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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81화 (81/357)

81화

[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광고가 끝나고 모두가 고대하던 도경은 자리에 없고 무대를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정면을 바라보며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상황을 알리기 시작했다.

[생방송 시간관계상 도경 참가자의 심사는 뛰어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K스타 미흡한 진행. 다시 말씀드리지만,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리면서 다음 참가자의 무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많은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 짝...!

애써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밝은 목소리로 방청객들의 호응을 유도해보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호응해야 할 사람들에게 반응이 터져 나오질 않았기 때문이다.

“......”

도경의 무대에서 받은 충격들이 아직들 다 가시지 않았는지 방청객들의 얼굴들은 모두 어딘가 나사 하나 풀린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힐끔.

‘이거 완전 망했다. 왜 하필 순서가...!’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를 모를 도경의 다음 참가자가 아니었다.

그 또한 바로 무대 뒤 가까이서 도경의 노래를 들으며 넋이 나가질 않았는가. 방청객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런 무대 뒤에 곧바로 내가 노래를 불러야 하다니 운이 없어도 너무 없잖아.’

무대를 마친 참가자들이 앉아있는 대기석을 향해 고개를 돌린 남성 참가자는 도경을 바라보면서 괜히 원망의 눈길을 보냈다.

‘인성하고 실력은 별개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어.’

자리에 앉아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김우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폭력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고도 저렇게 유유자적하는 도경의 모습에 가슴깊이 울컥거렸다.

“강용운 참가자. 시간 관계상 빨리 진행을 해야 해서 말이에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나눌 시간이 없네요. 무대를 먼저 보도록 할까요?”

깜짝.

“자, 잘 부탁드립니다.”

도경을 향해 한창 원망의 눈빛을 보내고 있을 때.

냉정한 이수민 심사위원의 말에 그는 흠칫 놀라며, 서둘러 자신의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자리에 섰다.

‘저건 망했어. 긴장으로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어.’

‘텄네. 하긴 그 무대 뒤에 노래를 어떻게 해.’

‘.......’

절레절레.

자세를 잡으며 자기 노래의 반주를 기다리고 있는 강용운 참가자를 보는 심사위들은 속으로 혀를 찼다.

누가 보아도 자신의 무대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에 노래를 듣지 않아도 결과가 좋지 않을 거라 확신이 들었고 심사위원들의 불길한 예상은 슬프게도 빗나가지 않았다.

[내, 내게-! 겍!]

‘허억!’

기이잉.

“아...”

이것 또한 반전이랄까.

노래를 못 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설마 처음부터 삑사리를 내 버리고 놀라서 노래를 멈출 줄이야 이건 또 다른 대형 사고였다.

남성 참가자 또한 자신의 터무니없는 실수를 알았는지 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한다.

그를 내다보는 남성 심사위원 태현섭과 박진용은 그의 실수에 차마 못 보겠는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고 이수민 심사위원은 싸늘한 안색으로 강용운이라는 참가자를 바라보았다.

와장창.

적막 속 노래 반주는 계속해서 흐르고 있지만, 남성 참가자는 노래를 부를 생각하지 못하고 패닉에 만 빠져 있었다.

뻐금뻐금.

“아... 아아아.”

띠리링. 띵. 쿵!

“........”

방청객에 앉아 있던 300여 명의 사람들은 조용히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의 눈에는 그 어떠한 감정도 떠오르지 않은 채 그저 공허하게 그를 응시하고만 있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욱 강용웅 참가자의 패닉에 빠지는데 이바지하였다,

“잠시만 노래를 끊어 주세요.”

말도 잇지 못하는 강용운 참가자를 본 이수민 심사위원은 결국 손을 들어 올려 무대 위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끊는다.

뚝.

“강용운 참가자 많이 긴장하셨네요.”

“네, 네...! 죄송합니다.”

그녀의 말에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파악한 강용운이라는 참가자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모두를 향해 사과하였다.

“후...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앞의 충격적인 무대도 그렇고 생방송의 긴장감 속에 이런 실수는 생길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합니다. 그래서 강용운 참가자에게 선택권을 드리겠습니다.”

“선택권이요?”

이수민 심사위원은 한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앞에 떨고 있는 그를 내다보며 딱 한 마디를 묻는다.

“다시 한번 노래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포기하시겠습니까.”

“당연히, 노래를...!”

꿀걱.

