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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76화 (76/357)

76화

“문 열어 개 같은 놈아!”

콰아앙!

“히이이익”

우당탕.

“꺄아아악.”

철제로 된 문이 걷어차이면서 걸어두었던 체인이 뜯겨 나갔고 자리에 볼품없이 쓰러진 중년남성.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

보통은 사람들이 나와서 쳐다 봐야할 상황이지만 아무도 밖으로 나와 그 상황을 확인하지 않는다.

도경이 현재 와있는 장소는 청담의 어느 모텔.

은밀한 놀이를 하는 장소인 만큼 온갖 일이 벌어지는 곳이어서 이런 소란일수록 사람들은 몸을 사렸다.

“팔자도 좋네. 나는 네가 저지른 일 때문에 뭐 빠지게 사방 군데를 싸돌아다녔는데 너는 모텔에서 딸뻘 되는 아이와 어른 놀이하고 있었네?”

힐끔.

나체로 흉물을 덜렁이는 중년인 뒤에 어린 소녀가 도경의 눈에 들어왔다.

“더러운 새끼.”

퍼억!

“히이익”

그의 뱃살을 걷어차 준 도경은 중년인의 옷이 걸려있는 곳으로 걸어가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내 들어 소녀에게 던졌다.

탁.

“원하는 만큼 가져가고 나가. 신고해봤자 서로 좋은 일 없는 거 알지?”

끄덕.

도경의 말에 두려움도 이내 사라지고 젊은 여성은 화색이 돋는 얼굴로 지갑에서 돈을 왕창 꺼낸 후 빠르게 옷을 챙겨 입고 모텔 방안을 벗어난다.

“후우. 문 좀 닫아줘 아현씨.”

“......”

철컥.

도경의 말에 검은 정장을 입고 있던 차가운 여성은 순순히 방문을 닫고 중년인과 도경을 바라보았다.

꿀꺽.

‘이 사람들 뭐지?’

남자의 언행은 거칠고 양아치 같은 데 비해서 문을 잠그고 그 앞을 지키는 여성은 분위기가 범상치 않다.

‘조폭도 아니고, 분위기를 봐서 꽃뱀 일행도 아니고...! 정체가 뭐지?’

둘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지는 중년인은 필사적으로 눈알을 돌리며 둘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젊은 놈이고 신발도 평범한 스니커즈에 돈도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아. 그냥 양아치 같은 놈이 확실한데 문제는 저 여성은 뭐지?’

썩어도 준치라고 그의 직업은 기자. 사람관찰 하는데 타고난 그는 문 앞을 지키는 여성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현이라 불리는 여성은 정갈해 보이는 것과 달리 그녀가 걸치고 있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비싼 브랜드의 물건들이었기 때문이다.

비싼 물건들을 둘렀는데도 사치스러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단정하다.

‘저런 여성들은 보통 높으신 분들을 보조하는 사람인데 대체 이 남자자 정체가 뭐지?’

“대체 당신들은 뭡니까? 나한테 왜 그러십니까?”

방안에 흐르는 적막 속에 어떻게든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던 중년인은 결국 침대에 앉아있는 남성을 향해 물었다.

“왜 그러냐고?”

스르륵.

“응!?”

“이러면 조금 알지 않을까?”

중년인의 질문에 남자는 자신의 얼굴에 있는 마스크를 천천히 벗으며 중년인을 향해 자신의 얼굴을 보여 주었다.

“너, 너는?”

중년 남성은 얼굴을 드러낸 사내를 보면서 놀랐다.

초면이었지만 그는 도경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경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짐작이 갔다.

‘어떻게 나를 찾아왔지?’

“아직 기사가 터지기 전일 텐데... 어떻게 나를?”

하지만 도경이 자신을 콕 집어 찾아온 것은 쉬이 납득이 가질 않는다. 강소영의 부탁으로 찌라시처럼 정체를 숨기고 기사를 터트린 거였는데 이리 눈앞에 찾아오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어떻게 찾아왔냐고?”

도경은 악의적인 기사의 출처의 당사자인 서기명 기자를 바라보는 도경은 서늘한 웃음을 지었다.

“어디 보자 지금 시각이...”

“오후 7시 43분.”

뒤에서 백아현의 음성을 들은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기명 기자를 향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래 그러니까 대략 총 40시간이 걸렸어.”

“40, 40시간? 그게 무슨 말이야?”

“닥쳐.”

퍼억!

끄으윽.

갑자기 뜬금없이 시간을 얘기하는 도경의 말에 중년인은 의아한 시선을 보내지만, 도경은 그의 오금을 걷어차 주며 짜증 난 표정을 지었다.

