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도경의 하차 선언한 그날 밤.
포털 사이트에는 실시간 검색에 도경의 이름과 각종 기사로 물들기 시작했다.
[K스타 생방송 사고]
[박도경 K스타 하차.]
[진정한 1위는 박도경?]
[악마의 재능이 무엇인지 보여준 박도경.]
[3300점 만점 받은 박도경 K스타 이대로 하차하나?]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준 참가자의 하차. K스타 괜찮나? 방송의 향후는?]
[박도경이 하차한 이유를 밝히다.]
연예계 기자들은 장안의 화제이자 자극적인 요소로 똘똘 뭉친 도경에 대해서 앞 다투어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덩달아 도경에 대한 인지도는 미친 듯이 솟구쳐 오르며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었다.
도경의 무대를 보았던 사람들도 앞 다투어 도경에 대해서 검색해 보고 그의 무대영상을 실시간으로 SNS에 퍼 나르기 시작한다.
[이거 실화냐? 이정도면 양민 학살 아니냐?]
┗[ㅇㅇ 관객들 표정 봐봐. 다들 넋이 나갔음.]
┗[영상으로 봐도 이정도인데 실제로 봤으면 정말 ㅎㄷㄷ 하겠네요.]
[실력은 인정 그래도 폭력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음?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성이 그러면...]
┗[단순한 폭력사건 같지는 않음 인터뷰 할 때. 때릴만 해서 때렸다고 얘기한 거 보면 뭔가 있는 듯.]
┗[사람을 때리는데 이유가 어딨음?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거임.]
┗[응 네 엄마.]
┗[x발. 개 같은 놈아 쳐 맞고 싶냐? 뒤질래?]
┗[ㅋㅋㅋㅋ. 태세전환 보소.]
[박도경이 때릴 만 해서 때린 이유. 링크 http://wkfiwli.ci.eh]
┗[뭐임? 광고?]
┗[CCTV 영상인데?]
┗[어? 대박 진짜 박도경 동영상이다.]
┗[저거 뚱뚱이한테 뺨 맞은 사람 지성준 아님? 진짜 때릴 만하네.]
┗[ㅇㅇ 그런 듯.]
타다닥.
“뭐, 이정도면 알아 서들 퍼다 나르겠지.”
하나의 링크에 걸려있는 동영상은 도경의 사건을 재점화 일으키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 영상 하나로 시끌벅적 하고있을 때. 도경은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한숨을 내쉬며 창가에 머리를 기대었다.
부우웅.
오전 12시30 늦은 밤.
K스타를 떠나려는 자신을 잡으려는 제작진들과 심사위원들 때문에 방송이 끝난 시간보다 훨씬 늦게 집으로 귀가하는 도경이었다.
일개 오디션 참가자 한명에게 보이기 힘든 반응들을 떠올리며 도경은 웃음 지었다.
“후후후. 얼굴들이 가관도 아니었지.”
거의 애걸복걸 하다시피 도경을 붙잡는 총괄Pd와 곤란한 표정으로 도경을 설득하던 심사위원들. 하지만 도경은 자신의 처지를 핑계 삼아 그들의 뜻을 물렀다.
지끈.
주르륵.
“어? 코피다...”
머리에서 느껴지는 두통과 동시에 도경의 코에서 붉은 피가 주룩 흘러나온다.
“어어! 학생 시트에 묻는다. 조심해 여기 휴지!”
도경이 아니라 자기의 차를 걱정하는 택시기사는 다급히 운전석 옆 서랍에 있는 주유소 휴지를 꺼내들어 도경에게 건네며 호들갑 떨었다.
“아, 감사합니다.”
꾸깃꾸깃. 후비적.
“쿡!”
“응?”
“푸하하하하.”
도경은 자신의 코에 휴지를 꾸겨 집어넣다 뭐가 그리 웃긴지 갑자기 미친놈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학생 괜찮아? 갑자기 왜 웃어?”
“아니 제가 또 코피를 흘리잖아요.”
“응? 그게 그렇게 웃을 일이야?”
옆에 운전을 하고 있던 택시기사는 도경의 연유를 알 수 없는 반응에 놀라 그에게 이유를 묻자 도경은 유쾌히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여태까지 생전 이렇게 연속으로 코피를 흘려 본적 없었어요. 무슨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리 다사다난 한지.”
“뭐어?”
“하하하. 아니에요. 기사님 그냥 어서 저 집에나 빨리 데려다 주세요.”
[K스타]
‘참 골 때렸어.’
오디션 프로그램 하나일 뿐인데 요 반년 이상 정말 다사다난했다.
악녀 강소영의 만남과 성준의 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한 남자 김강인, 악의적인 기사와 도경의 잊을 수 없는 마지막 무대.
이 모든 일이 별생각 없이 쉽게 본 평범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이가 없을 정도로 꼬이고 꼬였던 나날들이었다.
“뭐 아직은 처리할 일이 몇 개 남았지만 오늘 만큼은 푹 쉬자.”
