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85화 (85/357)

85화

[K스타 도경의 딜레마? 서서히 떨어지는 시청률.]

[박도경 고소 취하 잠깐의 오해였을 뿐.]

[XX교회 전도사 CCTV. 동생을 구하려던 형은 유죄?]

[XX교회 비리와 미성년 착취. 미성년은 알고 보니 그 대상은 지성준?]

[지성준 김우진 참가자 훈훈한 우애. 도경이가 그리워...]

도경이 방송을 하차 한 지 2주.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포털 기사 사이트에서는 도경의 사건과 지성준의 관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재조명하며 끊임없이 기사를 생성하기 여념이 없었다.

‘xx교회 [CCTV]’

도경의 폭력사건의 경위가 담겨있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온 후.

곧바로 다시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 기자들이 생겨나고 있었고 새로운 기사들을 뽑아내었다.

도경과 성준에 대해서 캐면 캘수록 감자알처럼 굵직한 사건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까닭이었다.

[도경의 때릴 만한 이유.]

[지성준 입원.]

[오만한 참가자 알고 보니 동생을 생각하는 따스한 형?]

고등학생들에게 폭력을 당하고 성준이 입원한 사실.

그리고 성준의 부상 투혼이 밝혀지기도 하며 모두가 뒤늦게 성준의 부상투혼 무대를 다시 감상하며 성준을 응원하며 자연스레 그와 관련된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사람들은 비판하기 시작했다.

[XX 교회의 몰락.]

도경과 지성준으로 시작해 교회 비리까지 이어져 이제는 사회적 이슈로 발전한 그 교회는 탈탈 털리고 있었다.

이처럼 정의구현을 이루면서 도경과 성준의 우애를 다룬 반전과 드라마가 담겨있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많이 퍼지게 되었고 당연히 이것은 도경에게 좋은 쪽으로 재평가를 이루어지게 만들었다.

[이거 박도경한테 욕한 게 되게 미안해지네....]

┗[111]

┗[222]

┗[난 욕 안했음. 나는 원래 박도경이 그런 놈이 아닐 거라 믿었음]

┗[개구라 치고 앉아있네. 어디서 약 파냐.]

[박도경도 박도경이지만 지성준도 만만치 않게 우여곡절 있었네. 부모한테 버림받고 교회에 착취당하고 이젠 좀 잘나간다 했더니 양아치들한테 걸려서 폭행당해 입원하고 무슨 어린나이에 팔자가 이리 사나움?]

┗[ㅇㅇ. 어린 나이에 개 불쌍함. 어쩐지 노래에 한이 있더니만. 진짜 곱상하게 생긴 것과 달리 혹독한 밑바닥 인생 이었음.]

┗[우리 성준이 이제부터 꽃길만 걷자.]

┗[교회 x발. 이래서 개독들은 다 나가 죽어야함.]

┗[왜 또 그렇게 일반화 하나요? 좋은 교회도 많고 착한 기독교인들 얼마나 많은데 별로 기분이 좋지 않네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지성준 잘나간다고 폭행한 고딩들과 같은 학생들은 다 죽어야 하나요?]

┗[네. ㅂㄷㅂㄷ.]

┗[솔직히 우리 기독교 잘못된 곳이 더 많음. 그래서 교회 안 나가고 집에서 기도하시는 분들도 계심.]

┗[이건 착한 기독교인 인정.]

[진짜 박도경 건방지다고 욕하면 안 됨. 솔직히 22살이 자기 식물인간 사고 보상금으로 처음 보는 얘한테 전세 대준 게 말이나 됨?]

┗[박도경 식물 인간설 있던데. 진짜인가요?]

┗[ㅇㅇ 방송에서 얘기했음.]

┗[구라일수도 있잖음.]

┗[진짜겠지. 왜 이리 배배 꼬였냐. 구라를 쳐도 이런 구라를 누가 치냐? 너라면 치겠냐?]

