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78화 (78/357)

78화

K스타의 꽃 탑 텐(10)진출.

수만 수천의 지원자를 뚫고 딱 열 명으로만 인정받는 숫자.

방송의 마지막을 향해가고 장식할 최후 열 명의 참가자가 누구일지 모두의 관심이 주목되는 가운데 연습실에 있는 참가자들 모두 마지막을 사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었다.

탑텐의 고지가 바로 눈앞에 막바지라 그런지 모두들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

띠리링.

딩딩! 딩.

소근.

“연습실은 처음 아니야?”

“그러게... 되게 낯설어 보이네.”

“갑자기 연습한다고 뭐가 나아지나...”

“정말 기사대로 사람을 때렸을까? 고소당했다며?”

“근데 저게 연습이야? 그냥 기타 줄만 튕기네. 포기했나?”

“마음이 복잡한가 보지. 솔직히 나라도 저 상황이면 아무것도 하기 싫겠다.”

구석에 혼자서 묵묵히 기타를 치는 도경.

연습실에 처음으로 등장한 도경의 모습에 모두들 연습하는 가운데 그에게 시선을 보내며 숙덕거리고 있었다.

도경을 향해 가지각색의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도경을 향해 비웃음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타까워하는 사람. 그에 대한 기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궁금해하는 사람.

기이한 주목 속에 도경은 망부석이라도 된 것 마냥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기타 줄을 퉁긴다.

쿵!

타다닥.

“도경 참가자!”

연습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헐레벌떡 뛰어온 남자는 주위를 살피더니 구석에 있는 도경을 발견하고 그에게 달려온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지금 인사할 때야? 갑자기 무대에 노래할 음악을 바꾼다니?”

“말 그대로입니다. 이번 무대에 원래 준비한 곡과 다른 곡을 부르고 싶습니다. 반주와 노래는 제가 직접 할 거라 감독님한테 피해가...”

쾅!

“너. 이게 장난으로 보여!?”

생방송인 이번부터 참가자들의 무대와 음향을 관리하는 음향감독은 도경의 말을 마저 듣지 않고 도경에게 화를 터트렸다.

애써 자신이 준비한 음악과 무대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충분한 논의 없이 이루어진 통보에 가까운 도경의 행동은 예의가 아니 없기 때문이다.

“.......”

꾸벅.

“죄송합니다.”

도경이라도 이번에는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기에 순순히 그에게 예의를 갖춰 사과하였다.

“이게 죄송하다고 할 상황이 아니잖아.”

뻑뻑한 태도를 보이던 도경이 고개를 숙이는 사과에도 음악감독은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풀지 않았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개인의 변덕에 의해서 좌지우지 돼선 안 된다 여기기 때문이다.

“준비한 무대로 해.”

단호한 목소리로 그는 도경에게 말했다.

감독인 만큼 사전에 계획한 대로, 약조한 대로 모든 것을 상황에 맞게 모두를 위해서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그 또한 도경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음향감독은 노기를 누그러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도경을 향해 설교하기 시작했다.

“도경 씨 상황 알아. 중요한 시점에 그런 일이 터지니 충분히 힘들겠지. 하지만 준비한 한 달 동안 준비한 무대를 내팽개치고 다른 노래를 하겠다니. 그건 이성적이지 못한 선택이잖아. 인생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야. 도경 씨 나이면 그 정도는 알아야지.”

간혹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있었다.

예술가적 기질이 너무나 강해 자신만의 세계관이 강한 이들이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족속들이었다.

뭘 한다면 될 거란 생각에 충동적이고 어리석은 선택을 자주 하는 유형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닌데 말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봐. 도경 씨.”

음악뿐만이 아니라 많은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결국 단단한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게 일상다반사였다.

그렇기에 감독은 같은 일의 종사자로서 도경을 막아야 했다.

“갑자기 바꾼 노래보다 당연히 한 달 동안 연습한 무대의 노래가 좋을 게 당연하잖아. 게다가 도경 씨 무대라면 좋은 결과를 거둘 거라니까. 내가 장담할게.”

‘망치기에는 아까운 재능이다.’