현재 도경은 중년인에게 친절히 대답해주고 싶은 심정이 아니었다.

“정말 긴 이틀이었어 알아?”

‘말해줘야 알지...’

도경의 행동에 억울한 심정이었지만, 서기명 기자는 도경의 두 눈을 맞이하고는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말았다.

그만큼 도경의 상태가 좋게 보이지 않았다.

‘하, 진짜 이 새끼 때문에 고생한 거 생각하면...!’

뿌드득.

도경은 자신 앞에 배불뚝이 서기명기자를 보며 이를 갈았다. 이자에게 도달하기 위해 거쳐 왔던 과정을 떠올리면 정말 욕지거리가 치밀어 올랐다.

우선 성준의 기사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기자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능력을 사용해 금제를 걸어서 기사를 내렸고, 그다음은 기자들에게 기사와 정보를 건넨 심부름 업체들을 찾아갔다.

당연히 험한 일을 하는 만큼 의뢰자에 대해서 순순히 말하려 하지 않았고 결국은 서로 주먹으로 대화하는 무력충동이 오고갔다.

이 모든 일이 근 이틀간 벌어진 일들이었다.

“너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온종일 돌아다닌 걸 생각하면...!”

욱신욱신.

주르륵.

“어!?”

너무나도 많은 능력 남발과 무리해서 몸을 움직임 덕분일까? 도경의 코 밑으로 붉은 핏줄기가 주르륵 떨어진다.

그의 이변에 문 앞을 지키며 도경을 보고 있던 백아현과 앞에서 떨고 있던 서기명 기자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하 씨.. 쪽팔리게 코피가 다 나네.”

과로로 인한 코피라니.

이 믿을 수 없는 현상에 도경은 수치심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강함과 남성다움이 덕목인 이 세계에선 남자가 코피를 흘리는 것만큼 놀림 받기 좋은 소재가 없다.

게다가 도경은 그곳에서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초인이었던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몸. 그 누구보다 지금 자신의 상태를 부끄러워하는 도경이었다.

“휴지는 저쪽에...”

“뭐?”

빠직.

“응?”

도경이 자신의 코를 막을 휴지를 찾는 것이 보이자 서기명이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휴지가 있는 곳을 알려다 줬지만, 그것이 오히려 도경의 역린을 건드리는 행동이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퍼억!

“꾸에엑.”

가뜩이나 쪽팔린 상태에서 꼴 보기 싫은 원인 제공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자 결국 참아왔던 짜증과 분노가 터져버린 도경은 그를 향해 미친 듯이 짓밟기 시작했다.

퍽퍽!

“아아아악!”

정말로 거침없이 자신을 짓밟고 있는 도경의 발길질에 서기명 기자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겁에 질려서 도경에게 빌었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체면이고 뭐고 비는 그의 모습은 동정이 갈 만했으나. 도경에게는 오히려 화를 부채질 내는 용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자 때문에 자신이 그 고생을 한 것을 떠올리면 어이가 없었다.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 하네. 살려달라고 빌어도 모자를 판에 용서를 구해?”

“히익.”

‘그 말은 나를 죽인다는 거잖아!?’

“사, 살려 주십쇼.”

도경의 말을 들은 서기명 기자는 그의 말을 듣고 안색이 창백해지며 걷어차이는 와중 도경의 발을 붙잡고 빌었다.

“이거 놔.”

퍼억!

“아이고야!”

데구르르.

‘맞아. 이 여자도 있었지...! 아 여자에게 부탁하면.’

찰 지게 얼굴을 걷어차인 그는 데굴데굴 굴러 구르다 이곳에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차가운 인상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저기 아가씨 저기 저 청년 좀 말려...!?”

휘이익.

푸욱!

“어!?”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아현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손을 뻗었던 서기명 기자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손바닥에 꽂힌 물건을 바라보았다.

25cm가량의 검은 손잡이의 나이프.

기자로서 친숙한 흉기이지만 그것은 눈으로만 친숙하다는 것이지 직접 몸으로 겪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아아....”

화아악.

“아, 아아악!”

정신적인 충격으로 뒤늦게 밀려오는 통증을 느낀 서기명 기자는 시끄러운 비명을 질렀다.

“시끄러워.”

철컥!

“흐읍”

하지만 이내 자신의 머리를 겨누는 물건에 서둘러 자신의 입을 막으며 비명을 참아내었다.

‘흐으으...! 얘내들 정말 뭐야...!?’

자신의 착각이 아니라면 저것은 분명 총이라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싸늘함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짜증이라는 감정이 총을 겨눈 아현에게서 새어 나왔다.

