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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87화 (87/357)

87화

마스크를 쓴 사내가 자신의 회사건물로 오자 문 앞을 지키던 경비원이 그를 막아서며 용무를 묻기 시작한다.

“어떻게 오셨나요?”

스윽.

“박도경이라 합니다. 스카웃 제의로 왔습니다.”

“아...! K스타.”

마스크를 벗으며 자신의 얼굴은 보인 도경은 자기를 소개하였다.

그의 이름을 들은 경비원은 도경을 바라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 또한 도경이 보여준 마지막 무대를 보지 않았던가.

그 인상적인 무대 덕분에 도경의 얼굴을 기억하는 경비원은 이내 그를 향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어이쿠. 미래의 스타님께서 오셨네. 이쪽으로 와요.”

도경에게 매료되었던 경비원이었기에 그의 태도는 살갑기 그지없었다. 친절히 문까지 열어준 그는 도경에게 함박웃음을 보이며 그를 환영한다.

“우리 [Jy]엔터네인먼트 온 걸 환영해요.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좋은 곳이에요.”

“아, 네... 감사합니다.”

자부심이 담긴 말과 진심이 담긴 환영에 도경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JY]기획사 내부로 들어와 안내를 받아 넓고 쾌적한 회의실에 와 앉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가지 않는군.’

낯선 사람이 자신을 한 눈에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온다.

유명세라는 것을 생전에 겪어본 적 있는 몸이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유명세였을 뿐. 이렇게 아는 사람처럼 반기는 유명세는 도경조차 처음 이었다.

“상상 이상이야.”

그가 진심을 내보였던 마지막 무대의 영향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Tv라는 매체와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그 당시의 도경을 널리 퍼트리고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노출 시켰다. 덕분에 도경이란 인물에 대한 인지도는 멈출지 모르고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덕분에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자 도경은 마스크라는 것을 착용할 정도였다.

“정말 조심해야겠어.”

소근.

현대문물과 자신의 힘의 시너지 효과를 몸소 겪은 도경으로서 충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었다.

“응 무엇을 조심해?”

깜짝.

“네?”

도경이 자신의 새로운 힘에 자각하며 고심하고 있을 때. 그의 등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경 누나였어요.”

“후후후.”

도경의 뒤에 나타난 사람은 익히 아는 인물이었다.

예전에는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지금은 사랑을 해서 그런지. 요즘 들어 부드러운 인상을 띄고 있는 여인 김미경 팀장이었기 때문이다.

정한수와 사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경과 누나 동생 하는 사이가 된 둘은 이젠 거리감이 많이 좁혀져 많이 편해진 상태였다.

“후후후후.”

“뭐예요? 왜 그렇게 능글맞게 웃어요?”

‘요즘 들어 자꾸 푼수인 형을 닮아가네.’

묘하게 능글맞아진 그녀를 보며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좋은지 계속해서 자신을 보면서 웃고 있는 김미경 팀장을 보며 도경은 움찔거리며 그녀와 거리를 벌렸다.

“웃을 수밖에 없잖아. 도경이 네가 우리 [JY]에 왔으니까 말이야.”

정말로 기쁜 표정을 짓는 김미경은 자신의 앞에 있는 도경을 보며 사랑스럽다는 미소를 내보였다. 만약 연습생이 그녀의 미소를 보았다면 자신의 눈을 비비며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볼을 꼬집었을 광경이었다.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해도 연습생들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강사 중 한 사람이 김미경 팀장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김미경은 신경 쓰지 않고 얼굴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도경에게 말을 걸었다.

“드디어 마음이 선거야?”

“네. 솔직히 이곳만큼 말이 잘 통할 곳이 없을 거 같아서요.”

씨익.

김미경 팀장의 확인하는 말에 도경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미 결정이 섰는데 내숭을 떨거나 애매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그의 시원한 대답에 김미경 팀장은 환히 웃었다.

3대 기획사를 시작으로 수많은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은 도경의 선택은 [JY]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잘 생각했어.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

‘다행이야 혹시나 다른 곳으로 갈까 걱정했는데.’

김미경 팀장은 바보가 아니었다.

도경을 향한 3대 기획사 스카웃 제의는 일반 신인으로서는 꿈도 못 꿀 조건을 건 제의라 이 바닥에 소문이 자자했다.