자신을 고소한 남학생들과 전도사. 그리고 이 모든 원흉으로 자신을 물 먹인 강소영을 어떻게 처리할지 등등 많은 문제가 남아 있었지만 도경은 오늘 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었다.
“지긋지긋한 오디션 이제 진짜로 끝났다!”
도경의 K스타의 도전은 택시 안에서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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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삑! 삑! 삑!
띠리릭.
철컥.
자정이 넘은 새벽.
“어서오렴.
“어머니?”
도경은 집 문에 붙어있는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집안으로 들어온 들어 왔는데 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왜 안주무시고...”
“......”
근래에 서먹했던 두 모자는 물끄러미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마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본 느낌이 들었다.
“밥은 먹었니?”
“아니요. 아직...”
“밥 차려줄 테니 식탁에 앉아 있으렴.”
점심 이후로 저녁은 먹지도 못한 도경은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젓자 거실 쇼파에 앉아있던 서 여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가 도경의 늦은 저녁식사를 천천히 차려주기 시작한다.
탁.
꾸르륵.
조촐한 차림이었지만 흰 쌀밥과 따스한 국. 그리고 계란후라이와 여러 가지 반찬들은 도경의 식욕을 자극하였다.
“먹고 자렴.”
“네. 잘 먹을게요.”
식사를 차리고 자리에 일어나 사랑방으로 가는 서여사. 도경은 그녀의 뒷모습에 감정이 울렁이는 것을 느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아직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려면 조금 걸리니까. 조금만 참자...’
고소건은 미리 확보한 사건전말이 담겨있는 CCTV영상을 택시에 오면서 이곳저곳에 뿌리고 왔지만 효과를 보려면 아직은 기다려야 했다.
도경의 오디션은 끝났지만 도경의 가족들이 우환으로 생각하는 문제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었다.
“최대한 빨리 해결 본다.”
성준을 홀로 두고 K스타의 하차를 한데에는 그러한 이유가 컸다.
성준의 능력과 지금의 상승세라면 충분히 우승을 얻어 낼 수 있기에 솔직히 기사를 막아 준 것으로 성준에 대한 최선을 다했다 생각하는 도경이었다.
그러니 자신은 소란스러운 주변들을 깨끗이 청소를 하는 데에만 몰두 하면 되는 것이다.
“도경아”
움찔.
“네?”
“방송 잘 봤다.”
여러 생각하는 와중 서여사가 걸음을 옮기다 말고 멈춰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경에게 말을 하였다.
“내 아들이 그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이 엄마가 믿어야지.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못난 엄마여서 미안하구나.”
“......”
서여사는 오늘 도경의 마지막 무대를 보았고 그의 노래를 들었다.
도경이 진심을 다해 불렀던 노래.
그의 고난과 서러움이 서여사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덕분에 그녀는 뒤 늦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했는지 말이다.
“고소는 걱정 하지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 그러니 아들은 원하는 대로 해봐.”
“아....”
그리 말하며 자신의 방안으로 가는 어머니를 보는 도경.
무언가 말을 내뱉고 싶지만 차마 말을 잇지 못하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가 얼마나 고심을 하며 자신에게 저런 말을 전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스르르륵.
조금은 서운했던 마음이 풀리고, 도경의 마음 속은 따스한 감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분명 피곤한 상태인데도 몸에서 활력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엄마...”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 낯 부끄러워진 단어인 엄마라는 단어를 조용히 읊으며, 도경은 자신의 앞에 차려진 뒤늦은 저녁식사를 보며 수저를 들어 올렸다.
후르륵.
쩝쩝.
“맛있다.”
어머니란 존재가 차려주는 밥은 언제나 맛있었지만, 유독 지금의 식탁에 차려진 밥이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도경 이었다.
우물.
“너무 맛있어...!”
꾸욱.
우걱우걱.
필사적으로 눈가가 촉촉해 오르는 것을 참으며 도경은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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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엔터테인먼트
보기 드물게 빠른 걸음으로 자신이 용무 볼 곳에 도착한 박진용은 화색을 지으며 개인 사무실 앞에 섰다.
“다행이 아직 퇴근 안했구나!”
[김미경 팀장]
문 앞에 적혀있는 팻말을 바라보며 박진용은 무언가 들뜬 기색으로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하기 시작했다.
똑똑똑.
“네 누구세요?”
“김미경 팀장. 저 박진용인데 들어갑니다.
“네, 잠깐...!”
자신의 사무실 안에서 김미경 팀장이 아직 들어오란 소리도 안했는데 들뜬 박진용은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
벌컥.
“잠시 도경 씨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아...!”
자신의 회사 사장이 사무실에 직접 찾아오다니 조금은 당혹스러울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김미경 팀장은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박진용을 바라보았다.
그를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도 도경이 무대를 방송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도경군의 스카웃에 대한 계획은 이미 다 짜놓았습니다.”
“듣던 말 중 반가운 말이군요.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미경 팀장이 보이는 자신감에 박진용은 나이도 잊고 환히 웃으며 의자를 끌어 앉으며 그녀의 계획을 듣기 시작한다.