사실 감독은 화나는 한편으로 도경의 재능에 대한 안타까움이 깔려있는 상태였다.

“도경 씨. 멀리 내다봐야지. 그 순간 기분에 휩쓸려서 멋대로 하다 넘어지면 그 상처는 오래가는 법이야. 여기서는 내 말을 듣자 응?”

자신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도경의 모습에 감독은 자신의 말이 먹혔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것은 자신의 착각인 것을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뭐, 정말 너...!”

고저 없는 도경의 답변하는 목소리 감독은 분노하고 말았다. 왜 이리 재능이 있는 어린 녀석들은 이리도 자기중심적이고 어리석단 말인가.

“나는 정말 너희들 같은 애들이 정말 질색이야. 왜 잘못된 선택으로 그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려고 하는 거지?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묻겠어. 정말 이대로 네 뜻대로 할 거야?”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20대.

하지만 감독은 남자의 20대는 짧다는 것을 안다.

군대갖다 오고 정신 차리면 20대 중반이고 대학교니 취업준비를 하다 보면 어느새 30대가 되는 게 남자이다.

꿈을 좇기에는 이미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모든 게 가능할거 같은 20대에 하는 선택이야말로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예능계는 더욱더 말이다.

“네.”

“그래......”

자신의 마지막 질문에 도경의 대답을 들은 음악감독은 이제는 체념하고 말았다 분노고 뭐고 이제는 도경에 대한 한 실망감으로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나야 뭐 너 혼자 알아서 해준다고 하면 편하니 말이야.”

“.......”

매정히 말하고 자리를 떠나는 음향감독의 등 뒤를 바라보는 도경은 그를 향해 작게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올리며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아 기타를 치기 시작한다.

“.......”

때 아닌 작은 폭풍이 연습실을 휩쓸고 나갔다.

살벌한 표정을 짓던 음향감독이 연습실 밖으로 나가고 모든 참가자가 숨을 죽이며 놀란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설마 도경이 한 달 동안 준비한 무대를 버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포기한 건가?”

“그런 것 치고는....”

그 누가 생각해도 도경의 행동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자포자기한 것 치고는 도경의 태도가 너무나 진중하다.

띠리링.

“......”

띵. 띵...

기타 줄을 튕길 때마다 나는 소리에 연습실에는 묘한 긴장과 고조감이 피어올랐다.

묵묵히 기타 줄을 퉁기는 도경이 묘하게 신경이 쓰이는 참가자 들이었다.

---

와아아아!

무대 뒤에 이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들 축제를 즐기는 것처럼 참가자들의 무대에 열광하고 있었다.

Tv에서만 보던 참가자들이 직접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참가자들의 놀라보게 바뀐 모습과 실력향상은 의외의 반전으로 그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훌륭한 무대였습니다. 수고했어요.”

한 참가자의 무대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를 향해 짧은 소감을 남기기 시작한다.

평소보다 간결하고 빠른 심사였다.

“역시 저희의 심사평이 짧아진 만큼 빠르게 진행이 되는군요. 괜히 제작진들에게 미안해지는 걸요?”

하하하.

박진용의 농에 뒤에 방청객 군데군데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 점수제도 괜찮네요. 모든 참가자가 무대를 마치고 결과가 나오니까 확실히 공기가 덜 부담스럽네요.”

“그러게요. 예전에는 정든 참가자가 탈락하자 덩달아 그다음 무대를 망친 참가자도 있었는데 진용 씨 말대로 나쁘지 않군요.”

박진용과 태현섭이 말하는 것처럼 보통은 무대를 끝나자마자 곧바로 합격과 탈락자를 발표하여 다음 참가자들에게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주었는데, 이번에는 모든 참가자가 무대를 마치고 결과를 듣게 바뀐 규칙 덕분에 참가자들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제 컨디션으로 무대를 펼칠 수 있는 것이었다.

“다음 순서는... 으음.”

다음 참가자를 호명하려던 박진용은 이내 말을 흐리고 말았다. 이번에 마냥 즐길 수 없는 무대를 보게 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왜 그래? 아...!”

“다음 순서는 박도경 참가자이군요.”