그녀의 물음에 강용운 참가자는 당연히 다시 한번 노래를 부를 거라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그는 심사위원 뒤에 있는 300명의 방청객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도 나의 무대를 기대하지 않아...’

아무런 기대도 흥미도 동요도 없는 그들의 눈을 바라보자 갑자기 노래하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파르르.

“무대...를..!”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그나마 힘내보려던 에너지가 쑤욱하고 빠져 버렸다.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용운 참가자의 뜻을 존중하도록 하겠습니다.”

힘든 자신의 대답과 동시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마는 강용운의 참가자를 바라보며 이수민 심사위원은 덤덤한 어조로 그의 의견을 수렴한다.

고저 없는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지며 그렇게 한 사람의 도전이 끝을 맞이한다.

“가, 감사합니다...”

꾸벅.

짝짝짝짝.

영혼 없는 습관적인 박수 소리가 무대 위에 울려 퍼진다.

--

“우아아... 저거 분명 트라우마가 될 거야. 저 사람 다음에 노래할 수 있을까?”

자리에 앉아 이를 지켜보고 있던 김우진은 자신들이 있는 대기석에 걸어오는 강용운 참가자를 보며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었다.

탑텐 문턱에서 스스로 무대를 포기해 버리다니 원래대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지금 이 순간을 평생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긁적긁적.

“뭐, 자기 팔자면 노래하지 않겠어요?”

“......”

“왜요?”

옆에 들려오는 말에 김우진은 고개를 돌려 이 사태의 원흉을 바라보았다. 강용운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도경의 모습을 보자 우진은 어이가 없었다.

“저 사람은 너 때문에 떨어 진 거나 다름없는데... 에휴. 아니다 말을 말자.”

김우진은 그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 저으며, 다시 무대로 시선을 옮긴다.

도경의 얄 짤 없는 성격상 자신의 말이 씨알도 안 먹힐 것을 안 까닭이다.

“나라면 그 무대 다음에 노래 할 수 있었을까?”

맨 뒤 구석에 고개를 푹 숙인 채 힘없이 앉아있는 강용운을 흘낏 바라본 우진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그 무대에 자신이 노래하는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많이 늘었다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네.”

전 무대에 도경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떠올리며 우진은 [LSM]하고 계약을 맺고 자신이 조금 태만하지 않았나 반성하며 오늘 오디션이 끝나고 돌아 가는 대로 노래연습에 매진할 계획을 떠올렸다.

‘봐봐. 할 사람은 한다니까.’

누군가는 의욕을 잃고 제자리에 멈추지만 누군가는 의욕을 태우며 앞을 향해 걸어간다. 지금 자신의 옆에서 의욕을 불태우는 김우진처럼 말이다.

“여파가 가시려면 조금은 시간은 걸리겠구나.”

도경은 그런 김우진의 자세에 흡족해하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보인 무대의 여파가 가시려면 꽤 시간이 걸릴 거란 예상하며 도경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다 애들아.”

자신의 능력까지 활용하면서 노래를 불렀던 게 조금은 미안한 감정이 드는 도경이었다. 아무리 경연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을 상대로 사기나 다름없는 능력을 사용한 것이다.

천하의 도경이라 하더라도 조금은 얼굴이 후끈해질 만한 일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나만을 위한 날 이어야 해.”

오늘만큼은 성준도 김우진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 모든 관심과 주목을 독식해야 했다.

번뜩.

그리 생각하며 도경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내뿜었다.

--

“네 노래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서린 참가자.”

“.......”

위로에 가까운 짧은 심사평. 김서린이라는 여성은 입술을 꾹 깨물고 참가자들이 앉아있는 대기석으로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도경의 무대 후에 익숙한 풍경.

가라앉은 300여 명의 방청객의 분위기와 성의가 없어 보일 정도로 건조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꽤 괜찮은 무대였는데? 그런데 무슨 분위기가 이렇게 쳐져 있어...? 뭔 일 있었나?”

강소영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이곳에서 무엇이 벌여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애썼지만, 연습실에서 연습하느라 도경의 무대를 보지 못한 그녀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괜찮아. 당황하지 말자. 이번에는 차현식 Pd님의 곡으로 무대 하는 거잖아. 저 정도 처진 분위기라도 문제없어.’

