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김우진과 성준을 따라나선 총괄Pd와 나Pd는 그들이 그리 고대하던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덥석.
“도경 씨 제발~!”
“에이 술맛 떨어지게...”
자신의 손을 붙잡은 중년 남성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도경은 갑작스러운 손님의 난입에 짜증나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게 그들을 향해 좋은 기억 하나 없는데 그가 반길 리 없지 않은가.
“대체 이 사람들을 이곳에 왜 끌고 온 거야?”
도경이 그의 뒤에 있는 성준과 김우진을 향해 탓하자 둘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억울하다니까요. 솔직히 피디나 되시는 분들이 미행해올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맞아. 도경아 우리는 잘못 없어.”
“에휴...”
도경은 피곤한 눈초리로 자신의 앞에 있는 총괄pd와 나pd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 내려던 날 제대로 초치는 둘을 향해 도경이 싸늘히 대답했다.
“분명 말했잖아요. 안 나간다고요. 스페셜 무대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인제 와서 무슨...!”
“아니 도경씨. 우리가 정말 잘못 했어. 그러니 다시 한번만 고려해줘. 모두들 도경 씨가 무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니까? 우리가 도경 씨가 요구하는 거 다 맞춰 줄게.”
“됐습니다. 기대고 뭐고 관심 없으니 그만 가주시죠. 이거 술자리까지 찾아와서 뭐 하는 겁니까?”
“도경 씨. 제발!”
“제발이고 나발이고 얼른 나가주세요. 안 그러면 경찰 부를 거예요.”
완강한 도경의 태도에 구한성 Pd는 울상을 짓는다. 그의 뒤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나Pd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러게 안 될 거라고..”
나Pd는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지 턱수염을 밀고 깔끔해진 상태. 도경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가 뒤늦게 누군지 알아차리고는 혀를 찼다.
“누군가 했더니 나Pd님 이었네요. 알고 보니 밉상들 둘이 찾아온 거였네.”
흠칫.
눈치를 보며 조용히 뒤에 있던 나Pd는 도경의 눈빛을 받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나Pd는 도경의 마주 볼 만한 자신이 없었다.
‘어, 어쩌지?’
두근두근.
도경을 보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K스타 마지막 도경의 노래. 그 노래에 영향을 받은 건 구한성 Pd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나Pd도 도경의 노래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아집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앞을 바라보자 도경이란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저 수수한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 청년을 도대체 자신은 왜 그리 괴롭히고 망치고 싶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미쳤었지... 이 나이에 질투를 하다니 말이야.’
처음에는 건방진 녀석이라 생각하고 기를 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점점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자 화가 났고 어떻게든 자신만만한 도경을 망신주고 좌절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악의가 담긴 감정의 시발점은 분명 도경에 대한 시기와 질투였으리라. 그는 항상 확신에 가득 차있는 도경을 질투했던 것이었다.
뒤늦게 이를 깨닫고는 자신이 매우 유치하고 볼썽사나운 놈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Pd였다.
욱신욱신.
“......”
그렇기에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도경의 눈동자에 자꾸만 주눅이 들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은 나Pd는 도경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슥.
“도경 씨 미안합니다.”
“갑자기 웬 사과에요?”
이 이상 뻔뻔히 버티기에는 그의 얼굴은 철판이 아니었다. K스타에 도경이 돌아올지 아닐지의 문제를 떠나 도경에게 그는 사과하고 싶었다.
불편한 마음에 애써 외면하려 해보았지만 도경의 얼굴을 보자 자신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듯싶었다.
그래야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도경 씨를 질투하고 심술부렸어요. 아니 어른으로서 못난 짓을 했어요.”
그 한 마디의 사과의 첫 시작의 말을 꺼내는 순간이 어렵지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봇물 터지듯 나Pd의 반성어린 사과의 말들이 그의 입 밖으로 도경을 향해 쉴 새 없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용서해 줄 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나Pd는 도경에게 감히 용서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유치한 감정과 꼰대 질에 도경이라는 걸출한 재능을 지닌 젊은이의 앞날을 막을 뻔한 것에 그가 보상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라도 좋으니 노래를 해주세요.”
“네?”
“이런 말 하면 미친놈처럼 들릴지 몰라도 도경 씨 팬이 되었습니다.”
나Pd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심 어린 사과와 자신의 작은 바람을 전달하는 것뿐이었다.
그의 모습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거 조금 이상한데...?’
자신이 알던 평상시와 그와 너무 다른 모습에 당황해 버렸기 떄문이다.