┗[세상에 사람은 많고 또라이도 많은데 어찌 알아?]

┗[뭘 그런 거 가지고 싸움. 언젠간 때 되면 증명 되겠지. 솔직히 식물인간 아니어도 너라면 2억을 생면 부지한 얘한테 쓸 수 있음?]

각종 포털 사이트에 도경과 성준에 대한 일화가 퍼지고 성준과 도경에 대한 관심은 더욱더 모여들고 있었다.

두 사람 다 관심을 받는 것은 확실한데 시간이 지나자 그 관심이라는 게 판이하게 갈라졌다.

[꽃길만 걷자 성준아.]

[이 누나만 믿어 확실하게 서포트 해준다.]

[성준 이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붕어빵 장사하는 곳이래요.]

[성준이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많이 울었음.]

성준의 사정을 들은 여자들은 제대로 모성본능이 자극되었는지 성준을 향한 애정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각종 sns로 지성준을 홍보하며 성준의 일거수일투족이 찍힌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응원하기 바빴다.

가뜩이나 고백하는 연하남으로 누나들에게 인기를 구사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데뷔도 하기 전에 누나 마음은 엄마와도 같다 해서 [누나 맘(MOM)] 이라는 팬클럽까지 지었다.

그렇게 여성들의 두터운 팬덤을 갖게 된 성준이었다.

반면 도경은...

[통이 크네.]

[의리 의리 한 남자.]

[남자 중에 남자네.]

[형이 응원한다.]

[사이다 기대한다.]

[너는 인정해 주마.]

짧고 간결한 찬사. 하지만 왠지 땀내 나고 냄새날 것 같은 그들의 응원은 도경이 좋아할 것 같지는 않은 응원들이었다.

이 세계에서도 남자들만 엮였었던 도경이었는데 이번에도 남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게 된 도경이었다.

--

“기사와 댓글들이 하나같이 호의적이군요.”

“덕분이지. 왜? 감사 인사라도 해줄까?”

“아니요. 어차피 기브&테이크니 상관없습니다.”

사실 도경과 성준에 대한 기사가 이리도 흥하는 것에는 김강인이 있는 조직이 힘이 작용함이 컸다.

“그 교회 목사는 아무래도 징역살이를 할 것 같더군요. 꽤나 많이 구린 일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 뭐, 상관없어. 어머니도 그 교회에 정을 떼신 것 같으니 말이야. 나로서도 이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

문제들이야 이제는 완벽하게 해결되었으니 더 이상 잔챙이들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도경이었다.

부우웅.

검은 세단의 자동차안.

현재 도경은 백아현과 함께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뭐 이 둘이야 만나는 이유는 데이트는 아닐 것이고 아마도 서로들 간의 계약한 일을 이행하기 위한 공적인 일을 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

물끄러미

“왜 자꾸 그렇게 봐?”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푹 눌러쓴 도경은 자신의 옆에 있던 백아현을 향해 고개를 돌려 물었다.

“정말 식물인간이었나 싶어서요.”

“왜? 진단서라도 떼어줄까?”

“아니요. 그거야 이미 저희 쪽에서 다 확인했으니 확실하겠죠.”

“끄응. 정말 정보화 시대라는 건 편하면서도 골치 아픈 거 같아. 프라이버시가 없어요 없어.”

정보가 힘이 되는 세상.

남의 정보나 자신의 정보도 돈과 숫자 이진법으로 해결되는 세상이 재밌기도 하지만 도경이 손쓸 수 없는 불가의 영역이라 짜증나기도 하였다.

편리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게 이것저것 신경써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식물인간이라는 걸 왜 신경 쓰는 거야?”

“재미있는 생각이 들어서요.”

“재미있는 생각?”

“식물인간 전 후로 사람이 뒤바뀐다는 소재는 많지 않습니까. ‘전생’이라든지 ‘빙의’라든지. 아니면 ‘회귀’ 같은 거 말이에요. 도경님도 비슷해 보여서요.”