참가자들의 무대를 즐기느라 신났던 박진용은 굳은 표정으로 박도경의 이름을 불렀다.

“그렇습니다. 저희 소속사에 이번 무대를 준비한 박도경 참가자입니다. 박도경 참가자 무대 위로 나와 주세요.”

도경이 무대 위로 올라 나오자 방청객에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박도경? 그 박도경 얘기하는 거야?”

“아까 붉은 머리가 박도경 이었구나. 인상이 바뀌어서 못 알아 봤었네. 묘하네.”

“하차한다는 소리도 있었는데 이번 무대에 나오나 보네.”

웹서핑을 자주 하거나 연예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도경이 현재 어떤 사항에 처했는지 아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도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뜨거웠다.

“.......”

“조금 소란스럽네요.”

“모두들 알다시피 많은 일은 겪고있는 중인 박도경 참가자입니다. 여기 저희 심사위원들도 뒤에 계신 방청객분들 모두들 도경 씨에게 많은 것이 궁금한 상태라 생각합니다.”

이수민 심사위원은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눈가를 찌푸렸고 박진용은 도경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평소 해맑은 모습과 달리 굳은 그의 표정은 심상치 않아 보여 공기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우선은 도경 참가자의 인터뷰 영상부터 볼까요? 그 이후에 질문하여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상 틀어주세요.”

진행을 맡던 박진용이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어서 태현섭이 도경의 진행을 맡았다.

스르르.

도경의 뒤로 큰 스크린 화면에 도경이 인터뷰한 영상이 떠올랐고 모두의 시선은 그 영상을 향해 고정되었다.

“......”

“도경아...”

무대를 마치고 대기석에서 참가자들과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김우진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기타를 들고 무대에 홀로 선 도경의 모습이 위태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들 모두가 도경의 무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도경의 잘잘못을 따지는 청문회를 열어 심판할 거 같은 분위기였다.

“킥킥킥!”

누군가는 도경을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다른 누군가는 도경의 모습을 바라보며 숨죽이면 웃음을 흘렸다.

“꼴좋다.”

이 모든 사건을 일으킨 원흉 강소영이 도경을 바라보며 남몰래 비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갸웃.

“그런데 지성준 기사는 왜 안 터진 거지? 시간차를 두고 터트리려고 그러나?”

일을 부탁했던 기자에게 연락했지만 부재중이라고만 떠서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그거야 나중에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지금은 도경의 마지막을 즐기는데 집중해야 할 때였다.

“몰라 알아서 하겠지. 우선은 박도경의 마지막을 제대로 즐겨야지.”

자신에게 모욕과 패배를 안겨다 준 대상인만큼 비참하게 쓰러지는 도경의 모습을 고대하며 강소영의 가슴속에 즐거움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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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도경 참가자의 기사가 났더군요. 주변 반응이 좋지 않은데 기분은 어떠십니까?]

[......]

화면의 붉은 머리의 도경이 얼굴이 비치고 제작진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알겠지만 설마 첫 질문부터 저런 것을 물어보다니.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였지만 인터뷰를 보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크게 의문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 사람들은힘들어 하더군요.”

도경의 덤덤하지만 짤막한 답변에 인터뷰한 제작진에서 적막이 흘렀다.

[기사의 내용들은 사실입니까? 폭력으로 고소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기사의 내용에 있는 고소당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했다는 구절은 잘못되었다 생각합니다.]

[정말 폭력을 휘두르셨는지요? 그리고 그에 대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십니까?]

“무슨 인터뷰가 저래?”

K 스타 오디션의 참가한 참가자에 대한 인터뷰가 아니라 마치 범죄자를 취조하는 듯한 인터뷰에 김우진은 기분이 상했다.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그렇지만 도경이 답변하자마자 쉴 틈도 안 주고 질문을 던지는 제작진의 배려 없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폭력을 휘두른 것은 맞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있냐고 물어보셨는 데 정말 해도 되나요?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하하하. 욕만 안하시면 다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럼 말하겠습니다.]

모두가 스크린에 비추는 도경에게 집중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때릴 만했으니 때렸습니다.]

[네?]