사람은 쉬이 바뀌지 않는 것은 도경이 이 세상에 잘 안다. 처음에는 연기인가 했지만 아무리 보아도 나Pd는 진심인 것 같았다.
‘아직도 나에게 홀려 있잖아?’
[선망과 동경.]
나Pd가 보이는 반응이야 노래로 사람들을 홀리는 도경으로서는 익숙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도경이 정말로 놀란 점은 왜 그가 아직도 자신에게 홀려있냐는 거였다.
보통사람이라면 몰라도 나Pd는 도경에게 악감정을 품었던 몸 아닌가. 아무리 도경의 노래가 대단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악의까지 가진 사람을 감화시킬 만큼의 힘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풀려야 하는데...”
도경의 마지막 무대.
그때 도경은 자신의 이능을 발휘하며 노래하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영원히 지속되는 효과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는 기억처럼 자신에게 받은 그 감동은 희미해져야 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나Pd의 상태는 희미해지긴커녕 그 당시 그대로의 설렘을 지니고 도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사과하니 속이 후련하네요. 진작 이럴걸...! 팬이라는 말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집에서 도경 씨가 무대에서 부른 노래 하루 종일 듣고 있어요.”
“아...!”
그의 상태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도경은 나Pd의 말을 듣고는 감탄성을 흘리고 말았다. 그의 상태가 왜 이상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 때문이었어. 멍청히도 그걸 생각 못 했어.’
이 세계에는 없지만, 지구에는 있는 다른 점을 떠올리며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짓고 만다.
자신의 노래를 계속해서 반복해 보고들을 수 있는 매체 [영상]을 말이다.
중얼.
“그 당시의 기분을 계속 떠올리며 상기시키는 건가...”
사람의 기억은 불안정해서 조금만 자극을 주는 것을 멈추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망각을 하게 되는데 나 Pd같은 경우는 그날의 영상을 계속 반복하며 보면서 그 당시에 현장에서 받았던 감동을 계속해서 되새김질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위험해.”
오싹.
웬만한 거에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도경이라도 이번 일 만큼은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당시 현장에서 내 노래를 들었던 모두가 저 사람과 같을 수도 있다는 건데 이거 정말 위험해.’
현장에서 도경의 이능에 홀린 이들 모두 나Pd처럼 계속해서 도경의 노래를 들으며 그 때의 감정을 상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도경이 의도한 일은 아니었다.
중세시대가 배경인 이 세계에는 당연히 지구와도 같은 기술과 기록매체 같은 것이 없었기에 이런 일은 생각지도 못한 문제였다.
“도경 씨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총괄 Pd님도 그만 하시고 가시죠. 도경 씨가 설득한다고 될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역효과일 것 같습니다.”
꾸벅.
“어, 어... 그래 나Pd 말이 맞아. 도경 씨. 생각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줘요. 온다면 도경 씨가 원하는 조건에 우리가 맞춰줄게요. 모두가 다들 도경씨가 노래 부르길 기대하고 있어.”
갑자기 사람이 변한 것 같은 나Pd의 태도에 당황한 총괄Pd는 그의 손길에 이끌려 은하수 별을 나간다.
딸랑.
“......”
“뭐예요 지금 이 상황?”
“그러게 나도 모르겠다. 설득하다 사과하다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다. 그냥 가네.”
“원래 방송하는 사람들은 다들 성격이 저러냐?”
모두가 갑자기 나타났다. 맥락 없이 갑자기 물러서는 두 Pd들을 보며 쑥덕거렸다. 그리고 이런 진풍경을 만든 도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형 왜 그래요? 어울리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그러네. 말도 없이 조용하네.”
“.......”
두 Pd들이 나갔는데도 도경이 기분이 저조하다 못해 이제는 심각해 보이자 모두들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다.
“왜? 방송 나가게?”
“아니요...”
슥.
“다만 생각할 게 있었어요.”
도경은 그리 대답하며 자신의 앞에 식어서 거품이 빠져있는 맥주를 바라보다 들어 올려 단숨에 목구멍에 들이켰다.
꿀꺽 꿀꺽.
“푸하!”
“뭔데 그래? 왜 갑자기 혼자 청승이야?”
도경의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파악한 정한수는 도경을 향해 궁금함을 담아 물었다.
“그냥. 무서운 생각이 떠올려서요.”
“응?”
“제가 몰랐던 가능성을 발견해 버렸거든요.”
“가능성?”
“그게 뭔데요? 뭐 좋은 생각 같은 게 난 거예요?”
모두가 도경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워 관심을 보내었다. 자신들이 인정한 도경의 가능성이라니 모두가 호기심이 동하는 것이었다.
“......”
