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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77화 (77/357)

77화

K스타 드디어 대망의 탑10을 가리는 배틀 오디션.

연일 뜨거운 화제 속에 시청률은 떨어질지 모르고 계속 오르고 있던 라스트 시즌 K스타.

드디어 오늘 탑10을 뽑는 날인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였다.

[참가자들 입장해 주세요.]

와아아아!

짝짝짝.

참가자들이 등장하자 방청객에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300명의 관람객.

3명의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을 맞이한다.

“모두들 드디어 탑10을 가리는 대망의 마지막 배틀 오디션입니다. 모두들 다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떨릴 텐데요.”

태현섭 심사위원은 참가자들을 보며 웃음 지었다.

“여기 뒤에 있는 방청객들 보이시죠? 아마도 참가자들 모두 많이 당황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생방송은 알았겠지만 방청객까지 있다는 것은 제대로 듣지 못했을 겁니다.”

그의 말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해왔던 대로라면 이번 탑10을 뽑는 배틀 오디션은 심사위원 3명과 참가들로만 녹화방송을 하는 것인데, 지금처럼 생방송에 방청객들은 의외의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23명의 참가자들을 표정을 바라본 태현섭은 그들에게 차분히 이번의 룰을 찬찬히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번 K스타 시청률이 어마무시한건 다들 아시죠?”

끄덕.

현재 시청률 20프로를 앞두고 있는 K스타는 태현섭의 말대로 지상파 3사 일요일의 예능 강자로 떠오르는 중이었다.

“마지막 시즌에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고마운 일이 없죠. 그래서 시청자분들의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이번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자 뒤를 보시죠.”

태현섭이 가리키는 곳은 뒤 스크린 위에 박혀 있는 전광판. 그곳에 모든 참가자들을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가 가르키지 않아도 무대의 리허설을 하는 도중 저 전광판이 무엇인지 다들 궁금해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이번 무대의 탑10은 저희 심사위원들과 여기 계신 방청객들의 투표수의 점수를 반영해서 뽑게 될 겁니다.”

“!?”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규칙에 참가자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저희 3명의 심사위원의 점수 300점에 추가로 방청객들에게 한 참가자게 투표할 수 있는 1개의 투표권을 주고, 1표당 10점으로 계산해서 참가자들의 탑텐(10)을 뽑게 됩니다.”

K스타에 이례적인 점수제의 도입.

태현섭의 말에 몇몇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몇몇은 그의 말에 눈빛을 빛내었다.

‘이건 우리 걸 그룹한테 유리해.’

‘나에게도...!’

‘이번 노래라면 가능성이 있다.’

심사위원보다 방청객의 힘이 강한 이번 마지막 탑10 배틀 라운드 무대는 몇몇에게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심사위원보다 방청객인 일반인이라면 자신들이 하기 따름에 변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재미있는 짓을 했네.”

생방송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하니 방청객 투표 점수제를 도입할 줄은 모두가 예상 못 한 상황 속.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제작진들 뒤에 자리 잡은 나Pd와 총괄Pd가 짓고 있는 미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흐어어엉! 왜 나한테만 그래..! 나뿐만이 아니라 Pd들하고 강소영도 한통속이었단 말이야. 나는 그저 그들의 주문에 움직인 것뿐이야! 쿠에엑]

서기명 기자를 말을 떠올리며 도경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악의적인 기사가 터진 시점에서 방청객 투표 점수제의 등장이 과연 시청자들의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였을 까?

“나 하나 잡겠다고 쓸데없는 정력 낭비하는 군.”

너무나도 뻔한 그들의 의도에 도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100인도 아니고 무려 300명이다.

1표에 10점. 심사위원들의 300점을 훌쩍 뛰어넘는 총점 3000점 철저히 실력이 아닌 참가자들의 인지도와 인기가 반영되는 시스템.

가뜩이나 비호감 이미지에 이제는 폭력사건으로 대중들에게 노출된 도경에게는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나 불리한 구조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흐흐흐. 이번에야말로 너는 끝이다. 300점이나 넘으려나? 크크큭! 아주 제대로 비참한 영상 제대로 뽑아주마.”

“이야. 나Pd 1표당 10점으로 계산한 건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어. 이번에 저 건방진 놈 표정 볼만 할 거야.”

점수제의 도입이 도경에게 얼마나 굴욕을 안겨줄지 상상만 해도 짜릿해 두 Pd들 모두 의미심장한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다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 고소당한 놈이 방송이라니 욕을 배불리 먹겠어! 으하하! 아주 나Pd 아주 좋았어. 게다가 그 전도사 고소하게까지 설득할 줄은 몰랐어.”

“타이밍이 좋았죠. 기자까지 냄새를 맡고 오는데 이때다 싶지 않겠습니까? 설득도 별로 힘들지도 않았던 게 전도사도 저놈하고 성준한테 감정도 좋지 않았는지 바로 넘어오더군요.”