[상대들이 맞을 짓을 했고 때릴 만했으니 때렸다고 말했습니다.]

[뭐라구요? 그럼 도경 참가자는 잘못이 없다는 겁니까?]

너무나도 당당한 도경의 모습에 인터뷰하던 제작진은 할 말을 잃고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도 폭력이 정당화되면 안 된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그 쓰레기 같은 전도사나 양아치들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을 전 후회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

도경은 카메라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마지막 한마디를 천천히 씹어 삼키듯 내뱉으며 주먹을 들어 올려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정의는 저에게 있으니까요.]

[.....]

도경의 마지막의 한 마디를 끝으로 인터뷰는 종료되었다.

“......”

도경의 인터뷰를 바라본 모두들 도경을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잃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인터뷰에 살짝 당황한 것이다.

“정말 정의가 도경 참가자에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적막을 먼저 깬 싸늘한 목소리의 주인은 [LSM] 이수민 심사위원 그녀는 도경을 차갑게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감정도 컨트롤도 못하는 애송이였나?’

등려군의 노래를 부른 후. 알게 모르게 이수민은 도경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통해 그를 높이 평가한 판단을 철회하였다.

자신의 평가가 틀렸다는 것을 안 만큼 도경에 대한 실망감에 태도가 날카로워진다.

“그 자리가 꼭 주먹을 폭력을 휘둘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까?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사건에 대해서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민감한 곳을 찔러오는 날카로운 질문. 그것을 받는 사람이라면 당황할 수도 있으나 도경은 고개를 내저으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저 때문에 힘든 주변 사람들에게는 반성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맞은 사람에게는 전혀 반성할 마음이 들지 않는군요. 제가 때리고 잘못했다 생각이 들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겠죠.”

이수민 심사위원의 기세에도 밀리지 않는 도경의 대답. 너무나도 당당해서 고소당한 사람이 맞나 싶었다.

“지금 그 말 고소당한 사람으로 매우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말인데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합니까? 맞은 사람이 맞을 만 했다고?”

“네. 몇 번을 물어봐도 제 대답에 변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도경 참가자의 생각 잘 들었습니다.”

신경전을 벌인 것 같은 도경과 이수민 심사위원의 대화를 다 들었던 주변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술렁.

“저거는 좀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얘가 되게 뻔뻔하네.”

“또라이라더니 또라이를 넘어서 진짜 미친놈이잖아 저거. 지가 정의라니 무슨 중2병이야?”

“기사 말이 맞는 거 같은데?”

도경의 반성 없는 당당한 태도에 객석에 앉아 있던 관중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때릴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폭력을 휘두른 것은 잘못된 일.

도경의 뻔뻔한 태도가 사람들의 적의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방청객들 대부분이 도경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탐탁지 않아졌다.

“자. 도경 참가자의 이야기도 다 들은 거 같으니 무대를 보도록 할까요?”

다른 심사위원들도 질문하고 싶었을 텐데 이수민 심사위원은 냉정하게 도경이 무대를 바로 볼 것을 종용했다.

그만큼 도경의 태도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번에 부를 노래는 무엇인가요?”

“제가 부를 노래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한 《레 미제라블》 입니다.”

“불쌍한 사람들?”

담담히 자신의 부를 노래의 소개에 이수민 심사위원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도경은 무대 위에 마련된 의자 위에 착석해 기타를 들어 올렸다.

“시작하겠습니다.”

띠리링.

모두의 적의로 가득한 무대 위에 도경이 튕긴 기타 소리가 허공을 수놓았다.

두근두근.

씨익.

도경은 오랜만에 자신의 심장이 고조되어 뛰는 것을 들으며 웃음 지었다.

‘웃어?’

이 무겁다 못해 싸늘한 분위기 속. 도경이 웃었다는 것에 모두가 놀라는 한편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보통이라면 피해야 할 따가운 시선. 하지만 도경은 그들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더욱더 진한 미소를 보인다.

날카로운 비수가 품어 있는 웃음.

그것은 자신을 향해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대중들에 대한 도경의 도발이자 선전 포고였다.

‘귓구멍 씻고 잘 들어라.’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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