스윽

“귀찮게 하지 말고 저자가 하자는 대로 해.”

“네, 네!”

그녀 또한 도경의 옆을 따라다니면서 온갖 귀찮은 일을 겪은 몸. 얼른 일 처리를 끝내고 쉬고 싶은 것이 그녀의 현재 상태였다.

‘이년도 제정신은 아니다.’

총을 보자마자 서기명기자는 혼비백산 뒤를 돌아 도경에게로 다가갔다.

뿌드득.

“그래. 우리 아현씨. 귀찮게 하지 말고 나랑 놀자고 서기명씨.”

“으으으...!”

문 뒤에는 미친놈이 문 앞에는 사신이 지키고 있는 상황 속에 서기명 기자는 절망하고 말았다.

퍼퍼퍼퍼퍽!

“으아아악!”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도경은 자신의 감정을 듬뿍 실어 서기명 기자를 다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메인 디쉬인 만큼 잘근잘근 오랫동안 씹어서 맛볼 생각이었다.

---

도경이 서기명 기자를 손봐준 후 다음날.

포털 사이트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도경에 대한 기사를 동시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비뚤어진 천재 박도경 그의 실체를 밝히다.]

[2억 쏜 만큼 주먹도 화끈한 박도경.]

[K스타 박도경의 불량한 태도에 고발하다.]

[XX 전도사 K스타 박도경 폭력 죄로 고소하다.]

역대로 시청률이 많이 나온 K스타에서 탈도 많고 말이 많았던 독보적인 캐릭터인 도경인 만큼 이러한 기사가 떠오르자마자 실시간 검색에 오르내릴 정도로 인터넷상에서 도경은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

현재 도경에 관련 기사에는 불티나게 그를 향한 악의적인 댓글들이 달리고 있었다.

[나는 재 저럴 줄 알았음.]

└[재가 아닌 쟤입니다.]

└[ㅂㄷㅂㄷ]

[하긴 그 고등학생들도 때리는 거 보니까 하루 이틀 주먹을 휘둘러본 실력이 아니니 싶었다.]

└[고등학생? 박도경이 고딩 때렸음?]

└[ㅇㅇ. 주소링크 달아놓음 http://skvukeid.co.kr]

└[와 오지네. 무슨 운동 배웠나?]

└[박도경 랩도 할 줄 알아? 대박이네.]

└[홰 힙찔이 갱스터 본성 발동 하냐? 인성은 안보고 랩을 쳐 보고 앉아있네.]

[박도경 K스타 하차해야 하는 거 아님? 완전 양아치 였네?]

└111.

└222.

└333.

[얘가 뭐라고 이렇게 실시간에 기사가 남? 이번에도 정치 쪽에 무슨 사건 터짐?]

└[님 음모론 보고 싶으면 차라리 영화나 보세요.]

└[음모론은 아니지 않음? 보니까 이번에도 거하게 하나 터져 있던데?]

[박도경 너무 깝쳐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깨소금이다. 실력도 별거 없는데 너무 과장 포장 되서 짜증났음.]

└[솔직히 실력은 인정해야 하는 부분 아님? 참가자들 중에서 역대급이라고 말까지 나오는데?]

└[ㄴㄴ. 과장임 제 사촌형도 저 정도 부름.]

└[ㅋㅋㅋ 사촌 형. 나왔다.]

[야. 그래도 형편 어려운 지성준한테 2억이나 선뜻 내줬는데 인성 부분 문제를 거론하는 건 조금 무리수 아니냐? 아직 속사정도 모르잖아?]

└[이 새끼 박도경이다.]

└[오오! 박도경씨 사건 좀 해명해 주세요.]

└[어떻게 알았냐? 해명은 할 거 없고, 때릴 만하니까 때렸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뻥 터짐.]

└[때릴 만하니까 때렸대. 박도경이면 진짜 그렇게 얘기할 거 같음. 혹시 진짜 박도경 아님?]

└[그럼 완전 대박이긴 하겠다.]

“그래 내가 직접 댓글 단거다 이 자식들아.”

투덜투덜.

댓글을 읽던 도경은 침대에 풀썩 드러누우며 투덜거렸다.

기사가 나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영향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서 댓글을 읽었던 거였는데 순간 욱해버려 댓글을 달아버렸다.

“생각보다 이거 기분 나쁘네.”

자신은 저런 하찮은 말에 신경 쓰지 않는다.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댓글들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도경은 인상을 찌푸렸다.

데미지1을 수십 수백 번 입는 느낌이랄까? 기묘한 방식의 정신적인 타격이라 생각하며 도경은 침대에 빈둥거리기 시작한다.