“하하하. 역시 정의는 승리하는 법이지. 내가 저놈이 힘쓸 때부터 깡패새끼인지 진작 알아봤다니까.”

“오늘따라 무대가 기대되는군요. 오늘 방송 끝나고 술 한잔 어떻습니까? 고생도 하셨는데 기력 보충하셔야죠. 장어! 장어 어떻습니까?”

“장어 좋지. 오늘 기념비적인 일인데 축하해야지.”

“하하하!”

“크크크크!”

도경의 고소와 악의적인 기사 한몫을 한 두 사람의 얼굴에는 정말로 좋은 일을 한 것처럼 가득 뿌듯함과 보람이 서려 있었는데 이를 도경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불행히도 둘은 모르고 있었다.

“그래 웃어라.”

빠드득.

“다 뒤집어 엎어주마.”

도경은 집을 나오기 전 자신의 어머니 서 여사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냥 성준의 꿈을 위해 나온 별 의미 없는 방송. 그저 적당히 하다 빠지려 하였다.

그런데 별것도 아닌 연놈들이 계속해서 엮기며 같잖은 수작질을 하니 이제는 짜증 나다 못해 다 엎어버리고 싶었다.

[지금부터 탑10을 뽑는 배틀 오디션을 시작하겠습니다. A조들 준비해 주세요.]

서로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사회 진행자는 오디션의 시작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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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아...!”

“형.”

굉장히 기분이 저조한 도경을 바라보는 두 사람은 김우진과 성준. 두 사람은 기사가 터진 후 연락도 잘 안 되던 도경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도경에게 그런 기사들이 터질지 예상도 못 했다. 게다가 방송현장에서도 방청객의 투표를 반영한 점수제라니 이건 악재나 다름없었다.

‘형 미안해요.’

지금 도경에 대한 사람들 시선의 온도가 차가운 걸 아는 그 둘로서는 도경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중 성준이 도경에게 가장 미안함을 느꼈다.

전도사에게 주먹을 휘두른 게 자신 때문이었기 때문에 성준은 도경을 볼 면목이 안 섰다.

“나 때문이야. 그 빌어먹을 새끼는 자기가 한 짓은 생각도 안 하는 건가?”

빠드득.

전도사를 만나 담판을 지어 볼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으나 도경의 강한 반대와 무대에 집중하라는 말에 성준이 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방송도 그렇고 도대체 형을 가만히 왜 안두는 거야?’

자신의 은인이자 가장 좋아하는 형이 이런 일을 당하자 성준은 억울하고 화가 났다.

물론 도경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있어도 이 정도까지 비판받을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다.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었고 태만한 모습을 가끔 보여주기도 했지만 제작진의 안내에 따라 모든 연습과 리허설을 소화하였고 완벽한 무대를 성공시키며 모두에게 즐거움을 안겨다 주었다.

“이건 정말 잘못됐어!”

그런데 도경에게 돌아오는 대가는 매주 그가 안 좋게 보일 수밖에 없는 악의적인 편집과 지금처럼 도경을 헐뜯는 기사와 댓글들이다.

전후 사정을 따지지도 보려고도 않는 대중과 제작진들에게 성준은 크나큰 분노가 일었다.

“쯧. 또 쓸데없는 생각 한다.”

턱!

“형...”

이제는 익숙한 손길에 성준은 미안함에 떨리는 눈으로 자신의 머리에 손을 올리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둘 다 표정이 나보다 더 안 좋네요. 누구 죽었어요?”

“도경아 너 괜찮니?”

“괜찮고 자시고 사지 멀쩡한데요?”

피식.

처음으로 도경이 자신들에게 입을 열자 김우진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그의 상태를 물었는데 도경은 그의 걱정하는 마음을 알면서도 피식 웃으면서 농을 던진다.

“그런 얘기가 아니잖니.”

“뭐 그리 나쁠 게 있겠어요? 제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돼요. 형 A조잖아요. 여기 있지 말고 얼른 무대 준비하러 가아죠.”

“으, 응. 그래야지.”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은 걸까? 평상시와 달리 조금은 가라앉아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더욱 차분한 도경의 모습에 조금 당황해 버렸다.

“무대 끝나고 나중에 성준이랑 저녁이나 하자.”

“네, 그래요. 무대 잘하세요.”

“그래.”

김우진은 도경에게 후를 기약하면서 그의 말대로 무대를 위해 연습하러 연습실로 걸음을 옮겼다.

“형. 진짜 괜찮아요?”

스윽.

“......”

‘참, 나도 못나졌구나.’

자신의 옆에서 풀이 죽은 소리에 도경은 성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뭐라고 이리도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 한단 말인가.

물론 모두들 도경을 걱정해주는 것이지만 도경은 그런 주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걱정 받는 것은 좋지만 걱정 끼치는 것은 싫다.’