솔직히 도경이 이곳에 올 거라 생각을 하면서도 경쟁하는 [TG],[LSM]이 내건 조건을 알 수 없었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많이 불안했던 그녀였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건가?’

김미경은 도경이 이곳을 선택한 데에는 큰 요인을 끼친 것은 그의 친동생 소희가 이곳에 소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시간 낭비 할 필요 없이 당장 계약서 쓰러 가자.”

“그런데 제가 이곳에 들어오는데 조건이 있어요.”

“조건?”

끄덕.

도경의 단호한 태도에 김미경 팀장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처음부터 조건을 거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도경이라면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여겼다.

“뭔데? 터무니없는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어.”

“음, 이게 터무니없을 수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후후후.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해? 대한민국에 세 손가락에 꼽히는 [JY]야. 일단은 망설이지 말고 질러 봐.”

“그럼...”

‘[TG],[LSM]까고 왔는데 뭘 말해도 웬만한 건 다 들어줘야지.’

솔직히 도경이 요구하는 문제야 끽해봐야 데뷔거나 수익분배 일터. 혹은 그러면 안 되겠지만 소희에 관련된 로비성이 짙은 부탁일 텐데 그걸 가지고 망설이는 도경이 귀여워 보이는 김미경 팀장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사장님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아가야 후후후.’

도경이 요구하지 않아도 최고의 대우를 해주기로 박진용에게 허락받은 상태. 게다가 도경의 동생 박소희도 요즘 회사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연습생이었다. 도경이 무슨 부탁을 하더라도 들어주는 데 아무 무리가 없었다.

“...하고 싶습니다.”

“뭐?”

도경의 요구하는 조건을 들은 김미경 팀장의 웃던 미소 그대로 경직된 상태로 다시 한번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에 도경은 전과 한 치의 다름없는

“...하고 싶다고요.”

“.......”

그리고 이내 그녀의 입가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터져버리고 말았다.

“안돼!”

“아, 누나 낙장불입이라는 말 몰라요? 해줘요.”

“안 된다니까! 너 지금 장난해. 우리 [JY]가 우습게 보여?”

“에헤이! 설마요. 그나마 제 요구를 받아들일 기획사가 여기라 찾아온 건데 그럴 리 없잖아요.”

도경이 이곳에 온 진짜 이유를 들은 김미경은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크게 소리 질렀다.

“그게 그거잖아! 네가 말한 조건을 들어주는 기획사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어.”

괜히 보컬 트레이닝을 맡은 게 아닌지 탄탄한 발성이 기반이 된 그녀의 호통은 회의실 내부를 공기 반 소리 반으로 가득 채워 쩌렁쩌렁 울렸다.

씩. 씩!

“이게 진짜 우리 기획사를 어떻게 보고...!”

화를 내더라도 싸늘하게 조용히 내지 이렇게 언성을 높이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도경이 오늘따라 김미경의 보기 힘든 모습을 연달아 이끌어 내고 있었다.

“자자 화만 내지 말고 내 말 좀 들어줘요. 누나. 나도 맨입으로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아니에요.”

“뭐?”

“짜잔 이게 뭘까요?”

도경이 주머니에 꺼내는 물건을 본 김미경 팀장은 흥분한 기색을 가라앉히며 도경을 향해 설명해보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내었다.

“이게 뭐냐면...!”

물건을 꺼내들고 장사꾼처럼 얍삽한 미소를 짓는 도경은 김미경에게 찬찬히 설명하며 자신의 몸담을 보금자리를 위해 열심히 약을 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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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다닥!

“PD님!”

쿠당탕!

“뭐야!?”

가뜩이나 기분이 저조한 PD라 불린 중년인은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며 자신의 사무실에 시끄럽게 하는 인물을 노려보았다.

“전화 왔습니다!”

“이런 씨발...! 당분간 나 찾는 전화는 다른 곳으로 돌리라고 했잖아!”

위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계속 쪼아대는 상층부 덕분에 이제는 없던 원형탈모까지 오는 K스타 총괄 책임자 구한성 Pd는 살벌한 기세를 피워 자신의 앞에 있는 직원을 향해 겁박 질렀다.