모두가 궁금해 하지만 도경은 그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않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너무나도 거창한 생각이 도경의 머릿속에 떠올라서 한 동안 사라질 줄을 몰랐다.
보통은 중2병이라고 망상이 심하다고 비웃음을 살 생각이었지만 도경은 한없이 진지했다.
‘불가능한 게 아니야.’
인터넷으로 하나로 연결된 세상. 다양한 영상기록 매체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 그리고 도경 자기 자신의 능력.
부르르.
생각하면 할수록 허황되기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온몸에 소름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지금이야 조그마한 무대에서의 300명과 이지지만 만약 수천수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서 도경이 능력을 사용해 노래를 부른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어.’
술자리에서 예기치 못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힘의 가능성을 발견한 도경은 자꾸만 목이 타는 것을 느끼며 맥주를 계속해서 벌컥벌컥 들여 마셨다.
“미치겠네...”
“뭐야 갑자기?”
“아, 몰라요. 생각할수록 복잡하네요. 다들 짠 이나 해요! 오늘 제대로 마셔보죠!”
“너도 오늘따라 참 맥락 없다.”
“짠!”
침묵했던 도경이 갑자기 오버하며 맥주잔을 들어 올리자 모두가 그를 향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자신들의 맥주잔을 쥐고는 모두의 잔에 부딪힌다.
왁자지껄.
시끌벅적이는 술자리가 시작되고 모두들 오랜만에 만나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 즐거운 분위기 속 도경은 간간히 무언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으며 허공을 바라보았지만 짧은 순간이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
“후우-!”
비틀비틀.
“적당히 마신 다 다짐하는데 항상 조절이 안 된단 말이야.”
도경은 알딸딸한 자신의 몸 상태를 느끼며 배시시 웃었다.
이렇게까지 풀린 몸은 언제 느껴도 즐거웠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술과 맛있는 안주 정말 호화로운 사치를 부렸다.
게다가 취한 상태로 밤길을 걸어도 무사히 집으로 들어올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나라란 말인가 생각이 절로 드는 도경이었다.
띠리릭.
“으헤헤. 다녀왔습니다.”
자신의 아파트 단지를 찾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도착한 도경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새벽 2시경.
도경을 반기는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그의 가족들은 모두 일찍 잠들기 때문이다.
벌컥.
“으이구. 잘하는 짓이다. 이번에도 술이 떡이 돼서 돌아 왔구만.”
“으응? 너 안 자고 있었어?”
“나도 방금 막 들어온 참이야.”
예상과 달리 이 시간에 깨어있는 동생을 보며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짓다가 헤픈 웃음을 지어 보이며 신발을 벗었다.
“헤헤헤. 내 동생이 이 오라버니가 보고 싶었구나?”
“웬 개소리야? 술 많이 마셨지.”
“흐흐흐. 그래 많이 마셨다!”
파앗!
“어딜.”
철퍼덕.
자신을 덮치려는 도경을 바라보며 소희는 재빨리 뒤로 몸을 빼 피하였다. 덕분에 도경은 소파 위로 풀썩 떨어졌다.
스윽.
“으.. 너무 한 거 아니냐? 오라버니가 동생이 오래간만에 예뻐 보여서 포옹 좀 해주겠다는데...”
도경의 푸념에도 소희는 도경을 보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씻고 나왔어. 오늘 하루 종일 시위하고 와서 피곤하니까 얌전히 방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
“시위?”
소희의 말에 도경은 눈빛을 띠며 그녀에게 묻는다.
“혹시 그 Tv에 나오는 여명호 말하는 거야?”
“어.”
[여명호 사건]
탑승자 476명 중 사망자 295명.
그중 246명은 아직 자라나는 새싹인 고등학생들로 대한민국에 벌어진 인재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자 모든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 이었다.
“.......”
자신이 코마상태에 깨어나기 1년 전에 벌려진 일이라 도경은 ‘여명호’ 사건을 잘 모르고 있다 이번 술자리에서 뉴스를 보다 뒤늦게 그 사건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멍청한 왕을 뽑은 대가.’
도경에게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일이었다.
왕과 영주의 명령 하나에 전쟁이 일어나고 수백 수천명이 죽는 세계에 산 도경으로서는 무덤덤한 게 그의 진심이었지만 자신의 동생을 더불어 많은 국민들이 여명호 2주기를 기리기 위해 ‘촛불 집회’라는 것을 하는 것을 보며 이 나라의 국민들이 그 사건으로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는 있었다.
“기특하네. 우리 소희. 알고 보니까 은근 진국이라니까.”
그 사건에 도경은 무덤덤했지만.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칭찬했다. 타인의 죽음을 이리도 생각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사람으로서 훌륭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피식.