카일 이었던 예전에는 무슨 일이 생긴다면, 주변 동료들은 자신보다 시비를 붙은 상대를 걱정하거나 불쌍히 여겼었다.

그만큼 카일이 지닌 능력과 힘을 믿었고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맡겼다. 굳건한 신뢰가 밑바탕으로 깔려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평범한 청년인 도경으로서는 그 당시만큼의 신뢰를 주변 사람들은 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도경은 자신이 예전과는 다른 위치에 서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요즘 들어 점점 쪽팔리는 일만 생기는 것 같아.”

“네?”

자신을 향해 미안함과 죄책감 그리고 걱정으로 범벅된 성준의 얼굴을 보며 도경은 어이가 없었다.

“야. 내가 그딴 기사나 이런 같잖은 곳에서 이 몸이 고꾸라질 것 같냐?”

“어, 그게...!”

도경의 그 질문에 성준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힘들 거라고 자신의 사실적인 의견을 말한다면 도경이 기분이 나빠질 것이고 거짓말로 형은 잘할 거라 얘기한다면 너무나 무책임 하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형. 형이 노래를 잘하는 건 알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잖아요. 지금 형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안 좋잖아요.”

결국, 우회적이지만 사실을 털어놓는 대답을 한 성준은 조심스레 그를 바라보았다.

“이미지...?”

“네. 워낙 형의 이미지가 억울하게 안 좋잖아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무대를 즐기는 것에 초점을 두고 무사히 무대를 마치는 데에...”

성준이 이리 말하는 것은 도경이 애써도 안 되는 무대에서 상처를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야기하는 거였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도경이 싸워야 하는 부분은 대중들이 도경에게 가진 잘못된 선입견과 탐탁지 않아 하는 시선들이었다.

그 또한 이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쯧.”

“에?”

“지성준 이게 못 본 사이에 건방져졌다. [TG]기획사 가더니 이 형이 물로 보였나 봐.”

“네, 네? 그게 아니라 형. 사람 말을 또 왜 그렇게 들어요. 제 말이 그런 게 아니라는 거 형이 잘 알잖아요.”

“그거나, 그거나.”

“아 형...”

자신은 도경을 생각해서 얘기한 거였지만 오히려 그게 도경의 기분을 망친 건 아닌가 싶어 난감한 시선으로 자기의 형을 바라보는 성준이었다.

“어.. 그게 그러니까 말이죠...”

‘이 바보 멍청이. 형 기분을 좀 더 생각해야 했는데...!’

성준은 자신을 자책하였다.

좀 더 도경의 기분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위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그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이런 실수로 도경과 관계가 틀어질까 봐 성준은 걱정 하였다. 그런 성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경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성준이 너 나랑 같은 B조잖아 순서가 어떻게 되지?”

“제 무대 순서요? 운 좋게도 마지막으로 받았어요.”

이 또한 못난 형과 잘난 동생을 부각하려던 두 Pd의 술수였지만 이를 알 리 없는 둘은 편히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

“네...”

“그나마 다행이네. 이번 무대 잘 준비해.”

“!?”

갑자기 자신의 무대순서를 묻다가 무대를 잘 준비하라니. 평소보다 더욱 종잡을 수 없는 도경의 행동에 성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은 장난치거나, 자신만만한 태도로 자신의 감정을 과감 없이 솔직히 드러내었던 도경이 이번에는 그저 명경지수처럼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지? 평소와 다른 모습이야.’

그렇지만 성준은 도경이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직감은 들어맞았다.

“지성준.”

“네. 형...!”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제대로 해야겠다.”

“네?”

“그러니 너무 놀라지나 말라고.”

“그게 무슨...?”

알 수 없는 선전 포고에 성준은 당황하지만, 도경은 성준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뒤돌아서서 연습실로 걸음을 옮긴다.

“됐어 나 연습하러 간다.”

“연습!?”

도경의 말에 성준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리허설 이외에는 연습을 가지지 않았던 도경이 연습을 하러 간다고 하다니 깜짝 놀랄 일이었다.

도경은 그런 성준의 놀람을 뒤로하고 자신의 발걸음을 옮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저벅저벅.

“저 핏덩이한테까지 걱정 받다니 정말 웃긴 일이야. 사람이 단순하지 않다고? 이미지가 나빠?”

성준이 말했던 말을 떠올리며 도경은 콧방귀 뀌었다. 저런 말을 자신이 듣다니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이게 다 내 잘못이지.”

도경은 자신에게 화를 내었다. 자신의 안일함에 주변인들에게 걱정을 끼쳐버렸다.

그리고 지금부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도경은 생각했다.

“너희들이 누굴 건드렸는지 제대로 보여줄게.”

차분한 겉과 달리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도경의 분노는 속안에서 조용히 들끓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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