상처받은 정신을 회복을 위해서였다.

벌컥.

“오빠 밥 먹어!”

“어... 밥?”

자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생을 바라보는 도경은 힐끔 그녀에게 눈길을 주다가 자리에 천천히 일어났다.

묘하게 다운되어 있는 도경을 바라본 소희는 물끄러미 자신의 오빠를 쳐다보다가 그녀답지 않게 조심스럽게 도경에게 말을 건네었다.

“기사 때문에 그래? 별로 신경 쓰지 마. 오빠 말대로라면 그렇게 잘못한 거 없잖아.”

기사가 터진 후. 온종일 도경의 상태는 쭉 저 상태였다.

묘하게 골골대며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평소 자신 오빠의 모습과는 달랐다.

물론 탑10 진출을 위한 무대는 착실히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집에서는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고 저 상태였다.

“그래 밥 먹자.”

“으응.”

도경에 대한 기사와 댓글을 읽은 상태인 소희는 당연히 그런 오빠를 걱정 할 수밖에 없었다.

“휴......”

그래도 밥 먹을 기운이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며 소희는 뒤늦게 도경의 뒤를 따라나섰다.

“크음. 어서 앉아라. 이럴 때일수록 밥심으로 버텨야지.”

“......”

“참. 괜찮다니까요.”

“자식이 하루 종일 침대에만 있는데 괜찮다고 하면 어느 부모가 믿을 거라 생각하냐.”

“......”

“피곤해서 그래요.”

서기명 기자를 족치느라 도경이 이틀간 무리한 것을 모르는 박호찬은 도경의 말을 순순히 믿지 않았다.

그저 자기 아들이 얼른 기운을 차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밥 먹자”

“잘 먹겠습니다.”

평소와 다른 식탁 풍경이었다.

“이거 먹어라.”

“네...”

서여사가 도경에게 말을 많이 걸면서 그를 챙기고 도경의 아버지인 박호찬이 무뚝뚝함으로 가족의 중심을 잡았는데 이번에는 서여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박호찬이 필요 이상으로 도경을 챙기는 것이었다.

게다가 도경을 향해 틱틱거리며 까불대던 소희마저도 도경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휴...”

자신은 정말로 괜찮은데 주변 가족이 괜찮지 않아서 도경은 한숨이 나왔다. 평생을 홀로 독고다이하며 지내다 보니 이런 문제점은 생각지 못한 도경은 난감했다.

힐끔.

‘어머니는 아직도 저러시구나.’

빠득.

굳은 표정으로 식사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본 도경의 표정도 덩달아 어두워진다.

“그 전도사 새끼...!”

성준을 처음 만났던 장소인 교회에서 맺은 악연을 떠올리며 도경은 이를 갈기 시작했다.

악의적인 기사와 덩달아 터지는 고소.

그건 도경의 생각 이상으로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자신이 아니라 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말이다.

“......”

서여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하는 이유. 그건 성준의 뺨을 따귀를 올리다 도경에게 맞았던 전도사가 도경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전도사가 있는 교회에 다니는 서여사가 어떤 곤혹을 치루 게 된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도경이 전도사를 때린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서여사가 현재 도경에게 큰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원인이었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아들이라도 이번 일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달그락. 툭!

“하아... 어머니.”

“!?”

도경은 찌개를 뜨던 자신의 숟가락을 내려놓고 자신의 어머니를 보면서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화를 시원하게 내던가.

자기가 굶을까 봐 밥은 꼬박꼬박 먹이면서 속으로는 자식에 대한 실망감을 삭히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도경은 도저히 바라 볼 수 없었다.

내일까지 참으려 했지만 결국 도경은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말을 꺼내었다.

“어머니 변명하지 않을게요. 저는 분명 주먹을 휘둘렀어요. 하지만 저 그렇게 부끄러운 짓을 했다 생각하지 않아요.”

탕!

“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니?”

“그 전도사님이 얼마나 사람이 좋으신 분인데...! 그런 사람을 때리고도 부끄럽지 않다고?”

큰 사고를 치고도 당당한 자신의 자식을 보며 서여사가 더욱 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람. 어머니가 생각하는 그리 좋은 사람 아닙니다.”

“도경이 너 정말...!”

“내일 생방송 이후로 모두 다 알게 되실 거에요.”

“뭐!?”

도경은 모든 사정을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이미 서여사의 눈에 자신에 대한 불신이 서린 것을 보았기에 말을 아꼈다.

그만큼 서여사에게 있어 그 교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저 어머니 아들입니다. 믿어보세요.”

도경이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밖에 없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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