움찔.

“그, 그게... 그게...!”

“에이씨 뭐?”

“박도경 전화입니다.”

멈칫.

“뭐라고?”

“박도경 참가자가 총괄 PD님을 찾는 전화 왔다고...”

벌떡!

우물쭈물하는 직원의 말에 처음에는 환청을 들었나 싶었는데 다시 한번 확인 시켜주는 그의 말에 총괄Pd는 의자에 깊숙이 파묻었던 몸을 퍼뜩 일으켰다.

휘이익!

“그걸 왜 지금 이야기해 멍청아!”

“네, 네?”

‘지금 이야기하지 그럼 언제 얘기해?’

그의 말에 억울한 표정을 짓는 직원이었으나 그의 사정은 총괄PD가 알바 아니었다.

“만약 전화가 끊어져 있으면 전부 네가 망치는 거야!”

“그런...!”

후다닥.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통보에 직원은 억울하다 못해 울상을 지었지만 총괄Pd는 이미 자신의 사무실에 벗어난 지 오래였다.

타다다닥!

총괄PD 구한성은 미친 사람인 마냥 웃으며 도경의 전화를 받기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의 얼굴 만면에 환한 웃음으로 가득하다.

“크하하하! 됐어! 됐다고!”

도경이 자신들에게 전화한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 말은 즉. 도경이 다시 K스타에 얼굴을 비치게 된다는 사실을 뜻했다.

“게시판이고 시청률이고 뭐고 다 끝났어. 걔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고!”

불평불만으로 폭주하는 게시판도, 위에서 쪼아대는 윗대가리 새끼들도, 주춤하고 김빠진 콜라처럼 가라앉고 있는 시청률도 이로서 전부다 해결 가능했다.

그것도 단지 한 사람의 등장으로 말이다.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총괄PD는 이미 도경의 힘을 광신도처럼 신용하는 상태였다.

“하하하 기다려요. 도경 씨. 내가 금방 갑니다.”

도경에 대한 미련덕분에 도경의 마지막 무대를 계속해서 미친 듯이 봤던 총괄 PD의 정신 상태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만약 그의 이 모습을 도경이 목격했다면 도경은 자신의 힘에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질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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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PD가 미친 듯이 도경의 전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한 사람은 자신의 개인 스튜디오 녹음실에서 눈을 감으며 음악을 재생시켜 노래를 듣고 있었다.

띠리링~!

“하아...”

부르르.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사람은 [JY]엔터테인먼트 박진용 사장.

입술을 질끈 깨물며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은 심미안 적으로 매우 좋지 못한 상태였지만 다행히도 그의 개인 스튜디오녹음실에서 그 모습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들어도 다 좋잖아.”

한 시간 전에 받아들인 흰색의 조그마한 USB.

그 속 안에는 15개의 기타 소리로 이루어진 멜로디 위로 도경의 허밍과 스캣으로 이루어진 노래가 들어 있었다.

“작곡까지 이리 잘할 줄이야. 도대체 걔는 정체가 뭐야? 다른 나라 별세계에 뚝 떨어진 거야 뭐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도경이 근래에 직접 작곡하고 녹음한 15개의 작곡 멜로디.

보통 한 사람이 작곡을 하게 되면 버릇처럼 비슷한 부분을 자가복제하는 부분이 있는데 도경이 건넨 멜로디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15개의 곡을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15명의 사람이 1개의 곡을 작곡해 모아 넣은 것처럼 뚜렷한 개별성과 정체성을 지닌 곡들이었다.

게다가 15개의 멜로디 모두 다 손색없이 훌륭하다. 이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박진용은 잘 알고 있었다.

“이제는 천재라는 말로도 담아내기 힘들어.”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이제는 작곡까지 도경의 한계가 없는 재능에 박진용은 할 말을 잃어 버렸다.

끼이익

풀썩.

“어이가 없네. 이걸 받고 자신의 조건을 들어주라고? 도대체 왜?”

푹신한 의자에 고개를 젖힌 박진용은 골치 아픈 표정을 지으면서 하늘 위 천장을 바라보았다.

“대체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는 거지?”

도경의 기행에 이골이 났다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또 쉬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여 주셨다.