“은근 괜찮다는 뭐야?”
저래 보여도 도경의 칭찬에 쑥스러운 미소를 지은 소희는 자신의 오빠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었다.
“글쎄 말이야. 일부러 집회 못 하게 통로를 막은 거 있지? 진짜 여명호 사건을 진상을 밝히겠다. 해놓고 그리 뻔뻔하게 말이야...”
거대한 차량으로 만든 차단벽과 방패와 진압봉을 들고 있는 의경. 그 뒤로는 살수차 등장까지 자신이 겪은 부조리를 푸념하듯이 토해내는 자신의 동생 소희의 말에 도경은 알딸딸한 와중에도 그녀의 말들에 추임새를 넣거나 궁금한 것들은 물어보기까지 하며 천천히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 주었다.
‘뉴스와 달리 더 심하군.’
그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도경의 표정이 찌푸려진다.
자신이 방금 전 호화롭고 치안이 좋다고 생각했던 나라. 그런데 그 이면에는 너무나도 썩어서 악취로 가득한 구석이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어이없는 왕과 신하들이 통치하는 세상이었다.
‘가르드 대륙에 있는 왕과 영주들조차 개차반이었어도 민심만큼은 신경 쓰는 게 그들이건만... ’
백성들을 가축처럼 여기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다스리는 백성들의 민심에서만큼은 매우 민감한 그들이었다. 자칫 잘못하다 폭동이 일어나 자신의 목이 떨어질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있는 권력자들은 달랐다. 민심을 알았는데도 못 본척하거나 어이없는 대처로 그냥 넘어가려 한다. 도경이 보기에는 정말 멍청한 일이었다.
‘돼지라고 칭하기도 아깝다.’
정치가라 칭하기도 아까운 병든 돼지 같은 족속들의 행동에 도경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뭐든지 할 거면서 이렇게 국민들을 무시하니 말이다. 사실 그런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 멍청한 짓거리 였다.
“위선조차 행하지 않는 정치가라니 새롭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더 웃긴 것은 그런 이상한 놈들에 의해서 국정이 운영되고 국민들은 지배받는다는 사실이었다.
‘똑똑한 사람들이 멍청한 사람들 밑에 지배받는 세상이라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야.’
자신이 살아왔던 귀족들보다도 더욱 능력이 떨어지는 정치가들 밑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국민들이 다스려지는 현 상황은 도경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기현상이라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역시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도경은 자신의 옆에서 계속해서 열변을 토해내는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소희야.”
“응?”
“네가 만약에 세상을 영향력을 행사할 힘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어?”
자신 동생의 불평불만을 듣다가 도경은 문득 자신이 오늘 발견한 자신의 가능성을 떠올리며 그녀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그냥... 네가 세상에 대해서 불만이 많아 보여서.”
“그리 불만 많은 건 아닌데. 그저 해야 할 말을 한 것뿐이야.”
“여튼 그렇다 치고 세상에 너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럼 너는 뭘 하고 싶어?”
단순한 변덕이었지만 그래도 도경은 소희의 대답을 듣고 싶었다.
자신이 오늘 예기치 못하게 발견한 가능성과 힘.
힘을 가진 자는 보통 부와 권력을 탐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겠지만 문제는 도경이라는 사람은 이미 그런 욕망은 다 겪은 지 오래였다. 가르드에서 카일로 이미 온갖 부귀영화는 누려봤고 심지어 최고라는 자리에서 명예까지 누렸다.
그래서 궁금했다.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무엇에 이 힘을 쓸지 말이다.
“음... 만약 내가 그런 사람이 된다면 나는...!”
“된다면?”
“...할거야!”
“뭐?”
도경의 물음에 소희는 고민하다 이내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강단 있게 대답하자. 그녀의 대답을 들은 도경은 소파에 드러누워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그녀의 대답이 상상도 못 한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너는 진짜 천성이 아이돌인가 보다.”
“씨이.. 그렇게 웃을 거면 왜 물어봤어? 나 자러 갈거야.”
“그래 잘 자렴. 풋...!”
“이익!”
풀썩!
입술이 댓 다발 나와 있는 소희는 도경의 태도에 열불이 붙이는지 그의 얼굴을 향해 쇼파베개를 집어 던지고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간다.
탕!
문 닫히는 소리를 들은 도경은 자신의 얼굴의 베개를 내리며 드러누웠던 몸을 일으켰다.
피식.
“아주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어.”
소희의 대답을 떠올린 도경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대답이 도경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몰라도 그리 작은 것은 아닌 듯싶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