자신이 곡을 줬음에도 계속해서 엎어지는 강소영의 상황에 차현식도 조금은 신경이 쓰였는지 강소영에게 편곡이 아닌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을 가져 다 주었다.

그에게 받은 노래는 성준은 물론이고 도경도 문제없을 거라 강소영이 생각할 만할 정도로 자신에게 맞는 좋은 곡이었다.

‘이번만큼은...!’

그녀의 얼굴에 어느새 자신감이 가득 차올랐다.

“강소영 참가자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네에!”

타다닥.

“......”

발에 힘을 주고 무대 위로 올라서는 강소영.

그리고 그 뒤에서 기타를 들고 서 있는 성준은 물끄러미 강소영과 무대를 바라보다 대기석에 앉아있는 도경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형이 장난 아니었다고?”

연습실에서 한창 연습 도중에 날아온 은하수 별 식구들의 톡들을 떠올린 성준은 도경이 무언가 무대에서 엄청난 무대를 보여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평소와 달리 심상치 않은 기세였기에 도경이 무언가 저지를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게 자신의 예상보다 더한 모양이었다.

“도대체 뭘 보았기에 저런 상태가 되는 거야?”

참가자들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경연이자 떨리는 무대지만 방청객들에게는 콘서트나 다름없는 재미난 무대 일터.

짝.. 짝.

그런데 지금 방청객들의 표정과 반응은 메마른 사막 그 자체였다. 남성들에게 인기 많은 강소영이 무대에 올라왔는데 조금의 박수 말고는 제대로 된 호응을 보이지 않는 게 이를 증명했다.

“저들에게 무슨 짓을 해준 거예요. 형?”

성준은 톡으로 좀 더 자세히 도경이 무슨 무대를 보여줬는지 물어볼 것을 후회했다.

“아아~!”

강소영의 노래.

처음 듣자마자 깜짝 놀랄 정도로 아주 좋은 노래였다.

강소영의 음색과 매력을 완벽하게 극대화 하는 노래여서 분명 음원사이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 분명해 보였다.

움찔.

‘다들 왜 그래!? 내가 부르는 노래라고. 그런데 그 반응은 뭐냔 말이야?’

다만 지금 현장의 반응은 안 좋다 못해 절망적인 상황이라 안타깝기 이를 데 없었다.

오죽하면 강소영의 두 눈에 당황한 심정이 고스란히 떠올라 있을까.

물끄러미.

분명 강소영이 저렇게 애 먹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야 하는 게 정상인데 성준은 전혀 즐겁지 못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표정이 굳어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거... 위험해.”

지금 이 분위기를 성준은 매우 위험하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꽉.

“이러다 나도 이 이상한 분위기에 잡아먹힐거야.”

두근두근.

“대체... 왜 이러지?”

기타를 쥔 손에서 자꾸만 땀이 차오른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제대로 해야겠다.)

자꾸만 머릿속 자신에게 미리 사과했던 도경의 목소리가 떠오르며 무대에 대한 집중력이 흩어지는 성준. 아무리 성준이라도 도경이 만들어 놓은 이 분위기를 극복하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해 보였다.

“아아아~”

자신의 앞에서 이제는 애처로울 정도로 소리 높여 노래하는 강소영의 모습이 남의 일이 아닌 거 같아 성준의 등골은 더욱더 오싹해져만 갔다.

--

모두의 경연 무대가 끝나고 방청객 들이 투표하며 스튜디오를 빠져나갈 시간 참가자들의 스페셜 방송이 Tv 화면 밖으로 전파되고 어느새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와 탑텐 진출을 결정하는 투표가 끝났음을 알리었다.

[지금부터 점수 발표하겠습니다.]

어느새 스튜디오에 남아있는 인원은 이제 3명의 심사위원과 탑텐을 앞둔 참가자 그리고 방송을 촬영하는 제작진들.

그들 모두 발표를 앞두고 숨을 죽이기 시작한다.

[우선 10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꿀걱.

[10위의 총점은 253점 강하나. 축하드립니다.]

짝짝짝짝.

감격한 표정을 지은 강하나라고 호명된 여성 참가자는 탑텐만이 앉는 자리에 걸어가 앉아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모두가 축하의 박수를 치는 훈훈한 표정을 하고 있을 때. 대본에 적힌 점수를 확인하던 진행자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흠칫.