대체 왜 그런 조건으로 자신의 기획사와 계약을 하려는지 도경의 생각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해를 못한다 뿐이랴?

도경의 내건 조건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 박진용 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하하하... 재능이 넘치는 것도 문제라는 건가? 정말 터무니없어.”

이미 노래를 들어버린 순간 박진용이 할 수 있는 것은 도경을 꼭 붙잡는 것 말고는 없었다.

“이미 이런 걸 들어버린 이상 순순히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잖아.”

USB를 뽑아 올린 박진용은 괴로운 한숨을 푹 내뱉으며 도경을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 녀석은 정말 아깝지도 않은 건가?”

도경의 조건을 떠올릴 때마다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한숨만 느는 박진용은 오랜간만에 끊었던 소주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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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도경의 결정과 행동에 일방적으로 휘둘리고 있을 때. 그중 마지막으로 그에게 크게 휘둘리는 사람이 도경을 찾아왔다.

타다닥!

딸랑.

“형! K스타에 출연한다는 게 사실이에요?”

도경에게 마지막으로 휘둘리는 사람은 그의 의동생 지성준. 성준은 도경을 향해 급하게 달려왔는지 얼굴에 땀방울을 흘리며 가파른 숨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띵! 띵!

“거참 소식 한번 빠르다.”

라이브 바 구석에서 등을 돌린 채 기타를 만지작거리는 도경은 성준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소식이고 뭐고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갑자기 형과 저의 스페셜 무대라니...!”

“뭐, 애초에 우리가 생방송으로 입을 맞춰보기로 했잖아. 뭘 그리 당황해? 나랑 노래하기 싫어?”

“그게 아니라 왜 제가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제작진에게서 먼저 들어야 하냐고요.”

한참 다음 무대의 연습에 몰두하는 성준은 제작진으로부터 난대 없는 통보에 놀라기도 하고 내심 기분이 상하기도했다.

[레전더리]

그것은 자신과 도경의 듀오 그룹.

그런데 정작 레전더리의 일원인 자신은 듀오의 결성을 제일 뒤늦게 알았다. 이는 매우 기분이 상하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말하려 했어.”

“그래도 그렇지...”

“에이 너무 화내지 마라. 작곡하느라 시간이 없었단 말이야. 일단 우선 이리 와서 앉아 봐.”

“작곡은 무슨. 한 번도 노래 들려준 적 없잖아요. 게다가 악보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작곡이에요.”

“하하하하.”

투덜투덜.

분명 도경을 향해 한 마디 쏘아주며 화를 내려고 했던 성준이었지만 도경의 심드렁한 태도에 그럴 의욕을 잃고 말았다.

“일단 이리 와서 앉아 봐.”

툭툭.

도경이 툭툭 두드리는 의자로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성준은 흥분한 기색을 가라앉히며 도경을 향해 궁금한 것을 물었다.

“대체 갑자기 무슨 변덕이 불어서 그렇게 나가지 않겠다던 K스타에 출연한다는 거예요?”

전에 2명의 Pd의 권유를 완강하게 거부했던 모습과 지금 너무나 다른 도경의 결정에 성준은 이유를 안 물어볼 수 없었다.

“소희 때문에.”

“소희누나요?”

“응.”

“소희 누나가 왜요?”

도경의 대답에 성준은 더욱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씨익.

“하하하. 걔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했거든.”

“뭐라 말했기에 형이 터무니없다고 말할 정도예요?”

도경은 그날 밤 자신의 물음에 대답했던 소희의 말을 떠올리며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이내 해맑게 웃었다.

“응원할 거래.”

“응원이요?”

“더 나아지는 세상이 되기를 말이야...”

소근.

“네?”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게 속삭이는 도경의 대답에 성준은 눈가를 찌푸리며 다시 묻지만, 도경은 대답하지 않고 기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선다.

씨익.

움찔.

“뭐, 뭐예요?”

성준은 도경의 진한 미소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서 멀어졌다.

또 한번 자신을 데리고 사고 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런 성준을 바라본 도경은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려 기타 줄을 튕겨 올렸다.

띵.

“우리 응원 제대로 한번 해보자.”

띠리링!

“후읍!”

“!?”

도경이 성준을 향해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성준을 향해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 도경의 노래를 들은 성준은 강제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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