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띠리릭!
탁
철컥.
머리 위.
침대 탁상에 놓여 진 자명종의 알림이 울리자마자 도경은 눈도 뜨지 않고 손을 뻗어 정확 신속하게 자명종을 껐다.
“읏차!”
휘이익.
자명종을 끈 동시에 힘찬 기합성과 함께 자리에서 몸을 튕긴 도경은 침대 밖으로 몸을 빠져나온 도경은 개구리처럼 몸을 쫙 피며 입은 하마처럼 쫙 벌렸다.
“흐아아암~.”
짙은 피곤함에 찌들어 있는 모습.
온몸으로 자신의 피곤함을 어필하듯 그는 삐걱 이는 몸을 움직여 스트레칭으로 몸을 최대한 부드럽게 풀어나간다.
짝.
“좋았어. 그럼 준비해 보실까.”
마지막으로 자신의 뺨을 쳐올리며 몸속에 남아있던 피곤함을 쫓아낸 도경은 온전히 자신의 정신을 일깨우며 또렷한 눈으로 자신의 방문을 열고 나선다.
평소와 달리 기합이 들어있는 모습.
쾅!
팔랑팔랑.
도경이 힘차게 열고 닫힌 문 위에 걸려 있는 달력이 흔들거린다.
어느새 추운 겨울은 물러가고 봄을 맞이하는 4월의 달력. 그 달력 가운데 빨갛게 동그라미 쳐진 날짜가 눈에 들어온다.
4월 9일.
도경이 들뜬 이유였다.
4월 9일은 도경이 기다려왔던 날이자 K스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밥 먹으렴.”
“아. 이렇게 일찍 안 일어나셔도 되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어떻게 그러니.”
“아... 고마워요. 엄마.”
샤워하고 머리를 다 말리고 나온 도경은 자신의 눈앞에 차려진 식탁을 보며 식탁 위에 먼저 자리 잡고 앉아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국 식는다. 어서 앉아라.”
“네.”
“진짜 내가 첫째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오빠는 진짜 호사누리는 줄 알아.”
“하하하.”
정겨운 분위기 속.
도경은 자리에 앉아 웃으며 수저를 들어 올리며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잘 먹겠습니다.”
---
“할아버지. 할머니 나 다녀올게요.”
“벌써 가니? 아직 과일은 손도 대지 않았지 않누.”
“할머니 이러다 나 노래 부르다 무대 위에 배 터지겠다.”
양 볼에 미처 다 넣지 못한 음식들을 힘겹게 삼킨 성준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럼 딱 하나만 먹고 가.”
“하하...하. 진짜 딱 하나만!”
아침부터 양념갈비에다 소고깃국, 잡채와 조기 등 평소 좋아하던 음식들을 모두 차려다가 배 터지게 먹인 자신의 할머니가 이제는 두렵게 보이까지 하는 성준은 창백한 안색을 지으면서 할머니가 건네는 사과를 받아들였다.
아삭.
“달지?”
“응”
우물우물.
입안에 퍼지는 꿀맛 사과의 맛에 성준은 배가 터질 것 와중에도 맛을 음미하며 사과를 베어 먹는다.
“오늘로 그 방송은 끝인 겨?”
“응. 할아버지. 오늘로 진짜 끝. 이젠 집에도 일찍 들어오고 늦게 들어올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래 고생했다. 우리 강아지.”
쓰담쓰담.
성숙한 인상과 분위기를 가졌어도 자신들에게는 귀여운 강아지 같은 손자인 성준.
자신의 볼을 툭툭 건드리거나 애써 매마진 머리를 쓰다듬는 두 노부부의 손자를 향한 애정 어린 손길에 성준은 웃음 지었다.
“헤헤헤.”
보통 성준과 나이가 같은 또래 애들은 까끌까끌한 노인의 손길에 짜증을 낼 테지만 성준은 그 두 노부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흐트러진 머리는 다시 매만지면 되고 이 까끌까끌한 고생한 손이 다름 아닌 자신 덕에 더욱 거칠어진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할매. 할배. 나 진짜 다녀올게.”
어른스럽게 할아버지 할머니라 불렀던 것도 잠시 잊고 성준은 애교가 듬뿍 담긴 목소리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며 현관문 밖으로 나선다.
“몸 조심히 잘 다녀오렴.”
“네. 다녀올게요.”
현관 밖까지 쫓아 나올 것 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말리며 성준은 웃음 지으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우뚝.
우승하라며 격려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손자에게 부담이 될까 봐. 일부러 말을 꺼내지 않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떠올린 성준은 걷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스윽.
“꼭...”