움찔.

‘비슷하다고? 나 이외의 존재가 또...!?’

“제가 읽는 소설책의 주인공과 도경님이 비슷합니다.”

“뭐? 소설책?”

도경은 그녀의 말에 살짝 속으로 놀랬으나 이내 백아현의 이어지는 말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요즘 판타지 소설을 읽는 취미를 들었습니다. 이게 꽤나 중독성이 있더군요.”

“아 그래... 난 또 뭐라고...!”

백아현의 말에 도경은 한숨을 돌리며 김빠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말에 마지못해 호응하였다.

“한 권 빌려드릴까요?”

“됐어! 얼른 빨리 일이나 마치자고 좀 있다 카페 가서 K스타 보러 가야돼.”

“너무 동생에 대한 사랑이 지극정성 아닙니까? 혹시 그쪽의 취향을...”

“죽을래?”

“죄송합니다. 그래도 확실히 도경님의 취향을 확인해야 나중에 도경님을 접대를 할 때 편하지 않겠습니까?”

“접대?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제발 입이나 다물어줘.”

“......혹시 불구?”

“아, 진짜!”

“.......”

2주 간 백아현과 함께 일을 하면서 도경은 백아현이 자신과 상극이면서 동시에 4차원에 속한 꼴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이 여자 이렇게 안 봤는데...’

그리 말도 많이 하지 않고 조용히 말하는데 백아현의 내뱉는 말들은 모두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내뱉는 말들 속속들이 도경에게 타격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차라리 처음에 만난 것처럼 싸늘한 태도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제가 읽었던 ‘파트너 쉽’이란 책에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소통이 우선이라고 하더군요. 보통 남성들이 소통을 나누는 방법으로 야한 이야기로 우정을 다진다 하던데 제가 좋아하는 체위는...”

“아니, 아니! 잠깐 멈춰. 갑자기 왜 그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느냐고 그런 건 너만 알라고?”

힐끔.

“아, 체리 보이였었죠. 실례했습니다.”

“체, 체리 보이? 그리고 그 눈빛 뭐냐?”

백아현의 눈에 살짝 스쳐 간 이채를 놓치지 않은 도경은 펄쩍 뛰었다. 저걸 그대로 넘어간다면 자신의 자존감에 큰 상처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조용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거기서 이야기를 끊으면 내가 뭐가 돼?”

“뒷조사에 도경님이 솔로인 것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무리 안하셔도 됩니다.”

“이익 내가 이래 봬도...! 하아... 아니다.”

물론 그녀의 말처럼 지금 도경의 몸은 체리보이의 몸이 맞다.

하지만 실제로는 화류계에 많이 날렸던 몸.

그녀의 저 건방진 눈빛을 꺾기 위해 도경은 자신의 경험담을 풀고 싶었지만 이미 이 세계에 있는 자신에 대해서 조사를 다 마친 상대에게 자신의 경험을 푼다고 하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기에 갑갑한 마음에 속앓이할 수 밖에 없었다.

뿌드득.

‘빨리 이 몸의 동정을 깬다.’

예기치 못하게 자신이 지구로 돌아와서 꼭 해야 할 일을 발견한 도경은 속으로 이를 갈며 결심하였다.

덜컹.

끼이익.

“어느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도착지에 와버렸군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너나 유익한 시간이었겠지...”

“자 일하러 가시죠.”

“그래 빨리 처리하고 가자고.”

도경은 백아현에게 시달리는 것보다 일을 빨리 끄내는 것이 좋다 생각하며 얼른 차 안에서 내렸다.

저벅저벅.

차를 세워두고 조금 걸음을 옮기자 도경의 눈앞에는 숲으로 둘러싸인 폐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는 폐공장이네? 너희들 정말 다양한 장소에 아지트를 잡아 놓는구나.”

“은밀한 일을 할 장소는 많을수록 안전하니까요.”

“그래도 좀 많은 것 같다만.”

