었다

“하하하! 다들 센스장이네.”

모두가 호응하는 외침에 도경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더욱더 몸의 가속을 올렸다.

[그래 이제 내 리드를 따라와 봐.]

휙휙! 타다닥. 쿵

휙휙! 타다닥. 쿵

끼이익.

휘익!

“아...!”

오기로 시작했던 김주희는 도경을 따라가고 있는 와중 자신의 기분이 고조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분 좋아...’

자신의 몸이 스칠 것만큼 가까이서 아슬아슬 사선으로 춤을 추고 있는 도경과 함께 춤을 추는 김주희의 얼굴이 붉게 상기 되었다.

분명 수십 수백 번 연습했던 동작인데 도경을 따라잡으려고 움직이는 순간 다른 동작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미세한 템포변화와 동작의 궤도를 그리는 도경의 동작을 따라잡기 위해 움직인 것뿐인데 전혀 다른 춤이 춰지는 것이다.

“대단해.”

중얼.

자신도 모르게 나온 감탄사. 그것을 들은 도경은 보폭을 줄여 그녀와 거리를 좁혔다.

“내가 말했잖아 내가 너를 리드한다고 말이야.”

탁!

“기분 좋지?”

“......”

자신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짓궂게 묻는 도경의 물음에 김주희는 아무 말을 못 했다.

분하지만 도경의 말대로 이제는 그의 몸짓이나 눈빛을 기다리며 춤을 출 정도로 그와 춤추는 것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대답 없는 긍정의 침묵.

씨익.

도경은 그런 김주희의 표정을 보고는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럼 미친 듯이 춤춰 보자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도경의 웃음을 내보이며 김주희의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Oh I oh I on I on I

난 네 몸과 사랑에 빠져 있어.]

[Oh I oh I on I on I

난 네 몸과 사랑에 빠져 있어.]

탁!

멈칫.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순간 자리에 탁하고 멈춰선 두 사람.

둘은 느린 템포를 유지하며 상체를 숙이면서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며 웨이브를 선보이는 데칼코마니를 찍은 것처럼 똑같은 속도. 똑같은 궤적을 그리는 두 사람의 동작에 모두 감탄한다.

“와아아.”

빠른 동작의 뿐만 아니라 느린 춤동작마저 저리 딱 맞다니 절로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빠른 동작을 맞추는 것보다 느린 동작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친 거 아니냐? 어떻게 저렇게까지 딱딱 타이밍이 맞아?”

“진짜 두 사람 다 너무 잘 어울린다.”

“그러게 내 눈이 잘못 되 었나? 박도경이 잘생겨 보여네.”

두 사람 다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는 그 경이로운 모습과 너무나 고혹적인 춤에 모두들 도경과 김주희에게 매료되기 시작한다.

“부럽다......”

흠칫!

두 사람의 춤을 넋 넣고 보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던 강소영은 이내 화들짝 놀라며 말없이 자신의 손을 주먹 쥐어 자신의 허벅지를 내리 찍었다.

퍽.

앞에 있는 둘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는 자신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퍽!

‘강소영 너 미쳤어?’

음악이라면 몰라도 댄스에 관해서는 솔직한 그녀.

자신도 모르게 도경을 향해 몸을 맞춰보는 상상을 하고 만 강소영은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그녀의 자존심상 절대로 생각하면 안 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칫. 저건 예상외잖아.’

두 사람의 춤을 바라본 강소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둘의 무대와 자신의 무대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자신의 춤이 훨씬 더 고난도 동작의 안무였고 퍼포먼스도 저 둘에 압도적이었다.

“분명 내가 압도적이긴 한데...!”

저대로만 간다면 자신의 승리는 틀림없었다. 그런데 가슴 한편 에서는 불안함에 가슴이 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갸웃.

“대체 왜?”

자신의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그녀는 더욱더 눈에 힘을 주며 도경과 김주희의 무대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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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긴 한데 이대로 가면 조금은 위험이 있지.’

한 편.