‘김미경 팀장 월급을 올리도록 해야겠군.’
프로파일러 마냥 도경의 성격들을 상세히 알고 있는 그녀의 정보력에 박진용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계획을 들으며 웃음 지었다.
[TG]엔터테인먼트
원래라면 집에 들어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사랑스러운 자신의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줘야 하는 시간.
그 시간 태현섭은 자신의 개인 용무실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음...”
뿌드득. 뿌드득.
깔끔하지만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는 용무실안에는 그가 좋아하는 프라모델이나 피규어로 가득 있었는데 태현섭은 그 중 자신의 가장 마음에 드는 대형피규어 앞에 걸어가 전용닦이 천을 들어 올리며 먼지를 털어낸 후. 피규어에 광을 내고 있었다.
그가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고심할 게 있을 때 자주 보이는 행동이었다.
“하아. 진용이 녀석이 사랑에 빠진 것처럼 눈독 들이는 것 같던데... 이러다 사이 벌어지는 거 아니야?”
‘박도경’
현재 태현섭은 K스타에 하차한 박도경을 이번기회에 스카우트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문제는 사석에서 박진용에게 자신은 지성준만 원한다고 서로 암묵적으로 원하는 인재들의 스카웃 문제에 대해서 협의를 본 상태였는데, 이런 자신의 통수치는 생각을 안다면 박진용이 길길이 날뛰리라.
뽀드득.
“흐음, 그래도 역시 갖고 싶은 건 가져야겠지?”
툭.
닦고 있던 천을 바닥에 떨어트린 그는 자신의 용무실의 둘러보며 자신이 수집한 피규어를 눈에 담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미안하다 진용아. 그래도 이해해라 그런 무대를 봤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니.”
피규어는 대리만족일 뿐. 태현섭의 진짜 수집욕은 인재에 대한 욕심이었다.
그의 기획사에 속해있는 아티스트들 모두 그의 욕심으로 데려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후후후.”
태현섭은 자신의 보석함에 박도경이라는 인물을 데려오기로 결심을 내렸다.
[LSM]엔터테인먼트
도경의 갑작스러운 K스타의 하차는 박진용과 태현섭이 고민하는 것처럼 이수민 사장도 고민케 하였다.
“......”
박도경이란 인물은 자신의 회사의 색과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을 내리고 결심했는데 그런 무대를 본 이상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 한단 판단이 섰다.
다만 그녀에게 한 가지 난관이 존재하고 있었다.
“회의를 열어야 하는데 막막하군.”
자신의 회사의 임원과 이사회들을 떠올리며 이수민 사장은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를 세운다는 거. 그 분야를 잘 안다고 세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양한 분야에 능통한 사람이 필요했고 회사를 세운 초창기 이수민은 아티스트에 일희일비하는 기획사가 아닌 안정적인 회사를 원했기에 아티스트의 실력과 색보다는 정말로 상업적인 요소에 능통한 사람들에게 발언권과 권한을 많이 주었다.
그것이 지금의 [LSM] 이었다.
“오랜만에 서로들 언성이 높아 지겠어.”
꽤나 언성을 높아질 것을 생각하니 오랜만에 피곤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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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연예계의 3대 기획사가 도경의 재능에 관심을 가졌다면 다른 이유로 그에게 관심을 갖는 조직도 존재했다.
[R&M(러쉬앤 머니)]
[I Dreamed A Dream~.]
“정말 대단하군. 점점 정체를 알 수 없게 되는 인물이야.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아?”
“네 오라버니.”
“비정상적인 살기, 전투능력, 주도면밀한 협잡질. 게다가 사람들을 압도하는 노래라. 별별 놈들을 봐 왔다 생각했지만 이런 이상한 유형은 처음 봐.”
필요한 장식 말고는 모든 것이 배제되어있는 삭막하다고 느껴지는 사장실.
그런 삭막한 사장실의 주인 김강인은 벽에 걸려있는 Tv로 도경이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능력이라면 녀석들의 정보를 얻는데 많이 도움이 될 거에요.”
그녀는 지금 도경의 다른 능력을 김강인에게 말하고 있었다.
하루 동안 도경의 택시기사를 대신했던 백아현은 도경이 보인 특이한 능력을 목격하고 김강인에게 보고했었다.
“최면술이라...”
그녀의 말에 김강인은 무표정하지만 긴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대로 도경이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자신들을 돕는다면 정말 유용하긴 할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면 지금 제일로 필요한데 말이야. 문제는 쉽게 뜻을 따라줄 인물이 아니란 말이지...!”
책상을 툭툭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긴 고심에 빠진 김강인은 자신의 옆에 서있던 백아현에게 시선을 옮겼다.
“일단은 제의하기 전에 그가 원하는 것들을 알아보는 게 순서겠지. 아현아 너에게 그 일을 맡기마.”
“네. 오라버니.”
낭중지추라 했던가?
K스타를 하차한 도경은 잠시 쉴 생각이었지만 주변은 그런 도경의 뜻대로 해줄 생각이 없는 듯싶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