목욕탕, 스크린골프장, 전당포, 오락실, 약국 등등 생활 전반에 녹아들어 있는 장소들을 은신처로 마련해둔 이들의 조직의 철저함에 도경은 혀를 내두르며 녹이 슨 붉은 철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쾅쾅!

끼이익. 철컹.

철문에서 듣기 거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붉은 철문이 열리고 폐허가 된 겉과 달리 뜻밖에 깔끔한 내부의 공장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심문할 사람은 몇이나 돼?”

“7명입니다.”

“꽤나 많은걸. 조금 피곤해지겠네. 요즘 성과가 좋은가 봐?”

“도경님 덕분입니다. 이들의 근거지를...”

“잠깐만. 너희 조직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는 들으면 안된다고 그게 계약 이었잖아. 나는 능력만 빌려주는 역할. 얼른 볼일만 보게 해줘.”

“실수했군요. 죄송합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그녀의 안내에 따라 도경은 어두운 지하로 걸어가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7명이라 시간이 조금 걸리겠어...”

꺼림칙한 장소임에도 도경의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렇게 도경의 평범한 일상에 조금의 비일 상 섞이어 있었다.

---

[은하수 별]

딸랑.

“형 나왔어요. 조금 늦었죠.”

“아니야 마침 딱 무대 시작할 시간에 네가 왔어.”

“아. 다행이네요. 생각보다 볼일이 오래 걸려서 늦은 줄 알았는데... 아, 물 좀 마실게요.”

벌컥벌컥.

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 위에 있는 냉수를 들이켜는 도경의 모습에 정한수가 도경을 향해 웃음 지었다.

“왜 이리 바빠? 오히려 방송 때보다 많이 분주하네.”

“뭐. 이것저것 일들이 많았잖아요.”

“고소 건도 해결됐겠다. 기획사 스카우트 건도 K스타 끝나면 고르기로 했고 이젠 바쁠 게 없지 않나?”

정한수의 말에 조용히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응시하며 무언가 작업을 하는 최정훈은 도경을 힐끔 보다 중얼거렸다.

“요즘 도경씨 작곡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바쁜 거 아닐까요?”

“작곡?”

“어? 어떻게 알았어요?”

그의 말에 정한수는 도경이 작곡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도경은 자신이 작곡하는 것을 알아차린 최정훈의 통찰력에 놀랐다.

“하하. 잊었어요? 여기 카페에 수시로 카메라가 돌아간다는 거?”

“아. 맞다 그랬지.”

카페 인테리어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사방 곳곳에 교묘하게 설치되어있는 카메라를 떠올린 도경은 자신이 짬짬이 기타로 작곡하던 모습이 최정훈의 카메라에 담겼다는 것을 알았다.

“근데 형 이거 너무 본격적으로 하는 거 아니에요? 형 유브페이지 보니까 거의 방송 보는 것 같던데... 구독자 수도 지금 100만에 육박하죠?”

“하하하. 물들어 올 때 노 저어야죠.”

“형. 그것도 정도가 있지. 그러다 죽어요.”

그 통통했던 몸이 이제는 피골이 상접한 최정훈을 바라보며 도경이 혀를 내둘렀다.

도경과 이지원의 듀엣을 시작으로 K스타의 성준과 도경 그리고 가끔 얼굴을 비추는 김우진까지 입소문을 타고 퍼진 최정훈의 유브 페이지는 이제는 확실하게 그만의 1인 컨텐츠 방송 「은하수 대 스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였다.

“하하하. 도경이 네가 자주 얘기하잖아. 사람은 그리 쉽게 죽지 않는다고.”

“그런 제가 형은 진짜로 과로사 할 것 같아서 얘기하는 거죠. 어떻게 하루에 영상을 3편이나 편집해서 올려요?”

“하하하. 이제는 이것도 익숙해.”