도경도 자신과 강소영의 무대를 비교하며 조금은 모자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과 김주희가 보여주는 춤은 분명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이는 커플 춤인 것은 확실했지만 강소영 개인이 남긴 파격적인 무대의 인상을 지우는 데는 손색이 있다고 생각했다.

도경이 춘 춤이 즉흥이라는 속사정을 알았다면 달라졌겠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박진용과 파트너인 김주희 말고는 없었기에 다른 수를 내야 했다.

휘익. 탁.

휘익. 탁.

점프하는 것 마저 똑같이 착지하는 둘.

힐끗.

그때 도경은 자신의 옆에 있는 김주희를 흘깃 바라보았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희열에 젖은 얼굴. 자신과의 춤에 무아지경에 빠진 모습이었다.

‘미안하지만, 여기까지!’

도경은 김주희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한편 자신이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을 움직이기로 결정을 내렸다.

휘익

휘리리릭!

착지와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공중으로 높이 날은 도경. 그 모습에 모두가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

와아아.

설마 갑자기 저런 고난이도의 아크로 바틱의 동작이 나올지 예상 못했다. 허공을 치솟는 도경을 향해 모두가 넋을 놓고 입을 벌렸다.

휘이익!

“오빠!?”

“!?”

김주희는 도경과 일체감이 깨짐과 동시에 자신의 앞에 있는 도경을 바라보았고 그가 자신을 향해 두 손으로 무언의 수신호를 보내는 것을 목격했다.

중얼.

“그 자리에 대기.”

한 손은 자신의 입가에 침묵을 가리키는 제스쳐를 취하고 한 손으로는 그 자리에 서 있으라는 손바닥 모양을 만든다.

명백히 대기하라는 신호에 김주희는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이번에는 또 뭐?’

도경의 갑각스러운 수신호였지만 김주희는 반사적으로 도경의 지시를 곧바로 들었다.

타닥!

공중에 붕 뜬 도경이 바닥에 착지함과 일어남과 동시에 그녀는 바닥에 앉아 포즈를 잡으며 도경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녀의 동작에 모두가 도경을 향해 자연스레 시선을 옮긴다.

휙!

‘최고야.’

갑작스러울 텐데도 완벽한 호응을 보여준 김주희에게 도경은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등 뒤로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올려 보였다.

피식.

“그래도 고마운 건 아나 보죠?”

도경의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뿌듯한 웃음을 짓는 김주희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뭘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춤을 멈춘 것에는 분명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터.

뭐가 되었던 평범한 것은 아닐 것이었다. 남은 노래의 짧은 구절 분명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원하는 대로 어디 한 번 날뛰어 보세요.”

김주희는 도경이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그를 향해 시선을 고정 시켰다. 그에 따라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이제는 도경의 의외성을 당황하지 않고 즐기는 수준까지 도달한 김주희였다.

두근두근.

발그레.

붉게 물든 홍조 초롱초롱한 눈방울.

그녀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김주희 짓고 있는 표정은 한 남자에게 매료된 소녀의 모습과 똑같았다.

씨익.

김주희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경은 정면을 바라보며 도발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면에서 도경의 미소를 본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들도 모르게 도경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도경은 그들을 향해 강하게 눈빛을 빛내었다.

“합!”

쩌렁쩌렁!

오싹.

도경의 기합성에 모두들 흠칫하며 닭살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은 것이다.

“그럼 시작해 볼까?”

적당히 달아오른 분위기.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모두 모여 있겠다. 도경은 이제는 자신이 무언가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타다닥.

무대 앞을 전력으로 달려가며 몸을 날리는 도경.

휙!

“잘 봐둬라.”

공중을 나는 와중 도경은 강소영을 힐끔 바라보며 그녀를 향해 비웃음 지었다. 이제부터 그녀에게 아주 재미있는 무대를 보여줄 생각에 자연스레 웃음이 새어 나왔다.

휘이익!

쿵.

콰지직!

“!?”

높게 점프한 도경이 착지한 자리로 소극장의 나무 바닥에 부서지며 파편이 튀었는데 도경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휘익! 팟!

쿵!

[Although my heart is falling too]

(내 심장도 같이 덜컹해)

노래에 맞춰 모두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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