자신의 볼을 쓰다듬었던 거친 감촉을 떠올리며 성준은 자신의 볼에 손을 올린 성준은 마음에 각오를 다진다.
“꼭 우승하고 올게요.”
가족의 애정을 느끼는 아침을 먹은 도경과 성준.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마지막 무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
[부천 실내 체육관]
딱딱딱!
“야 여기 무대 마감질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잖아 똑바로 안 해?”
“죄송합니다!”
“조명팀! 조명팀은 어디 있어!?”
이른 아침부터 무대를 분주한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유유자적 걸음을 옮기며 들어오는 총괄Pd 구한성.
“흠흠흠~!”
평소라면 저 난리 통 가운데 그도 짜증을 내야겠지만 그는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앉아 상황을 보고 받으며 여유롭게 앉아있었다.
“우리 도경씨는 언제 올라나?”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지만, 그는 지금 달콤한 상상의 나래 끝에서 두둥실 떠 있었다.
[이번 무대 Pd님이 원하시는 대박입니다.]
헤벌쭉.
음향과 무대를 통솔하는 음악 감독에게 직접들은 말을 떠올린 그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말았다.
참가자뿐만 아니라 이번 무대에 참여하는 K스타 출신자들의 게스트들의 노래까지 들은 음악감독이 도경의 스페셜 무대의 노래를 극찬하며 확신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것이다.
“마지막에 역대 급으로 하나 뽑고 가는 거야.”
16.5프로.
저번 주 아쉬운 시청률을 떠올리며 구한성 Pd는 이번에 다시 한번 20프로의 벽을 뚫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번 무대가 사람들에게 많은 화제가 될 거라 확신하였다.
“드라이 리허설 하려면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손목시계를 들어 올리며 그는 도경과 성준이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기다림을 알았을까.
제작진 중 한 명이 그에게 반가운 소식을 가져온다.
“PD님 참가자들 전부 도착했습니다.”
“그래!?”
만면에 화색을 짓는 구한성 Pd는 자리에 일어나 참가자가 기다리는 장소로 빠른 걸음으로 직접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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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군수군.
“진짜 나왔네. 소문이 사실 이었구나.”
“어떻게 구슬려서 나왔대?”
“......”
주변의 스태프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자신의 귀에 들려왔음에도 도경은 묵묵히 앞에 있는 제작진의 무대준비와 리허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상. 안내받은 대기실에 휴식하면서 저희가 부르는 데로 나오시면 됩니다.”
털썩.
“끝났다... 뭘 숙지할 게 그리도 많데?”
안내받은 대기실에 가장 푹신해 보이는 자리에 먼저 앉은 도경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연예계 생활하려면 익숙해 져야죠.”
“윽!”
도경은 자신 옆에 날 선 목소리가 들려오자 찔린 표정을 지으며 옆을 돌아봤다.
휙.
“야! 아직도 꿍해 있냐?”
“꿍하다뇨? 우주 대스타가 되실 박도경님께 그럴 리가요.”
“허 참...”
‘이거 단단히 삐졌네.’
“야야. 형이 잘못했다니까. 진짜 쉴 새 없이 바빴다고?”
배배 꼬인 성준의 답변에 도경은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며 그의 기분이 풀리길 사과하였다.
“바빴다고요?”
움찔.
“뭘 하느라요?”
“말 했잖아 작곡 하느라 바빴다고.”
“......”
도경의 사과에도 성준은 이번만큼은 평소처럼 쉽게 화를 풀지 않았다.
그에 도경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같이 무대를 할 파트너가 기분이 저조해 보이는 데 태연히 있기는 뭐했기 떄문이다.
‘끄응. 노래할 때는 괜찮아 보였는데.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스페셜 무대를 위해 합을 맞추고 음원을 위해 녹음을 했을 때는 순탄했었다. 얼마나 순조로운 지 3번의 합을 맞추고 녹음은 한 번에 끝을 맞이했다.
그만큼 성준은 [소중했던 시간들]에 어울리는 감성으로 노래를 훌륭히 부르며 자신이 맡은 파트를 완벽하게 제 몫을 해주었고 도경이 흡족해할만한 결과물을 뽑아내었다.
‘분명 좋아했었는데 말이야.’
녹음을 단 한 번에 맞췄을 때는 성준은 기쁜 나머지 자기 자신은 모르겠지만, 주먹을 불끈 쥐고 기쁨을 표현했기도 했었다.
그런데 녹음을 마친 후 상태가 이상해지는 것 아닌가.
성준은 아무런 전조나 징후 없이 지금처럼 저조한 기분 상태로 바뀌어 있었다.
“뭐지? 뭐 때문에 그러지?”