“어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카페 일상부터 시작으로 카페 안에 있는 라이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자유롭게 노는 2기 보컬멤버들의 모습. 그리고 그가 이번에 새로 짠 인터뷰코너 구성은 예능 버라이어티 못지않게 다양한 재미를 안겨다 주었지만, 이 모든 걸 최정훈 혼자 소화하는 것은 너무나도 미친 짓이라 생각이 드는 도경이었다.

“형 그러지 말고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영상 만들어요. 원래 규모가 커지면 사람도 느는 법이잖아요.”

“으응. 나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닌데 신뢰가 가는 사람이 없어서...”

“형도 참 성격 특이하다니까요. 그냥 어느 정도 타협하지.”

“그래도 내 처음 성공시킨 1인 콘텐츠인데 아무런 사람한테 맡기고 싶지 않아.”

영상 일에서는 지독하리만큼 완벽주의의 성향이 있는 최정훈의 모습에 도경은 혀를 내둘렀지만. 이번만큼은 강경하게 태도를 고수 했다. 안 그러면 정말로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뭐 그 마음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진짜 빨리 사람 구해요. 형 쓰러지면 그 방송도 끝나버리는 거잖아요. 이번 주 안으로 사람 꼭 구하세요.”

“으응. 생각해 볼게.”

“꼭이에요.”

“도경아 방송 시작한다.”

“네. 갈게요! 정훈이 형도 작업 그만하고 방송 보러 가요.”

“으응. 기다려 저장만 하면 다 끝나.”

---

[이번 Top6 첫 번째 무대는 성실함과 훈훈함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막판 후반에 인기를 얻고 있는 참가자 김우진군의 무대입니다.]

와아아아.

“오! 드디어 시작한다.”

“정훈이 형. 우진이 형 무대 시작했어요 빨리 와요.”

“응. 갈게”

타다닥.

도경의 말에 최정훈은 테이블을 정리하며 도경과 정한수가 있는 곳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우진이가 저 때 하필 몸살 났는데 잘할까?”

“은근 그 형도 악바리라 무대를 잘 마치긴 할 거예요.”

“우진 씨 파이팅!”

“파이팅!”

초창기 K 스타 첫 방송을 볼 때보다 인원 많이 줄어 조금은 쓸쓸했지만, 3명의 남자들의 끈끈한 정이 담겨있는 응원은 카페 안을 훈훈함으로 가득 채우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부스럭부스럭!

쩝쩝.

꿀걱꿀걱.

‘이거 생각보다 재밌단 말이야.’

참가자일 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팝콘과 맥주를 먹으면서 편안히 방송을 보며 응원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재미가 쏠쏠한 도경이었다.

응원과 동시에 시작되는 6명의 무대.

저번 공휴일 덕분에 방송이 쉬고 긴 준비시간을 얻은 만큼 모두 몰라보게 바뀐 참가자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일반인에서 연예인으로 갓 탈피한 모습으로 풋풋함 반 세련됨 반이 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워우워우! 후우우우!]

와아아아!

김우진은 구슬땀을 흘리며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도경이 만족한 만큼 관중들은 김우진의 열창에 열광하였다.

“역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느는구나.”

처음에는 큰 무대 어색해 어설퍼 보이는 모습도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대 위에서 나아지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였다.

거대한 무대와 많은 관중들이 지켜보는 만큼 많은 성장 경험치와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이번 방송의 6명의 무대는 끝이 나며 이제는 다음 주 방송에 진출할 참가자의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번 탑4 진출자는...! [지성준],[김우진],[강소영],[베스트 프렌드]! 4팀으로 다음 주 세미파이널 무대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축하드립니다. 다음 주 생방송으로 찾아뵙는 탑4의 무대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야아!”

“와아!”

“진짜 아슬했네요.”

마지막 한 명의 자리를 앞두고 진출한 김우진을 보며 3명의 남자는 자신들도 모르게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김우진의 우승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야! 세미파이널 4명 중 절반이 우리가 아는 지인들인 거잖아? 이거 대단한 거 아니야?”