이내 진행자의 표정은 놀라서 굳어 있었고 그는 제작진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대본에 적힌 점수가 너무나 이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괄 PD는 그가 놀랄 것을 예상한 듯.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며 그에게 수신호를 보내었다.

‘빠르게 진행해.’

끄덕.

“이거라면 뜸 들일 필요가 없지.”

진행자는 총괄Pd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심호흡을 한 번 들이마시며 그의 말대로 빠른 진행을 선보인다.

[탑텐의 호명을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

[9위 258점 제이

8위 263점 트리샤.

7위 266점 김주희

6위 267점 베스트 프렌드]

보통은 뜸을 들이면서 점수를 발표하는 것이 방송의 묘미인데 진행자의 발표는 쾌속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러던 갑자기 대기하던 참가자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6위인데 아직 300점을 못 넘겼다고?”

“어 진짜?”

탑텐에 들은 참가자는 기뻐하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한 사실이지만 호명을 기다리는 참가자들은 이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지금 불리는 점수들 모두 300점도 못 넘는 점수였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에게 점수를 받지 못해도 방청객들의 투표점수가 있을 텐데 지금 6위까지도 300점을 못 넘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웅성웅성.

“조금 점수가 이상한데?”

“뭔가 반전요소로 방청객의 점수를 나중에 합산하나?”

“아니겠지 표가 한쪽으로 많이 쏠렸나 보지. 슬슬 점수 차이가 나겠지.”

“그런가...”

무언가의 이변에 대기석에 앉은 참가자들 모두 어수선했지만 사회자는 무심히 탑텐의 뽑힌 참가자들의 순위와 점수를 발표하고 있었다.

[4위 270점 강소영.

3위 274점 김우진.

2위 280점 지성준.

1위.....는!]

꿀꺽!

“설마......!”

충격 그 자체.

설마 했는데 2위마저 300점이 넘지 않은 결과에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진행자를 바라보다 자신들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누군가에게 시선을 보내었다.

신기하게도 진행자가 1위가 누구인지도 발표하도 전에 한 사람에게 시선이 모였다.

‘박도경이야?’

‘박도경!?’

“도경아..!”

“형!”

모두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인물. 모든 참가자의 시선을 받고 있는 와중에 도경은 사회자의 발표가 다 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1위는 3...3300점 박도경 참가자입니다.]

“와아아아...!”

“허...”

3명의 심사위원300점과 300명의 총 투표점수 3000점 이 믿기 힘든 점수를 도경이 이루어 내고 만 것이다.

저벅저벅.

모두의 경악과 탄식을 이끌어낸 도경이 걸음을 옮기는 곳은 탑텐이 앉는 자리가 아니라 진행자가 서 있는 무대 위.

“응? 이곳으로 왜 걸어오지?”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도경을 보며 사회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도경을 향해 말을 건네었다.

“박도경 참가자. 이쪽이 아니라 저쪽에...”

진행자는 도경을 향해 올바른 위치를 알려주지만 도경은 고개를 젓는다.

“잠시 할 말이 있었어요.”

“네?”

“제가 할 말이 있습니다.”

도경은 당황하는 진행자를 뒤로하고 심사위원들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올려 보이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에 심사위원들도 생방송 도중 또다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전개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 그래. 도경아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니?”

그나마 같이 트레이닝을 하면서 도경에게 제일 익숙한 박진용 심사위원이 빠르게 표정을 수습하고 도경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별거 아니고...”

흠칫.

콩닥콩닥.

무언가 다시 일이 터질 것 같은 예감에 모두의 촉각이 절로 곤두선다.

“저 박도경.”

꿀걱.

심장이 좋지 않은 감각에 모두가 떨고 있었지만, 도경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꺼내었다.

“이 자리를 빌려 K스타 탑텐 진출을 포기하겠습니다.”

콰콰쾅!

생방송 도중에 이루어진 도경의 폭탄선언. 모두가 경악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탑텐의 진출이 확정시 되자마자 곧바로 하차선언을 생방송으로 내뱉을 줄이야. 꿈에도 못 꿀 일이었다.

벌떡!

“저, 저놈 지금 뭐라고 한 거야?”

그의 말에 총괄 Pd는 지금 생방송으로 지금 상황이 모두 나가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씨익.

“저는 여기서 하차한다고요.”

“아아아..!”

털썩!

“Pd님!”

도경의 해맑은 미소에 총괄 Pd가 충격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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