그렇게 보이지 않아도 타인의 파동을 느끼는 만큼 자신의 주변 사람의 심리에 민감한 도경은 조금 당황하는 중이었다.
‘무대 준비도 순조로웠고 [소중했던 시간들]이 좋은 노래라는 것도 알았을 텐데 대체 뭐지?’
음악적인 견해 차이를 보내었던 [소중했던 시간들]은 좋은 노래였다는 것도 밝혀졌고 무대준비도 순탄하다.
원인을 찾아보지만, 딱히 떠오른 것이 없었다.
“......”
“......”
대기실에서 둘이 어색한 침묵이 감돈다.
‘이게 아닌데...’
도경이 난감해 하는 만큼 성준도 처음 느껴보는 자신의 이상한 감정에 당혹스러운 중이었다.
‘기분 이상해.’
꿈틀.
도경을 볼 때마다 자신의 기분이 저조해진다. 이유는 성준 자신도 모르기에 더욱 갑갑할 따름이었다.
‘분명 노래를 부를 때는 좋았는데. 아니 그건 최고였어...!’
지금도 도경과 [소중했던 시간들]을 듀엣 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몸에서 전율이 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기분이 저조해진다.
우승에 대한 각오와 마음이 무뎌진 것도 아니다.
의욕은 하늘을 뚫을 만큼 충전되어있고 우승은 자신의 것이라 확신한다.
헌데...
“하아...”
움찔.
성준의 깊은 한숨에 결국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던 도경이 터지고 말았다.
“야! 진짜 대체 왜 그러냐?”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몰라요. 그냥 계속 기분이 다운 돼요.”
‘참, 나 진짜로 지도 모르는 얼굴이네.’
도경의 갑갑한 물음에 성준은 사실대로 이실직고했는데 오히려 더욱 난감해졌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성준이 평소답지 않은 것은 지금 이 시기에 별로 좋지 못하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야 자세히 말해봐.”
“그냥 형만 보면 기분이 계속 어수선하네요.”
“내가 뭐 잘못했어?”
“설마요..”
자신의 물음에 성준은 그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젓자. 도경은 골치가 아파져 왔다.
‘역시 사춘기라 그런가? 감정의 폭을 종잡을 수가 없네.’
오늘 오히려 자신과 말을 섞지 않을 때가 성준이 안정적이었다. 생각이 드는 도경은 성준을 보며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골 때리네. 마지막인 이 순간에 네가 복병이 될 줄이야.”
번뜩.
“방금 뭐라 했어요?”
“으응? 내가 뭐 잘못 말했어?”
“그게 아니라... 아니다. 그랬었구나......”
“뭐지?”
‘다시 파동이 안정적으로 돌아오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무언가 납득을 하는 성준. 그런데 불안정했던 그의 상태가 안정되는 것을 파동으로 알 수 있던 도경은 의아해할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
“그게 뭔데?”
정말로 원인을 찾았는지 원래대로 돌아온 성준은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덕분에 도경의 궁금증은 한층 더 깊어져 그게 뭔지 묻고 마는 도경이었다.
“그건...!”
똑똑똑!”
“두 사람 무대 리허설 준비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지금 갈게요.”
“아...”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그 순간 제작진의 안내에 곧바로 자리에 일어난 성준을 바라보며 도경은 자신도 모르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성준에게 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경의 그런 모습이 웃겨 성준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풋! 표정이 왜 그래요?”
“크큼...! 그래서 원인이 뭐라고?”
“비밀입니다.”
“뭐? 사람 궁금하게 해놓고 그런 게 어딨냐?”
“하하하. 내 알 바 아니죠. 자! 얼른 무대리허설 하러 가요.”
“얄밉네 저거...”
제멋대로 자신을 휘두르더니 이제는 혼자 신나서 먼저 나가는 성준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는 도경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쩝. 진짜 저 나이 때 애들은 알 수 없다니까.”
기뻐하다가 저조해지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성준의 변화에 도경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래도 좋은 악상이 떠올랐어.”
너무나도 불규칙한 그 감정의 폭 변화에 도경은 성준에게 걸 맞는 악상을 떠오른 도경은 머릿속에 되새김질하며 성준의 뒤를 느릿느릿 따라나선다.
“형! 빨리 와요.”
“시끄러 이게 누구 때문인데?”
“헤헤헤. 괜히 형 동생 하겠어요.”
“너 진짜 좋은 형. 둔거야 알아?”
“네네.”
종잡을 수 없는 도경과 성준이 만담을 하며 무대로 걸어간다.
뚜벅뚜벅.
4월 9일.
대한민국에 조그마한 변화를 가져 올 두 사람의 무대가 드디어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