“정말 대단한 거죠. 진짜 여기에 뭐가 있는 거 아닐까요? 모두들 이렇게 승승장구하니 말이에요.”

“그치 내가 여기에 가게를 낼 때 뭔가 딱 꽂히는 뭐가 있었다니까.”

흥분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고 떠드는 남자 둘을 보며 덩달아 도경도 기분이 들뜨는 것을 느꼈다.

“자자! 이렇게 좋은 날 우리 축하파티 해요! 오늘 치맥 당기는 데 어때요? 성준이랑 우진 형도 불러서 콜!?”

“어? 쟤들 조금 걸리지 않을까?”

“한 1시간 30 정도?”

“음 애매한데...”

“저도 작업해야 할게 있는데.”

“아아. 형들 오늘 기분도 이렇게 좋겠다. 지금 이때 딱 모여야 한다니까요. 세미파이널 때는 성준이랑 우진 형 둘 중 하는 떨어질 확률이 높은데 이때 마시지 언제 마시겠어요.”

도경의 말에 정한수와 최정훈은 서로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었다.

“도경이 말대로 오늘 보는 게 나을 거 같네요. 한수 형님은 어떠세요?”

“으음. 미경이한테 한소리 듣겠지만... 어쩔 수 없나?”

“앗싸! 그럼 제가 한 번 연락해 보겠습니다.”

도경은 두 형들의 허락이 떨어지자 스마트폰을 바로 꺼내 성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야 축하한다. 우승까지 쭉쭉 가야지.”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웬 축하에요? 여태껏 아무 말도 안 했던 사람이.]

“그렇지? 그런 거 나랑 별로 안 어울리지? 다름 아니라 오늘 치맥 먹자! 우진이 형도 데려와.”

[네? 갑자기요? 여기서 거기까지 좀 시간 걸릴 텐데.]

“나랑 정훈이 형하고 한수 형 모두 기다리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와. 많이는 못 마셔도 오늘 얼굴이나 보자.”

[뭐. 저희도 좋죠. 오랜만에 보는 거니 말이에요. 형 근황도 궁금했고. 대체 요즘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예요?]

“카페는 오전에만 잠깐 있고 나도 바빠. 와서 이야기 나눠.”

[그럼 일단 좀 있다...]

콰당!

“?”

도경과 성준 서로 당일 술자리 약속을 잡고 있을 때. 전화기 너머로 소음과 함께 다급함이 담겨 있는 음성이 들려왔다.

[성준 씨 그거 혹시 도경 씨 하고 통화하는 거예요!? 잠시, 잠시만 폰 좀 줘보세요.]

[어, 어! 왜 그러세요.]

[잠시면 돼요.]

타앗!

“뭐야? 여보세요?”

노이즈 소리와 함께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도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통화기에 대고 말을 건넸다.

[도, 도경 씨 나 구한성 Pd에요.]

“구한성 Pd?”

[K스타 총괄피디 말입니다.]

“...아 네. 안녕하셨어요. 그런데 무슨 볼 일로?”

성준의 폰을 빼앗아 자신과 통화하는 불청객에 도경의 목소리가 저조하게 바뀌었다.

[하하하. 실례인 거 잘 알아요. 하지만 도경 씨가 제작진들이 연락을 피하니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실례인 줄 알면 안 하시면 되겠네요. 그럼...”

[자, 잠깐 도경 씨! 끊지 마! 제발 한 번만 보자...!]

뚝.

“참 내 끈질긴 사람들이야 아직 포기를 못 했나 보네.”

갑자기 들떴던 도경이 기분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자 근처에 있던 두 남자가 관심을 두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뭔데?”

“아니 자꾸 K스타 쪽에서 계속 절 찾네요. 볼일도 없는데 말이에요.”

“그놈들이? 참 내 정말 제멋대로인 인간들이구만.”

“그러게 말이에요. 일단 우리끼리 먹을 거 시킬까요?”

“그래 그러자. 치킨집 전화번호가...”

방송국 사람들을 욕하면 세 남자는 메뉴 선정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

타앗!

“피디님 이거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리 저희가 참가자라도 사생활은 지켜주셔야죠.”

난색을 짓고 있던 총괄 피디의 손에 들린 자신의 폰을 빼앗은 성준은 그를 노려보며 한마디를 던지고는 매정하게 등을 돌려 떠났다.

그리고 성준의 뒤에 있던 김우진도 그를 향해 무심한 눈길을 던지며 성준의 뒤를 따랐다.

“아직도 도경이를 K스타 데려오는 거를 포기 안 했나 보네?”

“그러게 진작 후회할 거면 진작 잘 해주던가. 멋대로 편집해서 사람 망치려 들려 해놓고 정말 뻔뻔하지 않아요?”

“하긴 도경이 나가고 나서 욕 한 바가지로 먹고 있잖아. 게시판 이번에도 한 번 터졌다는데? 시청률도 갑자기 급감하고 있고 말이야. 위에서 이래저래 압박이 심하겠지.”

‘망한 것도 아니고 흥했는데 PD가 이렇게 까이는 건 진짜 보기 힘든 일인데 이런 상황을 만든 도경이 녀석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매니저 일을 하면서 방송국에서 Pd란 인물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는 김우진은 구한성 Pd를 저리 저 자세로 만든 도경을 떠올리며 그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국 Pd를 물 먹이다니. 도경이가 진짜 대단한 거야. 나라면 절대 못 할 거야...”

사람이 몰라야 저지를 수 있는 큰일도 있는 법.

매니저 출신인 자신은 하고 싶어도 심장이 떨려 Pd란 존재를 물 먹이지 못하리라.

“뭐, 그 정도의 무대를 보여줬으니까 가능한 거겠죠.”

“그건 그래. 참! 아까 통화내용 들어보니까 오늘 술자리 약속?”

“그렇죠. 당연히 저랑 같이 갈 거죠?”

“그럼. 오늘 그 대단하신 분 영접하러 가야 하지 않겠어?”

김우진의 능글맞은 리액션이 웃겨서 성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그 대단하신 분 오늘 천국으로 보내도록 해요! 저는 비록 술을 못 마시지만 바람을 열심히 잡을테니 형만 믿겠습니다.”

“그래그래! 나에게만 맡기렴. 하하하.”

--

“......”

“괜찮으십니까? Pd님?”

“아 나pd...”

“이젠 그만 포기하시죠. 저 정도로 완고한데 아마 저희 이야기 듣지도 않을 겁니다.”

“안돼...”

성준과 김우진이 즐겁게 떠드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총괄Pd의 곁에 다가온 나PD는 그를 위로하지만 총괄Pd 구한성의 표정은 나아질 줄 몰랐다.

“후회할 거 같아서 그래.”

“네?”

“내 인생에 전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데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잖아.”

“Pd님...”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는 군.’

도경이 하차한 후로 점점 상태가 이상해지는 총괄Pd를 보면서 나Pd는 두려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총괄Pd의 도경을 향한 집착은 나날이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Pd! 자가용 차 가져왔지?”

“네. 짐 옮길 공간이 부족해서 가져왔죠. 그런데 갑자기 왜? 총괄Pd님은 방송 차량 타실 예정이 시잖아요.”

“우리 저 둘을 쫓자!”

“네!?”

“저 둘을 쫓아가면 분명 도경 씨가 있을 거야.”

“.......”

도경을 만나도 방송에 다시는 못 데려온다고 말 해주고 싶었지만, 나Pd는 구한성의 눈을 보고는 그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말해도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할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Pd 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후...”

자신을 지나쳐 차량으로 달려가는 구한성 Pd를 보며 나Pd는 한숨을 내뱉었다.

“얼굴 보기 힘든데...”

도경을 떠올리는 나Pd의 얼굴은 괴로움으로 가득하였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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